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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관련으로 짧게 몇 가지

마드리갈, 2018-08-09 22:55:04

조회 수
161

요즘 석탄 관련의 이슈가 많다 보니 간단하게 써 보려고 해요.
짧게 몇 가지씩.

탄소의 독일어 표현이 Kohlenstoff인데, 석탄을 의미하는 Kohle와의 접점이 바로 보여요.
영어로는 석탄이 Coal이고 탄소가 Carbon인데, 두 단어 사이에는 직접적인 접점이 없어요. 탄소의 Carbon은 라틴어 Carbo에서 유래하니까, 오히려 이탈리아 파스타 요리인 카르보나라와 어원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카르보나라의 유력한 어원 중의 하나가 숯 굽는 장인인 카르보나로(Carbonaro)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석탄 하면 주로 강원도, 특히 태백, 정선 등의 지역을 생각하기 쉽지만, 다른 지역에도 탄광은 의외로 있어요.
대표적인 곳으로는 경상북도 문경시, 충청남도 보령시, 전라남도 화순군.
이러한 광산촌 지역에서 쓰이던 말 중에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게 있어요. 막장이라는 단어. 이것은 탄광의 맨 끝부분을 의미하는 말인데, 이제는 이 사전적 의미보다는 더 나빠질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게 압도적...
게다가 공통적으로 탄광용 철도가 있었다가 이제는 상업운전을 종료한 역사가 있기도 해요.

수일 전에 NHK에서 칸몬해협(関門海峡) 관련 프로그램을 보았어요.
칸몬이란,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下関) 및 후쿠오카현 모지(門司)에서 한자 하나씩을 따서 말하는 것인데, 원래는 시모노세키해협이었다가, 해협 건너의 모지가 급성장하면서 두 도시의 이름을 공동반영하는 방향으로 개명되었다고 해요. 그 모지가 발달한 이유 중의 하나가, 지역내에 대형 탄전이 있는 것이 탐사결과로 알려져서라고 해요. 한때는 일본내 석탄의 50%를 공급하고 해외수출까지 했다는 그 모지는, 주력 석탄산지로서는 후쿠오카현 북부의 사이토자키(西戸崎), 남부의 미이케(三池), 오무타(大牟田) 등과 북해도(北海道) 각 지역에 왕좌를 내 주었지만, 20세기 전반의 석탄산업의 번성 이후로 일본 유수의 도시로 성장해서 지금은 인구 100만을 넘는 정령지정도시(政令指定都市, 일본전국 20개 존재) 중의 하나인 키타큐슈시(北九州市)의 한 구로 존속해 있어요.


현대문명의 에너지원 중에 의외로 석탄이 두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2018년 6월에 영국 석유회사 BP에서 발간된 세계 에너지통계를 보면, 2017년도의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 135억 1120만 MTOE(=Million Tonnes Oil Equivalent, 석유 100만톤 환산) 중 석탄은 2위인 37억 3150만 MTOE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것은 전체대비 27.62%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기도 해요. 석탄은 단위질량당 에너지가 석유보다 낮은 수준으로, 같은 질량 대비 최대 70% 정도에 지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소비량을 에너지량 대신 질량으로 표시한다면 석유(46억 2190만 MTOE)를 훨씬 뛰어넘는, 최소 53억 3071만톤 이상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현대는 여전히 석탄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산업혁명기에 제조업이 급성장한 곳에는 예외없이 석탄이 풍부했어요.

영국이야 말할 것도 없고, 후발주자에 속했던 미국, 독일, 일본 또한 석탄을 자급할 수준이 되었어요. 프랑스는 탁월한 기초과학역량, 농업생산력 및 대서양과 지중해에 모두 맞닿은 천혜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석탄 생산량 부족으로 제조업 발달이 뒤처졌던 핸디캡이 있었고,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프랑스는 전승국으로서 패전국 독일의 서부지방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어요.


브렉시트 등의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시초에 의외로 석탄이 작용하고 있어요. 1952년에 벨기에, 프랑스, 서독, 네덜란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의 6개국이 결성한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CSC, 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는 유럽연합 출범이라는 역사를 달성하고 2002년에 해산되었어요.


남아프리카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그렇게 집중하지 않다 보니 이 나라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는 경우가 꽤 있어요. 하지만 석탄을 이용한 합성석유제조에 대해서는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국가가 바로 이 남아프리카.

사실 일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다량의 열만 있다면 석유를 제조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은 1925년 독일의 화학자 프란츠 피셔(Franz Fischer, 1877-1947)와 한스 트롭쉬(Hans Tropsch, 1889-1935)가 개발했어요. 이름하여 피셔-트롭쉬 공법(Fischer-Tropsch Process).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이 국토 내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석탄을 전차 및 항공기에 필요한 가솔린으로 변환하는 데에 많이 이용되었는데, 상업적으로는 1950년 남아프리카에서 설립된 기업인 사솔(SASOL)이 1955년부터 피셔-트롭쉬 공법으로 합성석유를 양산하면서 본격화되었어요. 석탄이 풍부한데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남아프리카의 자원사정은 이렇게 극복되었고, 사솔은 세계 33개국에 사업장을 두는 남아프리카 최대의 기업이 되어 있어요. 심지어는 합성석유 기술의 원류인 독일에 진출했을 정도로.


석탄 관련 영어 표현을 좀 보기로 할께요.

  • 무연탄 - anthracite, hard coal
  • 역청탄 - bituminous coal, black coal
  • 갈탄 - lignite, brown coal
  • 이탄 - peat, turf
석탄가공품 중 연탄, 조개탄 등은 영어로 어떻게 나타낼까요?
이런 건 briquette이라고 표현하면 되어요. 석탄, 숯 등을 가루내어 뭉쳐서 만든 것들을 말하고, 특히 무연탄으로 제조한 것은 anthracite briquette이라고 하면 되어요.
간혹 자동차의 도색 등에 Jet Black이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한데, 여기서 Jet란, 무연탄 중 상태가 아주 우수하여 금속광택이 나는 것을 말해요. 이런 것은 연마해서 보석으로 쓰이기도 하죠.

그러고 보니 석탄 관련으로 뭔가 시끄럽네요.
북한산 석탄이 원산지를 속이고 국내에 밀반입되었다는데, 사실로 보이네요.
후폭풍이 예상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18-08-26 02:25:02

석탄하면 강원도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군요. 게다가 의외로 석탄을 쓰는 곳이 많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합성석유 제조기술같은 것도 꽤 신기해요. 그런 걸 전문적으로 연구하면 정말 재미있을 거 같아요. 전공을 바꿔야하나 하는 이상한(?) 생각도 들고 그렇네요.

마드리갈

2018-08-27 14:55:37

국토가 좁다고 여겨지는 우리나라조차도 석탄산지가 의외로 꽤 다양한 게 재미있죠.

사실 저기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포항 인근에는 갈탄이 매장되어 있기도 하죠. 이건 열량이 낮다 보니 건조시킨다든지 해서 가공해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보니 이것이 풍부한 독일이나 호주 등에서는 화력발전의 연료로 아주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합성석유는 여러모로 재미있고 신기한 기술이죠. 아직은 이게 천연석유 채굴 및 정제에 비해 불리한 점이 있긴 하지만, 남아프리카의 사솔(SASOL)같은 사례도 있고, 앞으로의 발전이 많이 기대되는 기술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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