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잘못된 번역으로 생각을 그만둔 사례 3가지

마드리갈, 2018-07-27 17:56:22

조회 수
199

아예 외국어전용 방송채널이 아닌 한은, 국내 방송채널의 대부분의 해외산 컨텐츠는 내국인을 위한 한국어자막이 붙어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자막의 번역이 말도 안되게 조악하면 생각을 그만둘 레벨...

일본산 컨텐츠에서 벌어진 오역 중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게 몇 가지 있어서 언급해 볼께요.
대략 이 정도 되겠네요. 닛포본선(日豊本線), 40호, 하루 두 마리.

1. 닛포본선(日豊本線)
이것은 JR큐슈 관할의 간선철도로, 고쿠라(小倉)-카고시마(鹿児島) 구간을 잇는, 큐슈 동부해안을 따라 부설된 462.2km 길이의 철도예요.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으면 "일풍본선" 이 되어요. 그런데 국내 모 채널에서 일본철도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할 때 그 노선의 이름을 "일본본선" 이라고 썼어요. 한자가 분명히 나오는데도!! 철도회사의 이름에 "일본" 이 들어가는 예로 현행의 JR동일본, JR서일본, 킨키일본철도(近畿日本鉄道), 서일본철도(西日本鉄道), 과거의 일본철도(日本鉄道, 현재의 JR동일본 도호쿠본선, 죠반선 등을 만든 회사) 등이 있긴 해도 노선명 자체에 그렇게 "일본" 이 포함된 경우는 없어요. 즉 있지도 않은 철도노선을 오역으로 만들어낸 셈. 문제의 닛포본선의 "닛포" 가 "닛폰" 으로 들려서 그렇게 오역을 한 걸까 싶기도 하네요.

2. 40호
이것도 위와 같은 경우로, 화면에 버젓이 "40号" 라고 나와 있는데 자막에는 45호라고 써놨어요.
저런 오역이 난 것은 이렇게 추론할 수 있어요.
"40号" 의 발음은 "욘쥬-고-" 에 가깝죠. 한편, 45호의 발음은 "욘쥬-고" 에 가까운 편으로, 길이가 달라요. 각각 히라가나로 쓰면 "よんじゅうごう/よんじゅうご" 로 명백히 길이가 다른데, 이것을 혼동했나봐요. 그런데 정말 화면에 버젓이 나오는 수치는 안 보여서 무시한 건지 보고도 무시한 것인지...

3. 하루 두 마리
문제의 문장은 "一日二本釣れる", 즉 하루 두 마리를 낚을 수 있다는 의미.
그런데 이게 자막에서는 아주 엄청나게 달라져 버렸어요.
"이것도 일본의 덕택이다."
......진짜 뭘 본 거지 했어요. 너무 어이없어서 화도 안 나더라구요.
원인을 생각해 보니, 두 마리의 二本, 그리고 일본의 日本이 발음이 둘 다 "니혼" 이고, 영상에서는 큰 참치를 두 마리 잡은 어부가 기뻐하는 모습이 보이니 저렇게 아예 엉뚱한 소리를 한 것 같네요. 그런데 二本은 "니" 에 강세를 둬야 하고, 日本은 "혼" 에 강세를 둬야 하는데 번역자가 대체 그것도 모른다면...


일본드라마 TRICK에 나오는 해프닝 하나가 생각나네요.
교량(橋)을 가리키는 단어와 젓가락(箸)을 가리키는 단어 모두 발음은 "하시" 이지만 강세는 다르죠. 교량일 경우는 뒤에, 젓가락일 경우는 앞에 강세를 둬야 하는데, 한 등장인물이 고용한 사람은 표준어 구사자가 아니라서 억양을 틀렸고, 그 고용인이 망원경으로 염탐한 사무실 내부를 잘못 그리게 되어서 주인공들에게 그 속임수가 간파당하는 계기로 이어지죠.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마키

2018-07-28 20:32:32

해리포터 한국어 번역 판본은 이따위 작업물을 가지고 직업인으로서 돈을 받았다는게 믿기지가 않을 만큼 한심스러운 퀄리티로 악명이 자자하죠. 그외에도 에쿠니 카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 전담 번역가인 김모씨의 경우에도 자잘한 오역이 상당히 많은데다 심지어는 주인공의 이름을 자기가 잘못 읽어놓고는 일개 번역가 주제에 이게 더 어울린다고 주인공을 강제로 개명시키는 무시무시한 짓을 저지르기도 했었죠...

