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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97화 - 동아리 교류행사 5일차(3)

시어하트어택, 2023-06-21 07:34:16

조회 수
131

민에게는 이 게임이 아무리 봐도 낯설기만 하다. 마치 영화 같은 데에서 보던 ‘수없이 많은 구조물로만 이루어진 우주공간 한가운데를 떠돌아다니는 도시’를 구현한 맵도 그렇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중력의 개념이 헷갈릴 정도로 이리저리 방향도 바뀌고 때때로 떠다니기까지 하니, 아무리 단번에 게임하는 법을 익혔다고 하더라도, 실전을 진행하는 건 또 다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니, 왜 갑자기 중력이 2배가 되는데? 그리고 왜 이렇게 자꾸 늘어나?”
갑자기 화면에 표시되는 중력의 빨간색 글씨에 민이 당황했는지 그 수치를 눈이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어, 뭐야?”
갑자기 민의 화면 뒤쪽에서 ‘주의’ 메시지가 뜬다.
“기습인 건가? 아니면...”

“그건 그렇고, 차논...”
자동차 연구모임 동아리방. 셰릴이 차논의 이야기를 듣다가, 중간에 차논의 이야기를 끊고서 입을 연다.
“네가 지금 하는 이야기가, 무언가 약간 불길하게 들리는데...”
“아니, 뭐가?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는 그저, 자동차에 얽힌 미스터리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고등학교 3학년 정도 빼고는 아직 운전할 일은 없잖아?”
하지만, 셰릴뿐만 아니라, 매니저 슬레인을 비롯한 다른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 역시, 차논이 하는 이야기가 꽤 으스스하게 들리기는 했던 모양이다. 특히 토오루는 괜히 다들 들으라는 듯 숨을 크게 이리저리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고 있다. 자기 후배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자, 슬레인은 거기에 추진력이라도 받은 건지, 목에 힘을 주고 말한다.
“그... 그거 보세요, 선배님! 다들 겁먹었잖아요! 어떻게 할 건가요!”
“그래? 나는 그래도 최대한 약한 이야기를 가져온 건데? 너희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나도 다른 걸 준비해온 게 있는데...”
마치, 요술주머니에서 무언가 준비해온 걸 꺼내기라도 한 듯, 차논은 곧바로 무언가 자동차의 모형 같은 것을 준비해 온 쇼핑백 안에서 꺼낸다. 모형이라기에는 조금 기괴해 보이는 무언가다. 그걸 옆에서 셰릴이 미리 봤는지, 기겁하더니 그 무언가를 꺼내려는 차논을 제지하며 말한다.
“야, 그거 안 치워? 무슨 그런 기괴한 걸 다 갖고 있어?”
“아니, 내가 여기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거라니까? 왜 다들 안 해줘도 뭐라 그러고, 해 줘도 뭐라 그러고.”
차논이 막 그렇게 말하려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무언가 가위로 잘려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언가를 꺼내려고 했는데, 그 꺼낸다는 생각조차 못 하게 하게 되는, 그런 것이다. 차논은 갑자기 사진을 안에서 꺼내려다 말고, 그대로 멍하니 자리에 앉아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도 생각이 못 난 채로 그대로 앉아 있다.
“어, 선배님, 왜 그래요?”
“아, 아니, 아니... 내가 뭘 방금 하려고 했는데...”
보다못한 후배 ‘지우’가 말을 해 보지만, 차논은 머리를 긁적거릴 뿐, 그 머릿속에서 지워진 무언가는 결코 머릿속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 상황에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깨달은 지우는 얼른 입을 연다.
“자, 다들 잘 들어 봐요! 자동차에 얽힌 기막힌 실화들! 제가 잘 아는데...”

그리고 그 시간, 미술 애호가 동아리방.
“혹시 다른 거 더 있으면 봤으면 좋겠는데...”
오스카는 이제 그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조각작품 말고도 다른 미술작품에도 흥미가 생겼는지, 다른 미술작품을 더 가져와 달라고 한다.
“어, 선배님, 혹시 다른 시리즈 한번 보여드릴까요?”
모모가 마치 오스카가 그 말만 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말하자, 오스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뭐 더 다른 시리즈가 있으면 더 좋겠지!”
“그럼 이건 어때요?”
모모는 오스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곧바로 창고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꺼내서 가져온다. 스케이트보드 대회 기념주화 컬렉션인데, 각각 조금씩 다른 동작을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오, 이것도 괜찮아 보이는데.”
오스카는 그 기념주화들을 보다가, 의문이 나는 게 있었는지, 그 기념주화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런데 이거, 현실적으로 가능한 동작은 아닌 것 같은데... 팔이 이렇게 위로 치켜 올라가 있는데 거기에서 두 발까지 뗀 상태로 유지한다는 게...”
“보세요, 이 사람은 했다고요!”
오스카의 말에 곧바로 반박이라도 하는 듯, 모모가 사진을 보여주며 말한다. 거기에 나온 스케이트보드 선수의 동작은, 그 기념주화에 나온 동작과 완전히 같다. 어떻게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스카는 직접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는지, 입을 한참 동안 다물지 못하다가, 이윽고 주먹을 꽉 쥔다.
“좋아... 실제로 가능하다는 거지? 알겠어. 언젠가는 꼭 그대로 해 보일 테니, 너희들도 한번 기대하고 있으라고.”

