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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이 무슨 생각인지 진리성회의 신도들 앞에 엎드린 걸 본 리암과 타마라는 지금 예담이 무슨 행동을 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보다는, 우선 예담을 구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예담에게 달려들려 한다. 하지만 신시아가 막아선다.
“아니, 왜?”
“우선 보기나 해.”
“저 애가 위험한데 우리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잖아!”
어느새, 예담의 두 손은 그 두 사람의 발치 앞에 대고서, 가만히 엎드려 있다. 그걸 본 그 두 사람 중 하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뭐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 무언가 그걸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너의 큰 오판이지.”
하지만, 그들의 그 말은 오래 가지 못한다. 곧이어, 그 바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한다. 금세 그 아스팔트 바닥이 녹더니, 그 정장 입은 사람들이 신고 있던 구두까지 녹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 버티기 힘든지, 발을 거기서 떼 내려는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그리고 보인다. 그 결계가 약해지기 시작한 게 말이다.
“오, 역시 약점은 있었군. 저 결계라는 것도, 땅바닥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하는 거였나?”
“그렇다면 저도 도와야겠네요.”
상황을 지켜보던 베로니카가 그렇게 말하더니, 가방에서 다시 와이어를 꺼내든다. 바닥의 고열 때문에 두 발을 떼야 하는 판의 두 남자의 발을 강하게 옥죈다. 순간 몸이 기우뚱한 한 명의 남자가 몸을 다시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것도 의미없는 발버둥에 불과할 뿐, 두 남자는 잠시 후 땅바닥에 넘어진다. 그와 동시에, 그 결계도 없어진다.
“뭐야, 금방 끝났네. 위세가 아주 당당하더니만.”
리암은 쓰러져 있는 그 두 남자를 보고 혀를 내두르며 말한다.
“그건 그렇고 진짜 큰일날 뻔했네.”
“그러게요. 진짜로 어떻게 되는지는 못 봤지만...”
“야, 예담아. 진짜 너는 그걸 겪어보고 싶어서 그런 거냐? 아니면 네 목숨이 여러 개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냐?”
“아, 아무것도 아닌데요...”
리암이 예담에게 무언가 더 말하려는데, 리암의 바로 뒤쪽에서 누군가가 리암을 부르며 달려오는 게 보인다.
“야! 리암! 괜찮냐?”
어느새, 아토모가 자기 친구들을 데리고 그 골목길 앞에 다다른 참이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진리성회의 두 신도들을 보자, 그의 의심이 섞였던 눈길은 이내 확신으로 바뀐다.
“이 녀석들! 그럴 줄 알았어. 가판대 세워 놓고서 잡지 파는 척하며 가만히 서 있기만 하길래 이상하다 했는데, 언젠가 이렇게 일을 벌일 줄 알았다고!”
“뭐야, 그전까지는 쭉 이렇게 서 있기만 했다고?”
“그래! 다른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그 모로 같은 녀석들처럼 말이지.”
여전히, 아토모는 모로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터뜨린다.
“혹시 뭐 이상한 징후는 없었냐?”
타마라가 묻자, 아토모는 가만히 서서 곰곰이 무언가 생각하다가, 이윽고 한마디 꺼낸다.
“아, 맞아! 이거 좀 보라고.”
아토모가 보여준 사진은, 그 진리성회의 잡지 판매원으로 위장한 신도들이 가판대를 놔뒀던 자리를 찍은 건데, 그 자리가 이상하게 쪼그라들어 있는 게 눈에 띈다.
“이게 좀 많이 이상했는데, 오늘 그 실마리가 하나 풀릴 줄이야.”
아토모는 그렇게 말하며, 리암과 타마라를 자기 식당으로 데려가려 한다.
“좀 우리 가게에서 시간 보내다 가. 쉬었다 가야지.”
“아니, 됐어. 나는 또 가 볼 데가 있어서... 이만.”
그렇게 말하자, 아토모와 아토모의 친구들은 예담을 비롯한 일행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는 그 자리를 뜬다. 곧바로, 리암을 보고는 타마라가 말한다.
“볼트 선배의 뭘 얻은 건데?”
“그러니까... 생각 외일 수도 있는데? 빨리 이걸 제보해야겠어.”
“뭘 제보하는데? USB 안에 뭐가 든 거지?”
“그러니까. 모르기는 몰라도, 중요한 자료라는 건 확실해.”
“에이, 오늘은 그래도 좀 잘 넘기려니 했더니만...”
어느덧 1시가 넘어, 민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아까 게임센터에서 있었던 그 소동에도 불구하고, 친구들끼리의 모임은 그럭저럭 잘 끝났다. 이런저런 소동이 있기는 했어도 그 중학생들 정도는 민 정도가 아니더라도 친구들 선에서 충분히 대응했다. 아까 그 중학생들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민의 뒤에서 터덜터덜 걷고 있다. 민이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다들 기가 죽어 있다. 마치 누가 보면 민이 그 중학생들을 수족으로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왜 다들 그렇게 냄새는 잘들 맡고 모여드는지 몰라.”
