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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에, 눈뜨다] 6화 - 선배로부터의 경고

시어하트어택, 2019-02-02 12:23:04

조회 수
129

비숍이 G반을 장악하려다 실패한 그 날 오후. 6교시가 끝나고 하루 수업이 다 끝나자마자, 주리가 가장 먼저 교실을 나서고 세훈도 뒤따라 나선다.
“어? 너희들 왜 그렇게 급하게 가?”
앤드루 카슨이 세훈과 주리를 불러 세운다.
“오늘 부 활동 안 해?”
“아, 우리는 급하게 먼저 가 볼 데가 있어. 그럼 내일 보자!”
“아... 그래...”
어색하게 손을 흔드는 앤드루를 뒤로 하고 세훈과 주리는 G반 교실을 나선다. 복도는 학생들로 가득 찬 상황. 세훈과 주리는 조금 한적한 곳까지 간다. 어느 정도 걸어가자 사람이 없는 복도가 나온다. 세훈은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 입을 연다.
“그나저나... 이거 누구한테 먼저 알려야 되지?”
“메이링 씨한테 알려서 비숍이 등록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해 보는 게 맞겠지만...”
“‘맞겠지만’이라니?”
“우선은 그 선배한테 먼저 가 보자고.”
“아... 알았어. 서언이 형 말하는 거지? 가 보자.”

