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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 그 후 1년, 그리고 내진에 대한 제언

마드리갈, 2017-09-12 15:11:34

조회 수
242

작년 하반기를 강타한 자연재해 중에서 가장 무서웠던, 2016년 9월 12일 저녁의 경주 지진.

벌써 그 날로부터 1년이 지났어요. 그리고 그 때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기억에 새로운 상태로 남아 있어요. 당장 저만 하더라도 그저 격하게 흔들릴 뿐인 집 안에서 그대로 주저앉아서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하는 공포감에 떨었고 지진이 끝난 이후에도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일어나기 힘들었다든지 실금해 버리거나 한 상황을 겪었으니까요.


1년이 지난 지금, 이 사회는 지진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요?

특히, 매일 이용하고 거주하는 건물의 안전이 더욱 높게 요구되는데 정작 이 방면에 대해서는 별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저라도 미력하게나마 몇 가지의 제언을 해 볼까 싶어요. 관련 분야의 전공자가 아니라서 일반론적인 부분밖에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여러 중요개념을 최대한 알기 쉽게 요약정리했음은 밝혀 둬야겠어요.



2016년 4월 16일, 일본 쿠마모토에서 일어난 대지진이 앞으로의 내진대책에 시사하는 점이 상당히 많아요.

쿠마모토가 위치한 큐슈는 일본 내에서 비교적 지진이 적은 편이었다 보니 일반가옥의 경우 내진대책이 그다지 철저하지 않았던 문제가 많았고 기둥 및 벽의 직하율이 낮은 가옥의 피해가 특히 심했는데다 지붕 내부에 황토를 채워넣는 전통적인 건축방법을 적용한 경우 붕괴 및 인명사고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어요. 이런 것들을 참조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우선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인 직하율(直下率)부터 알아볼께요.

직하율이란, 위층과 아래층에 걸쳐서 기둥이나 벽이 얼마나 이어져 있는가의 비율을 말해요. 2층의 기둥이 10개인데 이것이 모두 1층과 이어져 있다면 이 건물의 기둥직하율은 100%가 되는 것이고, 6개만 1층과 이어져 있고 4개가 그렇지 않다면 이 비율은 60%로 달라져요.

직하율이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은 이렇게 대비되어요.


i_madori031.png

(이미지 출처 http://tactcs.jp/inspectionguide/with-the-rate-underneath/)


왼쪽의 건물은 기둥직하율이 100%이지만 오른쪽의 것은 가장자리의 4개만 아래위가 연결되어 있고 나머지는 이어져 있지 않아 기둥직하율이 50%로 되어 있어요. 당장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집이 지진의 충격에 흔들리게 되면 바닥의 기하학적인 중심과 무게중심이 달라지는 편심현상이 일어나고 그러면 건물의 균형이 무너져 쓰러지게 되어요.


직하율에 따른 사고사례의 비율은 다음과 같아요.


img_11.jpg

(이미지 출처 http://kansai-gon.seesaa.net/article/442666008.html)


사고물건비율의 평균치가 0.025%인데, 이 이하로 비율을 낮추려면 직하율은 최소 50-60%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세계에서 지진에 대해 가장 철저하게 대비한다는 일본에서조차도 내력벽의 양만 강조했지 건물의 기둥 및 벽 직하율이 일정수준 이상일 것을 의무화하는 규정이 없어서 이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요. 그래서 공간활용이 좋다는 이유로 기둥 및 벽 직하율이 낮은 가옥이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문제가 많았고, 그러한 주택들은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무참히 희생되었어요. 그렇다 보니 일본에서는 새로이 기둥 및 벽 직하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진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어요. 기둥 및 내력벽을 증설한다든지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바닥을 강화하여 낮은 직하율을 보충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인 대책으로 강구되고 있어요.


또 하나 주의깊게 봐야 하는 점은 전통가옥의 구조.

