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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냉장고 이야기

SiteOwner, 2019-11-02 20:53:46

조회 수
198

냉장고 보급의 본격화 시기인 198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던 사람으로서 옛날의 냉장고 이야기를 좀 해 봐야겠습니다.

냉장고가 과소비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과소비라는 말이 명확한 개념정의 없이 남발되는 경향이 꽤 있었고, 당시 보급이 한참 이루어지던 때에 이런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4인가족 기준의 적합한 냉장고 내부용적은 150리터 정도이고, 그것을 넘으면 과소비라나요. 별의별 간섭이 많았습니다. 1988년경에 저희집이 마련했던 냉장고의 용적이 510리터 정도였는데, 호구조사 때 온갖 비난과 험담이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1980년대의 대표적인 냉장고 브랜드 하면 대우전자의 대우IC냉장고, 금성사(현재의 LG전자)의 싱싱냉장고 등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것인데, 그 중 대우IC냉장고는 온도조절패널이 냉장고의 외부에 나와 있었다 보니 일일이 열지 않고 조작가능해서 편리했던 게 생각납니다. 1988년 때에 집에서 마련한 냉장고가 바로 대우IC냉장고였던 것은 아직도 생각납니다(광고영상 참조).

예전에 썼던 글인 유리병 관련으로 간단히 몇 가지.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유리병 관련 사고는 역시 냉장고와도 쉽사리 뗄 수 없었습니다. 농약이나 화공약품 등을 냉장고에 보관해 두는 경우가 많았다 보니 늘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농어촌 지역은 이웃집 사정에 간섭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니 혹시 이웃집에서 냉장고를 빌리려고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습니다. 우려하던 일이 이사하기 전까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했습니다만...
당시 어른들의 냉장고에 대한 잘못된 믿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냉장고는 음식물의 부패를 완전히 방지해 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냉장고의 능력을 과신하다 보니 아껴둔다고 수년간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물이 나중에 꺼내놓고 보니 그냥 그대로 쓰레기가 되어버린 경우도 많았고, 그 변질된 버린 식재료를 아깝다고 요리해 먹었다가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별 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정전도 그리 드물지는 않았다 보니 냉장고에 대한 과신은 더욱 큰 피해로 이어지고 그랬습니다.

고등학생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우게 되었는데, 냉장고의 독일어 어휘가 굉장히 정직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로는 Refrigerator이지만 독일어로는 Kühlschrank. 글자 그대로 차게 식히는 보관함.


이렇게 써 놓고 나니까 1988년 당시가 참으로 아득해 보입니다.

그 해에 데뷔한 보잉 747-400도 이제는 세계의 여러 항공사에서 급거 퇴역중이고,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마키

2019-11-02 22:26:27

몇년 전에 새로 바꾸기 전의 저희집 냉장고가 20년은 묵은 골드스타 냉장고였는데, 바꾼 이유도 순전히 낡아서 냉매 효율이 떨어지고 소음이 커서 그렇지 냉장고의 성능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죠.


그와는 별개로, 드래곤볼의 프리저도 거느리는 부하들이 전부 식재료(사이어인, 배지터-야채, 기뉴 특전대-유제품, 측근들은 과일(자몽, 두리안?등)인 것을 살려서 이들을 모두 통솔하는 자 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인데, 발음 그대로 냉동고의 Freezer에서 유래된 이름이죠. 초기엔 정말로 이름을 리프리지레이터로 할까도 했는데 어감 문제로 골라진게 프리저 라는듯.

SiteOwner

2019-11-03 00:33:06

저희집 냉장고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키님께서 말씀해 주신 그 상황이 이해됩니다.

저희집의 경우는 아직 전면교체까지는 안 필요해서 컴프레서 및 배관을 교체해서 해결했습니다만...


드래곤볼의 캐릭터명 유래가 모두 재미있군요. 역시 프리저가 간결해서 좋습니다.

미국인들 중에서도 냉장고의 영단어 Refrigerator가 길어서 성가신 것인지, 줄여서 쓴 표현인 Fridge를 쓰기도 합니다.

Freezer에서 추가로 생각난 것은 북한의 어휘인 "랭동기" 였습니다. 과거 김만철씨 일가의 탈북 후 증언에서 랭동기라는 말이 나왔고, 북한에서는 가정에서 식품보관용으로 쓰는 건 거의 생각할 수 없고 약품보관용으로 주로 쓴다는 게 나왔습니다.

대왕고래

2019-11-03 00:37:46

냉장고가 크다고 뭐라뭐라 소리하는 건 좀... 참견이 지나친 사람들이 아닌가 싶네요. 그 시대 사람이 아니니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당장 생각해보면 왜 그러는거지 싶은...

농약을 냉장고에 넣는다던가, 안 상한다는 생각 하에 몇년이나 음식을 보관해둔다거나 하는 걸 보면 88년도라고 해도 참 기이하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냉장고가 도입된 지 얼마되지 않았던 시절이니... 하면서도 말이죠.

SiteOwner

2019-11-03 00:52:26

사실 그 시대의 가치관이 지금의 시각으로는 물론 당시의 시각으로도 간섭투성이에 부조리한 게 많았습니다.

농촌지역에서 학생들이 비오는 날에 우산을 사용하면 욕하는 노인들도 있었고, 저의 선배들 세대의 경우 백미만으로 지은 밥을 검열하는 도시락 검사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도시락 검사는 과거 쌀 부족 시기 때의 혼분식장려책으로서 국가단위에서 추진된 것입니다.


문명의 이기가 보급될 때에는 이렇게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지만, 인명을 잃는 문제까지 발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시행착오가 되도록 적어지고, 비록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회복불가능한 수준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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