얼마 후, 미린 대학 캠퍼스 한가운데 있는 ‘미린 호수’ 가에 있는 벤치.
“그러니까 말이야...”
호수가의 한가운데의 벤치에는 세훈과 주리, 그리고 서언이 나란히 앉아 있다.
“아, 어제 할아버지 댁에 갔는데 말이지...”
“가족 모임 같은 거라도 했어?”
“아니. 그냥 내가 가 본 거야.”
“아... 그래? 그럼 그 삼촌인가 고모인가가 자기 능력 좀 보여 줬겠네?”
서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세훈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한다.
“말해 봐! 무슨 능력이었어?”
“아... 그거? 말했잖아. 너희들도 곧 알게 될 거라고.”
역시나, 서언은 더 말해 주려 하지 않는다.
“아니, 무슨 능력인지 대략이라도 말을 해 줘야지 우리가 좀 알 수 있을 거 아냐.”
“그게... 너희가 직접 겪어 봐야 ‘아, 이런 능력이구나’ 할 수 있을 거라서 말이지.”
“그래...”
세훈은 잠시 말이 없더니 잠시 후 다시 입을 연다.
“그런데 형, 진짜 말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응? 뭔데?”
“이것 때문에 사실 우리가 형을 부른 거거든.”
“어... 말해 봐.”
“사실 오늘... 오늘 우리 반이 초능력자의 공격을 받았어.”
“어...? 정말?”
방금 전까지도 웃고 떠들던 서언의 얼굴은, 언제 그렇게 웃고 떠들었냐는 듯, 한순간에 완전히 굳어진다.
“너희 반에 초능력자 하나가 너희 반 친구들 모두를 능력으로 조종했단 말이야?”
“아... 그게 형, 우리 반 말고, 옆에 반 녀석인데, 어느 새인가 우리 반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우리 반 애들을 자기 능력으로 조종한 거 있지.”
“어... 정말이야? 무슨 능력인데?”
“아... 위험한 능력이었어. 내가 겪은 걸로 말해 보자면... 그 녀석이 내 눈을 똑바로 보자마자, 내 정신이 점점 아득한 곳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었어. 겨우겨우 정신을 붙들고 있으려니까 정신적인 압박이 더욱더 심해지더라. 막 정신이 빨려 들어가려는 그 순간에 주리가 나타나서 겨우 해결되었는데...”
“잠깐, 주리가 나타나서 어떻게 해결했는데?”
“아, 그건 오빠.”
주리가 입을 연다.
“별것 아니야. 그냥 다른 교실로 가서 바깥벽을 타고 교실 창문으로 가서 그 녀석한테 날아차기를 한 건데.”
“자... 잠깐... 바깥벽을 탔다고? 어떻게?”
“그냥... 눈을 감고 하니까 되더라.”
“너... 너 너무 무모한 거 아냐?
“......”
“그러다가 떨어졌으면 어쩌려고 했어. 만약 그 상황에서 떨어져서 다치기라도 했다면 최소 병원 신세, 최대 사망이고, 그러면 너만 손해인 거야!”
“그건 그렇지. 그런데 그 때는 방법이 없었어.”
“아, 알겠어. 어... 어쨌든... 다른 건 없었어?”
“뭐 다른 거라면 있지...”
세훈은 조금 더 목소리를 낮추고 말한다.
“이게 더 중요한 건데, 그 클라인이라는 선배가 말이지, 나를 콕 집어서 노리고 있더라.”
“정말? 왜 하필이면 너일까?”
“그러게 말이야. 나한테는 특별히 초능력 같은 것도 없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살아왔는데... 왜 그 선배는 딱 나만 집어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네. 그 비숍이라는 녀석한테도 말하기를, 반드시 나를 클라인이라는 그 선배한테 무릎을 꿇려야 한다는 거야. 무슨 이유인 걸까...”
“글쎄... 그 녀석이 왜 그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서언은 머뭇거리며 입을 뗀다.
“그런데... 하나 짐작할 수 있는 건 말이야... 클라인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뭔가를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그게 뭔데?”
“나도 모르지. 알면 바로 그걸 말하겠지.”
“하긴, 그러겠구나.”
