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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군생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무슨 쌍팔년도에 군생활을 했냐는 반응을 보입니다.
대략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훈련소에서는 잠자는 도중에 조교의 군화발에 얼굴을 밟혀 보기도 하고, 기상시간 때에는 조교가 몽둥이로 내무반 침상 밖으로 조금 나와 있는 훈련병 머리를 연달아 훑어서 깨운다든지 하는 문제에, 사격장에서는 실탄이 장전된 총이 머리에 겨누어진 적도 있었고 그랬습니다. 이것 말고도 숙영 때 침수사고가 나는가 하면, 내무반 내에 몸의 한쪽만 부풀어 오르는 괴질이 유행했고 저 또한 그 피해로 왼쪽 얼굴, 왼팔 및 왼다리가 부풀어 올라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저를 괴롭히던 조교는 결국 구속당하기도 했습니다. 이것 말고도 사망사고도 많아서, 대학선배, 훈련소 동기 등을 잃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부대원 중 살인사건을 저지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나마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습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저는 식생활 면에서는 꽤 유리했던 편이었습니다.
훈련소 때에는, 군병원을 오가면서 업무착오로 식사를 못하게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만, 그걸 제외하면 일단은 사람이 먹을만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카투사로서 복무를 했다 보니 미군부대 영내에서의 생활을 하면서 배고픔에서는 확실히 해방되었고, 군복무 도중에 발견된 골격손상 등을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식생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보니, 지금도 틈틈이 그때 먹었던 식사메뉴의 스타일을 재현해 보기도 합니다. 험난한 일도 많았지만 그나마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의 근간이 식생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미 20년도 더 전의 제 군복무 시대보다도 더 못한 모양입니다.
이 기사를 읽어보니 참으로 기가 찹니다.

여기에 드러나는 제보자의 말에, 지금이 무슨 시대인지를 의심했습니다.
“살면서 못 먹어서 서러워 본 적 있느냐” 라는 표현, 이건 그냥 서기 1988년의 쌍팔년도가 아닌 단기 4288년(=서기 1955년)의 쌍팔년도인 건가 싶을 정도로.
젊고 혈기왕성한 시대에 저렇게 비참한 식생활을 영위하게 되면 정말 위험해집니다.
신체적으로도 중장년 이후의 건강이 크게 손상되어, 멀쩡하게 보이다가 중병을 앓게 되거나 돌연사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손상을 입습니다. 군필자 남성이면 대부분 겪는 군복무 트라우마가 더욱 심해질 것은 분명하고, 이렇게 청년기를 보낸 사람이 국가주도의 사업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확률이 아주 높아질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그래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훈련소 시절 교관들이 흔히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는 가난한 나라니까..."

1990년대보다 보다 발전하고 부유해진 2021년의 우리나라는 지금 현역장병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될지 의심스럽습니다.
적어도 좋게는 기억되지는 않겠지요.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긴 합니다만, 일단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Site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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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1-06-09 00:35:05

군대 관련으로 들려오는 이런 안 좋은 소식들은 들을 때마다 어이가 없죠.

일단 군인도 국민인데, 국가가 국민을 이렇게 대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들거든요.

SiteOwner

2021-06-11 00:08:47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군가, 급식, 성범죄 등의 각종 가혹행위까지...대체 여기저기서 들려온 개혁은 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이었나 의심이 될 정도입니다. 국가의 근간인 국민을 이렇게 취급해서 국민이 국가를 따를 거라고 생각이라도 하는 건지...예전이 못했다 탓하기에는 오늘날에 나아진 게 없습니다.


이제 한국사회의 거짓말 중에 "열심히 저축해서 부자되었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진학했다" 에 이어 "요즘 군대 좋아졌다" 도 당당히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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