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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을 떠돌다 발견한 글인데 출처가 이곳저곳에 마구 흩어져 있는데다 글 자체도 10년은 된 글이라 그런지 찾기가 어렵더군요. 뭐어 CG가 일상화된 현대에 연필과 공책이라는 언급을 통해 글이 꽤 오래된 것이란 건 확실해지고 그림 계열이란 언급을 보면 어딘가의 창작 커뮤니티에서 나온 것 같다는 정도만 추정할 수 있지만 말이죠.


공감이 가면서도 뭔가 아닌 것 같아 싱숭생숭한 느낌의 글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할 지 모르겠군요.

HNRY
HNRY라고 합니다.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쓰고 싶습니다.

10 댓글

Papillon

2016-11-28 19:02:03

1번을 제외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혹은 다른 취미나 직업과 관련된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예절을 그림 그리는 사람만의 이야기로 표현한 것이군요.

일단 1번의 경우 틀린 말이 아니기에 2번부터 지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에 글쓴이가 지적한 것이 비난이라면 납득할 수는 있습니다. 비난은 백해무익. 글이든 그림이든 단순한 욕설은 창작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판을 하지 말라? 특정 조건 하에서는 납득할 수 있는 말이죠. 만약에 본인이 단순히 취미로 그리는 그림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그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면 기가 찰 것입니다. 이 사람은 뭔데 내 그림을 평가하고 있나, 하고요. 그런데 이 글에서는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 걸 보아서 지인이 직접 보여주며 어떠냐고 묻는 경우에도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건 솔직히 말하면 자신의 단점은 전혀 알고 싶지 않다는 소리입니다. 거기다가 3번에서 글쓴이는 "괜찮네!" 같은 간단한 평가는 하지 말라고 하고 있군요. 2번에서 비판하지 말라고 했으니 결국 그림을 보여주면 칭찬만 하라는 요구입니다. 아무래도 해당 글의 글쓴이는 감상자와 자신의 관계를 왕이 뭐라고 말만 하면 따르는 내시와의 관계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요.

6번의 경우에는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 제가 현재 취미로 미술학원을 다니는데 그곳의 입시 반 학생들도 교사 분들도 필요하면 연습장을 뜯어줍니다. 이미 그림이 그려져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빈 종이를 자기 살로 비유하면서 그것을 뜯어주는 것이 불가하다고 말하다니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거기다가 해당 글쓴이의 말에 공감한다고 치더라도 해당 내용을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만 적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연습장은 자신의 것을 채워넣는 살이기 때문에 뜯어주면 안 된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소설가, 시인, 수학자, 과학자, 회계사, 철학자, 기타 수많은 직업 및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노트는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다른 직업은 크게 비판받지 않는 내용을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는 금기"라고 말하다니 이상하군요. 차라리 자기 노트가 아까워서 자신은 뜯어주기 싫다고 하는 것이 더 공감이 갑니다.

10번의 경우에는 글쓴이가 언급한 것 중 "베꼈다", "대고 그렸냐?" 같은 내용은 모욕이니까 당연히 하면 안 되지만 "닮았다"라는 것 자체가 모든 창작자가 싫어하는 말이라? 그런 사람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글쓴이 본인의 경우를 모든 사람에게 확대시킨 것처럼 보이는군요. 당장 "누구누구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라고 말하는 수많은 화가 & 일러스트레이터들이라는 반례가 존재합니다. 아마추어인 저의 경우만 해도, 글이긴 하지만, 당장 어떤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저 글의 글쓴이 본인이 그리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절대금기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우습군요.

4, 5, 7, 8, 9는 어떤 상황이든 당연한 걸 마치 그림 그리는 사람들만의 특징인 것처럼 써놓았군요. 애초에 타인의 물건을 던지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한 말이며, 타인이 일할 때 건드리는 것은 무례한 행위입니다. 타인의 공책에 허락받지도 않았는데 낙서를 하는 건 당연히 나쁜 짓이며, 타인의 작품을 건드리면 안 되는 것 역시 당연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을 인정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당연한 예절이고요.

해당 글을 보면 자신의 1인칭을 "본좌"라는 존칭으로 쓸 뿐더러 "아양을 떨어봐라"라며 그림 그리는 사람을 상전으로 대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에 "그림 계열에 아는 사람 없이 살 수 있나?"라는 식의, 그림을 생활필수품이며 자신들을 “갑”으로 소비자나 감상자들을 "을"로 치부하고 있군요. 여기에 자신이 말한 규칙을 어기면 폭력을 휘두르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게 당연하다는 내용까지 있고요. 만약에 원문 글쓴이가 진지하게 저렇게 믿고 있다면 한 번 상담을 권유하고 싶군요. 

Papillon

2016-11-28 21:30:28

저것만이 원인은 아닙니다. 그림 쪽이 다수여서 그렇지 다른 쪽(주로 서브컬처 쪽)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있었거든요. 관련 사건에서 문제를 일으키신 분들의 공통점은 대충 이랬습니다.


계약직, 서브컬처 종사자, 같은 SNS 사용, (소수 예외 제외) 마이너.


이들을 조합해보면 대충 어떤 심리에서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지 짐작은 갑니다만, 자세한 설명은 노코멘트하도록 하겠습니다. 

HNRY

2016-11-28 20:22:48

뭐어 학생이란 점은 확실하네요. 저런 상황이 벌어질만한 공간이라 하면 역시 교실이겠죠. 다만 요즘 인터넷 만화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학생 시절부터 이어진 잘못된 마음가짐이 업계까지 끌어왔다 그 고름이 터져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Papillon

2016-11-28 19:52:41

업계 얘기를 할 만한 것도 없을 것 같은게 그림쟁이, 그림계, 본좌 등 인터넷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을 볼 때 프로보다는 인터넷 그림 커뮤니티에서 "존잘"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쓴 글로 보입니다. 예시로 드는 것들도 업무나 계약 관련 상황보다는 그냥 아는 사람이나 같은 학교 학생들이 할 법한 행동들이라 글을 쓸 당시에도 학생(잘 봐줘야 대학생)인 것으로 추정되고요.

