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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은 1923년 수립과 함께 국기와 국장을 새로 제정했는데, 국기야 뭐 다들 잘 아는 낫과 망치에 붉은 별이 있는 붉은 깃발이고, 국장은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기존의 국장들이 방패에 여러 가지 상징물을 넣은 반면에, 소련은 공산주의 국가답게 '과학적인' 국장을 만들었는데, 태양에서 지구, 태양에서 붉은 별의 거리는 1:1.5로, 태양에서 지구, 태양에서 화성까지의 거리의 비율에 맞췄습니다. 거기에다가 지구본과 곡물의 이삭 역시 이전의 국장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였죠.
소련이 공산주의 국가들의 종주국이 되고 나서부터 위의 소련의 국장 도안은 여러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본따 사용되었습니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중국
베트남 등이 그 예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사회주의 국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위의 소련 양식의 국장을 사용하지 않은 곳도 있는데,
쿠바
폴란드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사회주의 국가가 아님에도 위의 소련 양식과 비슷한 국장을 지금까지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가 그 예인데, 별과 톱니바퀴만 보면 영락없이 위의 소련 양식의 국장이 됩니다.
긴 글은 아니지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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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SiteOwner
2019-12-07 19:12:10
상당히 재미있는 자료를 소개해 주셨군요.
국가의 문장은 대개 군주의 역사적인 전통, 권능 및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신성함, 강인함 등을 상징하는 동물이 많이 쓰이고, 또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식물과 자연환경 등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소련에서는 반영되는 것들이 "군주" 의 것이 아니라 "인민" 의 것. 소련 그 자체도 구성국도 레스푸블리카(Республика), 즉 공화국이다 보니, 인민의 생활의 원천이 되는 곡물이 등장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이것은, 밀, 호밀 등을 주식으로 하는 동유럽 및 중국에서와는 달리, 쌀을 주식으로 하는 베트남에서는 벼이삭으로 바뀌어 있는 데에서 변용을 관측할 수 있어서 또한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여러 공산국가들이 인민을 탄압하고, 정작 국장에 넣을만큼 중시했던 곡물에서는 참담한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공산주의 유머에 잘 등장하는, "미국이 망하면 밀은 어디에서 사오지?" 라는 한탄이 유머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였을 정도로. 이것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탈리아의 문장은 가운데의 별이 스텔라 디탈리아(Stella d'Italia), 즉 이탈리아의 별이고, 그 별의 뒤에는 이탈리아 헌법 제1조의 노동조항을 상징하는 톱니바퀴가, 양측에는 남부의 대표적인 수목인 올리브와 북부의 대표적인 수목인 참나무의 가지가 각각 평화와 영예를 상징하여 좌우에 도열해 있습니다. 게다가 이탈리아 공화국의 이탈리아어 표기는 U와 V의 구별이 없는 로마시대의 알파벳으로. 이렇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화국으로 출범했지만 로마의 전통과 이탈리아 반도의 자연과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그 위에 건국된 신생국으로서의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거 파시스트 시대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보니 공화국 출범 당시의 이탈리아는 좌파적 색채가 강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하겠습니다.
마드리갈
2019-12-08 15:43:00
소련의 국장을 보면 꽤나 기묘한 점이 있어요.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인데, 전세계 공산화라는 목표는 사실상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에서만 가능했고, 미주에서는 쿠바 이외에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죠. 낫과 망치가 위치한 것도 그게 한계였나 하는 운명의 암시였나 싶기도 해요.
불가리아, 루마니아, 중국, 베트남의 경우는 국기의 색깔을 그대로 반영해 있고,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면서도 국장에는 전혀 공산주의적 상징주의가 반영되어 있지 않는 등의 특색이 보이고 있어요.
폴란드의 것은 가장 고전적이예요. 13세기 때부터 사용해 온 왕관을 쓴 흰 독수리. 독일에서 전통적으로 써 왔던 검은 독수리와도 대조되는 한편, 소련 해체후 소련을 계승한 신생 러시아의 국장에 새로이 채택된 쌍두 독수리와도 이어지는 듯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