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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이 의외인 기업들을 알아볼까요? 4

마드리갈, 2020-03-23 20:12:13

조회 수
155



국적이 의외인 기업을 알아보는 이 시리즈도 벌써 4번째가 되네요.
이번에 다루는 기업에는, 여러 복잡한 이유로 인해 국적이 바뀌게 되었던 기업의 경우는 물론, 특정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업계에서의 위상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별로 크지 않은 경우도 포함하고 있어요.
이번에 선정한 기업에는 음향 관련이 꽤 많아 보이지만,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해요.


이전과 동일하게, 선정한 19개 기업의 이름을 로마자 알파벳 순으로 정렬했어요.



Bugatti
창업자는 자동차 엔지니어인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 1881-1947)로 이탈리아계 프랑스인이자 이탈리아 국적도 동시에 가진 이중국적자에, 창업당시의 소재지는 독일이 보불전쟁에서 프랑스에서 할양받은 엘자스(Elsaß, 프랑스어 표기 알자스(Alsace))의 도시 몰자임(Molsheim)인 부가티는 초고성능의 스포츠카로 명성이 높았지만 기업의 운명만큼은 부침이 유독 심했어요. 결국 1963년에 후술하는 이스파노수이자(Hispano-Suiza)에 인수되어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운명은 일단 끝났지만, 독일의 폴크스바겐 그룹(Volkswagen AG)이 1998년에 상표권을 사들여서 초고성능 스포츠카 제작사로 부활시켜 오늘날에 이르고 있어요.

Comme des Garçons
발음은 "꼼데가르송" 인 이 패션브랜드는 일본의 패션디자이너 카와쿠보 레이(川久保玲, 1942년생)가 1969년에 도쿄에서 의류브랜드로 론칭하고 1973년에 법인화된 고급의류제작사로, 도쿄와 파리를 주요거점으로, 그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주요도시에 2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패션업계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파리 컬렉션에는 1981년부터 등장하고 있어요.
브랜드의 유래는 프랑스의 가수 프랑소와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1944년생)의 1962년 발표의 히트곡 Tous les garçons et les filles(모든 소년 소녀들)의 제목 및 가사로, "소년처럼" 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예요. 그렇게 원래의 브랜드 지향점은 보이시한 여성복이었지만 남성복 분야 및 향수 관련으로도 사업분야를 넓혔고 디자인영역 또한 다양해져 있어요.

Creative Technology
여러 IT기업이 조세피난 등을 위해 본점소재지를 제3국에 두는 경우도 있지만, 크리이에이티브 테크놀로지는 그 경우가 아닌, 처음부터 싱가포르인 동업자가 세운 기업이예요. 난립했던 각종 사운드카드를 천하통일한 사운드 블래스터(Sound Blaster)의 제조사로 가장 유명한 이 기업은 사운드카드는 물론, 헤드폰, 게이밍 헤드셋, 스피커 등의 컴퓨터용 각종 음향장비에 특히 강점을 지니고 있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소비재 대기업이기도 해요.

Elisra
일단 봐서는 인명인지 기업명인지도 불분명하고 철자와 어감에서는 서구권의 여성명으로 보이는 이 기업은 이스라엘의 방위산업체. 사명의 철자를 파자해서 재조합하면 Israel로, 이스라엘의 기업인 것이 이렇게 드러나게 되어요. 하지만 이 기업은 196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레온 립만 박사(Dr. Leon Riebman, 1920-2007)가 설립했고 현재는 이스라엘의 엘빗 그룹(Elbit Group)의 산하로서 이스라엘에 본부 및 생산거점이 있어요. 이 엘리스라의 산하에는 2편에서 언급된 적 있는 전지제조사 타디란(Tadiran)이 있어요.

