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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에러는 그냥 해프닝에 지나지 않을까

마드리갈, 2021-06-28 14:38:46

조회 수
132

사람이 일을 하는 이상 실수가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어요.
그렇게 만들어지는 실수를 휴먼에러(Human error)라고 하죠. 이것은 개인의 백그라운드나 종사직종에 관계없이 아주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최악의 경우에는 수험생에게는 답안지 마킹이 문제 순번과 어긋나다든지, 각종 거래에서 예상밖의 큰 실패로 이어진다든지, 의료, 군사 등 생명을 좌우하는 분야에서 죽음으로 이어진다든지...

물론 저도 겪어봤어요.
주식거래를 할 때 매수주문을 낸다는 게 매도주문을 내서 손해를 본 적도 있었거든요. 이후에는 단타매매를 좀 해서 손실 이상을 메꾸어서 결과적으로 손해는 안 봤지만, 들인 시간과 노력이 지대했는데다, 거쳐야 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던 자신의 안이한 행태 등에 화가 안 날 수가 없었죠. 그리고 금융이라는 게 써 보지도 못한 돈이 작아도 그냥 몇십 몇백만원 단위는 우습게 좌우될 수 있다는 것에 확실히 정신을 차려서, 높은 수익률 기록에 잠시 안일해졌던 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도 가졌어요.
이 제 경험담은 개인 경제활동의 영역이고 저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이미 그렇게 책임을 졌던 것이라서 이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어요. 하지만 고객이 의뢰한 일을 하는 경우에는 그냥 해프닝으로만 봐서는 안될 문제가 있어요.

이런 사례가 있어요.
자세한 것은 아래의 기사를 참조하시길 부탁드려요.

좌우 바퀴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은 꽤나 큰 문제예요.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바퀴의 반지름이 동일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
한 차축에 연결되어 동시에 돌더라도 좌우의 반지름이 다르게 되면 각속도(Angular Velocity)는 같지만 선속도(Linear)는 달라지죠. 즉 같은 각도로 차축이 돌더라도 오른쪽 차륜의 반지름이 왼쪽 차륜의 반지름의 99% 수준이라면 오른쪽 차륜이 지면에 닿아서 움직이는 거리는 왼쪽 차륜의 99%밖에 되지 않고 1%는 손실되죠. 이 경우에는 직진해야 할 자동차가 직진하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버리니까 운전자가 자동차를 직진시키려면 왼쪽으로 필요 이상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린다든지 하는 문제도 발생하죠.

그것뿐일까요?
저 기사에서 언급된 자동차는 BMW 520d xDrive라는데, xDrive란 BMW의 상시4륜구동시스템의 상표명으로, 모든 바퀴에 동력이 전달되는 구조인 All-Wheel Drive, 즉 AWD 구조예요. 그리고 이러한 AWD 구조는 바퀴가 지면에 정확히 밀착하는지 헛도는지를 감지해서 헛돈다고 판단되면 그 차륜에 동력을 집중시켜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지면에 마찰력을 전달하도록 만들어주죠.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센터 디퍼렌셜(Center Differential)이라 불리는 기계장치.

BMW의 자료영상을 하나 첨부할께요.
설명이 독일어로 쓰여진 영상이지만 그걸 굳이 읽지 않더라도 화면상의 화살표 및 색 강조로 알아볼 수 있으실 거예요.


저렇게 잘 작동하는 체계도, 부품들이 바르게 조립된 상태를 전제하는 것이지, 그게 안 지켜지면 뭐가 될까요?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좌우 바퀴의 크기가 다르다면, 특히 지름이 다르다면 한쪽 바퀴가 더 돌거나 덜 돌거나 해서 회전을 정확히 감지할 수 없게 되고, 그렇게 잘못된 받아들인 센터 디퍼렌셜이 잘못된 방향으로 작동해서 구동계 전체에 무리를 주게 되는 건 당연한 것이죠. 지름이 같다고 하더라도 좌우 바퀴의 크기가 다르면 질량도 다른데다 단위면적당 접지압 등도 달라지니 이것이 무리를 안 준다고 기대하는 게 잘못이죠.