일본 큐슈지방은 저위도 지방 특유의 고각도로 내리쬐는 햇볕으로 인해 덥기로 악명이 높아요. 그래서 이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전통가옥이 지붕 안에 황토를 채워넣는 방식으로 발전했어요. 이 방식은 단열효과가 우수하여 여름에 더 시원하고 겨울에 더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는 한데, 결정적으로 중량이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어요. 게다가 지붕의 표면 마감재인 기와 또한 무게가 상당히 크다 보니 더더욱 무게중심을 높이기 마련이예요. 이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전통가옥과 꽤 많이 닮아 있는 것이 보이고 따라서 참고해야 할 필요성 또한 높아져요. 실제로 쿠마모토 대지진에서 피해를 크게 입은 건물에 전통가옥이 많았고, 특히 기둥이 부러지거나 미끄러지면서 지붕이 주저앉아서 사망자가 많이 난 경우 또한 많았다 보니 전통가옥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붕의 경량화 개량사업이나 횡방향 충격에의 내충격성 강화 등의 대책이 여러모로 필요하다는 것도 도출되어요.


콘크리트블록으로 쌓은 담도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예요.

담이 무너지면 보고 피하면 되지 하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그게 쉽게 되지 않아요. 콘크리트는 압축강도가 상당히 높기는 하지만 인장강도가 낮다 보니 콘크리트 블록담에 횡방향으로 힘이 가해지면 쉽게 흔들려서 블록들을 고정시켜 놓은 시멘트가 쉽게 갈라져 떨어지게 되니까 근처를 걷던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을 주지 않고 갑자기 무너져 버릴 위험이 높아지게 되어요. 그러니 이미 사고가 난 뒤에는 늦은 것이죠. 


건물의 경량화 또한 앞으로의 내진대책에서 중시되어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세간의 상식과는 다르게, 같은 구조강도를 지니고 있더라도 가벼운 건물이 지진을 보다 잘 견디고 또한 붕괴의 위험도 적어져요. 특히 고층의 대형 업무용 건물은 넓어질수록 높아질수록 중량도 늘어나게 되니까 가볍고 단단하게 지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요. 그 대안으로서 미국과 일본에서는 1990년대에 걸쳐 CFT(Concrete Filled Steel Tube) 구조에 대해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고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신규건설되는 업무용 건물에서 이러한 구조가 급속히 보급되고 있어요.


cft01.gif

(이미지 출처 http://www.kajima.co.jp/tech/material/middle/cft/)


왼쪽부터 철근콘크리트구조(RC),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SRC), 철골구조(S), 콘크리트충진강관구조(CFT).

CFT 구조는 강관 내에 콘크리트를 채우는 기둥이 근간으로 되어 있는데, 용접부분이 많고 콘크리트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서 콘크리트의 품질관리수준이 더욱 높게 요구되어 건설비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콘크리트가 직접 노출되지 않아 콘크리트의 열화 위험이 적고 강관과 콘크리트가 급격한 변형을 서로 막아주는 효과가 높아서 지진에 보다 잘 견디는 장점이 있어요. 보다 가벼운데다 공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점도 장점이예요.


우리나라에서는 도입이 늦기는 했지만, 2013년 포스코건설이 이 CFT 구조를 도입하기 시작했어요(MK부동산 2013년 12월 22일 기사 참조). 앞으로 많이 보급되어 보다 신뢰성 높은 건물이 많아졌으면 하는 기대감도 들고 있어요.



경주 지진의 충격이 여전히 크고 언제 이 이상의 지진피해가 엄습해 올지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정리해 놓은 내진 관련의 제언이 앞으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움직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써 보았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마키

2017-09-12 15:48:55

지진 하니 쿠마모토의 어느 맨션은 2개 동을 중간에서 하나로 이어주는 부분이 있는데 지진 발생시에 그 부분이 먼저 파괴되면서 두 동의 건물을 물리적으로 분리시키고, 동시에 지진의 충격을 분산시키는 구조로 설계되어 실제 지진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고 하죠. 이런 면에선 확실히 자주 있진 않아도 전체적으로는 늘상 있는 일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하는 자세가 갖추어져 있다는건 한 수 배워야 할듯 싶어요.

