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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6화 - 진홍색의 '그것'

시어하트어택, 2020-04-24 20:17:39

조회 수
138

그 진홍빛 음료수는 가히 ‘천상의 맛’이었다. 달콤함과 적당히 신맛이 어우러져, 마치 알코올 없는 와인을 마시는 것과 비슷했다. 중간에 반디가 대학원 논문 과제를 하러 간다며 일어난 것 말고는, 메이링과 방 안에 있던 모두가 그 진홍빛 음료수의 맛을 논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서, 잔을 다 비웠다. 맛은 정말 좋았다.
아무튼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파라와 호렌이 방 안에 들어왔다. 뒤에는 엘더 박사와 장 박사가 따라 들어왔다. 방안을 둘러보던 파라는 무슨 일인지 조금 얼굴이 굳어 있었다. 뒤따라 들어오던 장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파라보다도 더욱 심각한 얼굴이었다. 그때 메이링은 직감했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파라는 사람들 앞에 서서, 엘더 박사와 장 박사를 옆에 모시고는, 그때 자신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와, ‘베라네’라는 물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시작했다.
파라가 말한 내용은 대략 이렇다. 베라네는 본래 기체 형태로 존재하는 물질이며, 신체를 강화시켜 주고, 초능력의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는 낮은 확률로 초능력을 개화시켜 준다. 때문에 베라네의 채굴은 엄격히 통제되어 있으며, 베라네가 매장되어 있는 행성들은 예외 없이 각 국가들의 강한 통제를 받게 되어 있다. 파라는 2년 전에 여행을 갔다가, 베라네 유통업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 베라네 밀무역의 ‘큰 손’과의 사투에서 두 다리와 오른쪽 눈을 잃게 되었다. 어찌어찌 그가 가지고 있던 베라네 용액들을 전부 훔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파라는 말을 하고 나서, 유리병 하나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진홍빛의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다. 파라는 그 액체를 ‘농축된 베라네 용액’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껏 이 액체를 본 사람은 없었을 것이고, 베라네에 깊이 관여해 온 사람도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것이며, 기체 상태의 베라네보다도 훨씬 강한 효능을 내는 물질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베라네 용액들은 2년 전에 입수한 것이며, 지금 이 자리에서 보유하고 있는 모든 베라네 용액을 VP재단에 양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베라네 용액을 엘더 박사와 장 박사에게 주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메이링이 당황스러워했던 건 따로 있었다. 조금 전 맛있게 마시던 그 음료수와, 똑같은 빛깔이다! 그리고 메이링은 또 한 가지를 직감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임이 있던 다음 날, 메이링은 알아차렸다. 자신에게 초능력이 발현된 것을. 세훈과 주리도 마찬가지였다. 어제 모였던 사람들 모두, 빠짐없이 능력이 발현했다. 이미 초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기존의 능력 말고도 다른 능력이 발현했다. 심지어, 대학원 과제가 있다고 해서 일찍 갔던 반디도, 원래 있었던 능력 말고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 같다는 말을 전해 왔다.
남들 같았으면 초능력이 생기면 설레는 느낌이었지만 메이링은 잠시나마 앞이 캄캄해졌다. 정말이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냥 변호사 하고 초능력자 조사나 하면 됐지, 왜 신은 나한테 초능력까지 줘서 이 모양인가! 파라에게 가서 따졌다. 파라는 카페 직원에게 말을 전달하려고 했는데 잘못된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차라리 4월 3일의 조금은 황당했던 그 모임으로 끝났다면 나을 지경이었다. 그날 이후, 엘더 박사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다. 어떤 단서도 없이 말이다. 그의 행적을 알 수 있을 만한 영상 자료 같은 것도 모두 삭제되어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거기에다가 4월 중순부터, 세라토시의 초능력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증가폭이 가장 가팔랐던 곳은, 이곳 미린구였다. 안 그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초능력자가 몇 배나 많았던 인구 60만의 미린구는, 좀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초능력자로 바글바글한 곳’이 되어 버렸다. 특히 4월 중순 즈음에 미린과 그 주변 지역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후드를 쓴 정체불명의 남자에 대한 소문은 메이링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꼬여 버린 상황이 더더욱 꼬여 버렸다. 그런 와중에, 현애가 전학 온 것이었다.?

