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많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에요.
한가지 게임을 잡고서 그걸 끝까지 파는 쪽이죠.
몇년 전부터는 테라리아를 즐기고 있었죠. (테라리아랑 로그라이크류를 번갈아 즐기고 있었습니다) 하다가 하다가 반복되는 거 같아서 아예 모드를 깔고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어요.
테라리아는 땅을 파헤치며 블록으로 된 아이템들을 채집하고(마인크래프트와 비슷합니다), 맵을 돌아다니며 온갖 몬스터를 사냥하고, 더욱 강한 장비를 만들어, 여러 보스들에게 도전하는 샌드박스형 게임입니다.
다른 게임들처럼 테라리아에도 여러 모드 (게임의 컨텐츠를 추가하기 위해 까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 칼라미티 모드는 게임의 볼륨을 대거 확장시켜 즐길 거리를 더욱 많이 만들어둔 모드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아이템도, 장비도, 무기도 늘어나고, 몬스터도 늘어나고, 지형도 늘어나고, 보스도 더 늘어났으며, 원래 최종보스인 문 로드 이후에도 보스들을 만들어두었습니다. (이하 문 로드 이후 보스) 그것도 엄청 어려운 보스들을 말이죠.
게다가, 그 새로 생긴 보스들에게 새로운 OST를 만들어줬습니다. (작곡가는 한 곡을 제외하고선 전부 DM DOKURO입니다.)
이번 글은 그 OST들에 대한 겁니다.
많은 OST들이 있는데, 아래 두 "세트"만 소개해도 되겠네요.
- Devourer of God 테마
원래 테라리아의 최종보스인 "문 로드"를 해치운 후, 칼라미티 모드를 깔았다면 여러 보스와 추가로 싸울 수 있게 됩니다.
그 중에는 Devourer of God (통칭 디오갓)도 있는데, 제가 이 모드를 플레이하게 된 이유도 이 녀석 때문이었죠.
난이도가 엄청나게 어려워서 몇십번을 도전해야 겨우 한번을 깨는 그런 보스라고 하길래, 어떤 보스인지 겪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어렵더라고요. 플레이어보다 더 빠르게 앞질러서 돌진으로 박아버리고, 나중에는 피하기 힘든 레이저 장벽으로 "못 피하면 맞아죽어라" 하는 식으로 나옵니다. 그렇게 10번, 20번은 죽어야 겨우 패턴이 눈에 익고, 클리어를 하게 되죠.
이 보스와 싸우기 위해서는 그 부하들과 먼저 싸워야합니다. 소환 아이템 재료를 부하들이 주거든요.
그리고 그 재료들로 만든 소환 아이템으로 디오갓을 부르면...
이 BGM과 함께 나타납니다. (Scourge of The Universe)
쓰러트리면, 다시 부하들이 1번씩 소환되죠. (BGM은 이 링크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아래의 디오갓 BGM과 비슷한 느낌을 지니고 있죠.) 그것마저도 전부 쓰러트리면...
이 BGM과 함께, 다시 부활합니다. (UNIVERSAL COLLAPSE)
사실 이때부터가 진짜 진면목이에요. 위에서 말했던 "못 피하면 맞아야하는" 레이저 장벽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하거든요.
참고로 디오갓의 BGM은 유명한 게임 "동굴 이야기"의 보로스 전 3페이즈 BGM을 모티브로 작곡되었다고 해요. 아래 곡이죠.
약간씩 비슷한 부분이 보이기는 하는데,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네요.
디오갓의 부하들의 BGM과 디오갓의 테마곡들은 전부 같은 모티브를 갖고 작곡된 곡이에요.
그래서 DM DOKURO가 아래처럼 한 곡으로 엮기도 했죠.
- Calamitas 테마
칼라미티 모드의 설정상, 디오갓은 흑막인 "야림"의 부하라고 합니다.
그에게는 또다른 부하들이 있는데, 그 중의 둘이 "우림의 용 야론", 그리고 "칼라미타스"입니다.
본 게임에서는 디오갓 이후의 보스들로 설정되어있으며, 사천왕 포지션급 캐릭터라서 그런지 다들 미친듯이 어렵습니다. 저는 처음 깼을 때 각각 30번 이상은 도전해봤던 거 같아요.
여기서는 칼라미타스 테마곡에 대해서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칼라미타스는 디오갓과 싸우기 전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위의 BGM은 문로드 이전의 보스 중 하나인 칼라미타스 2페이즈 BGM.
곡명은 "Raw, Unfiltered Calamity"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재앙). 번역은 나무위키에 누군가가 달아둔 번역인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더라고요.
이 보스는 1페이즈와 2페이즈로 나뉘는데, 1페이즈에서는 본래 테라리아에서의 보스 BGM이 나오다가 2페이즈에 접어들면, 배경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하수인들이 등장하면서 이 BGM이 나옵니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죠. 갑자기 배경이 어두워지고, BGM은 갑자기 바뀌고, 게다가 난이도도 만만치 않고. (하수인을 소환하면 무적이 되기에 게임이 장기전이 되는데, 미친듯이 레이저를 쏴대거든요...)
