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술에 무지한 글쓰기의 폐해

SiteOwner, 2014-04-08 20:12:53

조회 수
411

인간은 생활 속에서 많은 글을 읽습니다.

그 글 중에는 무릎을 탁 칠만큼 탁월한 것도 있는 반면에 읽고 나서 눈만 버렸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습니다. 읽어서 감동도 재미도 정보도 얻을 수 없는 그러한 글에 대해서는 폐기물이라는 표현조차 아까울 정도가 있습니다. 특히 기술에 대한 인식이 일천할 글을 읽을 때는 그 의도는 물론 작자의 능력과 성의까지 의심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글을 쓰는 사람이 이 세상의 모든 기술을 알 수도 없는 법이고, 글을 쓰기 위해서 반드시 다루는 분야에 대해서 학위를 취득해야 하거나 문외한은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 인용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전조사를 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것이 안 된 상태에서 특정 기술사항에 대해서 왈가왈부한다면 그러한 글이 제대로 될 리는 없는 법입니다.


기술에 무지한 글쓰기의 사례는 많지만 당장 생각나는 것은 2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대만의 문필가 임어당(林語堂, 1895-1976)이 쓴 수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느 신문에서 읽은 칼럼입니다.


임어당의 수필에서는 미국인 토목기사와 중국인 토목기사를 대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미국인은 계측을 철저히 해서 양쪽에서 터널을 파들어가기 시작하면 오차 없이 정확히 한 점에서 만나서 하나의 터널을 만들지만 중국인은 그렇지 않아서 2개의 터널을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지만 처음에 1개를 파려고 했는데 2개가 만들어져서 만족합니다. 이것이 흔히 중국인의 여유로 미화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사실 이런 글을 쓰는 데에 실드공법, 아머공법, 벽체에 콘크리트를 뿜어붙이는 오스트리아식 터널굴착법(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약칭 NATM) 등을 전공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토목공사에서 왜 정밀도가 높아야 하는가 그리고 잘못된 터널시공이 어떤 참사를 불렀는가 정도는 최소한 문헌을 읽고 습득하거나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그런 이해도 없이 그냥 문사적인 발상으로 웃어 넘겨서는 안됩니다.

또 국내 어느 신문에서 이것과 비슷한 칼럼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경의선 남북철도연결을 앞두고 공사구간의 지뢰제거가 예정된 때에 나온 그 칼럼의 내용을 읽고는 할 말을 잊었습니다. 해당지역을 발파하거나 지뢰제거용 장비 등을 동원하여 지뢰를 폭발시켜 제거하면 환경오염의 우려가 있으니 군인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정성스럽게 지뢰를 제거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내용을 보니 대체 이 사람이 지뢰가 어떤 물건인지 알고나 쓰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지뢰라는 것은 굉장히 무서운 물건입니다. 아무리 방호력이 강한 전차라도 대전차지뢰를 밟아서 궤도가 풀리는 것만으로도 주행이 불가능하게 되고 전투력을 잃게 되어 저지효과가 아주 큽니다. 게다가 쉽게 제거하지 못하도록 여러 억지수단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도약지뢰 같은 것은 지상에 아주 작은 작동신관이 노출되어 있고 그것을 건드리면 도약하여 폭발하면서 폭심점 수십미터 내에 있는 병력을 몰살해 버립니다. 이런 것을 그 칼럼대로 인력으로 제거할 경우 희생되는 인명은 아깝지 않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것을 알면서 썼다면 그 의도가 순수하지 않고 모르면서 썼다면 무지몽매함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주장을 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글쓰기도 그 주장에 포함되니 역시 자유입니다.

그러나 쓴 글에서 말하는 바가 정당성을 얻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므로 혼동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특히 인용하는 사항이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 특히 기술적인 것이라면 글을 쓰기 전에는 최소한의 사전조사 정도는 해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글의 폐해는 위에서 언급한 임어당의 수필 및 신문의 칼럼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대왕고래

2014-04-08 20:34:07

기초 지식 없는 주장, 기초 지식 없는 글은 터널로 치면 방향부터 잘못 잡고 파는 꼴이군요.

