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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원: 피를 지불한 가치가 있었던 희망

마키, 2019-11-18 01:16:47

조회 수
167

간만에 영화-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를?봤네요.


이름 그대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인데, 프리퀄 트릴로지와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중간에 위치하는 시간대로 4편 새로운 희망에 등장하는 데스 스타가 막 완공을 앞둔 시점입니다. 제국에 부역하는 아버지를 둔 주인공 진 어소가 개성넘치는 동료들을 모아 제국에게 한판 승부를 건다는 심플하지만 왕도적인 줄거리인데다, 비교적 최신 영화인 만큼 영상미 역시 깔끔해서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게 볼만했네요.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스카리프 전투는 사실 4편 오프닝 크롤, 네 그 유명한 메인 테마와 함께 노란색 자막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바로 그 장면에서?"전투 도중, 반란군 첩보원은 제국의 절대적인 무기로, 행성 전체를 파괴할 위력을 지닌 무장된 우주 기지 데스스타의 기밀 설계도를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라고 언급되는 부분인데, 거의 40년 가까운 세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영상화로 묘사된 것이죠.




아버지의 일로 어쩌다보니 반란 연합에 합류하게 된 진 어소는 평의회에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노획하러 스카리프에 가야 한다고 해보지만?어소 가족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은하 제국과 전면전을 하라는 소리라 당연히 씨알도?먹히지 않았지만?자신을 믿어주는 동료들과 특공대를 조직해 노획한 제국 화물선을 타고 스카리프로 독단적으로 출격합니다. 이때 화물선 조종사가 호출부호를 묻는 오퍼레이터의 질문에 당황하다가 아무거나 답해보라는 진의 재촉에 둘러댄 말이?"어.... 음... 로그, 「로그 원」이다.". 얼렁뚱땅 데스 스타 설계도 회수팀, 로그 원 특공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죠.


그렇게 탄생한 로그 원 특공대는?어찌저찌 제국 데이터 베이스가 있는 스카리프로 침투,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노획하는 작전을 개시하고 이?소식을 들은?라더스 제독이 독단적으로 로그 원 특공대 지원을 위해 함대를 끌고 스카리프 궤도상으로 워프해 지원에 나서면서 은하 내전의 신호탄이 되는 최초의 대규모 전투, 스카리프 전투가 시작됩니다. 제국의 통신을 도청하다 로그 원 특공대와 라더스 함대가 사고 쳤다는 소식을?입수한 반란 연합은 즉각 기지에 있던 스타 파이터 전대에 긴급출격을 명령하며 처음으로 제국과의 전면 공세에 나섭니다.


라더스 함대는 어떻게든 방어막을 뚫고 데이터를 송신받을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압도적인 방어력으로 꿈쩍도 않는 방어막 생성기와 호위를 위해 배치된 스타 디스트로이어 2척과 한판 싸움을 벌이고, 로그 원 특공대는 차례차례 전멸해가면서도 어떻게든 설계도를 탈취, 방어막이 폐쇄되기 직전?스카리프 대기권 내로 침투한 U-윙과 X-윙의 공중 지원 덕분에 성공적으로?라더스 제독의 기함에 데이터를 무사히 송신하며 그 임무를 다합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윌허프 타킨은?아예 데이터 베이스 채로 죄다 부숴버려서 입막음 하기 위해?데스 스타를 스카리프에 급파하고, 설계도의 회수 및?라더스 함대?섬멸을?목적으로?다스 베이더가?기함인 스타 디스트로이어 데바스테이터 함를 끌고?개입. 데스 스타는 반응로 1기만 가동하여 억지로 내는 1/8 저출력 모드로 스카리프 지표면의 모든 것을 피아 구분 없이 분쇄해버리고, 라더스 제독의 함대 역시 갑자기 눈 앞에서 나타난 데바스테이터의 괴물같은 화력에 궤멸당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반란 연합 장병들의?피로 얻어낸?유일한 전리품, 데스 스타의 설계도는 기어이 라더스 제독의?기함 내부까지 처들어가 수병들을 학살하며?회수하려는 베이더의 손아귀를 피해?간신히 레이무스 안틸레스와 레아 오르가나에게 전달되었고, 타투인 행으로 수리를 위해 기함에?계류되어 있다가 얼떨결에 스카리프까지 끌려왔던 코렐리안 코르벳, 탄티브 4는 설계도를 건내받자마자 재빠르게 기함에서 탈출해 베이더의 눈 앞에서 사라집니다.




실은 진 어소의 아버지 겔런 어소는 어쩌다보니 제국에 부역하게 됐지만 어차피 그럴거면 제국의 뒤통수를 치자는 심정으로 약점을 몰래 설계에 집어넣어 '반응로에 폭발이 일어나면 동력로 연쇄폭발로 붕괴하는 설계 결함'을 심어놓습니다. 다름아닌?야빈 전투?개시 직전?데스 스타 공략 브리핑을 할때 언급("환기구를 통해 반응로까지 양자폭탄을 던지면 파괴할 수 있다")된 바로 그 내용이죠. 일단은 내부에서 파괴 공작을 벌이던, 영화 처럼 반응로에 양자폭탄을 집어넣건, 어쨌든 반응로에서 폭발만 일어나면 동력로가 연쇄폭발로 붕괴되도록 안배했지만, 영화에서는 당장 사령부인 행성 야빈 4가 노려지는 상황이었기에 후자의 전술을 채택합니다.


