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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종(種, Species)은 생식의 단위.
그래서 상호간의 생식이 가능하지 않을 때 이미 종이 분화되었다고 판단하기 나름이죠. 일단 포유류 같은 고등 척추동물은 그러해요. 하지만 어류의 경우에는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아서, 간혹 이종교배가 가능해요. 납자루와 각시붕어의 교배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그나마 이 경우는 아종 레벨인데다 서식환경이 비슷하다 보니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의 사례는 꽤나 특이하네요.
헝가리 수산양식연구소에서 우연히 러시아 철갑상어(Sturgeon)의 난자와 미국 주걱철갑상어(Paddlefish)의 정자가 수정되어 이종교배 물고기가 탄생했고, 그렇게 태어난 어류가 두 종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하네요.
언론보도를 볼께요.
[사이언스카페] 실수로 태어난 상어판 라이거, 2020년 7월 16일 조선닷컴 기사
두 종은 앞에서 밝힌 것처럼 서식지도 각각 러시아와 미국으로 완전히 다른데다, 이미 중생대인 1억 8400만년 전에 분화되어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해 온, 자연 상태에서는 만날 일이 없는 별도의 것. 그런데도 이렇게 생식이 가능했다는 것은, 어류와 같은 하등 척추동물에서는 종의 분화나 통합 등에 유연성이 많다는 증거로 보여요.
대학 때 교양지구과학 수업을 수강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떠올랐어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의 어느 호수는 남북으로 긴데, 20세기 전반에 호수 전역에 공통적으로 서식하던 한 물고기가 60년이 지나니까 원래 같은 종이었던 것이 호수의 북단에 사는 것과 남단에 사는 것이 상호 생식이 불가능하게 되어 다른 종으로 분화되었다는 것에, 종의 분화가 이렇게도 빠른 시간내에 달성되는 건가 하고 놀라기도 했어요. 이번의 사례는 영겁의 시간 동안 달라져 있던 종도 다시 교배가 가능하다는 또 놀라운 것.
아직 생명의 신비에 대해 규명된 것이 극히 일부분인데다 해부학적, 화학적 구성은 이미 파악되어도 그 이상의 것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있어요.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이 밝혀질지 기대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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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0-07-17 22:16:31
신기하네요. 상어간의 이종교배라.
사자와 호랑이도, 당나귀와 말도 이종교배가 되니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이건 꽤 신기하네요.
정말 아직도 신기한 게 많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어요.
마드리갈
2020-07-18 13:28:07
그것도 다른 대륙의 하천에서 1억년 넘게 완전히 다른 종으로 살아온 두 어류의 혼종이 태어났다는 것은 역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어요. 그나마 사자와 호랑이는 인도에 두 동물이 다 살고 있고 말과 당나귀는 유라시아대륙 전반에서 문명이 있는 곳에서는 같이 사육하기도 하고, 시행착오의 결과 생식능력은 없지만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동물인 노새를 만들어내기도 하기도 했지만...
역시 아직도 생명은 신비의 영역이 많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