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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먼 엔지니어링이 더해진 21세기의 B-52

SiteOwner, 2021-10-02 16:42:40

조회 수
140

미국이 세계최강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유용하게 잘 쓰일 수 있다면 적이나 라이벌의 문물도 거리낌없이 수용하는 것. 이미 이런 사례가 상당히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선은 과거의 적부터.

독립전쟁의 적 영국으로부터는 이런 것들을 받아들였습니다. 롤스로이스의 가솔린엔진 및 가스터빈, 잉글리시 일렉트릭 캔베라(English Electric Canberra) 경폭격기의 미국 생산판인 B-57 캔베라, BAE 호크에 기반한 함재훈련기인 T-45 고등훈련기, 호커-시드레이 해리어의 미국 생산판인 AV-8 해리어 수직이착륙기 및 마틴-베이커(Martin-Baker)의 사출좌석.

양차대전의 적 독일로부터 받아들인 것은 위장무늬 군복, PAGST 헬멧, 자유진영 전차포의 표준인 라인메탈 120mm 활강포 및 HK416 돌격소총, 메르체데스-벤츠 G클래스 전술차량을 개조한 잠정고속공격차량(Interim Fast Attack Vehicle, IFAV) 등이 있습니다. 게다가 미 육군의 범용헬리콥터인 UH-72 라코타의 원형은 일본의 카와사키 및 독일의 MBB가 공동개발한 BK117 헬리콥터, 현재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H145이기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적 일본으로부터는 항공모함기동부대의 운용 및 강습상륙함 개념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이지스(AEGIS) 함대방공체계의 공세적 수단인 SM-3 스탠다드 함대공미사일은 미일 공동개발품이기도 합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듯이 UH-72의 기원 또한 절반은 일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적 이탈리아로부터는 오토 멜라라 76mm 함포 및 베레타 M9 권총을 받아들였습니다.


미국의 행보는 현재의 적으로부터도 배울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배우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소련의 유명한 대전차탄 RPG-7은 미국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군인들이 현장의 판단으로 각종 분쟁지역에서 소련/러시아의 각종 화기류를 조달해서 사용합니다. 게다가 세계각지에서 노획, 구매 등의 다양한 경로로 얻어진 소련/러시아의 군장비들이 각종 실험평가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보니 미 공군도 MiG-29 및 Su-27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을 지경입니다.

또한, 중국에서 받아들인 것이 있습니다. 배에 탄입대를 두른 형태의 택티컬 베스트(Tactical Vest)의 디자인이 의외로 중국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작년 5월에 쓴 글인 장수하는 폭격기를 위한 개량방법에서 언급한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52의 엔진교체프로그램의 승자는 롤스로이스. 프랫&휘트니가 가장 유력할 것이라고 보였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오히려 가장 불리하다고 여겨진 롤스로이스가 이 프로그램의 승자로서 2038년 9월 23일까지 650개의 BR725 엔진을 F130이라는 미 공군 제식명으로 납품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F130 엔진.

02252019 F130 B-52 Engine.jpg

사진출처

Rolls-Royce Will Build F130 in Indianapolis If It Wins B-52 Re-Engining (2019년 2월 25일 Air Force Magazine, 영어)


F130 엔진에 대한 소개는 이하의 웹사이트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F130 - Rolls-Royce (영어)

Rolls-Royce North America selected to power the B-52 Commercial Engine Replacement Program (2021년 9월 24일 롤스로이스 프레스릴리즈, 영어)


이 엔진은 이미 걸프스트림 V 비즈니스제트의 미 공군, 미 해군 및 미 연안경비대 도입판인 C-37 수송기는 물론 봄바르디어 글로벌 6000 비즈니스제트를 개조한 전장공중통신결절(Battlefield Airborne Communications Node, 약칭 BACN) 항공기인 E-11에도 이미 채택되어 있는 제품으로 기본적으로는 BR700 시리즈의 BR725 엔진입니다. 참고로 BR에서 B는 BMW, 그리고 R은 Rolls-Royce의 약칭으로 독일의 BMW와 영국의 롤스로이스가 1990년에 결성한 조인트벤처가 탄생시킨 엔진이 바로 BR700. 이 조인트벤처는 BMW가 이탈하자 롤스로이스 독일법인이 되었고, 롤스로이스는 영국을 거점으로 하되 3축식 대형 제트엔진 및 가스터빈은 영국 본사에서, 2축식 소형 제트엔진은 독일법인에서, 터보프롭 및 터보샤프트는 미국의 앨리슨을 인수하여 개편한 미국법인에서 개발생산중입니다.