덧셈 뺄셈도 모르면서 미적분을 하려고 덤비는 것과 같고,

축구에서는 헛발질만 하면서 프로 선수가 되는 것과 같아요. 그 생각이 들었어요.

SiteOwner

2014-04-08 20:46:45

맞습니다. 글을 쓸 때에는 목표도 소재도 모두 제대로 정해져야 하고, 그렇지 못한 글은 절대로 좋은 글이 될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사항을 위반해 놓고 좋은 글을 바란다면 그것은 말씀하신대로 사칙연산도 못하는 자의 미적분, 헛발질하는 자의 프로축구선수 데뷔와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특히 유명인이 대중매체에 기고하는 글이 그렇게 마구잡이로 쓰여지면 그 해악은 아주 커집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책임도 지지 않으니 이것도 문제입니다.

호랑이

2014-04-08 21:58:18

자신이 쓴 글의 내용대로 자신이 실천할 수 있으면, 아니. 자신이 쓴 글에 책임을 진다면 절대 가벼히 손을 놀리지 않을 텐데요.

정보에 대한 접근장벽이 낮아진 현대 사회에서는 모르는 것도 죄라고 생각합니다.

SiteOwner

2014-04-08 22:18:23

글을 쓰면서 인용하는 소재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임어당의 수필은 오래 전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주변에 토목공학을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던가, 아니면 도서관이나 서점 같은 곳도 없었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 지뢰 관련 글은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어서 정말 놀랐습니다. 그게 그렇게 쉽게 제거될 물건이면 왜 전쟁터의 지뢰 문제가 국제문제로 크게 부상되겠습니까.

단순히 모르는 것에는 죄를 물을 수 없겠습니다만, 말이나 글에서 어떤 사안을 언급할 때는 모르는 게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Lester

2014-04-08 22:37:59

제 얘깁니까?

SiteOwner

2014-04-08 23:06:01

어떤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특정인에 대해서 이렇게 우회적인 방법으로 공개된 게시판에 글을 쓸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직접 드릴 말씀이 있으면 용건을 적어서 쪽지로 보내드리지 이런 식으로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해명해 드렸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217 / 29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new
SiteOwner 2024-09-06 56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update
SiteOwner 2024-03-28 147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63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48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835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7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42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5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1060
1511

제과제빵 4일째

3
연못도마뱀 2014-04-21 161
1510

여기서도 논의하고싶은 세월호 사건 주제입니다(통합)

3
teller13 2014-04-19 255
1509

비극적인 사건에 느끼는 이상한 분위기

2
카멜 2014-04-19 300
1508

큰 사고 뉴스를 보는 방법

6
호랑이 2014-04-19 202
1507

흔히 극한상황이 되면 인간의 본성이 잘 드러난다고 하죠.

4
데하카 2014-04-18 208
1506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면서

4
호랑이 2014-04-17 316
1505

혹시 캐릭터 성격표 같은 거 있으신 분 계신가요?

1
Lester 2014-04-16 269
1504

항공기엔진 관련을 조사하다 알게 된 것들

2
마드리갈 2014-04-16 455
1503

제과제빵 2일째

2
연못도마뱀 2014-04-15 182
1502

북한 무인기 추락사건과 음모론

2
카멜 2014-04-15 174
1501

존재감 / 폴리포닉 로그인 문제 / 그 외 등등

7
Lester 2014-04-15 318
1500

노트북을 뭘 살지 고민중입니다.

2
데하카 2014-04-14 152
1499

알바 시작한지 하루됐는데 그만둘까 고민중입니다.

3
데하카 2014-04-13 134
1498

다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시나요?

7
호랑이 2014-04-12 203
1497

공무원 다들 많이 준비하네요...

2
카멜 2014-04-11 152
1496

가까웠음 큰일날뻔 했사와용

6
셰뜨랑피올랑 2014-04-10 868
1495

학교 앞에서 빵 받은 이야기

8
대왕고래 2014-04-10 203
1494

작품을 쓰면서 수시로 하는 작업이 있지요.

4
데하카 2014-04-09 168
1493

제과제빵 1일째

8
연못도마뱀 2014-04-08 232
1492

기술에 무지한 글쓰기의 폐해

6
SiteOwner 2014-04-08 411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