공식서비스센터라면 본사에서 제공받는 차량정보가 일반적인 정비공장보다 더 많을 것인데, 여기서 좌우 타이어의 크기를 재확인이라도 해 봤으면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타이어 옆면에는 사이즈가 이런 형식으로 적혀 있거든요. 이를테면 245/40VR19같이. 이것은 폭 245mm, 편평비 40, 최고허용속도 240km/h(=149마일), 반지름 19인치라는 의미. 게다가 타이어에 따라서 장착가능한 휠의 크기도 정해져 있어요. 보통 이 경우 림(Rim)의 폭은 8.5인치가 표준으로 잡혀 있어요. 이런 것들이 좌우 모두 같아야 하죠. 일반적인 정비공장은 고사하고 자동차를 일반인보다 조금 더 아는 저조차도 아는 사항을 공식서비스센터가 못했다는 건 무능하거나 휴먼에러거나.


그냥 바퀴를 교체해 주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봐요.

상시4륜구동차량은 모든 바퀴가 동력에 연결되어 있으니 문제의 오작동을 유발한 원인에 어느 바퀴도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그냥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전혀 아니겠죠. 그냥 해프닝의 차원이 아닌,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휴먼에러가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모로 면밀하게 검토해야겠죠.

이런 생각까지 드네요.

이제는 어딘가에 일을 맡겼을 때, 맡긴 일이 제대로 수행되었는가도 의심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건가 싶기도 하고...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21-07-03 22:50:15

이번주에 제가 처리한 작업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죠. 다행이도 일단 사원간에 자료 주고받으면서 하는 작업이다보니 당장 제가 고쳐내는 것으로 무마되었어요

그런 실수 한번도 엄청 식겁하죠. 제가 한 단순한 실수 하나만으로도 사원들 간에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데, 더 큰 실수면 이젠 고객한테 피해가 가는 경우까지 생기니까요. 엔간하면 검토에 검토를 거치고, 가능하면 상사한테까지 들고 가서 검토를 요청하는데, 저기는 좀 큰일이네요. 저것도 저 회사의 상사에 상사에 그 위의 상사까지 검토를 하고 내놓은 결과물일텐데 휴먼에러가 고객한테까지 갔다니...

마드리갈

2021-07-03 22:59:48

대왕고래님의 회사의 경우는 정말 제대로 된 경우네요. 이렇게 상호 피드백이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오류를 검증해서 수정하니까.


그런데 예의 BMW 공식서비스센터는 그런 기본이 안 지켜졌음은 물론이고 대책도 졸렬하기 짝이 없어요. 저건 공식서비스센터가 전적으로 제대로 책임져야 해야죠. 이전의 BMW 디젤승용차에 다발했던 화재는 독일 본사에서의 설계문제라고 탓할 거리나 있지만, 차륜의 장착은 그럴 수도 없죠. 국내 공식서비스채널이 제대로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대왕고래

2021-07-03 23:12:32

더 어이없는 건 저희 회사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면 "그게 무슨 회사임?"하는 질문이 돌아올 게 뻔한 중소회사거든요.

BMW는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유명한 회사인데, 그런 회사가 일개 중소회사보다 못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는게 말이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마드리갈

2021-07-05 12:59:44

아무리 큰 회사라도 초심을 잃으면 위기에 처할 수 있죠.

그게 이런 데서 드러난다는 게 참 씁쓸해요.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기업 BMW, 그리고 국내총판인 대기업 코오롱 모두 이렇게 위기를 자처하고 있어요. 역시 대마불사 신화를 믿으면 곤란해요. 이미 최근 4반세기동안 미국에서는 에너지분야의 엔론, 금융분야의 리만브라더스가 해체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우그룹이 해체되는가 하면 세계 유수의 해운사였던 한진해운도 갑자기 파산해 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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