세훈은 실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또, 서언이 형이 초능력자 가족을 두고 있어서 조금은 알 줄 알았는데...”
“내가 그걸 알면 그쪽 기관에 취업하려고 했겠지. 안 그래?”
“맞아. 맞는 말인데, 아무래도 형 같은 경우는 가족도 있고 하니까, 예를 들어 VP재단 같은 데 취업하면 뭔가 좀 더 쳐 주고 그러지 않나? 마침 할아버지도 국회의원이고...”
“그런 것하고는... 딱히 상관은 없는 것 같은데. 무엇보다도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고 말이야.”
“그래도 사람들이 그런 데 들어가면 부러워하지 않아?”
“그게 아니지. 아무리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뭐, 그렇기는 하지... 그건 그렇고, 그 선배가 나를 그렇게 노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내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것도 막막하네.”
서언은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길게 내쉰다. 서언 자신의 입장에서도 이런 경우에는 뭐라고 해야 할지 어렵다. 하지만 후배의 부탁에 대답을 안 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리 역시 세훈과 서언을 번갈아가며 본다. 주리 역시 매우 어두운 얼굴색을 하고 있다. 지금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어느 정도는 주리가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장 그 비숍을 쓰러트린 게 주리이지 않은가? 서언은 머리를 박박 긁기도 하고, 한숨을 푹푹 내쉬기도 하고, 눈을 마구 비비기도 한 끝에, 겨우겨우 입을 연다.
“잘 생각해 봤는데...”
“뭔데, 형?”
“내가 생각해 본 답은 이거야. 그 녀석이 너보다는 분명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어. 하지만, 그 녀석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해 봐. 그럼 너는 이길 수 있어.”
“아... 알았어. 고마워.”
세훈은 그렇게 말하기는 말했지만, 역시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세훈은 다시 머리를 감싸 쥔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봐도 별로 특별할 것이 없지 않나? 체육을 잘해, 머리가 특출하게 좋아, 돈이 많아, 그게 아니면, 집안에 권력이 있어?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냥 공부 좀 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내가 그 선배를 이길 수 있는... 그 선배가 생각할 수 없는 게 뭐지? 도대체 뭐지? 세훈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걸음을 옮기려 한다. 바로 그 때.
“세훈아.”
서언이 세훈의 어깨를 잡고 불러 세운다.
“어... 왜...”
“내가 큰 힘이 되는 말은 못 해서 정말 미안해.”
“아... 아니... 아닌데...”
“하지만 기억해. 네가 외로운 싸움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너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는 사실, 그것을 잊지 마. 알겠지?”
“고... 고마워...”
“그래. 이제 가 봐.”
주리도 세훈의 뒤를 따라 일어난다. 세훈과 주리는 벤치에 앉아 있는 서언에게 손을 흔들고 나서 미린 호수를 떠난다. 세훈은 걸으면서 한 번 더, 서언이 있는 벤치를 돌아본다. 서언은 그대로 앉아 있다. 세훈은 한 번 서언을 향해 웃어 준 후,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다시 앞으로 걷는다.

