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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IV-6. Invidia(상)

국내산라이츄, 2016-04-24 00:55:19

조회 수
137

"여기가 괴담수사대인가요? "

아침부터 사무실의 문을 열고, 낯선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무언가를 급하게 찾는 눈치였다. 

"여기가 괴담수사대입니다만, 무슨 일이세요? "
"도...도와주세요...... 사, 살해협박을...... "
"......? "
"진정하시고 무슨 일인지 말씀을 해 주세요. "

여자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찾는 동안, 그녀의 주변을 얼쩡거리는 낯선 그림자가 보였다. 파이로는 그 그림자가 수상했는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런 걸 받았어요... "

낯선 여자가 건넨 것은 한 통의 편지였다. 안에는 붉은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Invidia...? 이게 온 거예요? "
"네... "

그녀는 여전히 두려움때문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경찰에 연락은 해 보셨나요? "
"해 봤죠...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대요... 몇 번이고 보낸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해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대요... 그러는 와중에도 이렇게...... 계속해서 오는 거예요... "
"흠... 그렇군요... "

뒷장을 넘겨보니, 거기에는 붉은 글씨로 '당신은 어쨰서 지어서는 안 될 7대 죄악 중 하나를 짓고도 무사한가요? 신의 천칭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벌하겠어요. '라고 쓰여있었다. 

"이건 대체...... "
"이런 게 매일 와요... 어쩌다 우체통이 비어있어서 보면, 문자나 메일로 올 떄도 있어요... "
"음... 그렇군요. 이 연락처 받으시고,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연락 주세요. "
"가... 감사합니다... "

여자는 미기야의 연락처를 받고 사라졌다. 

"라우드 씨, Invidia가 무슨 뜻이예요? "
"글쎄요... 영단어 중에 그런 단어가 있었던가...... "
"질투. 라틴어야. "
"질투...? "
"응, 질투. 7대 죄악 중 하나가 질투이지. 7대 죄악이 뭔지는 알지? "
"네. 성경에 적혀있는 거라고... "
"그렇지. ...그보다 아까 그 여자 말인데... 주변에 뭔가 얼쩡거리는 게 보였어. 그게 뭘까...? "

파이로는 여전히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그림자가 신경쓰였다. 전의 그 의뢰인처럼 원한령이 들러붙은 것인가? 하지만 원한령이라면 형태가 명확하거나 할 텐데 그 그림자는 그렇지 않고, 그냥 희끄무레했다. 게다가 의뢰인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글쎄요... 저번처럼 원한령이라도 들러붙은 건 아닐까요? "
"흐음... 그런데 그 그림자, 형태가 그냥 희끄무레하던데. 역시, 더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어. "
"우후후, 무슨 일이니? "
"아, 애시. "

파이로의 전화기에서 애시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애시가 막 집으려던 마지막 남은 소시지를 낼름 삼켜버렸다. 

"그거 내 껀데!! "
"맛있다~ 후훗.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
"의뢰인이 왔었는데, 파이로 씨가 이상한 걸 봤대요. "
"이상한 거...? "
"네. 뭔가 희끄무레한 그림자였다는데... 원한령이라면 보통은 형태가 명확하게 드러날텐데, 그 그림자는 그냥 희끄무레하기만 했대요. "
"확실히 뭔가 이상하긴 하네. "
"뭐, 일단 더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그나저나 미기야는 왜 안 오냐? "
"오늘 고향에 내려가서, 내일이나 오신답니다. "
"그런가... "

질투. 그리고 저질러서는 안 되는 죄를 짓고도 무사하다... 무슨 의미일까. 파이로는 편지의 내용을 곱씹어봤다. 

"지어서는 안 될 7대 죄악 중 하나를 짓고도 무사하다라... 아무래도 그 녀석은 기독교 신자인 모양이지, 편지를 보낸 사람이 그걸 알고 있는 모양이고. "
"네? "
"7대 죄악은 가톨릭에서 규정하는 성경에 나오는 일곱 가지 죄의 씨앗을 말해. 다른 종교와는 상관 없는 거지. 성경이라면 기독교의 경전이잖아? "
"그거야 그렇죠. "

파이로는 오징어 튀김을 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편지에 '지어서는 안 될 7대 죄악 중 하나를 짓고도 무사하다'라고 쓰여 있었다면, 그 녀석이 기독교 신자이고, 편지를 보낸 녀석은 그 녀석이 기독교 신자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
"그러니까... 의뢰인이 기독교 신자라서, 그리고 그걸 알기 떄문에 그런 편지를 보냈다... 그런 얘기인가요? "
"그렇지. ...다르게 말하자면, 그 녀석이 기독교인이기때문에 편지에 그런 내용을 썼다...고밖엔 할 수 없겠는데. 라틴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
"!!"

7대 죄악 중 하나를 짓고도 무사하다. 파이로의 말대로 의뢰인이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신자였거나 기독교 신자라는 걸 몰랐다면, 편지를 보낸 사람이 그런 내용을 적었을까? 