마드리갈

2018-07-28 20:46:20

대체 얼마나 형편없길래...

혹시 번역은 인맥이다 운운하던 모 번역가의 "그거 할래?" 보다도 더 조악한 걸까요?


번역은 원문에 충실해야 하는 게 최우선이죠. 주인공을 강제로 개명시키는 것은 그건 번역이 아니라 반역이라고 불려도 할 말없는 만행. 번역가의 일은 번역이지 번안 등의 개작은 권한 밖의 일이니 어불성설이죠. 정말 그러고도 프로페셔널이라고...날로 먹는 사람들 참 많네요.

Lester

2018-07-29 12:42:34

저렇게 번역가라 부르기도 민망한 사람들이, 설령 열악한 환경에서 저렇게 행동했다면 그 환경의 개선에 앞장서지는 못할 망정 악습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번역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 더구나 저런 '스타 번역가'들이 결과와 별개로 스포트라이트를 싹쓸어가는 점도 문제고요.

마드리갈

2018-07-29 14:52:27

번역 일을 하시는 입장으로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시겠어요.

예전에 오빠가 언급한 것 중에 이런 게 있어요. 과거 국내에서는 일본에 대한 무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풍조가 있었다고(20년 전의 국내사정과 현재의 북한사정이 묘하게 닮은 것 참조). 일본산 컨텐츠에 대한 계속된 오역은 이런 영향을 배제할 수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중등교육과정에서부터 영어 교육을 다 받고,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도 많은데 영어로 된 컨텐츠에서 이런 문제가 연일 터지는 건 왜 그럴까요. 역시 레스터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소수의 그 "스타 번역가" 들의 독식에 문제의 근원이 있는 듯해요.

Board Menu

목록

Page 127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2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3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8
3375

근육맨 파치슬로판 영상들

2
  • file
대왕고래 2018-08-13 152
3374

여러 현안의 의외의 접점 - 5. 미니스커트 단속과 먹방 가이드라인

2
SiteOwner 2018-08-12 200
3373

북한산 석탄 논란이 드러낸 의외의 쟁점

2
SiteOwner 2018-08-11 175
3372

점점 거대해지고 다양해지는 꿈의 바리에이션

6
조커 2018-08-10 202
3371

석탄 관련으로 짧게 몇 가지

2
마드리갈 2018-08-09 161
3370

오늘은 고생중...(상황종료)

2
마드리갈 2018-08-08 144
3369

성명을 잘못 불리는 캐릭터들 2

2
마드리갈 2018-08-07 222
3368

언어의 독과점에 숨겨진 문제 몇 가지

2
SiteOwner 2018-08-06 160
3367

폭염이 바꾸어 놓은 것들 - 2018년 에디션

4
마드리갈 2018-08-05 157
3366

오랜만에 뵙습니다+근황

4
Papillon 2018-08-04 180
3365

신카리온 500 코다마를 드디어 입수했습니다.

4
  • file
마키 2018-08-04 182
3364

모두모두 모여라! 하츠네 미쿠 특집편

4
  • file
마키 2018-08-03 185
3363

간부회의중 괴사건 - 회의 도중에 BB탄총을 쏘다?!

4
마드리갈 2018-08-02 178
3362

자신감이 없어지는 느낌이네요.

3
대왕고래 2018-08-01 157
3361

같은 한자를 쓰는 일본의 인명과 한국의 지명

2
마드리갈 2018-08-01 161
3360

극우로 몰렸던 적이 많습니다

4
SiteOwner 2018-07-31 188
3359

덜 더워지니까 좀 낫네요

4
마드리갈 2018-07-30 167
3358

반의어 속의 비논리를 뒤집어 보면...

2
SiteOwner 2018-07-29 155
3357

이제 휴전협정일은 잊어도 괜찮은 건가...

2
SiteOwner 2018-07-28 144
3356

잘못된 번역으로 생각을 그만둔 사례 3가지

4
마드리갈 2018-07-27 199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