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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29화 - 지하 유적에서(4)

시어하트어택, 2021-06-30 07:48:44

조회 수
120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판단이 선 현애는 곧바로 조나의 다리 쪽에 냉기를 집중시킨다. 마침 맨발로 서 있어서 효과는 더 클 것이다. 두 발에만 냉기를 성공적으로 불어넣으면 나머지는 일사천리다.
그런데...
그런데...
“어? 뭐야?”
현애는 발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오는 것을 직감한다. 이런 건 못 느껴 봤다. 발이 얼어붙는 느낌이다. 그것도 마치, 맨발을 바로 빙판에 내딛은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런데, 왜 발이 얼어붙지? 분명 능력을 사용하는 쪽은 자신일 테고, 눈앞에 보이는 조나를 향해서 썼을 텐데?
“바... 발이 왜 이래? 분명히 이건 내 능력일 텐데?”
“후... 잘 들어갔군...”
현애가 발을 붙잡으며 당황하는 걸 보는 조나가 안도한다.
“조마조마했는데.”
“도대체 뭐가 잘 들어갔다는 거냐?”
“그걸 알려주면 제가 바보지요. 안 그런가요?”
생각해 보니, 냉기 공격이 들어가는 순간 발이 빙판에 바로 닿은 듯한 한기가 몰려왔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현애가 할 수 있는 건...
“그럼 이건 어떠냐!”
옆구리가 비었다! 발차기라면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서 오른발으로 힘껏 조나의 옆구리를 걷어차려는데...
“엇?”
별안간, 옆구리가 찢어질 듯 아프다.
난데없는 통증이다. 마치 뭔가가 옆구리를 강타한 것 같다. 아니, 괴물 같은 존재가 허리를 꽉 붙잡고 우악스럽게 찢는 듯하다. 분명 눈앞에 있는 조나가 아무것도 한 건 없다. 눈에 띄는 공격은커녕 손발 하나 까딱한 것도 없다. 그런데 왜 옆구리가 아프지?
“으... 으으윽...”
이 통각, 어디서 온 거지? 어디서 온... 거지? 찢어질 듯한 옆구리를 부여잡고서, 조나를 노려본다. 조나는 어디 아프다는 기색도 없이, 약간의 긴장이 섞인 얼굴을 하고 현애와 미켈, 나오미를 번갈아 본다.
“효과는 확실하겠군요. 이걸로 확실히 경고는 되었을 테고...”
조나가 언제 그렇게 화를 냈냐는 듯 확 가라앉은 얼굴을 하고 말한다.
“그건 그렇고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봐, 조나.”
현애와 조나의 싸움을 지켜보던 나오미가 조나에게 말한다.
“겁쟁이로만 알았는데, 꽤 제법인데? 옛날에 얼마나 많은 사람하고 싸웠길래 그 실력이 나오는 거야?”
“그래, 나는 네 말대로 겁쟁이야.”
조나는 나오미의 말이 나오자마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한다.
“내가 말이지, 싸움 같은 걸 피하는 성격이라서 이런 능력이 생긴 것 같고. 그런데 하나 다른 건 있어. 누구하고 싸워 본 적은 단 한 번이지.”
“한 번? 안 그래 보이는데.”
“한 번이 맞는다니까. 제대로 싸워 본 건 딱 한 번이었다고.”
문득, 조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슈뢰딩거 그룹에 들어오기 2년 전의 일이다. 범죄조직과 잘못 엮여서 꽤 오랫동안 도망 다녀야 했다. 채무도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던 중 산으로 둘러싸인 소읍 ‘서던빌’이라는 곳에 머물렀다. 조금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그곳 근처에는 제법 큰 베라네 간헐천이 있었고, 조나는 한 간헐천 근처에 숨어 하룻밤을 지내다가 자신도 모르게 베라네에 노출이 되었던 것이다. 새벽에 창고에서 일어나 급히 몸을 움직일 때, 왜인지 모르게 몸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그게 초능력 발현 때문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는 서던빌의 한 모텔에 묵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가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그를 쫓던 추격자들이 어떻게 그가 숨은 걸 알고서 모텔까지 쳐들어왔다. 조금 나중에 알게 된 것이기는 하지만, 모텔 사장도 한패였다. 그런 주제에 처음 조나를 들여보낼 때는 웃는 얼굴로 여기가 안식처라고 하며 방까지 소개해 주었다. 뒤통수를 거하게 얻어맞은 그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눈에 안 띄게 숨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못 가, 추격자들이 그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움츠러드는 것뿐이었다. 그가 해 왔던 것이고, 그가 아는 것의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런데 무슨 힘이 솟았던 건지, 그는 적극적으로 맞서려고 했다. 처음에는 갸우뚱거리던 추격자들도 곧 조나를 제압하려고 주먹, 발, 쇠파이프, 몽둥이 등의 수단을 동원했다.