결국 진 어소와 겔런 어소 부녀의 진심을 믿고 은하 제국에 무모한 싸움을 걸게 된 반란 연합은 주력 함대가 궤멸하는 참혹한 피해를 입었지만, 그 희생은 데스 스타의 설계도라는 단 한가지 전리품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으며, 이 희생을 바탕으로?4년 뒤 반란 연합은 갤런 어소의 계획에 따라 데스 스타에 의도적으로 심어진 설계 결함을 노려 스타 파이터 부대로 파괴하고 사령부 야빈 4를 지켜내는?야빈?전투를 개시합니다. 그 결과?야빈 4가 데스 스타에게 조준되어 파괴당하기 직전, 루크 스카이워커와 도중에 난입한 한 솔로의 활약으로 데스 스타는 동력로 폭발로 붕괴되며?제국군이 반란 연합에게 참패하는 결실을 맺게 되죠.


또한 다스 베이더는 아직 캐릭터가 정립되지 않은 4편의 프롤로그에선 상당히 신경질적인 모습이었는데, 이 또한 로그 원의 결말을 통해 행동의 경위가 드러납니다. 베이더 입장에서는 바로 눈 앞에서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훔쳐 달아난 놈들이?붙잡고 보니 외교선이라고 우기면서 발뺌하고 있으니?얼마나 기가 막힐지...



영화의 마지막은 이러한 희생과 우여곡절 끝에 손에 들어온 디스크를 레아 공주에게 전해주는 안틸레스의 모습,?그리고 본래의 목적지였던 타투인을 향해 하이퍼스페이스에 돌입하는 탄티브 4의 모습을 비추며?끝이 납니다.



레이무스 안틸레스: 공주님. 건내받은 자료입니다. 이게 대체 뭐죠?

레아 오르가나: 희망(Hope).



로그 원이 묘사한 스카리프 전투로 시작된 은하 제국과 반란 연합간의 전쟁인 은하 내전 이야기는?이 시점 직후 새로운 희망의 오프닝으로 이어지고, 다시 탄티브 4에서 R2-D2와 C-3PO를 거쳐 타투인으로 보내진 설계도는 타투인에 은거해 있던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와 순박한 시골 청년 루크 스카이워커에게까지?전해지며?그렇게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대서사시가 시작되죠.

마키
東京タワーコレクターズ
ありったけの東京タワーグッズを集めるだけの変人。

4 댓글

마드리갈

2019-11-20 14:01:50

희망이란 정말 멋진 말이죠.

게다가, 인류가 숱한 위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전한 대가로 영원히 고통을 당하고, 그 징벌의 연장선으로서 만들어진 판도라가 결국 금기를 깨고 주어진 상자를 열었다 온갖 재앙이 세계에 퍼지지만 맨 밑바닥에는 희망이 남아 있게 되죠. 그것처럼, 스타워즈의 세계에서는 숱한 희생을 감수하여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얻고, 그렇게 희망의 존재를 확인하네요.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보고 싶어졌어요.


인간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도 던져버릴만큼 어리석다고 하죠. 하지만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희망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그 기백이야말로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 그게 바로 희망의 힘.

마키

2019-11-21 16:09:18

설정상 로그원 직후의 시간대인 4편의 부제가 "새로운 희망"인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의미심장하죠.


반란 연합 장병들의 피로 얻어낸 희망(데스 스타의 설계도)은 은하계 변두리 사막행성 타투인까지 흘러들어가고, 그곳에서 우연히 훗날 은하계를 구원하고 악의 손길에서 평화를 가져올 새로운 희망(=루크 스카이워커)과 만나게 되니까요. 반란 연합은 언제나 티끌같은 희망만을 믿고 제국과 싸워왔고 결국에는 희망의 힘으로 제국을 무너트리는데 성공하게 됐죠.


말씀하신대로 희망이야말로 어떤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담아낸 말이다 싶네요.

SiteOwner

2019-11-21 22:17:08

스타워즈 앤솔로지의 첫 작품인 로그 원이 2016년에, 두번째 작품인 솔로가 2018년에 공개되었군요.

바쁜 와중에도 문화생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워집니다.


희생이란, 현실이며 창작물이며 할 것 없이 칭송되지만, 막상 희생이라는 선택지가 자신 앞에 주어지면 그것을 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살아오면서 이루어낸 것,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내고 싶은 것도 많은데다 확실한 것은 자신의 죽음이고, 이렇게 죽어서 그 결과가 발생한다는 보장도 없는데다 희생하는 그는 그 여부를 절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저같은 소시민은 결코 희생이라는 선택지를 택하지 못하겠지요. 그러기에 라더스 함대와 로그 원 특공대가 벌이는 전투는 저와의 간극이 더욱 크고, 그래서 더욱 높이 우러러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습니다.


영화를 본다면 감동받아서 눈시울이 안 뜨거워질 수 없을 듯합니다.

좋은 리뷰에 감사드립니다.

마키

2019-11-22 02:33:03

한 솔로는 흥미가 없지만 로그 원은 생각보다 꽤 볼만했네요.


희망이라는게 정말인지도 긴가민가한 상황에서 로그 원 특공대를 믿고 달려와준 라더스 함대도 그렇고, 피로 얻어낸 희생이 결국에는 새로운 희망으로 싹 트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제국의 멸망을 가져오죠. 희망을 믿고 거리낌없이 희생을 선택하는 등장인물들의 가치관이 존경스러울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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