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라고 하면 말 그대로 한문으로 작성된 시를 말하죠. 여러 가지 형식이 있지만, 꼭 특정 구는 마지막 음을 맞춰 운율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여기, 좀 기묘한 한시가 있습니다. '시씨식사사'를 한 번 소개해 드리죠. 위키백과를 출처로 합니다.
《施氏食獅史》
石室詩士施氏, 嗜獅, 誓食十獅。
氏時時適市視獅。
十時, 適十獅適市。
是時, 適施氏適市。
氏視是十獅, 恃矢勢, 使是十獅逝世。
氏拾是十獅屍, 適石室。
石室濕, 氏使侍拭石室。
石室拭, 氏始試食是十獅。
食時, 始識是十獅, 實十石獅屍。
試釋是事。
(해석)
석실(石室)의 시인 시씨는 사자를 먹기를 즐겨 열 사자를 먹기로 하니
종종 저자에 사자를 보러 나감이라.
열시에 열 사자가 저자에 오니
그때 마침 시씨도 저자에 있더라.
열 마리 사자를 보고 활을 쏘니 열 사자는 곧 세상을 떠나
열 사자를 끌고 석실로 갔노라.
석실이 습하여 종에게 닦으라 하고
석실을 닦고 나서 그는 열 사자를 먹으려 하는데
먹으려 할제 열 사자를 보니 열 개의 돌 사자 주검이라.
이 어찌 된 일이오.
내용만 봐도 기묘하죠. 사자를 사서 그것을 활로 쏴서 죽였는데 그게 사실은 돌로 된 것이었다니... 좀 깹니다. 그런데... 이 한시를 소개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럼 이 시의 중국어 병음을 한 번 보겠습니다.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sh?.
모두 성조가 다른 Shi(스, 싀...)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것을 중국인들이 읽는 동영상도 있는데 다들 이것을 읽으며 웃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럼 이 한시를 지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당시만 해도 중국의 글말(한문)과 입말(백화문)은 분리되어 있었는데, 이 시가 쓰여진 때는 백화운동이 한참 일어나던 떄였습니다. 이 시를쓴 조원임(趙元任. 이 사람은 중국 출신이지만 나중에 미국으로 귀화했으므로 영문 표기인 Yuen Ren Chao를 따라 '위안런 자오'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한자를 독음해서 표기해야 하나 애매합니다. 일단은 중국 태생이므로 이렇게 표기합니다.)은 중화민국 초기의 언어학자로써, 그는 '국어로마자' 제정에 참여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중국어의 라틴문자화가 백화문에는 적합하지만 문어체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려 이 시를 썼으며, 결국 백화운동으로 중국에서는 입말을 바탕으로 한 표준중국어를 글말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럼 이 시를 백화문으로 옮긴 것을 보시겠습니다.
《施氏吃獅子記》
有一位住在石室裏的詩人叫施氏,愛吃獅子,決心要吃十隻獅子。
他常常去市場看獅子。
十點鐘,剛好有十隻獅子到了市場。
那時候,剛好施氏也到了市場。
他看見那十隻獅子,便放箭,把那十隻獅子殺死了。
他拾起那十隻獅子的屍體,帶到石室。
石室濕了水,施氏叫侍從把石室擦乾。
石室擦乾了,他才試試吃那十隻獅子。
吃的時候,才發現那十隻獅子,原來是十隻石頭的獅子屍體。
試試解釋這件事?。
《Sh? Sh? ch? sh?zi j?》
Y?u y? w?i zh? z?i sh?sh? l? de sh?r?n ji?o Sh? Sh?, ?i ch? sh?zi, ju?x?n y?o ch? sh? zh? sh?zi.
T? ch?ngch?ng q? sh?ch?ng k?n sh?zi.
Sh? di?nzh?ng, g?ngh?o y?u sh? zh? sh?zi d?o le sh?ch?ng.
N? sh?h?u, g?ngh?o Sh? Sh? y? d?o le sh?ch?ng.
T? k?nji?n n? sh? zh? sh?zi, bi?n f?ng ji?n, b? n? sh? zh? sh?zi sh? s? le.
T? sh? q? n? sh? zh? sh?zi de sh?t?, d?i d?o sh?sh?.
Sh?sh? sh? le shu?, Sh? Sh? ji?o sh?c?ng b? sh?sh? c? g?n.
Sh?sh? c? g?n le, t? c?i sh?shi ch? n? sh? zh? sh?zi.
Ch? de sh?h?u, c?i f?xi?n n? sh? zh? sh?zi, yu?nl?i sh? sh? zh? sh?tou de sh?zi sh?t?.
Sh?shi ji?sh? zh? ji?n sh? ba.
한 눈에 봐도 변별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시는 어디까지나 표준중국어 화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중국어 방언이나 외국의 한자 사용국(예를 들면 우리나라 등) 화자가 보면 변별력이 높아지게 되지요.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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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마시멜로군
2016-02-27 23:08:01
앜ㅋ 저거ㅋㅋ 한어병음으로 읽어봤는데 싀↗싀↘싀?... 라 웃기죠ㅋㅋ
마드리갈
2016-03-02 18:32:24
같은 발음이 성조만 달리하여 반복되는군요!!
계속 시시시시시시 그러니 정말 기묘해요!! 저 한시를 지은 사람은 천재임에 틀림없어요.
그러고 보니, 시는 아니지만 무슨 한문 고전 중에 중국어로 낭독하면 매미가 맴맴맴맴 하는 것같이 들리는 것도 있어요. 예전에 교양한문시간에 배우긴 했는데 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고 있어요.
전 고전한문은 알고 중국어는 모르다 보니, 고전한문식으로 쓴 문장이 친숙하게 읽혀요.
SiteOwner
2016-03-06 23:19:08
확실히 기묘하군요. 내용도 기묘하지만 발음은 더욱...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비슷한 언어유희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문법적으로 오류가 없는 문장 중 Buffalo buffalo Buffalo buffalo buffalo buffalo Buffalo buffalo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키샤(きしゃ)라는 명사를 이용하여 지은 글이 있는데, 키샤라는 발음의 단어에는 귀사(記者, 貴社), 기차, 기사, 희사(喜捨)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은 일본어에서 한자를 배제할 수 없는 사례로 인용되고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