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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바라본 1980년 5월의 그 날

마키, 2017-08-20 18:10:41

조회 수
150

(* 현재 개봉중인 영화 택시운전사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17일에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왔습니다.

어쩌다보니 올해는 3번(2월-너의 이름은. 6월-캐리비안의 해적)이나 영화관에 다녀 왔네요.


포스터를 처음 보자마자 "이건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인생영화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영화관에서 보고 왔네요.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끔찍한 참상과 계엄군의 발포 및 최루탄 살포 시의 사운드 이펙트는 컴퓨터 스피커로 흉내나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위압감과 공포를 전해줄 정도.



영화 택시운전사는 ?'푸른 눈의 목격자(Witness with Blue Eyes)'라 알려진 서독 사진기자 '위르겐 힌츠페터(J?rgen Hinzpeter, 1937-2016)' 씨와 그를 서울에서 광주까지 태워줬던 택시기사 '김사복(극중에서의 본명은 김만섭)' 씨의 일화를 각색한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는 두 사람이 공동주인공으로 나오는 버디 무비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일부 상황이나 인물 설정이 변경, 삭제되었지만 큰 틀은 위르겐 힌츠페터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하여 영화적 허용으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하게 각색되어 있습니다. 영제가 정관사 The가 아니라 부정관사 A를 쓴?'A Taxi Driver'인 것도 제목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택시운전사가 어떤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그저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점을 염두했을지도.


일화대로 광주까지 태워주면 10만원을 주겠다는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의 제안에 평범한 소시민 택시기사 김만섭(송강호)이 응하면서 언론 통제로 내부 상황은 그저 '폭도들이 난리치고 있다고'만 전해진 광주로 들어가게 됩니다. 허나, 광주로 가는 고속도로(=現 호남 고속도로)위를 달리는?자동차가 김만섭의 택시 뿐인데서 영화는 이미 이후의 불길함의 전주곡을 연주하고 있고...


그렇게해서 일본에서의 편안한 생활을 포기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으로 목숨을 걸고 광주로 침투한 사진기자와,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택시기사, 자신들도 힘든 와중에 이역만리 타지에서 온 생면부지 외지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광주 시민들의 도움 아래 힌츠페터가 촬영한 1980년 5월 그 날의 진실, 피의 학살과 정면으로 맞서 싸운 5.18 민주화 운동의 진실이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죠. 다만, 후에 힌츠페터는 택시기사 김사복을 수소문 했지만 눈을 감는 그날까지 결국?만날 수 없었고,?영화상에서도 5.18 민주화 운동 보도를 위해 힌츠페터를 공항에서 배웅하는 장면 이후로 둘이 대면하는 일은 없었으며 2003년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에필로그에서도 김만섭이 우연히 신문기사에서 그가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다시 한번쯤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보니 좋다"고 그를 그리워하지만 끝내 만나러 가지는 않고 새로이 손님을 받아 광화문으로 출발하는 모습이?마지막으로?나올뿐입니다.






이하로는 개인적으로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


1). 간신히 광주를 빠져나와 순천에서 밥을 먹던 만섭은 고작 90여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순천에서도 언론 통제로 사람들이 폭도 빨갱이 운운하는 대화를 들으면서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해 하는데, 초반부 프롤로그에서 서울의 봄을 한가한 대학생들의 데모 활동이라고 비하하던 그가, 가장 끔찍한 현장의 한복판에서 군부 정권의 공포와 함께 그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심정의 변화가 생겼다는 중요한 장면이죠.


다음 장면에서 서울로 상경한다고 제3한강교를?부르던 만섭은 북받쳐오르는 감정에 오열하다가 결국에는 딸에게 "아빠가 손님을 두고왔어" 라고 전화를 하더니?마음을 굳게먹고 다시 광주로 되돌아 갑니다.


2).?다시 돌아온 광주는 계엄군의 진압이 한층 거세진 탓에 병원 내부는 완전히 아비규환의 수라장. 그 구석에서 광주의 무거운 참상에 넋이 나간 힌츠페터를 발견한?만섭은 억지로 카메라를 쥐어주며 "이걸 전부 다 찍어다 외부에 알리는게 네 일 아니냐"고 격려하면서 그가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으로 이곳에 왔다는걸 상기시킵니다. 이때까지 줄창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대한 사건 앞에서 비로소 동지가 되는 순간이죠. 이 바로 직후?금남로에서 계엄군이 애국가를 부르는 사람들을 총으로 마구 사살한다(1980.05.19 금남로 시위)는 언급이 짤막하게 지나간뒤에 자신 보고 어서 서울로 돌아가라는 힌츠페터에게 "나는 택시기사고 너는 내 손님이니까 우리는 함께다."라고 어필 하는 모습도 중요한 포인트.


