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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셰비키 혁명 100주년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며

SiteOwner, 2017-11-07 18:59:59

조회 수
138

1917년 11월 7일은 볼셰비키 혁명. 또는 10월 혁명의 날입니다.
당시 러시아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래서 당시 역법으로는 10월 25일이라서 이 혁명을 10월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의 건국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20세기의 거대한 사상 실험의 시작이었는데, 지금은 어떨까요?

소련 해체 당시에 태어난 아기가 벌써 20대 후반의 청년이 되어 있을만큼 시간이 흘렀는데다, 한때 대독승전일과 나란히 소련의 양대 주요 기념일로 지정되어 성대히 기념된 것도 이미 먼 옛이야기로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러시아 내에서는 아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는 "그 날을 기념할 일정도 없고, 그런 것을 할 이유도 없다" 라고 딱 잘라 말했을 정도로 관심이 없습니다. 소련이 이미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보니, 이러한 태도 또한 충분히 납득 가능합니다.

소련의 존재는 20세기의 부침과 거의 궤를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유럽 외교사의 변방에서 세계를 양분하는 냉전기 양대 패권국이자 제2세계의 수장으로 등극할만큼 급성정한 나라가 바로 소련이고, 또한 초창기에는 신생 폴란드에게도 패배했을만큼의 약체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연합군의 일원으로서 나치독일을 패배시킨 주요 군사강국으로 지위가 급변하고 20세기 후반에는 세계 각국의 공산화를 주도하는 붉은 힘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자국내의 온갖 사회모순 해결에는 아무 손도 쓰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져 존재 자체가 소련의 승계국들에게조차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소련이라는 말 자체가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되어 있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소련의 잔영은 여전히 거대하게 남아 있습니다.
현대국가의 국경획정, 세계각국에 다양한 형태로 수출된 증오, 서방세계의 문물보다는 낮은 기술수준이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쓸 수는 있는 각종 문물, 국제관계에서의 진영논리 횡행, 구소련 사회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불신풍조, 그리고 한반도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북한의 존재 등은 소련이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그림자가 여전히 길게 늘어져 있어서 경계심을 마냥 풀 수만도 없겠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사상실험이 대체 무엇을 위해서였나 하는 회의가 드는 한편, 지금도 세계 어디서인가 소련의 흥망성쇠가 자신에게는 예외일 것이라고 자부하는 야심가가 제2의 레닌을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니까요.

언제 소련의 잔영이 세계의 여기저기에서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할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이미 없어진 소련이 현재를 사는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역설적인 상황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


폴리포닉 월드는 소련이 자기개혁에 성공하여 해체과정을 거치지 않고 오히려 건재해 있다 보니 볼셰비키 혁명 100주년의 함의가 현실세계와는 확연히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유산이 여전히 있을 것은 동일하겠지만요.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HNRY

2017-11-07 20:57:38

소련의 대대적인 홍보 때문에 로마노프 왕조를 떠올린 혁명 하면 공산주의 혁명을 떠올리지만 사실 진짜로 제정을 무너뜨린 건 2월(3월)혁명이었지요. 다만 그 짧은 8개월간의 임시정부가 혼란을 수습하지 못했단 점에서 굳이 옹호할 이유는 없긴 하지만.....여튼 소련의 기념일과 별개로 여전히 세계사적으로 러시아 혁명을 다룰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날이긴 하죠.


뭐어 소련의 부정적인 유산들과 별개로 그 소련의 군대인 소련군의 유산으로 취미생활을 즐기는 입장에서도 복잡미묘한 국가입니다. 적어도 이쪽에 한정된 잔영만은 계속 남아줬음 하는 바람이군요.

SiteOwner

2017-11-07 23:28:19

말씀하신 것처럼, 2월 혁명으로 로마노프 왕조는 붕괴되고, 케렌스키 주도의 임시정부가 성립되었습니다. 그리고 10월 혁명은 그 임시정부의 전복, 그리고 소련 건국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2월 혁명의 존재감이 조금 낮기는 합니다. 가만히 보면 이런 것이 뭔가 압축된 역사로 보이는군요. 서유럽에서의 절대왕정의 붕괴 이후 자유주의 확산 및 국민국가의 형성이 일어난 데에 비해, 러시아에서는 절대왕정 붕괴 이후 1년도 못된 짧은 과도기를 거쳐서 공산혁명이라는 형태로, 압축된 역사가 나타난 게 보여서 그렇습니다.


소련식 설계사상은 확실히 독특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이어지겠지요. 그리고 그런 것도 있어야 문화의 다양성이 유지되기에 저 또한 독특한 문물의 존속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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