그리고 며칠 후, 미린 고등학교의 점심시간. 점심식사를 마친 세훈이 교실로 들어가려 복도를 걷고 있다. 요새 다른 반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조금씩 늘은 것 같다.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도, 아마도 그 클라인 패거리와 관련이 있음은 분명하다. 막 F반 교실 옆을 지나는 그 때.
“야! 베리 그 녀석 왜 안 나왔대, 오늘은?”
“몰라. 원래 좀 음침한 녀석이잖아.”
‘베리’라는 이름이라면... 베리 비숍! 무슨 일이지? 왜 오늘 안 나왔다는 거지? 세훈은 F반 뒷문 옆에 서서 조금 더 들어 보기로 한다.
“누구 말로는... 병원에 갔다고 그러던데.”
병원? 병원이라고? 이게 무슨 말인가?
“병원? 아... 아마 꾀병 부리고 며칠 누우러 갔겠지 뭐.”
“맞아. 며칠 안 보니 좋지, 안 그래?”
과연, 세훈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다. 보통 안 좋은 평을 듣는 사람이라도 동정하는 사람 하나는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조차도 없다. 얼마나 주변에 평이 안 좋았으면, 하고 세훈은 생각한다. 잠깐. 그런데... 병원이라니? 세훈은 가장 먼저 비숍이 주리의 발차기에 맞아 쓰러졌던 그 때를 떠올려 본다. 하지만 그것 때문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당장 비숍은 조금 비틀거리기는 했으나, 5분쯤 정도 지나자 깨어나서 제 발로 멀쩡히 교실을 걸어 나갔다. 그리고 확실히 기억하는 건, 다음 날도 멀쩡히 학교에 나왔고, 그 다음 날도 그랬다.?
세훈은 교실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며칠 전의 일을 다시 떠올려 보려는 그 때...
“거기서 혼자 그렇게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앤드루 카슨의 목소리다. 곧바로 앤드루가 세훈 바로 옆에 앉아 세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뭐 고민이라도 있어?”
“아... 아니... 딱히...”
세훈은 앤드루의 말에 얼버무리며 대답한다.
“에이! 뭐야, 그 말투는.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는 뭐가 있다는 거 아냐?”
“......”
“말해 봐. 이래봬도 나 학생회 위원이고 또 우리 반에 상담역이라고.”
“그래... 네가 마음 써 주니까 고맙다. 고마운데...”
“고마운데, 라니?”
세훈은 앤드루의 말에 잠시 대답하기를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지금 당장 말하기는 곤란할 것 같아.”
“아... 그래?”
앤드루는 조금 맥이 빠진 목소리로 말한다.
“뭐가 됐든 좋아. 지금 말하기 곤란하면 천천히 말해도 돼. 하지만...”
앤드루는 여기서 다시 힘을 주고 말한다.
“그런 고민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내가 아니라도 좋으니까, 꼭 말해야 돼. 자기만 끙끙 앓고 그랬다가는 나중에 병이 돼. 알겠지?”
당연한 이야기이고, 세훈도 당연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세훈은 반쯤은 귀찮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어... 고마워.”
“그래... 알았어. 나는 가 볼 테니까. 언제든 말해.”
앤드루가 세훈의 옆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그대로 앤드루가 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다. 앤드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세훈은 크게 한숨을 쉰다.
“아... 뭘 좀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까먹었잖아.”
세훈은 AI 시계를 켜고 NURI를 부른다.
“아... 세훈 님, 왜요.”
NURI는 귀찮은 목소리로 말한다. 세훈은 단도직입적으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내가 F반 옆에서 애들 말하는 거 듣고 있었을 때, 너도 듣고 있었지.”
“아... 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봤을 때, 너는 비숍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겠어?”
“아...”
“정 모르겠으면 시내 병원들에 있는 환자 관리시스템 같은 데라도 침투해서 알아봐!”
“그... 그건... 제 권한 밖이라서 불가능하고...”
NURI는 어렵게 입을 뗀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 세훈 님이 말하는 그 빈센트 클라인 씨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세훈은 ‘클라인’이라는 말을 듣자 바로 눈이 번쩍 뜨인다.
“그래? 설마 했는데... 확실해?”
“네.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모두 분석해 봤는데, 95% 확실해요.”
“아... 알았어. 고마워.”