“다 듣고 나니까 말이죠...”
메이링의 말을 다 듣고 나자, 현애가 머리를 싸매며 말한다.
“무슨 말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제게 왜 이 초능력이 생겼는지도 모르겠고요. 솔직히 말해서, 정말 모르겠어요. 지금 제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말이죠.”
세훈이 가만히 보니, 현애의 얼굴은 거의 울상이 되어 있다. 모른다는 게,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한테 어떻게 초능력이 생겼는지조차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궁금하다.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당연해. 어차피 너는 4월 전의 일들은 직접 겪어 본 게 아니니까.”
“마... 맞아요.”
현애는 메이링의 말에 당황스러운 듯, 눈동자가 떨린다. 마치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송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에 대한 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말했잖아. 나는 VP재단의 정보원 일도 한다고. 여기 앨런 씨도 마찬가지야. 자비에 씨는 요 며칠 전에 새로 들어왔지만.”
“저기, 메이링 씨.”
세훈이 궁금증 섞인 얼굴을 하고는 메이링에게 묻는다.
“왜?”
“메이링 씨가, 어떻게 현애의 과거에 대해서 아시죠? 그리고, 현애하고 VP재단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 거죠?”
“아, 나는 현애의 과거를 아는 게 아니야. 나는 신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올 수 있는 능력도 없어. 그저, 내가 아는 대략적인 정보의 선에서 알아낸 것일 뿐이지.”
메이링의 말투가 점점 분석적으로 되어 간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으려던 바로 그때.