민은 이제 집에 들어가는 길이건만, 또 모험을 하러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또 다른 사건이 민을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민의 그 예상은 틀리지 않는다.
갑자기, 그 중학생 두 명 중 한 명이 앞을 보고 무언가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뭐야, 저, 저기, 쇼마가 왜 있지?”
“응? 야, 쇼마라고? 아닌데? 좀 달라 보이는데? 뭘 좀 똑바로 알고 말해라.”
“아니야. 진짜라니까? 네가 못 믿겠으면...”
그렇게 말하며 그 중학생이 가리킨 길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민도 한번 본 얼굴이다. 그 중학생들의 말대로, 쇼마가 그 앞에 서 있다. 쇼마는 민보다도 자기 친구들을 먼저 알아본다.
“야, 브랜든, 자말! 너희들 왜 그러고 있어? 왜 그 녀석 뒤에서 걷고 있는 거야?”
“......”
“설마, 너희들도 당한 거냐? 이 바보들! 시메온하고 자오린은 어디 있어?”
“......”
브랜든과 자말이 답이 없자, 쇼마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곧바로 민에게 말한다.
“어이, 오늘은 혼자냐?”
민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자, 쇼마는 ‘에이’ 하고 한숨을 쉬는 듯하다가, 이윽고 마치 자신이 어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한다.
“잘 지냈지?”
“......”
민이 쇼마의 말에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못 알아듣겠다는 듯한 동작을 취하자, 쇼마는 ‘하’ 하고 한숨을 쉬더니, 이윽고 마치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기라도 했다는 듯, 자신이 준비해 온 말을 꺼낸다.
“너한테 좋은 소식이 하나 있는데, 하나 들어 볼래?”
“무슨 소식-?”
“내가 이제, 너만큼 좀 강해진 것 같거든? 요 며칠 새에 온갖 시련을 겪었단 말이야. 학교에서도 정학, 집에서도 쫓겨나, 거기에다가 선배들은 괴롭힐 줄이나 알지! 내가 그래서, 하룻밤 새에 이만큼이나 강해졌다고!”
그렇게 말하자, 민의 눈에도 보인다. 바닥에 이미 쇼마가 깔아놓은 거미줄이, 민을 포위하려는 중이다. 그걸 본 브랜든과와 자말 역시, 그 거미줄에 밟히지 않기 위해 얼른 뒤로 피한다. 하지만 민은 그 거미줄을 보고도 도망가거나 동요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도망가려고 해도 거미줄이 사방에 퍼져 있어서 어디론가 가거나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야, 왜 웃냐? 나는 이만큼 강해졌다고! 이런 넓은 곳에서도 이 거미줄을 펼칠 수 있다고! 좀 봐 달란 말이야!”
쇼마는 그렇게 나름대로 진지하게 말하지만, 민은 코웃음도 치지 않고서 그저 쇼마를 마치 불쌍하다는 듯 바라볼 뿐이다. 쇼마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곧장 민을 향해 자신이 전개한 거미줄을 전부 날려보낸다. 하지만, 그런 쇼마의 노력도 무색하게, 민은 그 땅바닥에 전개되어 있던 거미줄을 손도 뻗지 않고 접어 버리더니, 그걸 쇼마의 앞에 던진다. 그 거미줄은 쇼마의 얼굴에 곧바로 던져져, 얼굴에 케이크를 맞은 것처럼 되어 버린다.
“야! 이걸... 읍! 내 얼굴에 던지면...”
“그러니까... 아직 먼 것 같은데... 좀 잘 하든지.”
그렇게 말하며, 민은 제 갈 길을 가고, 브랜든과 자말이 쇼마의 얼굴에 묻은 그 거미줄을 떼는 사이, 쇼마는 민을 필사적으로 부른다.
“야... 거기 안 서... 내가 하려던 말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민은 벌써 사라져 버리고 없다. 얼굴에 묻어 버린 거미줄을 떼어내는 쇼마를 도와주던 브랜든이, 쇼마가 이렇게 쩔쩔매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하려던 말이 많아 보이는 쇼마를 보고 궁금한 모양이다.
“야,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거냐?”
“뭐냐고? 너희 한번 들어 볼래?”
“아니, 뭘? 우리가 왜?”
자말도 쇼마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어느새 거미줄을 다 떼어낸 쇼마는 둘을 자기 안쪽으로 끌어오더니, 곧 귓속말을 하듯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한다.
“이런 데서 너희들 같은 초능력자를 찾는다고 하는데 말이야...”