독일에서 태어난 이 엔진이 영국기업의 상품으로서 전세계 비즈니스제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자체는 이상하지 않습니다만, 이 성공은 어디까지가 민간영역입니다. 게다가 군사장비라는 것이 전적으로 경제논리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고 선택 자체가 크게 정치적이다 보니 이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작년에 프랫&휘트니 PW800 엔진이 가장 유력하다고 본 이유 또한, 이 엔진이 적성국인 러시아의 여객기인 Tu-334에 채택되어 있는데다, 그 엔진을 직접 쓰지는 않지만 Tu-334 여객기의 원형이 러시아 공군의 대형정찰기인 Tu-214이다 보니 여러모로 껄끄럽게 보이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 우려보다는, 이미 미 공군에서의 운용실적이 있는데다 롤스로이스가 제네럴 일렉트릭이나 프랫&휘트니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어필한 점이 더욱 높게 평가된 것같습니다. 그래서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가 저먼 엔지니어링(German Engineering)으로 파워업하여 21세기에도 계속 활약하는 놀라운 역사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P-51 머스탱 전투기가 롤스로이스 멀린 엔진을 이식받아 환골탈태해서 역사를 썼는데, 이제는 B-52 스트라토포트리스 전략폭격기가 롤스로이스 BR725, 미 공군 제식명 F130 엔진과 함께 새 삶을 이어가며 역사를 쓸 것입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3 댓글

SiteOwner

2021-12-20 19:28:15

[2021년 12월 20일 추가]


미 공군에서는 12월 15일에 B-52 전략폭격기가 향후 적어도 30년은 더 쓰일 예정이라고 공표했습니다.

이미 롤스로이스 F130 엔진을 이식하기로 결정된 B-52에는 현재 AGM-88 공중발사형 크루즈미사일(Air-Launched Cruise Missile, ALCM) 운용능력이 부여되어 있습니다만 이것 이외에도 레이더 현대화, 초정밀 고주파인공위성 운용능력 등이 부가될 예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퇴역시기도 B-1과 B-2에 예정된 시점보다는 나중에 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미 공군이 B-52를 이용하는 것은 장시간에 걸친 장거리 해상수색감시 및 전자전에 체공시간이 긴 B-52가 효과적인 대안인 점에 기인합니다.


더욱 자세한 것은 하단에 소개된 기사를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100 Years In Service? US Air Force Says B-52 Bombers Equipped With Long-Range Missiles Will Be Used Till 2050s (2021년 12월 16일 The Eurasian Times, 영어)

SiteOwner

2022-09-25 18:48:28

[2022년 9월 25일 추가]


미 공군에서 B-52 전략폭격기의 운용인원을 기존의 5명에서 4명으로 줄일 수 있도록 적응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B-52의 현대화개수가 광범위하게 예정되어 있습니다. 레이더도 엔진도 교체되고 무기의 탑재 및 운용능력도 보다 향상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현행 운용체제인 2명의 조종사, 1명의 항법사, 1명의 레이더 관제관 및 1명의 전자전 관제관이 탑승하는 5인체제도 향후 업그레이드가 적용되는 기체에서는 4인체제로 변경되기에 미 공군에서는 신규양성되는 폭격기 운용인력을 새 체제에 맞게 교육중이었고 첫 졸업생이 곧 나올 예정입니다.

사상 최대의 개조를 거칠 B-52의 이름이 어떻게 될지는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행 B-52H에 이어 B-52J 또는 B-52K가 될 것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 코멘트 작성을 위해 참고한 기사를 하단에 소개합니다.

B-52H aircrews are now trained to operate the BUFF with just four members instead of the usual five (2022년 9월 13일 The Aviation Geek Club, 영어)

SiteOwner

2023-04-23 04:12:20

[2023년 4월 23일 추가]


영국의 롤스로이스가 미국 미시시피주 소재 미 항공우주국 스테니스 우주센터에서 B-52 현대화개수용 F130 엔진의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600대 이상의 엔진이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 이 엔진은 B-52의 운용기간을 30년 더 연장할 것입니다. 또한 F130 엔진은 BMW와 롤스로이스의 조인트벤처로 개발되어 현재 그 조인트벤처를 계승한 롤스로이스 독일법인의 롤스로이스 BR 시리즈로 누적 3천만시간 이상의 운용실적과 높은 신뢰성으로 정평있습니다.


참고한 자료를 하단에 소개합니다.

Rolls-Royce has begun testing F130 engines for the United States Air Force B-52 fleet at the NASA Stennis Space Center. F130 engines were selected to replace existing engines as part of the B-52 modernization program, with over 600 engine deliveries expected. (2023년 3월 1일 Rolls-Royce 프레스릴리즈,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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