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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88화 - 동아리 교류행사 4일차(4)

시어하트어택, 2023-05-19 23:35:57

조회 수
120

아멜리가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해도, 리하르트는 태연자약하다.
“응? 선배님, 뭐라고... 하신 거죠?”
“그러니까, 도서부원들이 쓴 글은 수면제 그 자체가 아니냐고 말했지.”
아멜리의 그 말에, 리하르트는 잠시 웃는 듯하다가, 이윽고 태연히 말한다.
“그럴 리가요. 저희는 그냥 평소에 읽고 쓰는 걸 적을 뿐이라고요.”
리하르트의 그 말에 세훈과 셀림을 비롯한 다른 도서부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 그중에 ‘프리야’라는 여학생은 방송부원들이 졸려 죽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태연하게 책을 뒤져보며 제출할 문구 적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
그런데, 리하르트의 눈에 유독 졸리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 방송부원 한 명이 보인다. 머리를 뒤로 넘기고 머리핀을 한 이 남자 중학생의 이름은 ‘조셉’. 그것도 졸려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방송부원 한가운데 있어서 더 돋보인다.
“오, 저 애는 전혀 졸리거나 아니면 관심이 없다든가 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그걸 놓치지 않은 리하르트는 조셉에게 가서 말을 건다.
“지금 하는 게 딱 맞나 봐? 이렇게 졸리거나 귀찮아하지도 않는 걸 보면.”
“에이, 천만에요.”
조셉은 리하르트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하도 이상한 글을 많이 투고 받아 봐서, 이런 건 약과죠.”
“어, 그런가...”
“그래, 맞아!”
아멜리는 조셉의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차마 읽지도 못할 글들이 익명으로 좀 오기는 하더라. 그런데 그중에 문체가 좀 유려해 보이는 글들이 좀 보이던데...”
아멜리의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리하르트는 금세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한다.
“하, 하하하! 아니죠! 당연히 저희 도서부원들 중에 그럴 사람은 없죠! 어디 인공지능이라든가 그런 거로 만들어서 그랬을 수도...”
“그래. 그렇겠지?”
그렇게 말하다 보니, 자신도 슬슬 졸립던 아멜리도 어느새 잠이 싹 달아난 모양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오후 4시 반을 조금 넘긴 시간. 오늘의 동아리 교류 행사도 모두 끝나고, 만화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오랜만이지, 이렇게 춤추는 거?”
“그러니까. 우리 부실이 이렇게 컸던가?”
막 교문을 나서는 민과 친구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그냥 평범하게 반응을 보이는 유와는 달리, 민과 토마는 만화부실의 의외의 면모에 대해 조금은 놀라워하는 듯한 모습이다.
“거기에다가 무대도 있고, 조명 시설도 있고... 만화부실에는 별것이 다 있잖아.”
“그러게. 다른 동아리방에 비해 조금 더 크니까 그런 걸 수도 있고.”
“그건 그렇고...”
옆에서 걷고 있던 리카가 불쑥 말을 꺼낸다.
“너희들, 이따가 도서관 가 볼래?”
“도서관이라니, 거기는 왜?”
“차라리 만화카페나 오락실 같은 데 가는 게 더 낫겠네.”
조금은 뜬금없는 리카의 말에 민과 유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리카는 그런 걸 예상했다는 듯, 뭔가를 가방에서 꺼내서 보여준다. 한눈에 봐도, 조금은 낡아 보이는 만화책이다. 제목은 리카의 손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딱 봐도 슈퍼히어로 장르인 건 알 것 같다.
“응? 이런 건 왜?”
“우리가 무슨 동아리야? 만화부잖아?”
“뭐... 그렇기야 하지만,..”
“만화카페에서는 못 보는 만화책이나 실컷 보자고. 어때?”
“어... 그렇기는 한데...”
민과 유는 리카의 말에는 그럭저럭 동의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발걸음이 옮겨지지는 않는다. 때마침 옆에서 걷고 있던 모네가 한마디 한다.
“밑져야 본전이잖아? 리카가 말하는 그런 만화책이 정말 있으면 좋은 거고, 만약 기대 이하라고는 해도 책이나 실컷 보다가 가면 그것도 그것대로 좋은 거지.”
“그런... 가?”
모네의 말도 꽤 그럴듯했는지, 민과 유는 리카를 따라 도서관에 가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집으로 향하는 만화부원들 중, 윤진이 있다. 윤진은 중간에 방송실에 들러서 전달사항을 듣고 이제 막 학교를 나서는 참이다. 윤진은 아직도 발개진 얼굴을 원래대로 되돌리지 못하고는, 거친 숨을 연거푸 내쉬고 있다.
“어우, 하마터면 오늘 땀 엄청나게 뺄 뻔했네.”
디크루와의 교류 행사가 정말 윤진에게 있어서는 매우 격렬한 활동이었는지, 윤진은 진땀을 빼며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교류 행사를 한다고 만화부원들과 디크루 부원들이 거의 총출동을 해서 있는 자리 없는 자리 해서 모조리 앉혀 놨는데, 정작 만화부에서 나와서 춤을 춘 사람은 윤진밖에 없었다. 그때는 생각 같아서는 다른 부원들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펠릭스가 안 된다고 해서 결국에는 윤진 혼자 독무대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의 운동은 오늘 다 한 것 같은데.”
“저기 선배님, 말은 좀 제대로 하는 게 어떨까요.”
마침 막 옆을 지나가던 나디아가, 윤진을 보고는 말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땀을 뺄 뻔했다니요. 지금도 땀 흘리고 있잖아요.”
“어... 그러냐?”
나디아의 그 말을 듣자 윤진은 ‘하’ 하고 크게 숨을 내쉰다. 그러니까 더욱더 숨이 찬 것 같다. 확실히 아까 좀 많이 격렬하게 움직이기는 한 모양이다. 물론 펠릭스가 조금 나긋나긋하게 춤을 췄다고 하더라도, 윤진에게는 격렬했다.
그런데, 윤진과 나디아의 눈에 중학생과 고등학생 몇 명이 모여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어? 쟤네들 뭐 하는 거지?”
“그러게...”