3). 광주에 온 그 날 밤. 엔진 고장으로 차가 퍼지면서 어쩔 수 없이 만섭과 힌츠페터는 병원에서 만난 광주의 택시기사(이자 사실상 광주 택시기사들의 큰형님)인 황태술의 집에서 하룻밤 묵게됩니다. 그런데 밖에서 외신기자가 목숨 걸고 들어왔다고 열렬히 환호하면서 없는 살림에도 한상 가득 차려오면서도 내세울만한 반찬이라는게 갓김치 정도가 고작인 소박한 시골 밥상...... 이외에도 택시기사들이 부상자 태우고 열심히 다니신다고 기름값을 받지 않는 주유소나 광주역에서 외신 기자와 서울 택시가 먼데서?왔다고 환호하면서 기꺼이 먹거리를 나눠주는 사람들처럼?흔히 폭동하면 생각하는 민간인 약탈 등의 행위가 일체 나오지 않고 순수하고 질서정연하게?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광주 사람들의 모습도 이 영화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4). 계엄군과 사복조장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 평범한 버디 무비가 이 사람들 나올때마다 심장을 옥죄이는 살벌한?스릴러 영화로 돌변하는 분위기는 가히 압권. 언급으로 지나간 금남로 시위를 비롯해 무기도 들지 않은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총살하는 계엄군의 모습은 공포영화를 방불케할 정도로 소름이 끼치는 광기가 느껴집니다. 영화를 위해 상당히 희석해서 순화된 장면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계엄군은 제가 본 어떤 창작물의 어떠한 악역보다도 광기에 사로잡힌 순수 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광주를 나가는 검문소에서 김만섭과 힌츠페터가 거짓말을 한다는걸 눈치채고도 아무 말 없이 묵인하고 보내준 박성학 중사 덕분에 권력의 수하로서 미치광이 악역으로만 나올뻔한 군대조차 내부적으로는 군부 정권 몰래 들키면 끝장날 각오를 하고서 이렇게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도와준 참 군인들이 있었다는 중요한 사실도 전달해줍니다.

마키
東京タワーコレクターズ
ありったけの東京タワーグッズを集めるだけの変人。

4 댓글

SiteOwner

2017-08-21 21:24:52

5.18은 한국현대사에서 여러모로 큰 영향을 남겼습니다. 그것의 명암은 오늘에도 현재진행형이지요.

그래서 그것을 다룬 영화에 대해서는 특히 말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고, 말씀하신 영화를 본 입장도 아니니 할 수 있는 말은 범위가 보다 좁아지겠습니다만...여러모로 인상깊은 장면이 많았다는 게 열거하신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됩니다. 어떻게 느끼셨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본문의 위르겐 힌츠페터의 로마자 표기는 운영진 권한으로 고쳐두었습니다.

마키

2017-08-28 12:07:55

뭐 확실히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거의 혼자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송강호 씨의 연기는 말 할 것도 없고, 대체 왜 이 사람들이 그렇게 참혹하게 죽어야만 했는지 안타까울 정도로 순박한 시골사람들인?광주 시민들의 모습과, 그와 정 반대로 폭력과 광기가 넘쳐흐르는 계엄군의 극명히 대조되는 모습.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를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택시기사 김만섭)의 눈으로 솔직하게 바라보는 모습 등이 특히 그렇습니다.


이제 슬슬 스크린에서 내려올때가 된 듯 싶은데 기회 되시면 한번쯤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듯하네요.

마드리갈

2017-08-22 15:53:19

택시운전사를 보고 오셨군요. 여러모로 잘 만든 영화라고 들었어요. 그리고 마키님의 감상평에서도 그런 것들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인상적이라고 거론하신 네 장면에 모두 저마다의 특징이 있네요.

장면 1에서는, 자신과 관련없어 보이는 거대 정치담론이 자신의 생활 밎 영역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지닐 때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장면 2에서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의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가를 질문받을 때의 선택,장면 3에서는 "민의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 그리고 장면 4에서는 이 영화가 마냥 특정세력을 미화하거나 특정세력을 증오하자는 것이 아니라, 억압받는 상황에서의 양심의 선택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나타낸다는 점이겠어요. 

마키

2017-08-28 11:58:55

개봉한지 거의 18~19일 남짓한 기간만에 2017년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확실히 영화적 장치가 좀 작위적인 부분이 없잖아 있어도, 5.18 민주화 운동 당시의 모습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개 등은 확실히 재밌게 볼만 합니다.


본문은 딱히 그런걸 생각 안하고 썼지만 그렇게도 보이는군요. 장면 4의 거짓말을 한다는걸 알고도 묵인해준 군인은, 실제 힌츠페터가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영화 상에서도 가장 살벌한 장면이라서 영화적 각색인줄 알았는데 실화라는게 놀라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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