세훈은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푹 하고 숨을 내쉰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예상이 맞은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고,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에 대한 불안감의 한숨이다. 차라리 잊으면 좋겠지만... 잊을 수도 없다. 빨리 이 상황이 끝날 수만 있다면, 세훈은 그러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그런데 바로 그 때, 교실 문 밖에서 뭔가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세훈은 귀찮아하는 얼굴을 하며 고개를 살짝 들어 복도 쪽을 본다. 그냥 애들 떠드는 소리겠거니, 하고 고개를 돌리려는 그 때.
“조세훈! 조세훈 어디 있냐고.”
교실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아주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다. 누구지? 누가 나를 찾는 거지?
“여기 없습니다.”
이 목소리는? 앤드루의 목소리다. 그렇다면 세훈을 찾는 목소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어디서 나를 속이려고? 똑바로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말했잖아요. 여기에 없다고요.”
앤드루의 어조는 단호하다.
“좋아.”
세훈을 찾는 그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당황과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다.
“너... 이따가 보자고.”
이 말을 남기고 그 목소리는 더 들리지 않는다. 다행이다! 더 이상 세훈을 찾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앤드루를 세훈 대신 불렀다. 누구지? 그 유난히 굵었던 그 목소리는. 그리고 앤드루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비숍의 병원 입원 소식을 들은 일이 있고 나서, 그 다음 주 월요일. 세훈은 지난 주말에도 계속 비숍과 앤드루 관련된 것만 생각났다. NURI의 말에 따라 잔잔한 음악도 듣고, 가볍게 산책도 하고, RZ백화점과 쇼핑몰도 갔다 오는 등 여러 가지를 해 봤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등굣길 역시 그 생각만 자꾸 나서, 지하철 안내방송을 못 듣고 내릴 곳을 지나칠 뻔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지하철역에서 내리고 나서도, 세훈의 머릿속에는 계속 그 생각만 가득하다. 심지어는 교문 앞에서 만난 주리의 인사도 못 듣고 지나칠 뻔했다.
그렇게 세훈은 교실로 들어선다. 그런데... 교실 앞자리의 책상 하나가 비어 있다. 다름 아닌 그 앤드루 카슨의 자리다. 순간 불안감이 든다. 평소 세훈보다 항상 일찍 자리에 앉아 있던 그였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세훈은 그냥 좀 늦을 뿐이겠지, 하며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건 세훈만이 아닌 모양이다.
“앤드루 녀석, 왜 안 오지.”
“그러게. 전화라도 해 봐야 하나.”
“전화? 해 봤는데... 계속 안 받더라.”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앤드루의 빈자리를 보고는 한 마디씩 하고 간다. 시계를 본다. 시간은 8시 57분. 세훈은 잠깐 일어나서 복도 쪽을 본다. 교실로 오는 사람은 이제 한두 명뿐. 세훈은 직감한다. 앤드루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 답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확히 8시 59분, 키라 선생이 무거운 표정을 하고 교실에 들어온다. 그리고 앤드루의 자리를 보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다음 입을 연다.
“여러분, 앤드루 카슨 군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어제 카슨 군의 아버지께서 급히 연락을 주셨어요.”
키라 선생이 딱 여기까지 말했을 때, 교실 안의 웅성거림이 더 커진다. 키라 선생이 조용히 한 손을 들자 웅성거림은 잦아들고, 키라 선생은 말을 이어나간다.
“입원한 곳은 메트로폴리스 병원 512호실입니다. 학기 초에 제 학생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카슨 군이 없는 우리 반을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 카슨 군은 조만간 회복되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카슨 군이 우리와 함께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이 말을 마치고 키라 선생은 고개를 숙인 채 교실을 나선다. 세훈은 길게 한숨을 내쉰다. 자책감이 든다. 그 날의 모든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서는 그 때, 세훈은 앤드루가 그 선배에게 가겠다는 걸 막지 못했다. 세훈이 앤드루를 불러세워 보려 했지만 앤드루는 이미 가장 먼저 교실을 나선 직후였다. 왜 그 때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는지, 억지로 붙들어서라도 막았어야 했는데... 수업을 위해 일어나서 A반 교실로 갈 때, 세훈은 고개를 뒤로 돌려 앤드루의 자리를 다시 한 번 본다.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건 그렇고... 보통 미린 교육재단 학생이라면 미린대학 부속병원에 입원하는 게 혜택이 더 큰데, 왜 하필 다른 병원일까? 사소한 것이지만 그것도 세훈에게는 궁금증을 더한다.

