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잘난 척 한다" 이면의 씁쓸한 함의

SiteOwner, 2019-09-09 19:20:43

조회 수
249

"잘난 척 한다" 라는 표현에 잠깐 눈길을 주어 봤습니다.
이 표현은 두각을 보이는 어떤 아이에 대한 주변 아이들의 시기질투의 표현인데, 나이가 들면서 쓰는 빈도가 줄어들어서 성인이 된 이후로는 대놓고 남을 모욕하는 표현으로서는 퇴화하기 마련입니다. 이미 성인 쯤이 되면 타인을 모욕하는 데에 보다 효과적인 표현도 많은데다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이 실정법의 판단대상이 될 수도 있고 그 책임 또한 고스란히 자기가 져야 하는 사정 또한 무시할 수 없어서입니다.

그러면 다시 "잘난 척 한다" 이 표현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이것은 "넌 못난 놈이다" 라는 전제를 상대에 강요하는 함의가 있는데다, 그 상대를 깎아내리고 재단함으로서 자신의 정의로움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깊은 사고 없이 일단 외모가 수려한 것을 최우선시하는 어린 세대의 특성상, "못난 놈" 낙인은 상대를 넘어뜨리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난 척 한다" 를 아주 직설적으로 풀어 쓰면 이렇게 됩니다.
"넌 못난 놈이다. 못난 놈은 못난 대로 있어라. 안그러면 내가 널 밟고 올라갈 거다."
누군가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역시 인간이 쓰기에 가장 좋은 수단은 상대를 깎아내려서 자신을 상대로 높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게다가 외모가 별로 좋지 않아서 어릴 때에 "잘난 척 한다" 라는 야유를 많이 들어봤던 입장이다 보니 이것을 반증할 수단을 찾기가 특히 더욱 힘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더욱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Lester

2019-09-10 09:20:59

막상 "잘난 척한다"라는 말을 다른 쪽으로 풀어보면 '너랑 나랑 다른 게 뭐냐'라거나 '내가 너보다 못났구나' 같은 약간의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도저히 트집잡을 것이 없을 때 잘나가는 것을 시기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SiteOwner

2019-09-12 14:33:30

상대를 욕하고 깎아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수단이든 쓰는 게 인간의 나쁜 본성이라지만, 생각해 보면 볼수록 무섭습니다. 그리고 "잘난 척 한다" 라는 표현은 그러한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가장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서 그래서 더욱 씁쓸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트집잡는 사람도, 자신이 불리해질 것을 알면 뒤로 물러섭니다. 그것 또한 재미있지요.

앨매리

2019-09-10 09:33:18

선의의 경쟁보다 서로 짓밟고 무시하며 올라서는 것만 가르치는 풍조가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닐까 싶네요.
본문을 보니 웹상에서 자주 오용되는 인터넷 속어인 중2병이 생각났습니다. 원래는 질풍노도의 사춘기에 허세를 부리고 자아도취에 취하는 느낌을 비꼬는 단어였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냥 '자기 취향이 아니다 = 중2병스럽다'는 식으로 오용되는 일이 잦아졌더군요. 조금만 자기 마음에 안 들어도 무조건 중2병 같다, 중2병스럽다는 표현을 마구 남발하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가끔은 짜증이 날 지경입니다.

SiteOwner

2019-09-12 14:37:46

성악설을 주장한 중국의 사상가 순자는 교육으로 인간의 나쁜 본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오늘날의 사람들은 그 2천년도 더 전의 사람들보다 더욱 생각이 짧아진 것인지, 도리어 안 좋은 상황만 골라서 만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적 수준의 합리성 추구가 사회적으로 보면 불합리를 더욱 높이는 역설이 발생하지만 이것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이 그냥 서로 짓밟고 무시하는 것만 추구하다 보니 사회전반이 극한대립의 장으로 가고, 그러다 보니 용어의 개념이 틀리든 말든 타인을 욕할 수만 있으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보는 현실이 더욱 개탄스럽습니다.

대왕고래

2019-09-14 20:43:54

잘난 척 한다의 정확한 의미는 이게 아닌가 싶어요.

"너는 못났다. 못나야만 한다. 왜냐면 너가 못나지 않아서 내가 많이 기분이 다운되어있고 우울하고 살 힘이 없거든. 제발 못나주세요 제발."

왜냐면 잘난 척 한다는 말하는 사람 치고 그 사람보다 잘난 사람이 없었거든요. 비참하죠.

SiteOwner

2019-09-15 13:13:37

그렇습니다. 그렇게 남을 깎아내리지 못하면 자신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다 보니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잘난 척 한다" 라는 말을 동원하여 자신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것은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일 따름이고 절대적인 것이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타인을 깔아뭉갰지만 결국 자신의 비참함만 제대로 반증되는 이런 상황에 쓴웃음만 날 따름입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03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70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4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200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2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5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3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5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8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92
3858

평창올림픽 유치의 공신 김연아는 훈장을 받지 못한다

2
마드리갈 2019-09-23 143
3857

재난방송에 등장하는 수치에 대해 몇 가지

2
마드리갈 2019-09-22 203
3856

핸드폰: 주인! 나는 작동을 그만두겠다!

4
앨매리 2019-09-21 186
3855

앉아서 조는 일이 많은 가을날

2
마드리갈 2019-09-20 138
3854

간접투자상품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211
마드리갈 2019-09-19 1197
3853

한국철도 120주년 및 미 공군 창설 72주년

4
SiteOwner 2019-09-18 169
3852

애니적 망상 외전 - 6억엔 상당의 황금변기

5
마드리갈 2019-09-17 253
3851

[작가수업] 짐을 내려놓지 않으면 가라앉을 판국

6
Lester 2019-09-16 237
3850

근황 및 창작활동 이야기.

2
시어하트어택 2019-09-16 125
3849

I HATE CHULGEUN(아이 헤이트 출근)입니다.

2
국내산라이츄 2019-09-15 127
3848

노트북 설계사상의 역발상, 파나소닉 터프북 55

3
  • file
마드리갈 2019-09-15 147
3847

학교 전산실 이야기

2
SiteOwner 2019-09-14 141
3846

생각하기가 그렇게 싫은 건가...

3
SiteOwner 2019-09-13 188
3845

1985년 겨울 반 여자아이들의 놀이 풍경

2
SiteOwner 2019-09-12 215
3844

오늘 밤부터가 사실상의 연휴...

2
마드리갈 2019-09-11 131
3843

주말에 또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6
Lester 2019-09-10 193
3842

"잘난 척 한다" 이면의 씁쓸한 함의

6
SiteOwner 2019-09-09 249
3841

9월의 열대야

6
마드리갈 2019-09-08 214
3840

노트북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5
대왕고래 2019-09-07 191
3839

긴장이 풀린 주말

4
마드리갈 2019-09-07 138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