마드리갈

2017-09-12 17:00:20

역시 대비하고 대비하지 않고가 엄청난 차이를 만드네요.

쿠마모토시는 물론이고 현 전체가 광범위하게 지진의 영향권역에 들었는데, 어떤 곳은 처참히 부서져서 복구에 엄두도 못 내고 있는 반면, 언급하신 그 맨션은 기발한 착상으로 설계되고 시공된 결과 큰 피해를 면할 수 있게 되었고...


본문에서 언급한 사고물건비율의 평균치가 0.025%인데, 이게 낮은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건물 100만호당 250호가 사고를 당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율임이 드러나게 되어요. 일본 국토교통성 2016년 발행 주택경제관련데이터를 보면 2013년 기준 일본 전국의 주택총수는 대략 6,062만 9000호로, 저 비율을 적용하면 대략 15,158호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 사고에 희생되기 마련이예요. 이 경우 1주택에 4인가구 1세대가 거주한다고 가정하면 인명피해는 대략 6만명을 넘게 되는데,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사상자가 최대 5만명 내외,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사상자가 25,000명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어요.

안샤르베인

2017-09-12 22:08:00

직하율을 보니 새삼 기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확 느껴지네요.

제대로 연결되지 않을 때의 위험성이 무시무시하군요.

마드리갈

2017-09-12 22:27:16

단지 집이 보기좋고 내부가 넓어 보인다고 해서 그게 좋은 집인 것은 아닌 것이죠. 기본적으로 기둥과 벽이 아래위로 잘 연결되어 있어야 튼튼하고, 설령 불가피하게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탈출할 시간을 벌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붕괴된다는 신호가 오자마자 폭삭 무너져 그대로 깔려 죽는 일이 벌어지니까요.


일본에서조차도 안이한 발상으로 내진설계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꽤 많이 있어요.

2005년을 강타한 아네하사건(姉歯事件)이라는 게 있는데, 1급건축사였던 아네하 히데츠구(姉歯秀次)가, 그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에서 설계한 건물에 대해서 내진성능을 위조했다가 적발된 사건이었어요. 그 건축사무소에서 설계한 건물은 일본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진도 5 정도의 지진에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 폭로되어 일본 사회가 뒤집어지다시피 했고, 그 건축사무소에서 설계한 아파트는 "살인맨션" 이라는 야유까지 받을 정도로 혹평이 이어졌어요. 일부 호텔체인은 그 건축사무소에서 설계시공된 호텔건물 자체를 해체하여 재시공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도 했지만, 그러지 못한 곳은 겨우 보강공사를 거쳐서 쓰는 실정이죠. 그렇게 난리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지진이 적은 곳에서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작년의 쿠마모토 대지진을 통해서야 직하율 개념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화제가 되었어요.

대왕고래

2017-09-14 22:57:57

지진에 대한 대비책이 엄청 상세하게 되어있어요. 이거 알아두면 좋겠는데요.

정리를 하자면 기둥이 벽과 이어진 정도 (직하율)이 높을수록, 중량문제가 주로 언급되었고, 콘크리트 담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내용이네요.

지금 제 기숙사도 그렇게 되어있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여긴 신설기숙사이긴 한데...

제 랩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게 작년에 밝혀졌고요. 마구 흔들리면서 벽에 금도 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천장도 무너졌고요. 아무도 안 다친 게 정말 천운이었죠. 그 이후로 한동안은 조금만 흔들려도 막 뛰쳐나오고 그랬었어요.

마드리갈

2017-09-15 14:11:57

제공된 정보가 유용하군요!!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예요.

국내 건축물의 내진기준은 1988년에 제정된 이래, 2000년, 2005년, 2009년, 그리고 2016년에 개정되었어요. 그래서 내진기준이 적용된 시점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날 수 있겠어요. 랩실은 확실히 취약하네요. 기숙사에서 랩실만큼 피해가 없다면 보다 향상된 내진기준을 적용받았을 거예요.


정말 지진 트라우마가 크다는 게 실감나네요. 저도 조금만 흔들리면 금세 불안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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