Hispano-Suiza
190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설립한 이스파노수이자(표기에 따라서는 히스파노수이자)는 사명이 스페인-스위스를 의미해요. 창업자가 스페인군의 포병장교 에밀리오 데 라 쿠아드라(Emilio de la Cuadra, 1859-1930)이고, 파리에서 만나서 동업자가 된 엔지니어는 스위스인인 마르크 비르키트(Marc Birkigt, 1878-1953)여서 사명에도 스페인과 스위스가 반영된 것이었어요. 하지만 프랑스에서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것을 보고 회사는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이전하고, 자동차는 물론 항공기엔진 등도 제작하게 되어요. 스페인과의 인연은 스페인 내전 이후 프랑스 정부의 프랑스 국내 사업장 인수로 잠시 끊어지고, 기관포 등도 생산하는데 그것 중의 하나가 제2차 세계대전 및 6.25 전쟁에서 활약한 20mm 기관포인 HS.404.
이후 프랑스의 항공기엔진 기업인 스네크마(SNECMA)에 인수되어 사프란 그룹(SAFRAN)의 일원이 된 이스파노수이자는, 2019년 제네바 모토쇼에서 자동차 브랜드로 부활했어요.

Ibanez
발음은 아이바니즈(アイバニーズ)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이바네즈로 잘 알려져 있는 이 기타는 일본의 호시노악기(星野楽器)의 브랜드.
처음에는 이 기업은 스페인의 기타 제조업체인 살바도르 이바네스(Salvador Ibáñez)였지만, 스페인 내전 당시에 폐업했어요. 호시노악기는 그 살바도르 이바네스 기타의 일본총판이었지만, 이렇게 스페인 내전중에 도산한 기업의 상표를 호시노악기가 인수한 뒤에 1957년에 부활시킨 것이 기원이 되어요. 원래는 스페인어 발음대로 이바네스라고 불렀던 것을, 영어 발음으로 바꿔 읽으면서 현재의 브랜드로 정착한 것. 세계 각국의 록, 재즈 뮤지션들이 애용하는 이 기타의 대표적인 사용자로서 대표적인 인물에는 미국의 재즈 거장인 팻 메시니(Pat Metheny, 1954년생)가 있어요.

Julius Bär
독일식 인명으로 되어 있는 이 율리우스 베어는, 1890년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설립된, "스위스은행" 의 이미지에 충실히 부합하는 프라이빗뱅킹 전문은행이예요. 사명의 유래는 스위스의 은행가 율리우스 베어로, 28개국에 영업거점을 두고 있으며, 총자산규모는 1020억 스위스프랑(=132조 6천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8대 탑티어 금융그룹 중의 하나. 그래서 일반 금융소비자에게는 멀기만 한 존재일 수도 있어요. 참고로 8대 탑티어 중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회사가 UBS 및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Kamewa
어감을 봐서는 일본의 기업같은 카메와는, 사실 스웨덴어 표기의 기업명이었던 AB Karlstads Mekaniska Werkstad의 약칭인 칼슈타트 기계공업이 생산하는 조선업 부품의 브랜드. 일반소비자용 제품은 만들지 않는 이 기업의 주력생산품은 선박용 스크류 프로펠러 및 워터제트 추진기로, 지배구조 또한 영국의 빅커스에 인수된 뒤 그 빅커스가 다시 롤스로이스에 인수되고, 다시 노르웨이의 콩스버그 그루펜에 인수되어 현재는 콩스버그 매리타임(Kongsberg Maritime)으로 재편되어 있지만 원래의 사명은 제품의 브랜드로 남아 있고, 사업장 역시 스웨덴에서 운영되고 있어요.

Logitech
1981년 스위스 로잔에서 설립된 로지텍은 세계적인 컴퓨터 입출력 주변기기 제조사로, 키보드, 마우스, 웹캠 등의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요. IT 관련의 변방으로 여겨지는 유럽이지만, 로지텍은 그런 선입견을 불식할 확실한 위상을 지니고 있어요.
단, 일본에서는 로지텍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고 Logicool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름이 비슷한 일본의 컴퓨터 주변기기 메이커인 로지텍(Logitec)이 이미 1974년에 상표등록을 하였고 스위스의 로지텍이 일본지사를 설립한 것이 1988년의 일이라서 그러해요.

