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시리아 군을 지지하는 것은 이집트 국민의 의무이다. 조국을 배신한 테러리스트들은 마땅히 진압되어야 한다. 아랍인들은 미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는 FSA 테러리스트들이 꾸미고자 하는 음모를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함정들이 우리의 형제 시리아를 공격하기 위해 오기 전에 수에즈 운하를 차단해야 한다." -타마로드(아랍어로 반란을 의미. 무르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주 세력)-
"시리아 공습은 미 제국주의에 의해 저질러질 추악한 범죄가 될 것이다. 미국은 시리아를 시작으로 온 아랍을 공격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집트와 이집트 국민은 미국과 서방의 제국주의적 공격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하여야 한다." -하마단 사바히(자유주의 세력인 구국전선의 지도자로, 대선 출마가 유력하며 군부가 그를 지지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습니다)-
2013년 6월, 무르시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불길처럼 번질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 알-카에다와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이집트 내에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오바마 빈 라덴이라고 하여 오사마와 오바마를 합성한 사진이 이집트 내에서 돌아다녔으며, 이집트의 반-무르시 진영은 미국이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여 중동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였습니다.
돌고있는 음모론의 골자는 이러합니다. 미 제국이 9.11 테러를 조작하여 중동 침략을 위한 명분을 삼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하였으나 패퇴하고, 전열을 가다듬던 중 아랍의 봄을 보고 혼란을 틈타 친미 민주정권을 세워 아랍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 정권의 대체재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내세우는데, 무르시가 그 일원이라는 것입니다.
2013년 7월, 이집트 군부가 친 무르시 시위대에게 발포를 가해 500명 이상의 사망자와 150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내자, 미국은 이집트를 규탄하며 재정 지원을 끊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이후 이집트에서 미국에 관한 음모론은 더이상 음모론이 아니라 정설이 되었습니다.
타마로드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발포는 정당한 법 집행이다. 이에 대해 시비를 거는 미국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이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한다는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집트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이 실려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깃발을 불태우는 시위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한 시위자는 "진정한 테러리스트는 헤즈볼라가 아니라 알카에다와 미국" 이라고 답했는데, 이 한마디가 이집트의 다수의 군부 지지파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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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2 07:37:56
잘 읽고 있다가 "미 제국주의의~"에서부터 '어라?'싶었습니다.
미국을 싫어하던 여론이, 사건 하나로 금 간 것이 확 커진 거 같아요.
nihilist
2013-09-02 16:11:06
이집트 군부가 반미주의를 정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적 반대파인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괴뢰라는 낙인을 하나 더 찍어버리는 거죠. 사실 쿠데타 이후 이집트에서 '이슬람주의'는 유신정권 시절 빨갱이와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되어버렸습니다. 쿠데타 이후 좌파 노동운동가들과 자유주의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몰려 체포당했죠.
히타기
2013-09-02 16:02:17
자 이제 미국제 M1A1이 카이로 한복판에서 이집트군의 M1A2와 싸우는걸 보면 되는군요!
대왕고래
2013-09-02 17:28:49
별걸 다 탄압하는군요!!
히타기
2013-09-02 16:13:06
그리고 러시아는 게이를 진압하죠!
nihilist
2013-09-02 16:11:53
러시아가 좋아합니다!
히타기
2013-09-02 16:09:35
그리고 모두의 유가는 하늘을 찌르죠!
nihilist
2013-09-02 16:08:03
그리고 이집트 상공에서는 미국의 F-15E와 사우디군의 F-15SA가 싸우는걸 보겠지요
마드리갈
2013-09-02 16:09:51
뭐랄까, 아랍권이 교육수준이 낮은 건지, 피해망상에 사로잡힌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할 정도로 음모론이 잘 먹혀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면 마치 그게 정의이자 유일한 해법인 양 하는 것도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예요.
역시 수에즈 운하의 전략적 가치가 여기서도 증명이 되고 있어요.
만일 이스라엘의 인구가 많았고 시나이 반도 및 수에즈 운하를 점령하여 자국령에 편입하였으면 예의 수에즈 운하 봉쇄에 의한 미 해군 통행 저지시도는 불가능했을 것이고, 중동 정세는 보다 안정화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히타기
2013-09-02 16:12:47
소고기 먹는다면 죽는다 한 우리인데... 알카에다와 미국이 한패라고 믿는 아랍한테 당장 사과하세요.
nihilist
2013-09-02 16:16:07
국가의 지도자가 국가의 혼란을 외국 탓으로 불만을 돌리는 수법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당연히 그 책임이 돌려지는 나라는 쿠데타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미국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