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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법원 판결이긴 하지만, 씁쓸한 것이 하나 있어서 소개할께요.
지난 2014년 전국을, 그리고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세월호 침몰사고는, 귀중한 인명이 불의의 사고로 희생당한데다 안전관리 수준이 과거 사고공화국 시대와 달라짐이 없었음이 재확인되는 등의 큰 상처를 남겼으며, 이 상처가 여전히 회복되고 있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2019년.
오늘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이 났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기간제 교사는 죽어도 차별받으며 그것이 정당하다는 말밖에 안되네요.
"기간제라서…" 세월호 순직 교사 손배소 패소 (2019년 1월 15일 중앙일보 기사)
쟁점은 이렇네요.
첫째, 기간제 교원이 국가공무원에 포함되는가.
둘째, 기간제 교원이 국가공무원에 포함된다면 피고인 교육감의 의무는 무엇인가.
셋째. 기간제 교원 배제정책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가.
첫째 쟁점에 대한 지방법원의 판단은 결국 대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데, 대법원이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과 국가공무원이 아니라는 확정사항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로, 어느 하나의 성립이 다른 하나의 자동증명은 되지 않죠. 그렇다면 국가공무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전제 자체가 결함이 있기 마련이예요.
교육공무원법 제32조는 기간제 교원의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3항과 제4항을 보면 이것을 "국가공무원이 아니다" 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제3항에서는 국가공무원법의 특정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지 해당 법령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거나 국가공무원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은 게 아니니까, 권리능력 등에서 제한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사실상의 국가공무원으로 의제되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어요. 그러니 지방법원의 판단은 결함있는 전제에 기반한데다 법령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 같네요.
둘째 쟁점에서도 여전히 의문은 남고 있어요.
교육감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정책상의 흠결의 결과나 대책이 기간제 교사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는 방향으로 귀결되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걸까요? 그래서 결론도출의 과정에 합리성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나온 결론조차 정당성이 없어요.
셋째 쟁점은 사실 이것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설령 이 쟁점에 대한 지방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점은 있어요. 그게기간제 교사의 희생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가 대체 어디에 있다는 걸까요? 불법이 아니라고 해도,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들을, 특히 학생들을 구하려 노력을 했다는 것에서 비슷하게 행동했던 다른 교사들과 차별해야 할 이유가 생기지는 않아요. 그러한 희생을 가치있게 여기지 않으면 지켜져야 할 가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만일 그 기간제 교사가 현장을 바로 이탈했다면 그때는 국가공무원이 아니니 구조활동을 할 의무는 없다고 할 건가요, 아니면 기간제 교사도 교사니까 학생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건가요.
교통할아버지 판례가 생각나네요.
위의 판례에서는 자발적으로 활동하던 교통할아버지도 광의의 공무원으로 간주하여 그의 행위가 외관상 공무원의 직무행위로 보이는 이상 공무원의 직무집행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이것이 국가배상법이 지키는 가치. 물론 이번의 순직한 기간제 교사의 경우는 적용한 법령과 해당되는 제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간제 교사니까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이런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 그리고 이렇게 이례적인 상황이 일어났을 때에 한정하여 어떻게 합리적이고 정당한 조치를 내릴 수 있는가가 아닐까 싶네요.
이게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에서는 어떻게 판단될지...
사법기관이 앞서서, 기간제 교사를 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문제없다고 공식적으로 말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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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9-01-20 14:54:27
법대로 판결이 난 것이라면 참 씁쓸한 법이 아닐 수 없고, 법 해석에 의해 판결이 난 것이라면 해석에 있어서 무언가 빠진 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다면 의심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개선하는 것.... 사법기관에도 이것이 필요함은 확실히 말할 수 있겠네요. 개선이 없으면 정체될 뿐이죠.
마드리갈
2019-01-20 15:06:29
흠결이 한두가지가 아니죠.
법 조항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것과, 법이 규정하는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명문화한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인데 이것을 동일시하면 그 자체로 결함을 안고 있고, 그것에 기반하면 올바른 결론이 나올 수가 없어요.
그나마 저게 확정판결이 아니고 지방법원 단계이라서 고등법원 단계에서는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거기까지 가려면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고 사람의 기력이 말라붙어야 하는 것인지...연일 업무량에 밀리고 치이는 지방법원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판을 대충 하거나 잘못해도 된다는 건 아니니까 개선이 필요해요. 이 상태로는 안된다는 건 명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