그리고 그 시간, 레디 길드 원 동아리방.
“하... 또야...”
아까 전 뒤에서의 갑작스러운 기습에 이어, 이번에는 협공이 닥쳐오는 상황이다. 이 모든 공격을 겨우겨우 피하고 나니, 이제 다음 공격은 어떻게 대응하고 피할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그래도 지금 게임에 임하는 민에게는 본능적인 회피가 아무래도 더 우선이다.
“아니, 레디 길드 원은 아직 7명 그대로인데, 만화부는 3명 남았어?”
지금 남아 있는 만화부원은 민을 포함해 모두 3명. 그나마도 다들 실력이 안 되어서 그런지 상대편의 추적을 피해 다니는 모양새다.
“아니, 제한시간은 이제 1분인데...”
이미 만화부가 지는 건 확정된 모양새고, 이제 어떻게 하면 덜 피해를 보고 끝날 수 있을까 그게 관건이다. 이제는 별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손이 가는 대로, 머리가 시키는 대로 피해 다니는 데 열중하려고 한다. 그런데 민의 뒤에서는 자꾸만 누군가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 온다.
“에이, 그쪽으로 가지 말고! 직진해야지 한 명이라도 더 죽일 거 아니야!”
“그래. 무기는 왜 또 장착 안하고. 맨손으로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듣고 보니, 토마와 료가 뒤에서 시끄럽게 민에게 자꾸 훈수를 두고 있다. 듣고 있자니 짜증이 저절로 나기는 하지만, 이런 데에 신경을 썼다가는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릴 까봐, 진작에 민은 헤드셋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토마의 목소리는 헤드셋을 넘어서 들어오는 게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30초... 29초...”
시간은 이제 30초 정도 남았다. 그 사이 1명이 더 죽었고, 이제 민과 BB 2명만 남아서 레디 길드 원의 7명을 상대하고 있다. 그나마도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상대하는 게 아니라, 추적을 피해서 도망다니는 형국이다.
“이대로 버티자... 그러면...”
하지만, 레디 길드 원은 민을 그렇게 쉽게 놔주지는 않을 모양이다. 어느새, 한 명이 민의 앞으로 기습해 들어온다.?
“어, 뭐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마치 어둠 속에서 몸을 감추고 있던 암살자가 암살 대상이 나타나자마자 순식간에 해치우고 사라지려는 것처럼, 상대방이 민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보고 있다. 민의 앞에 똑바로 선 그 상대방은, 다름 아닌, 레오네다!