그 날 저녁, 미린 북쪽의 ‘아체토’에 있는 메트로폴리스 병원. 세훈과 주리를 포함한 몇 명의 G반 학생들이 병원 입구에 들어선다. 손에는 크고 작은 가방이 하나둘씩 들려 있다. 우선은 안내데스크에서 병실에 들어갈 때의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를 간단히 받는다. 일행이 엘리베이터로 향할 때, 세훈은 잠시 안내데스크에서 뭔가를 더 물어 본 다음 일행 쪽으로 뛰어간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추고, 일행이 엘리베이터에 탄다. 엘리베이터는 잠시 후 5층에 멈추고, 일행은 내려서 곧장 512호실로 향한다. 그런데...
“방금 누가 우리 쳐다보는 것 못 느꼈어?”
일행 중 디아나가 불길한 느낌을 직감한다.
“그래...? 누가?”
디아나는 목소리를 낮추고 뭔가 말하려 일행을 한데 모이게 한다. 그러나... 바로 그 때. 키가 크고 단정한 머리를 한, 미린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일행이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그 남자가 점점 다가오자, 일행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있는지 본다. 주변에 사람은 몇 명 없다. 그것도 멀리 앉아 있는 환자나 그 가족뿐. 이윽고 그 남학생이 일행 바로 옆에까지 다가온다. 그러나 그 남학생은 일행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행을 지나친다. 단지 일행을 한 번 쏘아보고 갈 뿐.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남학생이 일행에게 하려는 말은 분명하다.
“들어가자.”
세훈이 일행에게 말하자, 일행은 그 남학생의 눈치를 한 번씩 보며 512호실로 들어간다. 세훈이 마지막으로 들어가는데, 세훈은 혹시나 싶어 뒤를 한 번 돌아본다. 그 남학생은 뒷모습만 보인다. 안심하고 들어가려는 그 때... 그 남학생이 갑자기 뒤를 돌아본다. 세훈은 눈을 피하려고 했지만 고개를 돌리기 직전, 그 남학생과 눈이 마주치고 만다. 순간 세훈의 몸은 얼어붙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어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혼란스럽다. 하지만, 세훈은 단호하게 행동하기로 한다. 바로 고개를 돌려, 그 남학생을 못 본 척하고 병실로 들어간다. 뒷일을 생각하는 건 그 다음의 일이다...
512호 병실에 일행이 들어서자, 옆으로 몇 명의 환자들이 누워 있는 것이 보이고, 맨 안쪽 창가 쪽에 누워 있는 앤드루가 보인다. 친구들은 저마다 준비한 음식이나 편지 같은 것들을 앤드루의 침상 옆에다 갖다 놓는다. 세훈과 주리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앤드루의 몸은 어느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 몸 곳곳에는 붕대를 감고 있고, 군데군데 멍든 곳도 보인다.
“좀 괜찮아?”
일행 중 디아나가 물어 보자 앤드루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인다. 세훈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말이 좀 없기는 해도 말을 아예 안 하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
“의사 선생님이 뭐래?”
“한 얼마 정도 있으면 퇴원한대?”
“선생님이 너 빨리 보고 싶으시다던데...”
친구들의 다양한 질문에도 앤드루는 그냥 미소만 지어 보이거나,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고개만 끄덕이거나 가로저을 뿐이다. 그냥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쳤다’는 게 대답의 전부다. 방금 마주쳤던 그 남학생이 세훈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역시나.”
세훈은 조그맣게 말한다. 그리고 주리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을 보고 말한다.
“잠시만 앤드루의 침대 곁에서 떨어져 줄 수 있겠어?”
“어...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혹시 너희들 뭐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아... 아니, 그냥 잠시 해야 되는 이야기가 있어서.”
세훈의 말에 친구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도 앤드루의 침대 곁에서 떨어져 앉는다.
“거, 무슨 일인데 그러니.”
옆의 침대에 누워 있는 나이 지긋한 환자 한 명이 고개를 들고는 말한다.
“들어 봤는데, 친구 사이인데 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라도 있는 거야? 잘 몰라서 말이야.”
세훈은 그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환자의 귀에다 대고 뭐라고 조그만 목소리로 말한다.
“아... 그렇군. 알았네. 친구들과 잘 지냈으면 좋겠구나.”
세훈은 다시 앤드루의 침대로 다가간다. 세훈 옆에는 주리만 앉아 있다.
“아, 앤드루.”
세훈이 입을 연다.
“병상에 누워 있는데 이런 질문을 하는 건 미안하지만, 조금만 물어 볼게.”
“뭐... 뭔데?”
“어떻게 입원하게 된 거야?”
“......”
앤드루는 입을 열지 않는다. 세훈은 생각한다. 역시 나의 감은 맞았다. 조금 더 물어 보자. 앤드루에게는 미안하지만 앤드루가 입을 열어 주어야 한다.
“우리 반 옆에 F반의 베리 비숍 알지? 너 포함해서 우리 반 전체를 자기 능력으로 조종했던 녀석.”
“그... 그게 왜?”
“그 녀석도 병원에 입원했는데... 바로 위에 6층에 입원했다더라.”
“그걸 어떻게 알아?”
“조금 전에 안내데스크에서 살짝 물어보고 왔지.”
“아... 이 이상은 안 돼.”
“어... 어째서?”
“......”
앤드루는 더 말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앤드루의 눈빛은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촛불처럼 떨리고 있다. 그리고 그 눈은 세훈과 주리를 바로 보고 있다. 말은 없지만 그 뜻은 분명하다.?
“네가 왜 그렇게 말하기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지는 알겠지만...”
세훈은 조그맣게,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말해 줘야 해, 앤드루. 만약 여기서 말을 하지 않게 되면, 너는 안전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친구들은 계속 그 패거리에게 시달리게 될 거야.”
“......”
“하지만, 네가 말을 하게 되면,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어도, 적어도 그 녀석들을 무너뜨리는 데에 대한 실마리는 얻을 수 있겠지. 부탁이야. 네 용기가 필요해.”
앤드루는 한숨을 한 번 쉰다. 그의 눈은 흔들리고 있다. 그는 창문 너머와 병실에 앉아 있는 친구들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본다. 하지만 친구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앤드루는 고개를 돌리고 싶다. 특히 그는 세훈의 얼굴을 바로 보는 것을 어려워한다. 며칠 전에 세훈에게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한 사람이 바로 앤드루 아닌가? 그렇게 말해 놓고는, 정작 앤드루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아 가슴 속이 답답하다. 상처에서 오는 통증도 잊을 정도로.