Ludwig Drums
독일의 악기 메이커같지만 실은 미국의 타악기 제조업체인 러드빅 드럼은 독일 출신의 미국의 프로페셔널 뮤지션 및 기업가인 윌리엄 F. 러드빅(William F. Ludwig, 1879-1973) 형제가 1909년 미국에서 창업했어요. 이 드럼을 즐겨 쓰는 유명 연주자로서는 비틀즈의 멤버이기도 한 영국의 뮤지션 링고 스타(Ringo Starr, 1940년생)로, 그가 이 러드빅 드럼을 사용하면서 인지도가 특히 상승해 있어요.
사실 드럼 제조사라고는 하지만 사업영역이 드럼 및 팀파니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실로폰, 마림바 등의 다른 타악기에도 걸쳐 있는 러드빅 드럼은 오늘날에는 미국의 악기제조 대기업인 콘-셀머 그룹(Conn-Selmer Group)의 브랜드로 존속해 있어요.

Marantz
1953년 미국의 음향엔지니어 솔 마란츠(Saul Marantz, 1911-1997)가 설립한 마란츠 오디오는 국적이 미국에서 네덜란드로, 그리고 일본으로 옮겨가는 기묘한 역사를 지니고 있어요.  
1964년에는 미국의 수퍼스코프(Superscope)로 인수된 마란츠는, 1968년에는 일본의 스탠다드공업과의 제휴로 시장을 넓혀 나갔지만 1980년에는 경영악화로 수퍼스코프가 네덜란드의 필립스에 회사를 매각하고 그래서 미국의 본부와 생산거점도 네덜란드로 이전했어요. 그런데, 1968년 이래로 제휴하던 스탠다드공업이 일본시장의 마란츠 제품의 디스트리뷰터로서 일본마란츠가 되었다가, 이 일본마란츠가 필립스로부터 마란츠를 인수하여 독립.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일본의 오디오 제조업체 데논(DENON)과 합병하여 D&M 홀딩스가 되고, 이 회사 산하에 데논과 마란츠가 각각 브랜드로 존속하고 있어요.
마란츠의 오디오 제품 하면 중후한 금색 전면패널. 2005년작 일본의 영화 전차남(電車男)에서 에르메스녀의 집안에서 쓰고 있는 오디오가 마란츠 제품으로, 그 특유의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어요.

Russian Disc
이름은 러시안 디스크이지만 실제로는 19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이 음반사는, 소련/러시아의 위대한 클래식 음악가들이 남긴 레코딩 자산을 각종 음악미디어로 발매하고 있어요. 그런데 반드시 소련/러시아의 음악가에만 한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체코 등 구소련의 영향하에 있었던 동유럽 국가들에서의 연주컨텐츠 또한 수록발매하고 있어요.

SEAT
의자 제작업체로 보일 듯하고 발음도 시트일 것 같지만, 사실은 1950년 스페인에서 설립된 자동차기업으로 SEAT는 시트가 아니라 세아트로 발음되어요. 사명의 어원은 Sociedad Española de Automóviles Turismo의 약자로, 스페인 승용자동차회사. 스페인을 대표하는 대기업 중의 하나로 원래는 국영기업이었다가 현재는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이 인수해 있고, 스페인 내수시장 및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를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어요. 폴크스바겐의 자회사라고는 하지만, 독자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분야도 많이 있고, 스페인에 소재한 자동차기업 중 유일하게 독립 연구개발시설이 있는 기업이 되어 있어요.

Spark Racing Technology
2012년에 등장한 이 기업은 완전전기추진의 레이싱카 완성차 및 부품을 제조판매하는 프랑스의 기업으로 프랑스의 모터스포츠 매니저 프레드릭 바시르(Frédéric Vasseur, 1968년생)가 설립했어요. 현재 FIA의 포뮬러 E 챔피언십에 쓰이는 레이싱카는 전량 이 스파크 레이싱 테크놀로지가 공급하고 있어요.

STAX
전용의 고성능앰프가 필요한 정전형 헤드폰 및 앰프 등을 생산하는 스택스는 일본의 음향기기업체. 1938년에 쇼와광음공업주식회사(昭和光音工業株式会社)로 출범한 이 기업은 1964년에 사명을 현재의 것으로 변경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고, 이에 앞서 1960년에는 세계최초의 콘덴서식 헤드폰을 내놓는 등의 고성능 음향기기로 명성이 높아요. 제품 상당수가 단가 수십만엔이 넘다 보니, 수만엔대의 제품이 굉장히 저렴하게 보이는 착시효과까지 느껴지는 것은 덤.

