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동생이 보여준 뉴스 기사를 읽고 박장대소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이런 말이 나온 모양입니다. 도덕성보다 통치능력이 중요하다고.
여기에 관련기사를 복수 소개해 두겠습니다.
野 양이원영 “김남국, 여론 재판 당해… 도덕성보다 통치능력이 중요” (2023년 5월 19일 조선일보)
양이원영 "'진보라고 꼭 도덕적이어야' 발언, 정확한 표현 아냐" (2023년 5월 19일 아시아경제)
무슨 말인지는 대략 알 것 같습니다.
사실 깊이 논평할만큼의 성격은 확실히 아닌 게, 정치판이 코인게이트로 시끄러운 게 암호화폐의 투자 자체의 타당성을 따진 것도 아닌데 논점일탈이 일어나는 데에서 더 이상 볼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주목해 볼 점이 있다면 이것입니다. 도덕적 우위를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통치능력의 우월성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발언.
이 발언이 옳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여러 차례의 정변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금과옥조로 여겨왔던 역사는 전부 폐기해 버려야 합니다.
게다가, 자칭 민주화세력들은 입다물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들이 여당이었을 때 통치능력의 우월성을 보인 적이 얼마나 있었다는 것인지. 의석 과반수를 차지해도 제대로 하는 건 없고, 부동산정책은 매번 실패에 외교에서도 바보취급 당하는 거 아니면 스스로 적을 양산하고, 이번에는 보수-진보 10년 주기 교체설도 처음으로 깨졌고, 역시 최고의 정부는 과거 "개발독재 시대" 때의 정부라는 것을 그들이 입증해 준 것입니다.
도덕이라는 기준이 시대의 상황에 따라서 많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뭐 제국주의가 횡행하던 20세기 전반의 세계도 비판하지 말아야겠지요. 그 생각에 따라서 이렇게 결론을 바꾸면 된다고 이렇게 증명된 이상 그 결론에 따르면 될 일입니다. 게다가 통치능력의 우월성을 보여줄 기회조차 없었으니 긴 말은 할 필요가 없겠지요.
2023년의 상황인식 수준이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를 쓴 2019년 당시의 것은 물론 "저학력 빈곤층 고령층" 비하 발언과 포벨 이야기를 쓴 2021년의 것보다도 나아진 게 없습니다. 이게 무엇을 위한 포석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저 자신이 두고 싶은 생각도 타인에게 추천할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국회의원이 아니라서 면책특권도 없고, 제 삶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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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대왕고래
2023-05-20 16:33:18
정말 도덕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통치능력이 우월적이려면 어느 정도로 우월적이어야 할까요?
단순히 통치능력만 볼 게 아니라, 좀 더 확장해서, 도덕성 때문에 위인으로서의 위엄이 깎여나간 예시를 보면 되겠죠.
김좌진 장군이 그렇겠네요. 분명 독립군으로서의 업적은 위인이라고 할만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지역 사람들에게 악마같은 존재였다고 들었어요. 한때는 위인 꼽으라고 하면 반드시 언급되는 사람이었는데...
결국 도덕을 넘어설만한 위엄이라면 뭐 신이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요.
저 논란이 되는 국회의원은 그러니까 신이네요?
따지면 따질수록 이게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관련 건은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 문장만 보고 생각했을 때는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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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3:47:45
말씀하신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과 최소한 대등해야겠지요.
그래서 생각난 말이 있습니다.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표현으로서 ?神.
그런데 꽤나 웃기는 게 있습니다. 저 논리대로라면 과거 자칭 진보세력들이 내세웠던 이순신 폄하의 논리가 부정됩니다(충무공탄신일에 생각난 이순신 폄하의 역사 참조). 그것도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구국의 신을 폄하했으니까 친일파 청산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그들의 논리도 같이 손상되는 것입니다. 하긴, 그런 모순을 깨닫고 있으면 그런 발언을 할 이유조차 없겠습니다만...
Lester
2023-05-22 23:18:01
도덕성보다 통치능력이 중요하다면... 대놓고 전체주의나 독재를 옹호하거나 심하면 왕정복고하자는 거 아닌가요? 말씀하신 대로 통치능력이 정말로 입증됐는지, 즉 저 말을 할 입장이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고요. 말 그대로 웃음만 나오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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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22:41:50
맞습니다. 그들이 모든 것을 틀어쥐는 전체주의야말로 민주이자 정의이자 진리인.
그러니 진보진영이 집권했어도 결국은 내부에서 노선투쟁 하다가 정권이 끝났고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그리고 통치능력이 입증되긴커녕 손대는 것조차 철저히 망하고 또 망했습니다.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불복의 정치를 관철하는데 그 끝이 어떻게 될지. 하여튼 스스로의 신념도 간단하게 배반하는 그들의 그 대단한 논리력에 그저 웃을 뿐입니다.
카멜
2023-06-01 00:56:42
진보진영은 너무 엄숙주의다, 뭘 그렇게 도덕성과 깨끗함을 추구하느냐 라는 말은 김어준이란 사람을 필두로 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본인들이 마케팅(?)으로 보수진영보다 우월한 도덕성을 내세우지 않았나요? 무슨 어불성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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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21:07:16
그저 상황논리로 변명하려 하니까 결국 이렇게 자승자박에 빠지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박원순 성폭력 사건에서 여성단체들이 일제히 침묵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국회의원들이 성범죄 피해자를 피해호소인 운운하며 사실상 그 사건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든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범진보계 인사들이 대부분 일제히 외면했다든지 하는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명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번의 도덕성보다 통치능력이 중요하다는 발언으로 그들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가 대놓고 사기였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것입니다.
앞으로 더 해괴한 사례가 나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