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명진버스의 추억

SiteOwner, 2017-07-14 23:58:43

조회 수
165

수도권에 주둔하던 미군이 모두 평택으로 이전한다고 하니까 생각나는 게 좀 있어서 써 봅니다.

명진버스라는 게 있었습니다.
흰색 바탕에 짙은 분홍색 띠, 그리고 그 위에 MYUNG JIN이라고 로마자로 표기된 버스회사 로고가 외형상 특징인 그 버스는 Western Corridor라고 불리던 수도권 북부지역 소재의 미군부대를 잇는 버스였습니다. 그 버스와 관련된 추억을 몇 가지 늘어놓아 보겠습니다.

1.
동두천 캠프 케이시 구내의 명진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돌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미군 가족 중 흑인 어린이가 저에게 돌을 던진 것이었는데, 순간 화가 나서 그 아이를 노려보면서 달려들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의 어머니가 저에게 사과를 하면서, 그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소리를 높였던 게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군요. 어린이에게 따져봤자 뭐하겠나, 이미 아이의 어머니가 저렇게 사과를 했는데 됐지 하고 그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지금 생각해도 씁쓸합니다.

2.
동두천과 의정부 사이였다고 기억납니다.
저는 버스의 통로 왼쪽 좌석에 앉았고, 통로 오른쪽 좌석에는 한 여성과 어린 두 딸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어로 말하더군요. 아무래도 미군 남성과 결혼한 일본인 여성이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한국에 온 것 같았습니다. 딸들은 검은머리면서도 묘하게 백인같아 보였습니다.
그 어린이들이 말하던 게 아직도 생각납니다.
おかあさん、おとうさんどこ?あっち?こっち?
(엄마, 아빠 어디, 저기, 여기?)

3.
명진버스 안에 깡통이 하나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운전수가 주행 도중에 차문을 열더니 방향을 이리저리 꺾어서 문 쪽을 향해 유도한 뒤에 밖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군들이 욕을 하고, 저는 얼굴이 확 뜨거워지더군요.
그때 저와 미군들이 한 대화가 지금도 생각납니다.

In his mind, he's driving a Porsche, but he should have reminded he's driving a bus.

Yeah, you're right. In the states, his driving like that results in at least $500 fine.


4.
버스 안에서 어떤 미군의 소지품에 감동적인 시가 한 편 쓰여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미군에게 말을 걸어서, 그 시를 읽고 놀랐다고 밝히면서 작가가 누구인지를 물어봤습니다. Charles M. Province라는 미 육군의 군인이 1970년에 발표한 시라고 합니다.

그 시를 여기에 소개합니다.


It is the Soldier, not the minister
Who has given us freedom of religion.

It is the Soldier, not the reporter
Who has given us freedom of the press.

It is the Soldier, not the poet
Who has given us freedom of speech.

It is the Soldier, not the campus organizer
Who has given us freedom to protest.

It is the Soldier, not the lawyer
Who has given us the right to a fair trial.

It is the Soldier, not the politician
Who has given us the right to vote.

It is the Soldier who salutes the flag,
Who serves beneath the flag,
And whose coffin is draped by the flag,
Who allows the protester to burn the flag.



벌써 이것도 정말 오래전 일인데, 여전히 생각난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제 명진버스 이런 것도 옛 말이 되겠지요.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안샤르베인

2017-07-16 22:31:56

마지막 시는 군인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느낌이네요. 요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있는 터라 왠지 눈길이 가서 읽어보았는데,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SiteOwner

2017-07-16 22:46:04

우리가 누리는 자유라는 게 공짜로 얻어진 게 아니지요. 그래서 Freedom is not free라는 역설적인 격언도 있는 건가 봅니다. 그래서 요즘 저 시가 다시 생각나서 자주 낭송해 보고 합니다.


마지막 연의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지요.

국기에 경례하고 국기 아래에서 복무하고 관이 국기로 덮이면서 국기를 불태우며 시위하는 자들까지도 보호하는 그들이 바로 군인이라는 것. 미군이 세계최강인 것이 단지 규모, 장비, 기술, 경험뿐만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군인을 존경하고 복무자를 우대하는 상무정신이 있으니 역시 최강인 점을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51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2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3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8
2895

간단히 써 보는 캐릭터 설정.

3
시어하트어택 2017-07-15 129
2894

명진버스의 추억

2
SiteOwner 2017-07-14 165
2893

더위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4
마드리갈 2017-07-13 137
2892

[이미지 있음] 타 작품의 설정에 대해 느끼는 미묘한 감정

5
  • file
HNRY 2017-07-12 190
2891

이미지 표시관련 협조요청 및 이용규칙 일부개정 공지

4
SiteOwner 2017-07-11 402
2890

새 포럼에서의 인사 그리고 사죄의 말씀

13
마드리갈 2017-07-10 284
2889

게시판별 게시물 이관 및 보수작업 진행현황

마드리갈 2017-07-09 286
2888

사이트 이전 안내 및 중요 공지사항 요약

마드리갈 2017-07-08 143
2887

근황(공부하는 이야기 위주)

2
시어하트어택 2017-07-07 121
2886

아직 듣지 못한 성우의 목소리를 찾고있어

6
마키 2017-07-06 156
2885

설정을 쓰다가 드는 생각들

8
HNRY 2017-07-05 185
2884

지독한 더위 및 관련된 이야기 모음

6
SiteOwner 2017-07-05 169
2883

애니에 등장하는 고등학교 이외의 학교

6
마드리갈 2017-07-04 171
2882

1983년 대한항공 B747SP 조종석 및 기내시설 모습

2
  • file
B777-300ER 2017-07-03 128
2881

눈물을 마시는 새를 요즘 다시 읽고 있습니다.

7
콘스탄티노스XI 2017-07-03 191
2880

우주 경쟁의 여명 속에서...

4
마키 2017-07-02 133
2879

히어로즈 오브더 스톰 신영웅은 스투코프군요.

5
  • file
콘스탄티노스XI 2017-07-01 130
2878

창작자가 겪을 수 있는 불쾌한 일들

3
앨매리 2017-06-30 137
2877

게자리의 여름아이가 보낸 6월에의 기억

6
SiteOwner 2017-06-30 178
2876

[야구] 이게 프로냐?

6
콘스탄티노스XI 2017-06-29 140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