약 1분여를 그렇게 끙끙 앓은 끝에...
“그 때는 저녁 9시 정도였어.”
마침내 앤드루가 입을 연다.
“너도 그 때 밖에서 어렴풋이 들었을지도 몰라. 수업이 끝나고 나서, 그들은 나를 학교 옥상으로 불렀지. 그런데 거기서 바로 두들겨 팬 게 아니고, 거기서 또 나를 미린 호수공원으로 호출했어.”
잠깐... 클라인 패거리 정도라면 아무데서나 자신들의 힘을 보일 수 있을 텐데, 옥상에서 두들겨 패지 않고 굳이 ‘미린 중앙공원’이라는 ‘특정 장소’로 호출했다? 왜 굳이 그렇게 한 걸까? 세훈은 머리를 굴려 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에게 이끌려 간 곳은... 공원에서도 조금 외진 곳에 있는, 어느 숲이 무성한 곳이었어. 나도 나중에 기억을 되살려 보고서야 알았어. 이름은 아마... ‘아모르 숲’이었던 것 같아. 낮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고, 사랑고백 장소로도 많이 알려진 곳이었는데... 그곳이 밤이 되니까 그렇게 무섭지 않을 수 없더라. 숲 한가운데 있으니까 주변의 불빛이 거의 보이지를 않더라고.”
“그래? 거기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건데?”
세훈은 이거다 하는 느낌이 들자 더욱더 공격적으로 질문한다.
“내가 호출을 받고 중앙공원 남문으로 갔더니, 그들 중에 간부 정도로 되어 보이는 선배가 미리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리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지. 그리고 내가 발걸음을 옮기고 얼마 안 되니까 뒤에도 그 패거리로 보이는 학생 두 명이 따라붙더라. 그렇게 그 선배를 따라서 한 20분 정도를 갔던 것 같아. 가는 중에는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었어.”
“그래? 그냥 그 선배만 쫓아간 거야?”
“어... 그랬던 것 같아. 그 따라갔던 길을 생각해 보니까, 주변에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캄캄했어. 공원 주변은 초고층 아파트의 숲이라고 할 만할 정도였는데도 말이야.”
“그래? 그러면 일부러 그런 길만 골라서 갔단 말이야?”
“맞아. 그런데 그 패거리는 그냥 그 길을 걸어서 가더라.”
“그냥 걸어서 갔다고...?”
잠깐만... 그 깜깜한 곳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서 갔다라... 그렇다면...
“그래, 20분 동안 걸어서 그 문제의 장소에 도착했다고 했지. 그 곳에 도착하니까 어떻게 됐는데?”
“그곳에 도착하니... 아무 것도 없고, 온통 어둠뿐이더라. 그런 곳에 가끔 부는 바람이 나뭇잎에 부딪치는 소리가 어쩌면 그렇게 스산하게 들리던지...”
“그래서? 그 선배의 공격은?”
“이상하게 바로 공격하지는 않더라. 한 5분 정도를 그렇게 암흑 속에서 서 있었던 것 같아.”
앤드루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숨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그 때를 회상하는 듯, 눈을 감고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간다.
“엄청난 공포가, 내 생에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공포가 밀려왔어. 그 공포에 사로잡히니까, 한 5분은 움직이지도 못했어. 다리가 마구 후들후들거리더라고. 그리고... 한 5분쯤 되니까 나도 나름대로 좀 움직여 보려고 했어.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지. 그런데... 한 1분 정도 그렇게 뛰었는데도, 주변을 둘러보니까 내가 있는 곳은 여전히 그대로인 거야. 아니, 그대로는 아니었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렸으니까. 그렇게 내가 그곳을 헤매고 있을 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눈앞에 불꽃이 튀는 거야. 그리고 내 오른쪽 뺨이 얼얼해지더라. 입 안에는 뭔가 짭짤한 맛이 돌았지. 그 선배의 공격이 시작된 거야. 나는 필사적으로 그곳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어. 그런데... 그 때, 나는 이상한 것을 느꼈어. 갑자기, 내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그래, 그것은 느낌뿐이었지만, 직후 나는 그대로 서 있었지만, 그 뭐라고 해야 할까... 위화감, 미세한 위화감 같은 건 느낄 수 있었어. 그 직후에, 그 선배의 공격이 또 한 번 날아들었어.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다시 일어서려 상체를 일으켰지. 그런데, 바로 내 뒤에서 그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방금 전에 내 앞에서 공격을 가했을 텐데도...”
“앞에서 공격을 가했는데, 그 직후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맞아. 그리고 그 때에는 마치 나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
“잠깐... 뒤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이라고?”
세훈은 되묻는다. 그리고 RZ백화점에서 처음 클라인을 만났을 때의 그 상황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그 때, 세훈은 떨어지려고 했지만 어느 새 그의 어깨는 클라인의 어깨에 닿아 있었다. 세훈이 기억하기에는, 그 때에도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맞아. 그런 정도의 느낌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선배가 그러더라. 자기 말을 ‘거역’했으니까 거기에 상당한 맛을 보게 될 거라고.”
“뭐, ‘거역’이라고?”
“맞아.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거역’이라는 말을 썼던 것 같아.”
“그래...”
“그 선배가 한 말은 그게 끝이었어. 그 다음은 정말 무자비한 공격이 계속되었어.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고, 그렇게 쓰러지고, 또 일어나려고 하면 어딘가에서 주먹이나 발차기가 날아오고... 그러기를 또 10분... 그러고 나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
“그래? 그게 끝이야?”
“더 이상은 기억이 안 나.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려 보니 이곳 병원이더라. 이게 내가 아는 전부야.”
세훈은 가슴 깊은 곳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지만, 애써 억누른다. 자신을 도와 준 친구가 그것 때문에 클라인 패거리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았는데 어떻게 끓어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지금은 앤드루를 위해서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나 그걸 내보일 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세훈은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다. 주리도 마찬가지로, 애써 웃어 보지만 그게 잘 되지가 않는다. 주리 역시 그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지로라도 웃음으로써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후, 수요일.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세훈은 초조한 얼굴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이상하다... 앤드루,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지?”
분명 안내데스크에서 이 시간은 특별히 진료라든가 뭔가 있는 시간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전화를 받는 것쯤은 문제가 없을 텐데...
“아, 주리야, 혹시...”
마침 옆에 주리가 서 있어서 주리에게 물어 본다.
“앤드루 전화라든가 연락 받은 것 있어?”
“아니, 없는데.”
“그러게. 나도 연락을 받은 게 없어서. 분명히 어제 연락을 준다고는 했거든.”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미린대학 부속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 입원했다는 것도 그렇고... 비숍과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도 그렇다.
위이잉-
바로 그때, 진동음이 울린다. 세훈의 AI폰에서 나는 진동음이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눌러 보니...