그중 한 명의 몽둥이가 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오히려 그를 가격한 자가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다른 추격자들 역시 예상외의 일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 여기고 이내 다시 조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머리와 가슴, 다리, 팔 등을 싸매고는 괴로워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었다. 그 날,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었다. 얼마 후, 그것이 자신에게 발현한 초능력인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그때 이후로는 처음이야. 그날 이후로 이렇게 치열한 적은 없었지.”
조나가 감상에 젖은 듯 말한다.
“당연한 거 아니야?”
“맞아. 그 이후로는 새로 기반을 다지느라 누구하고 싸우고 할 시간이 없었고, 여기서 매표원으로 일하고부터는 아예 싸울 일이 없어졌거든.”
“호오, 그래? 옛날 감각 되찾았어?”
조나가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꽉 쥔다.?
“그래도 꽤 자신감이 붙었어. 이대로면... 이대로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뭐... 뭘 이긴다는 거냐, 너.”
벽에 손을 대고서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현애가 조나를 노려보며 말한다.
“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지요.”
“상관없어. 이 기세를 몰고 가면 그만이니까! 해 봐라!”
조나가 제법 호기롭게 말한다.
“물론 그쪽이 우리의 일에 어쩌다가 말려들게 된 건 참으로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소니아가 미리 경고해 준 것이기도 하고요.”
“소니아?”
“네. 하지만 당신은 그 기회를 걷어차고 여기로 왔습니다. 그러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죠.”
“무슨 책임.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그러죠. 그건 그렇고...”
조나의 눈길이, 별안간 미켈에게 향한다. 매우 격앙되고, 현애와는 달리 증오를 가득 담은 눈을 하고서 말이다.
“아즈탄! 아즈탄을 생각하면 너를 이 자리에서 죽여도 시원치 않단 말이다아아아아앗!”
미켈은 아무 말 없이 조나의 격앙된 얼굴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잔뜩 화를 내고 나서, 조나는 그 격앙된 시선을 현애에게 다시 돌린다.
“자, 이제 마무리에 들어가죠.”
조나의 능력은 대략 파악했다. 하지만 어떻게 반격하지? 현애가 시도하는 공격은 모두 그대로 현애 자신에게 되돌려 줄 텐데?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반격은 해야 한다. 판단은 빠른 시간 안에 해야 한다...
그리고...
현애는 다시, 조나를 지그시 노려본다.
“아주 어울리는 눈빛입니다. 지금과 같은 싸움에는 말이죠!”
조나는 잔뜩 격앙된 얼굴색을 하고 있으면서도, 애써 침착하게 보이려 더욱 정중한 말투로 말한다. 그 괴리감이, 오히려 그를 더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당신이 과연, 저와 여기 나오미에게 유효한 공격이라도 할 수 있는 걸까요? 그건 장담하지 못하겠죠! 제 능력이 있는 한, 공격은 생각도 할 수 없으니 말이죠!”
“과연, 그럴까?”
현애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되묻는다.
“내가 시험 같은 걸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게 있거든? 단답형이거나 단정형으로 끝나는 지문은, 99%는 답이 아니었지. 무슨 뜻인지 알겠어?”
“지금은 인생수업 시간이 아닙니다.”
“맞아, 인생수업 시간은 아니지.”
조나의 눈앞에 보이는 현애는, 벌써 초능력을 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조나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차피 저런 공격이라도, 피드백되어 시전자에게 되돌아갈 것이 아닌가?
“그래도 방법은 있다고.”
“무슨 방법 말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빨리 현실을 인정하고 납작 엎드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데.”
“그 말은 맞아. 하지만, 주어는 없지?”
“주어가... 없다니요? 그게 무슨...”
하지만 조나가 미처 다 물어보기도 전, 조나의 발에 뭔가 누르는 감촉이 느껴진다.
“아... 물리적으로 한다고요? 발은 좀 아픈데요. 하지만 그게 누구에게 갈까요?”
“누구에게 가기는.”
그 다음 순간.
조나의 눈에 보인다.
현애에게서 강한 냉기가 발산되고 있다. 특히 오른손 손끝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손끝이 향하는 곳은...
“어... 어엇?”
그 냉기가 향하는 곳... 다름 아닌 현애 자신이다!
“어... 그거...”
조나의 머리가 돌아간다. 냉기가 현애 자신을 향하고 있다면, 그 자신을 향한 공격이 되돌아올 곳은...
“아, 안돼...”
당황했는지 조나는 손을 버둥거리며 현애를 제지하려고 한다. 한순간이지만 그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노력도 부질없이...