“저, 변호사님.”
자비에가 메이링의 옆에 가까이 다가와 AI폰을 보여주며 말한다.
“저녁 식사 미팅 시간이 1시간도 안 남았어요. 5시 40분에 시작하는데, 지금 일어나서 가야 할 것 같은데요.”
메이링은 자비에의 말에 깜짝 놀라 방 안에 있는 시계를 본다. 방 안의 시계는 4시 50분을 가리키고 있다.
“아... 시간이 벌써 저렇게 됐어?”
메이링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걸어 놓은 검은 재킷을 걸친다. 앨런도 따라 일어나 옷을 걸쳐 입고, 자비에는 서류 가방을 든다.
“미안! 나 먼저 가 봐야 할 것 같아.”
메이링은 현애, 세훈, 주리를 한 번씩 돌아보며 말한다.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들을게. 그럼 또 보자!”
메이링은 손을 흔들며 방을 나선다. 특히 현애에게는 눈웃음까지 지어 보인다. 메이링의 뒤를 따라, 앨런과 자비에가 손을 흔들어 보이며 방을 나간다.
메이링 일행이 방을 나선 지 약 2분쯤 후.
“우리도 나갈까?”
현애가 그 자리에서 커피를 다 마시고는 세훈과 주리에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세훈과 주리 역시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세훈은, 지금 보는 현애의 웃음이, 그렇게 시원해 보일 수 없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미린역 사거리. 현애와 세훈, 주리는 인파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금요일 저녁 시간대라,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많다.
“아, ‘어둠을 가로지르는 기사’ 오늘 완결 났던데.”
세훈이 식사를 하다가, 짐짓 아쉬워하는 얼굴을 하며 말한다.
“정말? 그 소설, 언제부터 연재되던 거였지?”
“중학교 2학년 때부터였지, 아마? 그건 그렇고, 이제 또 뭘 보냐.”
세훈은 짐짓 아쉬워하며 말한다. 주리도 못내 아쉬워하는 얼굴이다.?
“너 그런데 오늘은 왜 오토바이 안 타고 왔어? 매일 타고 왔으면서.”
“아, 그런 일이 있어.”
주리는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한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금요일에는 항상 타고 오더니만...”
“그런 일이 있다니까.”
주리가 같은 말만 반복하자, 세훈은 더 묻지 않는다. 어느덧 걷다 보니, 횡단보도를 건너 미린 중앙공원 동남광장 앞에까지 와 있다. 문득 현애의 얼굴을 본다. 아까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지금 물어 봐야겠다...
“맞아... 나 하나만 좀 물어보자.”
세훈이 현애를 돌아본다. 비록 많이 풀렸다고는 하나, 아직도 현애의 얼굴에는 남아 있다. 그 겨울의 서리 같은 느낌이.
“너, 아까 학교 가던 길에는 왜 그랬던 거야?”
“뭐가?”
현애의 목소리가 다시 차가워진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세훈은 가슴 속이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누른다. 그러다가 또 아까처럼 고생할라!
“아... 그게 아니라...”
세훈은 얼어 버린 얼굴을 하며, 급히 말을 돌린다.
“메이링 씨는 어째서 너를 알고 있었던 거지?”
아뿔싸...
세훈은 머리를 싸맨다. 나, 왜 또 이러냐! 왜 입은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건가! 지금 당장, 숨을 데가 있다면 어디론가 숨고 싶다. 이러다가 현애하고 완전히 틀어져 버리면 안 되는데...
“알고 싶어?”
“어? 그... 그래.”
본의는 아니었지만, 세훈은 더듬더듬 말한다.
“좋아, 그러면 말해 줄게.”
현애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마치 단단히 굳은 얼음에서 뿜어나오는 냉기처럼. 현애는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에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람이래 봤자 조깅하는 사람들, 피크닉 나온 가족들, 아니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뿐.
“대신 내가 목소리를 조금 낮출 테니, 귀담아들어 줘. 알겠지?”
세훈과 주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주리 너는 아마 *하나한테 들었을지도 몰라.”
잠깐, *하나한테 이미 들었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것도 그렇고, 아까 분명히 처음 봤을 터인 주리가 현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이 이야기, 안 들을 수가 없다! 세훈은 귀를 쫑긋 세운다.

“좀 말하자면 긴데 말이야.”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3 댓글

마드리갈

2020-04-25 01:08:44

그 문제의 진홍색 음료가, 전작에서도 이미 등장했던 베라네군요. 게다가 농축되어서 순기능도 역기능도 원래의 베라네보다 클 수밖에 없는 액체 상태의 고농도 베라네...

게다가 그 진홍색 음료를 마신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서, 초능력자의 비중이 원래부터 많은 미린구 관내지역에 초능력자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데에는 경계를 안 할수가 없어 보이네요. 초능력이 발현된 사람 모두가 선의를 가졌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이제 설명이 안되는 사건들이 풀리는 실마리가 나오나 보네요.

SiteOwner

2020-04-26 00:01:16

전작에 등장해서 온갖 사건의 주범이 된 그 베라네가 여기서 재등장할줄이야...

그리고 그 음료는 결국 고농도의 베라네였고, 마신 사람들에게는 초능력이 발현되었고...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었군요. 게다가 이 사건이 번화가에 입지한 쿠쿠스 가든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주인공 일행 이외에도 이런 상황하에 놓이게 될 사람이 많을 것도 금방 보입니다.

가장 곤란한 건 엘더 박사 본인은 물론 그에 대한 기록까지 같이 사라지는 현상...


봄날의 새벽이 섬뜩하게만 느껴집니다.

시어하트어택

2020-04-27 20:27:46

사실 처음부터 저 물질을 등장시킬 계획이었습니다.

정체를 일찍 밝힐지 늦게 밝힐지 고민하다가 좀 일찍 밝히기로 했죠.


이제 저 베라네라는 물질에 얽히는 이런저런 사건들이 많이 나오게 될 테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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