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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교육과정에서 일본어를 접하고 느낀 문화충격

마드리갈, 2021-10-13 21:22:58

조회 수
147

저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일본어를 공부한 게 아니었어요.
집에서 공부한 것이죠. 오빠가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해서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고 저는 오빠가 쓰던 1990년대의 교재와 집에 있는 일본의 서적, 음악, 드라마, 애니 등의 일본의 각종 미디어를 이용해서 일본어를 익혔죠. 중학생 때든 고등학생 때든 교육과정에는 일본어가 전혀 없었다 보니 사실 정규교육과정에서 일본어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어요.

정규교육과정에서 일본어를 접하게 된 것은 대학생이 되어서였어요.
일본어에 굉장히 불친절한 대학이다 보니 학점취득용의 어학 교양강좌 중 일본어과목은 고급일본어밖에 없어서 그걸 수강했는데...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이것이 문화충격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꼈어요.
상1단동사, 하1단동사, 5단동사 어쩌고 하는 문법용어에서 그만 혼란을 느낀 거였죠.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할 때에는 사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문법용어가 굉장히 난무하고 다른 학생들이 그걸 열심히 받아적으면서 이런 게 고급일본어구나 하고 실감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모종의 공포감까지 느꼈어요.

그런데, 또 이상한 게 있었어요.
그런 강의에서 고전도 다루는가 싶었는데 전혀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현대어만 가르치더군요?
일본의 국어과목에는 고전도 중시되죠. 사실 고전문형을 모르면 곤란한 게 있어요. 일본 각지의 사투리는 고전을 알면 금방 적응할 수 있는 게 많다든지 해서 고전이 그냥 시험을 위한 과목이 아닌 언어구사능력의 향상에 직결되죠. 그런데 그런 건 없고...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많은데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 현실이 이런 교육환경과 무관하지는 않겠죠.
그리고, 의역을 빙자한 부실한 번역이 넘쳐나는 것도 결코 우연의 소산은 아닌가 싶기도...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21-10-18 21:06:20

어느 외국어 교육이나 문법 관련해서는 확실히, 받아들이기 딱딱하고 알아먹기 힘들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1형식이 어쩌구 2형식이 어쩌구 5형식이 어쩌구 그렇게 말해봤자 머리에 들어가기나 하나...

실제로 저런 식으로 대학에서 가르치나 싶기도 하네요, 요즘 생각해보면. 대학에서 문법관련은 커녕 아예 언어학 관련으로는 듣지 않았으니 알 수 없네요.

마드리갈

2021-10-18 21:20:31

언어를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에 대해서 실전적인 솔루션은 제시하지 않고 문법을 연역적으로만 전달하니까 그 꼴이 나는 듯해요. 사실 언어에 따라서 문법이 연역적인 언어도 있긴 한데 교수법까지 연역적이면 진짜 망해요. 왜냐면 언어는 귀납적으로 생성된 뒤에 이후에 언어의 형태와 구조가 가다듬어지거든요. 그것을 무시하니까 배우기는 많이 배우는데 실제로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죠.


실제로 대학 내에서 저런 식으로 가르치는 게 많아요. 언어학에서도 그러해요. 물론 그런 강의가 불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아니겠지만 유독 어학강의에서 주객전도가 많이 보이니...

Lester

2021-10-19 02:08:08

대왕고래님이 말씀하신 영어 5형식의 경우 학교건 학원이건 일단 기초니까 때려넣으라는 식으로 가르치긴 하죠. (대학의 경우 대학 시절에 영문학과 수업을 잠깐 듣긴 했는데 문학을 연구하느라 문법을 들먹이진 않아서 좋긴 하더군요) 사실 5형식이라는 거 자체가 '영어 구조상 무조건 동사가 앞에, 목적어를 비롯한 수식어가 뒤에 온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 엄청 쉽습니다. 아리까리한 4형식도 사실은 5형식의 변형이고, 그 5형식이 3형식의 확장이라는 점부터 이해하면 됩니다.


문득 5형식이 정말 있는 건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보니까 이런 글(클리앙)이 나오던데, 실제 영어엔 존재하지 않고 교육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라고 하네요. 아마 이게 입시위주 교육(더 거슬러 올라가면 개국하면서 외국어가 급히 필요해진 일본의 교육)과 정확하게 맞물리면서 악화된 건 아닐까 싶습니다. 링크한 글에 나오듯이 문법교육의 문제는 문법이 수단임을 망각하고 그것을 목적으로만 가르치고 배우는데 급급한 현실에 있습니다. 저도 게임번역을 시작할 때 고등학교 영어 수업이 되긴 했지만, 그런 문법적 기초보단 '이미 알고 있는 정보(저의 경우 게임 스토리)를 토대로 한 논리적인 추론'이 더 도움이 됐습니다.


당장 우리도 우리말을 부모님에게 배우고 유치원에서 간략하게 쓰다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국어를 '질리도록' 배우는 걸 보면, 결국 언어의 중심은 회화와 이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드리갈

2021-10-19 12:51:59

언어의 문법에 내재된 논리구조를 이해하면 그게 도움이 되죠. 그렇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 언어에 익숙해지면이라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죠. 예시로 말씀해주신 5형식 문장이라는 것도 바로 그러해요. 저는 5형식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어요. 3형식 문장과 2형식 문장을 따로따로 쓰는 것보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이렇게 이해하면 따로 5형식을 익힌다고 고생할 필요도 없이 3형식 문장과 2형식 문장만 제대로 알아도 되니까요. 여기에서 수고가 덜어지죠. 그런데 이렇게 가르쳐 주는 경우는 제가 아는 한은 거의 없더라구요. 확실히 그런 거예요, 지금의 영어교육에서는 문법을 위한 문법교육이 횡행한다고.


이런 문법을 위한 문법교육 덕분에 한국인은 외국어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외국어 구사능력이 부족한 반면에 외국인은 한국어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배우는 현실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외국어에만 그럴까요? 국어생활에도 이 폐해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요. 국립국어원의 문법을 위한 문법 강요. 이것 덕분에 끝내주는 폐해가 계속 전염중이죠. 사이시옷 남용, 중국어 제일주의, 가상의 일본어에 기반한 헛소리 등도 똑같은 사고방식으로 진행중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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