나디아의 눈에, 자동차 연구 모임의 부원들이 운동장 한쪽에 모여서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게 보인다. 그런데 분위기가 꽤 험악해 보인다. 슬레인이 토오루를 보고 뭐라고 하고 있고, 토오루는 잔뜩 겁을 먹고 서 있다.
“슬레인 선배님, 맞지요? 그리고 저 애들 중에...”
“그래. 무슨 일 있었나? 왜 저렇게 후배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 난 거지?”
“몰라.”
그리고 바로 그때, 누군가가 이쪽으로 오더니 윤진과 나디아에게 말을 건다.
“오, 너희들, 윤진이하고 나디아 아니야! 뭐 하길래 이제 집에 가는 거야?”
“동아리 모임하고 이제 가는 거죠.”
윤진과 나디아에게 말을 건 그 선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했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데 셰릴 선배님은 뭐 하길래 이제 가세요? 선배님은 동아리도 없는 걸로 아는데...”
“아, 도서관에 있느라 그랬지.”
“도서관에...”
“아, 선배님이면 그럴 만하겠네요.”
윤진과 나디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셰릴이라고 불린 붉은 머리의 여학생도 웃어 보인다. 하지만 그건 그냥 인사치레일 뿐. 그리고 셰릴이 웃는 이유는 또 따로 있다, 윤진은 시계를 보고는 셰릴에게 인사한다.
“저희는 그럼 먼저 가 볼게요. 또 봐요.”
“그래. 또 보자!”
그렇게 윤진과 나디아가 먼저 자리를 뜨고, 셰릴은 잠깐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윤진을 한번 돌아보고는, 윤진이 머리를 긁적이는 걸 보고 웃는다.?
“음, 아직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슬레인과 자동차 연구모임 부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돌아본다. 슬레인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 있다.
“그렇게 내가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했으면 좀 알 만도 할 듯한데...”
그걸 보고 셰릴은 못 참겠던 건지,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한다.
“야, 너희들, 거기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셰릴이 그렇게 말하자, 슬레인을 비롯한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은 일제히 셰릴이 말한 그곳을 돌아본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저녁 7시경, 치히로와 올리버, 그리고 베로니카는 평소 가던 방향과는 반대로, 구청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은 육교를 한창 걸어가는 중으로, 해가 점점 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걷던 중, 베로니카가 문득 질문을 꺼낸다.
“어, 선배님, 오늘은 왜 그쪽으로 가는 거죠? 평소에는 미린역 쪽으로 가잖아요.”
“그래, 알지. 그런데 오늘은 제보를 받은 게 있어서 그냥 넘길 수는 없거든.”
“제보... 라니요?”
“그러니까, 누가 구청 주변 공원에서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다고 해서.”
치히로는 그냥 그걸 ‘제보를 받았다고’만 두루뭉술하게 말할 뿐이다. 그렇게 후배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려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 구청 주변이라고 하면 그런 일을 벌일 만한 사람들이 있는 곳은...”
올리버는 재빨리 몇 곳을 떠올려 본다. 일단은 구청 옆에 있는 도서관은 22시까지 운영하니 그런 곳에 사람들은 얼마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보다도, 구청 옆에 있는 공원이 올리버에게는 더 신경이 쓰인다. 넓이는 그렇게까지는 넓지는 않아도 은근히 이상한 일을 꾸밀 만한 장소가 많고, 또 주변에 중학교가 4개, 고등학교가 2개이기 때문에 불량 청소년도 있을 수가 있는 법이다. 그나마 경찰서도 옆에 있는 덕분에 경찰들의 순찰은 다른 곳에 비해서는 더 자주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무슨 제보인데요?”
“그러니까... ”
그건, 아까 네이트가 치히로에게 은밀히 준 쪽지다. 무엇 때문에 메시지로 하지도 않고 쪽지를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치히로는 그 쪽지를 올리버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보여준다. 쪽지에는 정확히 누구라고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밴드부원 중 한 명인 누군가가 구청 공원에서 무언가 숨기고 이상한 짓을 벌이는 것 같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음... 그 문제의 밴드부원 중 한 명이 여기서 이상한 활동을 한다는 거죠?”
“그래. 지금은 그냥 심증일 뿐이지만.”
“그 이상한 활동이라는 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지.”
올리버의 그 말에 치히로는 기다렸다는 듯 영상을 하나 보여준다. 시계가 정확히 오후 9시를 가리키자, 구청 공원 전체에 불이 꺼지는 듯 어둑어둑해지더니, 이윽고 공원 자체가 마치 판타지 영화나 만화 같은 데 나오는 마왕성처럼 변해 버리는 내용이 담긴 영상이다.
“어, 잠깐, 선배님, 이건 무슨...”
그 영상을 보던 재연이 잠시 주춤하더니, 이윽고 영상을 찬찬히 다시 본다. 보고서도 믿기지 않았는지 치히로에게 한번 더 묻는다.
“이 공원이, 9시만 되면 마왕성으로 바뀐다고요?”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바뀌거나 하는 건 아니고, 보통 행사 같은 걸 할 때 홀로그램을 위에다가 덧씌워서 시각적인 효과를 연출하잖아. 그걸 생각하면 돼.”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9시까지 기다리죠?”
문득, 듣고 있던 베로니카가 치히로에게 묻는다.
“물론 우리 동아리가 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저나 선배님들, 아니면 여기 재연이도 다들 저녁에는 할 일이 있잖아요? 여기서 밤이 될 때까지 죽치고 있을 수는 없어요.”
“그것도 그래. 우리는 학생이잖아.”
치히로는 베로니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무언가 고민하기라도 하듯, 말없이 공원의 약도를 본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5-21 18:20:53

