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생활 속의 역사왜곡 하나 - "초등학교" 의 용법

SiteOwner, 2021-09-09 20:04:39

조회 수
120

저는 국민학교 세대입니다. 즉 입학시점인 1984년 3월부터 졸업시점인 1990년 2월까지, "국민학교" 라는 이름의 초등교육기관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라는 명칭이 제도권에 등장하여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국민학교 명칭이 초등학교로 완전히 대체된 것은 1998년의 일입니다. 그러니,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초등교육을 이수완료한 사람이 저와 동년배이거나 연장자인 경우는 예외없이, 그리고 저보다 연소자의 경우라도 빨라도 1999년 3월 이후에 취학한 경우가 아니라면 1996년에서 1998년 사이에 취학한 사람들의 경우는 지역에 따라 사정이 다르고, 그 이전이라면 일단 국민학교에 취학하여 초등학교를 졸업한 게 됩니다. 이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각종 미디어에서도 실생활에서도 "국민학교" 세대가 "초등학교" 를 다녔다고 역사왜곡을 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아무 의문도 제기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시대에 없었던 것을 말하는 것은 분명 역사왜곡인데, 우리의 생활상이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오늘날이 그러니까 그냥 오늘날의 기준으로 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든지, 할 짓거리가 없어서 그런 거나 따진다고 욕하고 싶은 건지...

한번은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보다는 연소자이고 1999년 3월보다는 훨씬 빠른 시기에 취학한 후배가, "내가 초등학생 때는..." 운운했습니다.
그걸 들은 저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어이, 너, 198X년에 취학했지? 1996년 이전에 졸업했고. 그럼 초등학교 생기기 전에 국민학교 졸업했는데, 넌 없는 학교를 어떻게 다녔지?" 라고.
그 후배가, 왜 그런거 하나 일일이 따지냐고 하는 말에 전 이렇게 답했습니다.
"내가 1985년에 KTX를 타고 처음으로 서울에 갔다."
그 후배가, KTX는 2004년에야 영업을 시작한데 그 시대에 KTX가 어디 있냐고 따지길래, 반문했습니다.
"내 말이 이상하게 들렸지? 이거, 네가 초등학교 없는 시대에 초등학교 이야기 한 것과 같은 논리인데 뭐가 다르지? 그리고, 그러면 옛 문물을 오늘날의 시대상에 맞추면, 세종대왕은 대통령 이도이고, 철종은 대통령 이원범이지? 맞지?"
후배는 단 한마디도 반박을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저를 피합니다.

역사왜곡을 여기저기서 말하는데, 글쎄요.
자신의 생활사를 말하는 데에도 최소한의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기보다는 현재를 기준으로 부지불식간에 왜곡시키는 세태에 의문을 안 가지는 데에서 이미 역사왜곡은 시작하여 도처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시어하트어택

2021-09-12 20:09:55

국민학교와 초등학교를 모두 겪은 사람들도 은근 있죠... 저는 그 마지막이고요.

2학년에 갑자기 초등학교로 바뀌니 갸우뚱하던 게 생각납니다.

SiteOwner

2021-09-17 21:26:48

그러셨군요. 이미 국민학교를 졸업한지 한참 오래 뒤에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뀌는 것을 보고 대체 뭔가 했는데, 직접 경험하셨다면 당시의 혼란상이 얼마나 컸는지 이해할 것 같습니다.


당시를 회고해 보면 참 끝내주는 논리가 많았습니다. 국민이 황국신민의 준말이라고 밀어붙이고 반론하면 친일몰이에, 초등학교 졸업자는 아직 안 나왔는데 국민학교 졸업자가 초등학교 졸업자라고 말한다든지...이미 1996년에 고려대학교의 명순규 교수는 "아직 초등학교 졸업자는 없다(바로가기)" 라는 기고문으로 당대의 역사왜곡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63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2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3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8
4655

대학 구내식당 관련으로 이것저것.

2
마드리갈 2021-09-18 124
4654

최근 우주항공 및 군사관련 이슈가 많습니다

2
SiteOwner 2021-09-17 118
4653

[작가수업] 다른 산의 돌 - 패러디와 트라우마

4
Lester 2021-09-16 164
4652

중국어 제일주의의 역설

5
마드리갈 2021-09-15 182
4651

중국이 영어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8
마드리갈 2021-09-14 200
4650

호후키타(防府北), 폴리포닉 월드도 현실세계도 주목중

4
마드리갈 2021-09-13 180
4649

요즘 관심있게 보는 국가별 엔딩 시리즈

4
시어하트어택 2021-09-12 179
4648

미국이 공격받은 날

8
  • file
마키 2021-09-11 188
4647

자가격리중입니다.

4
국내산라이츄 2021-09-10 159
4646

니이나미 타케시의 45세 정년론과 미즈차야(水茶屋)

6
마드리갈 2021-09-10 171
4645

생활 속의 역사왜곡 하나 - "초등학교" 의 용법

2
SiteOwner 2021-09-09 120
4644

연령과 거꾸로 가는 감각

2
SiteOwner 2021-09-08 117
4643

중공군을 영웅시하는 역사왜곡 영화가 던져놓은 화제

2
마드리갈 2021-09-07 125
4642

갑작스런 우울함

마드리갈 2021-09-06 121
4641

여러 가지 이야기.

3
시어하트어택 2021-09-05 132
4640

꿈 속 체험에서 이어지는 현실의 감각

마드리갈 2021-09-04 113
4639

GSGG가 소환한 옛 유머와 상상

7
SiteOwner 2021-09-03 241
4638

무례의 시대, 그리고 동시에 검열의 시대

2
마드리갈 2021-09-02 118
4637

비오는 9월 첫날의 여러가지

2
마드리갈 2021-09-01 120
4636

가습기살균제 참사 그로부터 10년과 10대 사건

2
SiteOwner 2021-08-31 124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