연락을 못 줘서 미안해. 사실 지금도 시간 내서 하는 거야. 당분간은 연락을 못 할 것 같아. 병실도 옮겼어. 다음에 또 연락할게.

세훈은 메시지의 ‘시간 내서’라는 말에 주목한다. 이런 메시지는 시간 날 때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을 내서 했다? 이건 앤드루가 그 패거리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라고 세훈은 생각한다. 그나저나 병실을 옮겼다니... 클라인 패거리가 뭔가 손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 그 패거리의 눈을 피해서 메시지를 작성한 것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더 높고...
“NURI.”
세훈이 AI폰에 대고 말한다.
“네, 세훈 님?”
“메트로폴리스 병원의 기본 정보를 내 AI폰에 좀 띄워 줘.”
세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AI폰 화면에 메트로폴리스 병원의 기본 정보가 나타난다. 위치는 세라토시 동구, 병원의 운영 주체는 ‘메트로폴리스 의료재단’으로 되어 있다. 이 의료재단의 이사장의 이름은 ‘김재영’. 시온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고 되어 있다. 그 외의 병상 규모, 의료 실적 같은 건 간단하게만 나와 있다.
“아... 알았어. 고마워. 내가 원하는 것만 딱 찾아 줬네.”
“세훈 님이 찾을 만한 것만 찾았으니까요.”
“그래...”
세훈은 이제 다음 수업을 준비하러 책을 챙기고 일어서려 한다. 그 때...
삐리링- 삐리링-
“뭐지? 이 시간에 전화가 다 오고.”
번호를 보니 세훈이 모르는 번호다.
“누구야?”
주리가 걱정스럽게 말한다.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마.”
그래도 세훈은 일단 받아 보기로 하고, 수신 버튼을 누른다.
“아... 여보세요.”
“조세훈 군인가.”
처음부터 대뜸 세훈의 이름을 대는 것으로 보아, 세훈을 아는 사람 같기는 한데,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누구일까?
“네... 맞습니다만.”
“내일 모레 금요일, 학교가 끝나는 대로 내가 정해 주는 장소로 와라.”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세훈을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말한다.
“죄송합니다만 그곳을 미리 알려 주시면...”
“미리 알 필요 없다. 거기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도.”
“그런 건 가지 마. 갈 필요 없어.”
옆에서 주리가 말한다.
“방금 옆의 목소리, 네 친구인가.”
“아... 아...”
“뭐, 안 와도 괜찮아.”
세훈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전화 너머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대신 그렇게 된다면 일주일에 네 친구 한 명씩, 앤드루 카슨과 같이 만들어 줄 거다. 그게 싫다면, 내일 모레 정해 주는 곳으로 와라. 알겠나?”
“......”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그럼, 내일 모레 보자고.”
전화는 끊어진다. 세훈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AI폰을 내려놓는다. 내일 모레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공포감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채로.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19-02-02 22:47:34

초능력이라는 게 막연한 공포에서, 이제 생활저변을 위협하는 실체로 부상했네요.

게다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이거나 상황하에 놓이는 인물들도 두드러지네요. 주리가 바깥벽을 타고 이동한 것이라든지, 특정인을 콕 찍어서 겨냥한다든지, 미린 중앙공원으로 불러내서 폭력을 가한다든지...


읽고 나서 섬찟해지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어요.

실제상황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인가 하는 안도감이 중첩되기도 하면서...

SiteOwner

2019-02-03 14:34:56

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몸이 무거운데, 이번 회차를 읽으니 오한까지 느껴지는군요. 실체를 알 수 없지만 부정도 할 수 없는 사안이 현실의 생활에 개입하고 공포감과 불안감을 높여가니까 그런 것일까요. 게다가 누군가가 자신을 특정하여 노리고 있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사안임에 틀림없습니다. 저 또한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작중인물들이 느끼는 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능력이라는 게 그런 부류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가지는 것과 남이 가지는 것은 천양지차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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