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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 새들 뭐야?”
으레 조용하고 차분하기 마련인 저택의 정원에 새가 떼로 앉아 있는, 조금은 위화감 있는 광경에, 현애는 눈을 비비고 다시 정원을 본다. 아무리 봐도, 이런 저택의 정원에 떼로 앉은 새라니, 이상하다, 이상해...
그런데 잠깐... 새떼? 새떼라고?
잠깐만...
아까 전에 점심 시간에 떼로 날아와서는 현애가 먹고 있던 과자를 가져간 그 새들! 그 새들이 머릿속에 박힌 채 떠나가지가 않는다. 마른침이 절로 삼켜진다.
“저 새들 말이야...”
“응? 왜?”
리나가 또다시 주방으로 가려다가 현애의 질문에 뒤돌아보며 묻는다.
“저... 저기... 저 새들도 설마, 너희 집에서 기르던 거야?”
하... 질문하는 데 긴장한 나머지, 말이 좀 꼬여 버렸다. 그나마 못 알아먹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에이, 신경 쓰지 마.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니까.”
“별로 놀랄 일도 아니라고?”
“그래.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맛있는 거 가져올 거니까, 그거 먹어.”
리나의 말투는 태연하다. 그리고, ‘신경 쓰지 말라’니... 괜히 저 새들 때문에 더 불안하다. 그럼 설마... 아니다. 거기까지 생각하기에는 비약이 좀 심하다. 아무튼, 그때부터 현애는 의심을 조금씩 눈에 섞기 시작한다. 일단 여기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만큼, 의심은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보니, 리나는 주방에서 음식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냉장고에서 음식 재료도 꺼내고, 싱크대 밑에서 조미료도 꺼내고, 부엌칼도 꺼내고 하고 있다. 일단, 지금은 특별히 의심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은.
“응? 뭐 만들어?”
현애는 일단 태연히 말을 건다.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 줄 테니까, 너희들 조금만 기다려, 알겠지?”
“네, 선배님!”
“아... 알겠어.”
하야토는 쾌활하게 대답하지만, 현애는 약간 좀 언짢은지, 한숨을 가득 내쉬며 대답한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 한 10분이면 다 만드니까!”
하야토는 리나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준다니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는지 얼굴이 싱글벙글하다. 앞에 놓인 음료수 잔도 다 비어 있다. 반면, 현애 앞에 놓인 음료수 잔은 아직 반 정도가 남아 있다. 현애는 음료수를 마저 마실 생각은 않고, 자꾸만 리나와 창밖의 정원을 번갈아 볼 뿐이다.
“저기, 선배님.”
하야토가 현애에게 말을 건다. 현애가 돌아보니, 어느새 고양이 루디아가 하야토의 무릎 위에 앉아 있다.
“뭘 그렇게 돌아보고 그러세요?”
“아, 아니야, 아무것도.”
“에이, 설마 너무 기대가 되어서 그러는 건 아니겠죠?”
“아, 그, 그렇지 뭐!”
현애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야토는 루디아를 만지느라 기분이 고조되었는지, 싱글싱글 웃으며 말한다.
“여기 정말, 너무 좋은 거 있죠.”
“뭐가?”
“이렇게 동물을 가까이하면서, 선배가 직접 해 주는 음식도 얻어먹고 말이에요.”
“하, 정말? 너희 집은 여기보다 훨씬 더 좋을 거 아니야.”
“물론 그렇기야 한데, 분위기부터가 다르죠.”
하야토는 여전히 싱글싱글거리며 말한다.
“물론 제가 사는 RZ타워라든가 저쪽 근교에 별장 같은 데도 좋기야 하죠. 그런데, 이런 주택가에 동물들과 같이 사는 집은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듣고 보니까 그러네.”
현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확실히 동물들이 몇 마리 있으니 생기가 좀 더 돌기는 한 것 같다.
“아, 보세요, 선배님도 동물들 사랑을 듬뿍 받고 있잖아요?”
“응? 내가?”
현애는 하야토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따라, 아래쪽을 내려다본다.
어느새.
현애의 손 위에 까칠까칠하면서도 미끌거리는 무언가가 올라앉아 있다. 손을 본다. 웬 도마뱀이 손 위에 올라앉아 있는 게 아닌가!
“엇! 이 녀석은 뭐야!”
“아, 그 애?”
음식을 한참 만들던 리나가 잠깐 뒤를 돌아본다.
“아, 인사해. 우리 ‘슈비’야.”
“뭐야, 네가 기르는 거야?”
리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네가 기르는 거라고?”
현애는 조금 뜨악하는 얼굴로, 의심을 풀지 않고 말한다.
“이 애 말이야, 어디 있다가 여기 온 건데?”
“아, 그건 말이야, 이거 다 만들고 말해 줄게.”