"아니면 보낸 녀석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을 수도 있겠지만.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조사를 좀 더 해 봐야겠어요. "
"여러가지로 수수께끼 투성이인 사건이구만. 그 쪽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 할 도리도 없고, 미기야의 연락처를 건네줬으니 오늘 손 쓸 방법은 없는거겠지? "
"음... 일단은 그렇겠죠. "
"하암... 그럼 저녁은 나쵸나 먹자. "

파이로는 귀찮은 듯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나저나 그 그림자의 정체는 대체...? '

다음 날, 아침부터 사무실의 전화가 바쁘게 울렸다. 한갓지게 자고 있던 파이로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대체 아침부터 누구야... 여보세요? "
"도, 도와주세요... 펴, 편지가...... 이... 이번에는 이상한 소포도...... "
"뭐냐? 너 설마, 어제 그...? "
"흐윽... 제발...... 저 좀 도와줘요...... "
"이따가 소포 들고 사무실로 와. 오늘 오너 출근한다. "
"네... "

전화를 끊은 파이로는 다시 자러 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아침에 전화를 걸었던 여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미기야에게 소포를 건넸다. 

"여기 소포요... 그리고 이 편지... "
"아아... 얘기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이 소포도 매일 오던 건가요? "
"아뇨, 이 소포는 오늘 처음 온 거예요... "
"그런가요... "

미기야는 박스를 열어보곤 못 볼것이라도 본 것처럼 다시 닫았다. 그리고 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스 안의 내용물을 덤덤히 보고 있는 것은 파이로 뿐이었다. 

"파이로 씨는 동물 사체를 봐도 멀쩡하시군요... "
"난 네놈들보다 비위가 강할 뿐이다. "

박스 안의 비둘기 사체는 상처 하나 없이 죽어있었다. 생채기 하나 없는 시신이었지만 한 군데. 시체의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슴 정 중앙에는 이쑤시개가 꽂혀 있었다. 

"악취미구만. 요즘 비둘기가 잡기 쉬워졌다지만 이런 짓을 할 줄은... 그 녀석이야말로 살인이라는 죄를 범한 거 아닌가 모르지. 그보다 어제부터 궁금했던 게 있는데... 너 혹시 교회 다니냐? "
"...네? 그... 그야 그렇지만... "
"역시 그랬군... 편지 내용때문에 신경 쓰였거든. 미기야, 이 녀석 주변인들부터 조사해봐. "
"네. 혹시 이런 소포가 또 오면 연락 주세요. 그리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따로 연락을 드릴테니, 연락처를 좀 적어주시겠어요? "
"여기요... "

여자는 쪽지에 연락처를 휘갈겼다. 여전히 두려운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자를 돌려보낸 후, 미기야는 소포로 온 비둘기 시체를 밖에 내다 버렸다. 

"사진은 찍었냐? "
"윽... 그거 사진도 찍어야 해요? "
"증거잖아, 임마. 냅둬라, 내가 찍을게. "
"참 비위도 좋으시네요. "

파이로는 소포의 사진을 찍었다. 

"그나저나 뭔진 몰라도 엄청 원한을 산 모양이지. 이런 짓까지 당할 줄은... "
"글쎄요... "

파이로는 소포를 박스채 밖에 내다 버렸다. 그리고 콜라를 사러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가, 그녀를 발견했다. 

'음? '
"오, 콜라 마시려고? 내 것도 하나 사 줘. "
"깜짝이야... 쉿, 조용히 해 봐. "

파이로의 전화기에서 튀어나온 애시도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무언가에 쫓기듯 황급히 건널목을 건너갔다. 여전히 겁에 질린 그녀의 주변에는,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보였다. 

"흐음... 저 녀석은 괴이같은데? "
"괴이라고? "
"응. 내 짐작이 맞다면, 저 녀석은 '죄를 먹어치우는' 괴이일거야. "
"죄를... 먹어치워? "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그렇게 불리고 있어. 그나저나 활동은 중단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저 녀석이 다시 보이는거지? "
"흠...... 그 녀석이 들러붙은 게,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걸까? "
"아마도. "

죄를 먹어치우는 괴이. 어째서 그 녀석이 그녀에게 들러붙어 있는걸까? 파이로가 생각하기에 이번 사건은, 완전히 의문 투성이였다. 

사무실로 올라간 파이로는 소파에 풀썩 앉아서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뭐 결과 나온 거 있냐? "
"음... 글쎄요. 원한을 살 만한 주변인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탐문 수사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모르지... 그럼, 움직이지. "
"네. "

파이로와 미기야가 밖으로 나가 있을 동안, 애시는 '죄를 먹어치우는' 괴이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최근 눈에 띄는 일은 줄어들었다는 녀석이, 어째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걸까? 그 녀석이 이번 사건의 범인일까? 

"이번 일과 관련이 아예 없지는 않은 모양이네. 그나저나 의외로구나, 그런 녀석이 다시 나타나다니... "

한편, 오늘도 날아온 편지 때문에 여자는 겁에 질려 있었다. 
어제와 똑같은 내용의 붉은 글자가, 하얀 종이에 적혀서 더더욱 선명했다. 마치 선혈과도 같이 움직여 흐를 것만 같았다. 

"꺄아악- "

-너의 죄를 아는가? 

그녀의 귓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보였다. 

"나의... 죄...? "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1 댓글

마드리갈

2018-08-06 16:48:16

요즘은 종교와 거리를 두고 살다 보니 특정 종교에서 말하는 죄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예요. 그래서 주된 소재 자체에는 그다지 전율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원용된 소재에 끔찍한 묘사가 있어서 몸을 떨게 되었어요.

본문의 표현대로, 소포로 비둘기의 사체를 보내온 것이나 문제의 사체의 상태는 악취미 그 자체.

역시 괴롭힘의 수단으로 동물의 사체를 쓰는 수단은 널리 쓰일만한 수법이예요. 아무리 담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그런 것을 보고 순간 놀라지 않을 수는 없겠죠. 단지 내성이 강하다든지, 충격에서 빨리 헤어나온다든지 하는 것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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