“에이, 쇼마 너도 참, 애들 끌고 이상한 데 다니더니 머리도 이상해진 거냐?”
“머리가 이상해지긴! 즐거운 거라니까! 일단 한번 너희들도 가 보라니까?”
“뭐, 속는 셈치고 가보자. 뭔데?”
그 시간, 신시아는 리암, 타마라와 헤어진 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이다.
“오늘 참 이상한 일 많이 겪었네. 무슨 동아리가 이렇게 험악한 일을 다 겪지?”
신시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멘 가방 안에 있는 전공 서적이 무사한지 살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가방의 지퍼를 열어서 자신이 거기서 몰래 챙겨온 자료 몇 점이 잘 있는지 살핀다.
“어... 잘 있네.”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가방을 닫고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문득 길거리의 후미진 골목이 신시아의 눈에 띈다. 딱 보면 불량청소년들이 드나들기 좋게 되어 있는 곳인데, 거기서 한 무리의 불량청소년들이 때때로 바깥 상황을 살피며, 무언가 바깥에 이 일이 보이면 안되는 것처럼, 속닥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저 녀석들은 뭐지? 왠지 눈에 거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그쪽으로 달려가서 무언가 하고 싶지만, 지금 신시아는 혼자고, 무엇보다도 그 무리의 불량청소년들이 무언가 반격을 할지도 모르니, 일단은 사진만 찍어 간다.
“어디... 모두 4명이고, 얼굴은 다들 잘 보이는 것 같은데...”
사진을 찍고서 신시아가 그 자리를 떠나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후드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신시아와 마치 마주치듯 하다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키는 150cm-160cm 사이로 보이는데, 얼굴은 거의 안 드러나 보이고, 거기에다가 신시아를 마치 잘 안다는 듯 쏘아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뭐야, 저 녀석은?”
이상한 사람인가 보다 하고 그 자리를 뜬 다음 계속 발걸음을 옮기는데, 신시아의 눈에 또다른 누군가가 보인다. 이번에는 익숙한 얼굴이다.
“로, 로건!”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연인이었던 상대방이라, 얼굴만 봐도 잊힐 리가 없다. 옷차림도, 신시아가 평소 로건을 만났을 때의 딱 그 복장 그대로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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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마드리갈
2024-12-13 22:20:42
역시 예담의 열 관련 능력이 여기서 힘을 발휘하네요. 결국 그렇게 고열을 견디지 못한 자들은 쓰러졌고, 본체가 그 꼴이 난 이상 그 본체가 만든 결계 따위가 힘을 쓸 리도 없겠죠. 위기를 넘겨서 천만다행이예요.
그런데 아토모가 눈여겨 본 저게 신시아가 로건을 마주친 상황과 역시 큰 관계가 있어 보이네요. 로건이 저렇게 왜소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 정도 키면 거의 남자중학생 중에서도 저학년이거나 발육부진이거나 할 건데 말이죠.
땅에 거미줄을 치는 능력이 대단하긴 하죠. 땅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전제가 유효하다면. 그 전제가 깨지고 나면 그 뒤에 당황해 할 사람은 누구인지 이미 결정되어 있는 듯해요.
시어하트어택
2024-12-14 22:23:31
초능력에 초능력으로 직접 대응하는 것보다는 우회루트를 공략한 것이지만, 그래도 성공했으니 다행이죠.
아토모가 말한 건 로건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기는 한데, 우선 후드를 쓴 작은 키의 사람과는 별개입니다.
마드리갈
2024-12-14 23:43:14
다시 읽어 보니 그 키 작은 사람과 로건은 별개의 인물이네요.
지적에 감사드려요. 요즘 왜 이렇게 혼동을 하는지...
SiteOwner
2024-12-13 23:55:51
문제의 그 자들을 격퇴한 건 예담의 열 능력이군요. 역시 발밑부터 패는데 장사가 있나 싶습니다. 그리고 본체가 그렇게 쓰러진 이상 본체의 능력전개를 전제로 하는 결계가 풀리는 것도 당연할 것이겠지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 4부의 스탠드 더 핸드도 본체인 니지무라 오쿠야스가 바보인데다 화분에 머리를 맞는 바람에 그 무서운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끝나 버린 것처럼...
쇼마에게는 신의 한수라고 생각했던 게 오히려 자충수로...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본인을 원망해야겠지요.
아토모가 주목한 그것은 역시 축소에 관련된 것 같군요. 로건도 그 영향하에 있는 것 같고...
시어하트어택
2024-12-14 22:30:06
아무래도 정공법이 안 먹히니 우회적으로 공략한 것인데, 그게 먹혀들어간 거죠. 오쿠야스가 바보인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본체를 패니 방법이 없죠.
쇼마는 수련(?)을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보람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