STMicroelectronics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럽 최대의 반도체제조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국적은 의외로 스위스가 아닌 프랑스 및 이탈리아의 이중국적. 이것의 기원은 이탈리아의 SGS 미크로일레트로니카(Società Generale Semiconduttori Microelettronica) 및 프랑스의 톰슨 반도체(Thomson Semiconducteurs)로, 둘 다 각국의 국영기업. 이렇게 1987년의 합병으로 탄생한 뒤로는 본부는 양국의 한쪽도 아닌 제3국인 스위스에 본부를 두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및 미국의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으면서 프랑스 및 이탈리아의 국부펀드가 대주주로서 이 회사의 모회사인 지주회사를 지배중인데 지주회사는 소재지가 또 다른 네덜란드.

Sumosound
일본의 전통 씨름인 스모는 전세계에 강한 인상을 주고 있고, 그래서 브랜드에도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하지만 그 스모를 모티브로 사명을 정한 이 기업은 케냐의 모바일 오디오 제조기업으로, 저가격 고품질의 이어폰 및 스피커를 제조하고 있고 아프리카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저변을 확대하고 있어요.

Veolia
물 산업 기업의 글로벌 강자인 베올리아는 1853년에 프랑스에서 설립된 프랑스의 대기업이지만 한때는 프랑스의 미디어그룹 비벤디(Vivendi SA)에 있다 독립하여 2003년에 현재의 사명으로 존속해 있어요. 설립당시의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의 칙령으로 설립된 이 기업은 계속 상하수도 관련분야에 종사하다 1976년부터 교통분야, 건설, 출판미디어 관련으로 대폭 확장하여 비벤디 그룹이 되었고, 2003년에 물 산업부문이 독립하여 베올리아가 되면서 결국 현재는 베올리아와 비벤디 그룹이 별개로 존속하고 있어요.

Wang Laboratories
이름만 보면 한국이나 중국, 대만의 기업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1951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창업하여 1999년 네덜란드의 젠트로닉스(Gentronics)에 인수되기까지 존속한 미국의 기업이 바로 이 왕 연구소. 설립자는 중국계 미국인 공학박사인 왕안(王安/An Wang, 1920-1990)로, 1955년에 자기코어메모리를 발명하는 등의 컴퓨터 산업에의 업적이 지대한 인물이었어요. 그의 기업은 컴퓨터 및 각종 주변기기를 제조하였고 한때는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 중의 하나이자 미국 동부지방의 하이테크산업으로 인한 호황인 매사추세츠의 기적(Massachusetts Miracle)을 이끈 기업 중의 하나였지만 범용컴퓨터시대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급격히 쇠퇴후 파산의 위기를 수차례 겪은 후 네덜란드의 IT기업인 젠트로닉스에 인수되었고, 브랜드로도 존속하지 못한 채 20세기의 IT 발전의 조류에서 탈락하고 말았어요.
이 브랜드는 유고상태인 대통령의 대역을 담당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1993년작 미국 영화 데이브(Dave)에서도 언급되어 있어요.


이번에도 이렇게 19개의 기업을 선정해서 소개해 드렸어요.
이렇게 국적이 의외인 기업의 경우는 앞으로도 계속 발굴될 것 같아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0-04-12 14:03:57

스모사운드는 케냐에 있네요. 왕 실험실은 중국인이 미국에 설립했고, 시트는 사실 세아트였는데 일단 시트가 들어가는 자동차 회사는 맞고요.
별별 회사가 다 있네요. 중간중간 보기만 했어도 신기해요.

마드리갈

2020-04-12 14:14:32

세계에는 정말 특이한 기업도 많고, 이런 업종의 것도 있었나 싶을 것은 물론이고, 이름만으로 국적을 판별하기도 힘든 것 또한 드물지 않아요. 게다가, 회사의 본점 소재지가 우여곡절을 거쳐서 여러 나라를 옮겨다닌 곳도 있고...그런데 앞으로 또 놀라실 거예요. 지금까지 알아본 기업들은 아직 빙산의 일각도 못 될 정도로 적으니까요.


그럼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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