그런데 이 녀석, 사실은 원래 칼라미타스의 분신, 가짜 칼라미타스였습니다. 그래서 디오갓과 싸우기 전에 나타난 것이었죠.
진짜 칼라미타스인 "슈프림 칼라미타스"의 테마곡은 아래와 같습니다.
슈프림 칼라미타스 BGM, "Stained, Brutal Calamity" (지워지지 않는 잔혹한 재앙).
이 보스가 만들어지고 나서 테마곡이 한동안 만들어지지 않은 채 다른 BGM을 공유하다가, 작년 말에서야 겨우 테마곡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 퀄리티는 모든 유저들의 상상을 초월해버렸죠.
듣다시피 위의 Raw, Unfiltered Calamity를 기반으로 만든 곡이에요.
하지만 가짜 칼라미타스를 뛰어넘는 진짜 칼라미타스의 테마곡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곡 자체에 힘을 미친듯이 줬습니다. 합창소리는 장엄하고, 곡은 엄숙하면서도 긴장감이 넘쳐흐르죠. 중간의 남성 보컬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곡의 분위기를 잘 살려줍니다. 마지막의 잔잔해지는 파트는 화룡점정이죠.
한번 듣고 나면 머리에서 잊혀지질 않는 명곡입니다.
난이도도 엄청 어려웠죠. 게임 장르를 갑자기 탄막액션으로 바꿔버리거든요.
(다른 몇몇 보스들도 그랬지만, 얘처럼 공격 피하기 어려운 녀석들은 아니었습니다.)
몇십번을 죽고 나서야 겨우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클리어했었죠. 보통 아니었어요...
이 모드 (테라리아 칼라미티 모드)는 아직 미완성 상태에요.
정확히, 슈프림 칼라미타스로 끝나는 플레이 구조는 완성이지만, 아직 야림의 또다른 부하인 "드레이돈", 그리고 "야림"은 아직 미구현된 상태. 이후에 새로운 보스로서 등장하게 될텐데 기대됩니다.
얼마나 어려운 난이도로 나타날지, 그리고 그 BGM은 또 얼마나 인상적일지...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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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19-11-16 19:24:25
운영진으로서의 조치사항을 몇 가지 알려드릴께요.
게시물 등록번호를 재조정해 두었고, 동영상 임베드를 모두 수정해 두어서 이제는 제대로 나올 거예요. 저에게 도움을 청하셔도 되니까 사양 마시고 동영상 임베드 수정을 의뢰하셔도 좋아요.
내용에 대해서는 첨부 영상을 모두 시청한 뒤에 별도로 코멘트할 거니까 빠르면 내일부터 가능할 거예요. 이 점에 대해서도 양해를 구할께요.
마드리갈
2019-11-19 12:59:35
대략 1시간 반에 걸쳐서, 소개해 주신 음악을 모두 다 들었어요.
역시 테라리아 칼라미티 모드의 음악들은 굉장해요.
장중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고, 게임음악답게 활기차지만 경박하지 않고...
마지막 곡은 정말 교향곡 레벨의 웅장함이 제대로 느껴졌어요.
대왕고래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저 게임의 영상을 찾아서 봤는데 저는 도저히 못할 듯...
그런데 수십번을 도전하셨다니...저로서는 그저 감탄할 뿐이예요.
좋은 음악을 소개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이런 좋은 음악의 소개를 부탁드릴께요!!대왕고래
2019-11-23 21:15:42
적절한 분위기로 곡을 만들어두는 거 같아요. 게임 플레이해보면 정말 게임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기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느낌이더라고요.
수십번을 도전하면서 플레이하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게임 난이도의 조절이 정말 적절해서 그렇죠. "어? 다음에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는데?" "다음에 하면 클리어하겠는데?" "아 아깝게 죽었다! 다음에는 되겠는데?" 하는 마음에 더 도전하게 되고, 그렇게 클리어하게 되더라고요. 제작진이 천재적인 거 같아요.
다른 게임의 곡들도 생각해봐야겠어요.
SiteOwner
2019-11-26 23:13:36
코멘트가 늦었습니다.
음악을 전부 다 듣고, 또 반복해서 듣다 보니 이렇게 된 점에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런 게 우주의 음악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장중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숙명을 음악으로 나타낸다면 이렇게 표현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 좋습니다만, 특별히 인상깊었던 2곡을 선정한다면, Raw, Unfiltered Calamity, 그리고 Stained, Brutal Calamity의 2곡이 될 것 같습니다. 숭고한 사명을 띠고 우주 저편에서 결착을 지어야 할, 그리고 돌아올 길을 기약할 수 없는 운명으로 나아가는 서사시 그 자체인 음악.
좋은 음악의 소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듣다 보니 다른 게임음악 중 인상깊은 것들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답례로 소개하겠습니다.
하나는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의 프로토스 테마곡(링크 바로가기), 다른 하나는 삼국지 6의 성전(링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