현애가 뭐라고 말해 보려 하지만, 리나는 바로 다시 고개를 돌리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조금 마음에 안 든다. 그냥 말해 주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건 그렇고, 이런 도마뱀같이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동물들을, 그냥 이런 거실 같은 데다가 놓고 기른다니?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무례가 좀 심한 거 아닌가?
아니, 잠깐만... 다시 생각해 보자. 이런 동물들을, 왜 굳이 나한테 접근시키는 거지? 그러고 보니, 아까도 좀 이상했다. 점심시간에 떼로 몰려와서 과자들을 먹고 날아가 버린 새떼, 그리고 유독 이 집 정원에 모여 앉아 있던 새떼. 하굣길을 가다 보니 나온 이 집, 담장에 앉아 있던 고양이, 그리고 조금 전 어느 샌가 현애의 손 위에 앉은 도마뱀.
그림이 그려진다. 그림이 말이다...
현애는 리나가 있는 부엌을 한번 돌아본다. 리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히, 음식을 만들고 있다. 그 모습이 더욱더 의심스럽다. 현애는 한번 의심을 가득 담아 리나를 노려보고 나서는, 다시 하야토를 돌아본다.
“어... 하야토.”
현애는 목소리를 확 낮추고 말한다.
“네, 선배님?”
“조용히 일어나 봐.”
“네... 네.”
현애가 먼저 조용히 숨을 죽이고 일어난다. 하야토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조용히 현애를 뒤따라 일어난다.
현애의 뒤를 따라 걷는 하야토에게도, 확실히 느껴진다. 이 냉기가. 발걸음의 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럽게 걷는다. 그리고 불안한 눈으로 부엌 쪽을 본다. 리나는, 음식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쪽에서 나는 소리는 인지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현애와 하야토는, 계단 위를 올라가고 있다. 조심조심, 한발 한발, 신속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내닿는다. 아직 1층에서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칼로 뭔가를 써는 소리, 지잉 하고 열버너 작동하는 소리만 들릴 뿐.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둥둥-
계단이 미세하게 울리는 소리가, 발아래에서 들린다. 하야토 쪽에서 나는 소리다. 현애는 홱 하고 하야토를 돌아본다.
“좀 더 조심스럽게 걸어! 울리잖아!”
“저... 저는 최대한 소리를 죽인 건데...”
“더 낮춰!”
“네... 네.”
현애의 조곤조곤거리는 말에, 하야토는 더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한다. 숨을 죽이고, 침을 꽉 삼키고, 좀 더 조심스럽게 걷는다. 마치 적군의 기지 깊숙이 잠입한 특수요원처럼 말이다.
어느새 2층. 2층을 밟은 현애와 하야토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2층을 돌아보니, 액자 몇 개가 보인다. 몇 개는 가족사진이다. 딱 보니 부모님과 리나의 오빠는 조금 마른 체격인데, 리나와 동생은 아주 통통하다. 누가 보면 남남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또 몇 개는, 리나가 동물들과 같이 찍은 사진들이다. 분명 다른 집이라면 평범하게 느껴질 사진들임에도, 현애의 눈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동물들과 같이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한 번 품은 의구심은 점점 더 강해진다... 대체, 리나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현애는 AI폰을 꺼내 인공지능 모드를 켠 다음 메시지를 입력한다.
[*프로도, 뭔가 짚이는 것 없어? 이 사진들하고, 아까 동물들이 나한테 다가오던 거 말이야. 어떤 연관성 같은 게 없을까?]
그렇게 *프로도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입속에 침이 마른다. 초조함 탓일까, 1분이 30분인 것만 같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현애의 주위에는 자꾸만 초겨울의 새벽 같은 찬 기운이 돈다. 하야토도 그 찬 기운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잠시 후.
[현애 님, 특별히 의심되는 건 못 찾았어요.]
의심되는 게 없다고? 몸에 힘이 저절로 빠진다.
“휴...”
“선배님, 그만 돌아갈까요?”
하야토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여기서 이러고 있다가는 리나 선배님이 찾으러 오실 것 같은데...”
“아니야.”
현애는 조그맣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이왕 여기에 온 이상, 그냥 돌아갈 수는 없어. 일단 실례를 무릅쓰고서라도, 증거를 찾아야만 할 것 같아.”
“뭐, 선배님이 그러자면 그래야겠지만요...”
하야토는 조금은 수긍이 안 되는 듯, 말꼬리를 흐리며 말한다.
“좋아, 그러면 이제 리나의 방으로 들어가 보는 거야.”
“저, 선배, 그래도 이렇게 대뜸 남의 방에 막 들어가는 건...”
“호랑이를 탔는데 내릴 수는 없잖아? 들어가자.”
“네...”