동아리 교류행사는 그럭저럭 잘 수행된 것 같은데 또 불온한 기운이...

셰릴의 존재가 역시 잘 띄네요. 게다가 붉은 모발이면 눈에 잘 띄겠죠. 제 모발은 갈색이 기본이면서 간혹 붉은색도 섞여 있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의심받은 적이 많았다 보니...슬레인이 정말 거슬릴 정도로 여기저기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정말 못 참을 듯해요.


공원이 오후 9시가 되면 기묘하게 바뀐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뭔가의 이벤트로 여기기 딱 좋겠네요. 게다가 구청 근처니까 누가 의심할 여지도 적을 것이고. 뭔가를 하기 위한 포석이라 치기에는 너무 공연해서 오히려 더 이상하게 여겨지네요.

시어하트어택

2023-05-21 21:54:20

셰릴이 아무래도 자동차 연구모임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게 단순한 관심일지, 아니면 그 이상일지 말이죠.


그 마왕성 장난을 벌이는 사람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SiteOwner

2023-06-02 20:42:34

아무리 시대가 발전하고 해도 역시 으슥한 곳에서 뭔가 나쁜 짓을 꾸미는 자를 막기는 힘든 것인가 봅니다. 과거 여의도광장이 김영삼 정부 당시에 폐지되어 김대중 정부 시절에 여의도공원이 되고 나서는 우범지대가 되는 등 사회문제가 컸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나마 경찰관의 순찰이 많은 게 다행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공원이 특정시각에 맞춰서 이상하게 변해 버린다는 건 꽤나 기분나쁘게 보입니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재능은 다른 데에 쓰는 게 좋아 보입니다. 가령 유원지에서의 히어로쇼의 특수효과 같은 데 쓰면 대중적인 호감도 얻고 돈도 벌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머리는 왜 안 돌아가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폭주족이 레이스트랙에서는 절대로 경주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는가 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6-04 23:25:14

원래 사람들은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싶은 법입니다만, 폭주족들은 그런 열망이 너무나도 강한 나머지 범법자가 되어서라도 그런 욕망을 실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죠. 마왕성을 만들어내는 그 문제의 초능력자도 그런 케이스죠. 여기에 나오는 다른 초능력자들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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