HNRY

2016-11-28 19:25:32

10년이 넘었으니 저 글을 쓴 글쓴이가 지금쯤 생각이 바뀌었을진 모르겠군요. 물론 아예 그림업계 자체를 떠난 상태라면 그건 그거대로 개그가 따로 없겠지만...

마드리갈

2016-12-01 22:39:46

이런 것은 일단 이렇게 판단가능하죠.

예의에 어긋나다고 생각되는 행동은 하지 않기. 그리고 각자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타인의 영역에 왈가왈부하지 않기. 이 골자 정도면 충분하지만 저 10가지가 모두 그에 부합되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단정하기는 힘들어 보여요.


2, 3번 항목에 대해서는 이렇게 보여요.

비판적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글쎄요. 그러면서 관심을 가져라는 것은 어떻게 처신하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타인의 도구를 함부로 다루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게 폭력을 휘둘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이것도 선뜻 동의하기는 힘들어요.

각자의 세계를 인정하는 전제에서도 얼마든지 조언이나 평가는 가능한데, 9번 항목은 그 가능성을 봉쇄하는 듯해요. 칭찬할 것이 아니면 아예 건드리지 말라고도 보이는데, 개인의 만족을 위한 혼자만의 창작활동이라면 모를까, 타인에게 보일 것을 전제로 하는 활동에서는 이야기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10번 항목에서 닮았다는 말이 왜 문제가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새로운 것을 보았을 때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의 비교는 사고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이고, 기존의 것과의 유사성은 친숙함을 나타내는 지표로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가능성이 철저히 봉쇄되네요.


게다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동질적이라고 전제하는 것 같아서 그것도 동의할 수 없어요.

조커

2016-12-01 22:46:59

주욱 읽어봤지만 뭔 말을 해야 할지 방법이 없는 거 같네요.

만약 노벨상 부문에 헛소리 수상 부문이 있었다면 개인적으로 저 말도 안되고 같잖은 10가지 조항에 주고 싶군요.

가장 어이가 폭발한 부분이 연습장 찢어주지 말라는 대목이었습니다만....난 타블렛도 빌려주고 그랬는데 그럼 난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건가? 란 생각마저 들더군요

마키

2016-12-02 11:35:40

이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1. 그림 그리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예의.

해당 직종 종사자가 스스로를 낮추며 말하는게 아니라면(시쳇말로 자학드립) 종사자 앞에서 종사자 비하 단어를 쓴다는건 싸우자는 소리죠.

 

2. 뭐 딴에는 맞는 말입니다. 스스로가 비판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최대한 자제해야 하죠. 요새들어서 팩트폭력이니 돌직구니 하면서 무례한 말을 집어던지는 사람도 있고. 다만, 때로는 어느정도 쓴 소리가 필요하다는 입장.

 

3. 저같은 경우는 오히려 관심 따윈 불필요해서 제 스스로가 이거 괜찮죠? 하고 보여주는게 아니라면 어지간해선 작업물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옆에서 구경하든지 추임새 따위 넣어주는것도 전혀 달갑지 않아요. 거기에 뒤에 이어지는 말은 그냥 헛웃음만 나오는군요.

 

4/5/7/8/9. 파피용님 말씀처럼 처음부터 남의 것에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 예의 라는 것만 맞는 말이고 그밖의 나머지는 들을 가치도 필요도 없군요.

 

6. 연습장? 까짓거 몇장 뜯어줘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값도 싸고 내 그림만 망가지지 않는다면 그깟 낯장 따위 몇장이고 그냥 쿨하게 뜯어주고 보내버립니다. 그 편이 차라리 편하거든요.

 

10. 인간이 생활하며 얻는 모티베이션, 모티프야 어차피 거기서 거기. 유명한 창작자들도 결국 다들 어디선가 얻어낸 영감을 자신의 작품과 세계관으로 승화시킨 것이고, 타인의 것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창작자로서 당연한 일.

 

저도 사실 어디가서 그림그린다고 감히 이야기도 못꺼내는 팔푼이지만 정말 실소만 나오는 글입니다...

대왕고래

2017-01-06 11:15:56

1번은 공감되네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어딘가에는 "나는 별것도 아닌 환쟁이다!!"를 자처하는 초고수 아티스트가 존재할 수도 있겠죠. 대놓고 친구들이랑 비속어로 서로 지칭하며 하하껄껄거리는 사람도 있을테고...) 비하용어는 친구사이에서도 조심해야하는 법.

두번째는... 비판은 훌륭한 비료가 되는게 사실이죠. 단점을 우선 지적후 장점을 지적하면 듣기도 좋을...겁니다. 단점을 막 화를 내며 지적하지만 않는다면요.

네번째부터 여덟번째는... 좀 신경질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바람 좀 쐬면서 기분 가라앉혔으면 싶은 의견들이네요.

SiteOwner

2018-09-23 23:24:45

이런 건 적절히 가려서 수용하거나 배제하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읽고 생각해 볼 필요성은 충분합니다. 무비판적인 수용이나 무조건적인 배척만 아니라면 나머지는 적절하게 취사선택하면 될 것입니다.


2번과 10번은 받아들이기 힘들군요. 이건 확실히 문제가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쪽에서도 약간은 유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창작활동도 결국은 생활의 일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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