“오, 지금 방송실에서 음악 방송도 해 주는 건가요?”
그 시간, 도서관. 방송실 쪽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밴드 음악 연주 소리에, BB가 신기하다는 듯 말한다.
“아쉽네요. 도서관이 아니면 지금쯤 밴드 노래를 듣고 있을 텐데.”
“셀림! 지금 책 읽는 데에 집중 좀 해라.”
리하르트의 그 말을 듣고 보니, 셀림의 앞에는 아직 채 열어보지도 않은 책 몇 권이 쌓여 있는데, 딱 봐도 이걸 지금 다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셀림, 책은 왜 그렇게 많이 꺼내 놨어? 너 그거 다 읽을 거 아니지? 읽을 수 있는 것만 꺼내놔도 될 텐데.”
“아, 선배님, 이 정도야 뭐...”
셀림이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자, 리하르트가 뭐라고 하려는데, 라일라가 리하르트보고 마치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하기라도 하듯, 손을 흔든다. 무슨 말을 할지 지켜보기로 하는데, 라일라가 슬쩍 셀림의 옆으로 가서 앉는다.
“내 친구 중에, 네 나이 적에 항상 체육시간만 되면 이렇게 책이 아닌 뜀틀이나 공 같은 걸 주위에 쌓아 두고 다른 애들 접근 못 하게 막는다든지 하는 녀석이 있었거든? 지금은 뭐 하는지 아냐? 저기 재개발 구역에서 마치 자기만의 성이라도 쌓는 듯, 길거리를 막고서 민폐나 끼친다더라.”
“하지만, 저는 그런 거 하려고 책을 쌓아 놓은 게 아닌데...”
“알아. 그리고 네 초능력에 대해서도 들었지.”
옆에서 듣고 있던 재연이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타이리가 갑자기 설사가 걸렸길래 왜 그런가 궁금했는데, 알아보다 보니 네 초능력이 뭔지까지 대략은 알게 된 것 같아.”
“저는, 그러니까, 골탕 먹이려고만 했지 죽인다거나 입원시킨다거나, 나쁜 생각을 하고 그런 건 아니라고요.”
“그래. 바로 그거야!”
재연은 셀림이 보고 있던 책 중 하나를 집어보더니, 마침 거기에서 딱 맞는 문구를 찾은 모양이다.
“줄 위를 타는 광대처럼 이리저리 휘청이고...”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지?”
“어...”
셀림은 곧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재연이 보니, 무슨 말을 할지는 잘 알고 있지만, 그걸 입밖으로 내기는 힘들어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재연에게 은근히 날카롭게 주는 눈빛은 덤이다. 마치 재연이 거슬린다는 듯 말이다.
“그래! 바로 그거.”
베로니카 역시, 마치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셀림의 옆으로 슬며시 앉으며 말한다.
“방금 그 표정 말이야! 위험했잖아.”
“어... 네...”
셀림은 ‘하’ 하며 무엇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고는, 오른손에 무언가 기운이 피어오르려던 것을 다시 거둔다. 그걸 보자마자, 재연이 다시 말한다.
“그래! 방금, 잘 했다고. 알겠지?”
“네...”

“이, 이런...”
갑자기 나타난 레오네에 당황한 건지, 민은 어떤 키를 눌러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
“어떻게 해야 되지...? 이 상황에서... 뭘 누르는 거였던데...”
아까 가이드북에서 봤던 건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고, 그냥 본능적인 감각으로 지금까지 버텨 온 건데, 이렇게까지 되어 버린 것이다. 초능력을 이런 데 쓸 수 있다면 좋겠건만, 아쉽게도 민의 능력으로 컴퓨터 속 세상에 관여해 본 적은 없었다. 시도도 안 해 봤고. 혹시 로지라면 할 수도 있겠지만, 로지는 지금 엔트리에도 들어 있지 않다.
“에라, 모르겠다!”
민은 다급했는지, 아니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을 딱 감고 아무 키나 눌러 버린다.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그 순간은 눈을 딱 감고 누른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마치 1초가 1년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SiteOwner

2023-06-21 21:24:04

동아리 교류행사가 아니라 초능력 신경전이라고 할 정도로 견제와 방해가 난무하는군요. 능력을 지닌 사람이 올바른 심성을 갖지 않았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소동의 첫 단계가 이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셰릴은 차논이 갖고 온 물건이 공개되는 게 싫어하고 차논은 갑자기 기억의 일부가 삭제당하고, 셀림은 뭔가 의표를 찔렸는지 말을 더 이상 못하고, 별로 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오스카는 자신의 상식이 부정당하는 같아서 놀라고, 민은 억지로 참가당한 게임에서 그냥 자포자기한 것 같고, 이러다가 없던 감정의 골이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6-25 22:46:34

저기서 선만 안 넘는다면 저렇게 신경전 정도로 끝나겠지만, 거기에서 선을 더 넘어가 버리면 작게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서 더 크게 넘어가 버리면 대형 사고가 되기 마련이죠.


동아리 행사 참가에 너무 정열적이다 보니 저런 일도 생기기 마련이죠.

마드리갈

2023-06-23 23:22:04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는 있고 싶지가 않네요. 가능하다면 빨리 자리를 떠야 할 듯...

민은 강제로 참가당한 게임에서 고전하고, 셰릴은 차논이 갖고 온 물건에 대해 기겁해서 못 꺼내게 하고 차논은 불만을 표하다가 갑자기 기억 일부가 소실되고...셀림의 그 능력은, 뒤집어 말하자면 타인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는데 자기가 조정해서 수준을 낮춘다는 거네요.


장고(長考) 끝의 악수(?手)는 피해야겠죠.

시어하트어택

2023-06-25 22:54:27

초능력이 없어도 저렇게 신경전을 벌일 사람들은 다른 수단을 가지고 했겠죠. 현실에서도 그건 흔하게 볼 수 있는 경우고요. 여기서는 다들 너무나 정열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런 신경전을 벌이는 걸 겁니다. 물론 셰릴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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