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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금은 간단히 쓰겠지만...
여기저기서 인문학의 위기를 운운하는데, 일부러 보고도 외면하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대에 당면한 인문학의 위기가 정녕 무엇인지는 하나같이 대답하지 않는 것 같군요.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니, 진짜 인문학의 위기란 이렇게 정리가능하겠습니다.
인간의 마음과 생각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고, 의제된 사고의 틀 속에서 인간을 해석하려는 데에서 그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일단 그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가 쓴 고전을 읽었고 누가 연주한 음악을 듣고 이런 것도 중요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다고 봅니다.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이해 없이 인간을 이해하려 하니 예측이 나왔다 하면 빗나가고, 그 빗나간 예측에 인간을 탓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그렇습니다.
사실 이것은 오늘날의 시사현안 하나에도 아주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택문제 관련이 그렇습니다. 왜 집을 사려고 하는지, 그리고 사유재산에 대한 인간의 경험의 소산이 어떻게 축적되었는지를 정책결정권자들이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원인이야 어떻든 간에 이것은 결과적으로 인문학의 결핍이 초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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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0-12-26 22:15:40
사람 사는 세상에서 "얘가 왜 이러려고 하는지"를 파악하지 않고 탁상공론으로만 해결하려고 한다는 게 문제가 된다는 거네요.
탁상공론이 편하긴 하죠. 근데 직접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정확하지 않은 = 틀린 답이 나올 수 밖에 없어요.
그냥 답만 내면 되면 세상일이 다 쉽겠지만 그렇지가 않죠.
SiteOwner
2020-12-27 12:56:50
그렇습니다. 탁상공론은 아무리 그 안에서는 정밀하다고 하더라도 일단 전제가 잘못되어 있으니까 뭘 집어넣어도 언제나 틀린 결론밖에 낼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여러 예측기법이 언제나 정확한 판단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유독 각종 극단주의 사상만 실패만 잔뜩 하고 성공하지는 못하는 것도 바로 전제가 잘못되었고, 그 잘못된 전제를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깊은 이해는 멀리하고 특정 관념 속의 인간상에서 찾으니까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단지 무엇인가의 존재만을 중시하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사물과 자신과의 관련성이 특히 중요합니다. 바로 그래서 사유재산이 생기고 재산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것을 부정한 결과는 국제적으로는 세계최초 및 최대의 공산주의 공산국가인 소련의 해체,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문제에 기반한 민심이반. 사실 지금도 꽤 늦었습니다만, 인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는 발상에 유예된 인간의 이해심은 이미 바닥나기 직전입니다. 더 늦다가는 페어니히퉁(Vernichtung), 즉 예의 발상에 대한 완전부정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미 카운트다운도 진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