훙-

냉기가 순간적으로 주위의 온도를 확 내린다. 마치 지하 통로 전체가 냉장고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조나의 눈앞에는, 냉기를 뒤집어쓰고 서 있는 현애가 있다. 알 수 있다. 그 다음, 바로 3초 후는...!
“......”
조나의 온몸이 벌겋게 변하더니, 어느새 온몸이 얼음으로 뒤덮여 버렸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겠다.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몸에 힘이 점점 빠진다...
그 자리에 풀썩, 조나가 쓰러진다. 마치 현애의 앞에 무릎을 꿇듯 말이다. 그리고 그걸 내려다보는 현애는 아무렇지도 않다.
“진심을 다해서 그런가? 좀 싱겁게 끝났잖아.”
현애는 숨을 좀 돌리고, 미켈을 풀어 주려고 미켈에게 간다.
“야! 미켈! 괜찮은 거야?”
“아... 아. 나는 괜찮은데...”
“괜찮기는! 내가 금방 풀어 줄 테니...”
현애가 바로 자루에 묶여 있는 미켈을 풀어주려는데...
“호오, 그건 안 되지.”
그때까지 가만히 상황을 관망하던 나오미가 나선다.
“내가 그렇게 놔둘 것 같나?”

한편, 위쪽 통로.
“3분이 지났는데, 왜 안 오죠?”
현애와 미켈을 기다리던 세훈이 초조하게 말한다. 한 자리에 서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좌우로 돌아다니며 한숨을 푹푹 쉬는 등 하는 행동도 불안하다.
“글쎄.”
가브리엘 또한 입에 침이 말라 간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충분히 올라올 시간이 지난 건데...”
“충분히 올라올 시간이 지났다는 건...”
“적을 만나서 싸우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 미켈도, 그 현애라는 애도.”
“경쟁 조직이요? 설마...”
“이미 각오는 어느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매일이 싸움의 연속인 적은 없었어.”
“저... 정말요?”
“그래. 다 태양석 때문이지.”
“하... 그래요? 태양석 때문에 그런 거라면...”
“그래...”
가브리엘은 눈을 빛내며 주먹을 꽉 쥔다. 그 모습이 정말이지 미켈과 꼭 닮았다.
“이걸 포기할 생각은 없어. 미켈에게도 내게도, 이건 기회니까. 그것도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6-30 15:35:30

공격을 되받아친다, 그리고 그 강도가 셀수록 행동한 사람이 더욱 크게 피해를 입는다...

역시 무서운 능력이네요. 그리고 현애가 크게 당황해 했을 게 아주 여실히 보이네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도 역발상으로, 그 가공할 능력을 가진 조나에게 역공을 해 버리네요. 대단해요. 이렇게 역발상으로 결국 조나는 자승자박...


역시 많이 닮았군요, 미켈과 가브리엘은. 일란성 쌍둥이인 것이죠?

시어하트어택

2021-07-04 20:31:32

타인의 공격을 피드백해 되돌린다는 건 확실히 괜찮은 능력이죠. 방어 쪽으로만 한정해 보자면 정말 유용하기는 합니다만, 그 역으로는 많이 생각해 보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SiteOwner

2021-07-11 15:56:42

현애가 정말 큰 위기를 맞았는데,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합니다.

그 번뜩이는 기지가 정말 크게 빛났습니다.

사실 초능력의 영역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신이 가한 힘을 그대로 돌려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통사고 중 고정된 구조물과의 충돌, 역주행 충돌 등의 것이라든지, 다이빙에서 입수각이 안 좋아서 넓은 면부터 떨어진다든지. 이 경우의 충격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필설로 다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의 태양석, 이제 찾아지려나요.

평생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 그러니 월드시리즈 7차전처럼 누구나 총력전을 펼치는 게 안 이상할 것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07-11 22:39:29

사실 반사 능력의 한계가 그것이기도 하죠.

피드백받을 걸 가려 받지 않다 보니...


아직은 태양석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아닙니다. 작중 시간으로는 이제 하루 정도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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