현애와 하야토는, 리나와 개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는 방의 문 앞에 다다른다.?
문을 연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들어간다. 발소리를 죽이고, 사뿐사뿐.
“저, 선배님.”
“왜 그래?”
“밑에 부엌에서 칼하고 그릇 소리가 안 들리는데요.”
큰일 났다. 그 말은 즉, 리나가 알아챘다는 것 아닌가! 서둘러 알아내야 한다. 리나의 비밀을! 여기까지 오기 전에, 알아내야 한다!
불을 켠다. 보인다. 유리관에 담긴 동물들이. 카멜레온, 비단뱀, 거미, 그리고 이름모를 동물들도. 눈에 띄는 건, 푸른 색을 띄고 여섯 개의 다리가 달린 이름모를 납작한 연체같은 동물.
“저... 저게 뭐지?”
“‘무치아’요. ‘하루미’섬에 사는 동물인데, 저런 걸 애완동물로 키우다니...”
현애는 살짝 돌아본다. 하야토의 얼굴이 흙빛이다.
“왜... 왜 그래?”
“아... 선배님... 여기서... 여기서... 나가야겠어요.”
현애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지금 이 동물들, 위험한 동물들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이 동물들로,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그리고 보인다. 창밖의 나무에, 새떼가 앉아 있는 모습이! 그것도 아까 점심시간, 그리고 1층 정원에서 본 것과 같은, 푸르고 갈색 깃털이 섞인 새들이다!
위험하다, 이 방에서 빨리 나가, 리나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애가 이렇게 마음먹고, 방을 나서려던 바로 그때...
“감히 내 방에에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이이잇!”
열린 문 너머로, 들린다. 현애와 하야토의 등 뒤에서. 마치 막 분출하려는 화산과도 같은 리나의 성난 목소리가!
“아, 아니... 우리는 단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위험하다! 현애는 다급히 능력을 발동하려 한다. 리나의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한다. 하야토에게도 방 안이 갑자기 추워지는 것이 생생히 전해져 오고, 방에 있는 동물들도 갑자기 낮아지는 온도에 벌벌 떨기 시작한다. 리나가 똑바로 보고 달려든다. 현애와 하야토를 향해!
현애는 침을 꿀꺽 삼키고, 리나를 노려본다. 창문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한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07-08 19:03:16
오늘 날씨가 특히 끈적한데다, 리나의 집 안 상황의 묘사가 갈수록 크리피해져서 더욱 섬찟하네요.
자기도 모르는 새에 도마뱀이 자신의 손 위에 올라와 있다든지, 게다가 집안에는 괴이하기 짝없는 동물, 특히 비단뱀이나 거미같은 것들을 기르는 공간이 있는 건 확실히 꺼려지고 있어요.
작중에서 언급되는 무치아는 굉장히 위험한 것인가 보네요? 문제의 하루미 섬에만 살고 다른 곳에 나오면 크게 문제가 되는 걸까요. 코모도 왕도마뱀같이 크고 공격적이고 몸에 위험한 독 및 병원체를 잔뜩 보유하고 있는 그런 것인지...
이제서야 왜 리나가 중요한 인물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시어하트어택
2020-07-09 08:06:01
끈적한 날씨에 이걸 보셨다니 섬찟하셨겠네요. 저 같은 경우도 저런 비슷한 경우를 몇 번씩이고 겪었다 보니...
무치아가 어떤 동물인지, 리나는 어떤 인물인지, 다음 화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SiteOwner
2020-07-08 22:20:13
평화롭게만 보였던 리나의 집은 사실상 복마전...
가족사진, 리나가 동물들과 같이 찍은 사진 모두 의구심의 원천으로 작용하는군요.
대만, 동남아시아 각국 등의 여름철에는 창문의 모기장 등에 수궁 등이 붙어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는데, 아직 해당지역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체험한 건 아닙니다만 현지에서 겪어본 사람들 중에서는 개구리도 아니고 작지도 않은 도마뱀이 그렇게 붙은 것만으로도 꺼려진다고 합니다. 보기만 해도 그런데 손 위에 있다면...
현애가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입니다.
이전에 봤던 1971년작 홍콩영화 당산대형의 한 장면도 떠오릅니다.
당산대형에서는 얼음창고 내에 절단된 채 얼음 속에 파묻힌 실종자들의 시신이, 그리고 여기에서는 온갖 괴이하고 위험한 동물이 산 채로.
시어하트어택
2020-07-09 08:07:46
이 에피소드는, TV에서 몇 번 봤던, 각종 동물들을 집안에 기르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착안해서 만든 에피소드입니다. 그런 방송들을 볼 때마다 '뭐 저런 동물들을 다 기르나'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죠.
이 으스스한 집의 진실은 다음 화를 기대해 주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