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의 끝자락에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서,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을 돌아보기 제하로 글을 한 편 쓴 것이 있었어요. 그 글에서 다룬 것 중에는 AI의 대유행과 그로 인한 닭고기와 계란에 가해지는 영향에 대한 생각도 있었어요. 일상생활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당연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래서 일상의 일부분이 엄청난 사치가 될 수도 있다고...
그 글을 쓴 시점은 입춘이 시작되기 전인데, 지금 글을 쓰는 시점은 입추가 지난 시점.
그래서 이미 반년도 훨씬 넘었는데, 이제는 그때와는 달리 AI가 아니라 살충제가 문제이고, 닭이 살처분되는 대신 계란이 대량 폐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요. 그때든 지금이든 닭고기와 계란은 수난을 겪고 있고, 그것들을 소비하는 우리의 식생활이 더 이상 일상다반사가 되지 못하는 듯해서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어요. 닭고기와 계란 그 다음에는 대체 무엇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어떤 혼란이 엄습해 올까, 그리고 우리의 일상은 평온히 지켜질 수 있을까를 연속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사고력에 한계가 오는 것 같네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수 있는가를 제언할 능력도 지위도 갖고 있지 못한 저로서는 이런 생각마저 들고 있어요.
현대인의 삶은 문명의 혜택을 어느 때보다 많이 입고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사정에 가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삶이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위기에 노정된 삶 속에서 일상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고 또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등을...
이렇게 닭고기와 계란에 가해지는 수난이 한때의 수난으로 끝나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언제든지 발생가능한 위험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를 창안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일이 관심이 옅어지면 재발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머지 않아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를 테니까요.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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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Exocet
2017-08-18 22:25:11
언젠가 사람들이 먹을수 있는 가장 싼 단백질들중 하나인 계란과 닭고기를 자유롭게 먹을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미묘해지네요...
마드리갈
2017-08-19 08:28:46
그렇죠. 한자문화권에서는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로 농업을 중시했고, 현대적인 산업분류에서는 농업이 제1차산업으로 분류되어 있는 등, 시대상을 불문하고 농업은 문명사회를 유지시키는 기초로 작용해 왔어요. 그런데 요즘은 닭고기와 계란의 수난으로 대표되는, 그 기초 자체가 흔들리고 허물어지는 상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이게 불안해지네요.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이 사태에의 대처방법보다는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까의 이야기가 부각되고 있어요. 정책입안자들의 상당수가 상황판단이 제대로 안 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