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의 경찰계급은 군사계급에서 따왔기 때문에 일부는 실제 군사 계급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모양이 유사하여 대략적으로 어느 계급이 높겠구나 하고 짐작해 볼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둘의 또하나의 공통점은 같은 계급이라도 명칭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때때로 번역하면서 헷갈릴 요소가 많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예로 들면 런던 시경(City of London Police)과 런던 경찰국(Metropolitan Police Service)은 같은 계급장을 사용하지만 런던 시경은 런던 경찰국의 은색 계급장과 달리 금색 계급장을 사용하고 명칭이 조금씩 차이나거나 서로에게 없는 계급이 존재하죠. 그러니까 런던 경찰국의 Sergeant가 런던 시경의 Acting Sergeant에 해당한다던가 런던 경찰국의 Assistant Commissioner, Deputy Commissioner에 해당하는 계급이 런던 시경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던가……심지어 북아일랜드 경찰국(Police Service of Northern Ireland)은 또 계급장이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죠. 물론 이쪽은 런던 경찰국의 계급 체계와는 동일하고 모양도 거의 같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헷갈리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미국 경찰이지요. 한국의 경찰 체계가 미 군정 시절에 세워진 경무국을 시초로 두기 때문에 미국 경찰 체계를 따왔다고 해도 정작 그 미국은 연방 경찰 내에서, 각 주마다, 혹은 각 도시마다 경찰 계급이나 체계나 명칭이 다른 경우가 많은지라 번역할 때 어디 경찰인지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정말 헷갈리지요.
그 예로 한국의 순경에 해당하는 계급만 해도 어떤 곳은 Police Officer, 어떤 곳은 Deputy Sheriff, 이외에 Trooper 등으로 불리는 곳 등 명칭이 다 달라질 뿐더러 설령 같은 명칭이라 해도 해당하는 계급이 달라지는 난감한 경우도 발생하지요.
미국 경찰의 예로는 뉴욕 주 경찰(New York State Police)과 마이애미-데이드 경찰국(Miami-Dade Police Department)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뉴욕 주 경찰은 Trooper로 시작하여 Investigator를 거쳐 Sergeant로 진급합니다만 반대로 마이애미-데이드 경찰국에선 Police Officer로 시작하여 Corporal을 거쳐야 Sergeant 거기다 뉴욕 주경찰은 Investigator까지 계급장이 없지만 마이애미-데이드 경찰국은 Corporal부터 계급장을 달아주지요. 그리고 뉴욕 주경찰의 비간부 계급은 Chief Technical Sergeant가 최고 계급인데다 Sergeant 위로 5~6개의 계급이 있는데 반대로 마이애미-데이드 경찰국은 비간부 최고계급이 Master Sergeant로 Sergeant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즉, 뉴욕 주경찰보다 계급체계가 단순화 되어있지요.
거기에 서로에게 없는 계급도 존재합니다. 뉴욕 경찰국의 고위간부 계급은 First Deputy Superintendent에서 시작하고 계급장은 별 하나를 다는데 반대로 마이애미에는 여기 해당하는 계급이 없습니다. 그리고 뉴욕 주경찰의 최고 계급은 Superintendent로 계급장은 별 두 개인데 일단 마이애미-데이드 경찰에는 같은 계급으로 Division Chief라는 명칭으로 동 계급이 존재합니다만 뉴욕과 다른 점은 그 위의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마이애미-데이드 경찰국은 Director(또는 Sheriff)가 최고 계급으로 별 네개를 달고 있지요.
한영 사전 등지에서 우리의 경찰 계급으로 찾아보면 해당 단어가 나옵니다만 그것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만약 자세히 안알아보고 이걸 그대로 쓰면(그 반대로 영한 사전에서 들리는대로 찾아서 그대로 쓰면) 바로 그 순간 오역이 되는 것이지요.
미국 연방 경찰만 해도 미국 국경 경찰(United States Border Patrol), 미 국회 경비대(United States Capitol Police), 미국 공원 경찰(United States Park Police) 세 개가 존재하고 주 경찰만 50곳에 자치주(카운티, County) 경찰이 11곳, 시 경찰이 25곳이고 도합 89곳에 달하는 조직이 있습니다만 이 많은 곳의 계급을 일일이 기억한다는 것은 역시 무리일 테니 적어도 어떤 작품을 볼 때 그곳이 가상의 도시가 아닌 이상 배경이 어디인지 파악해 둔다면 형사물 등지에서의 오역은 줄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영국도 마찬가지. 뭐, 미국 경찰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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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3-12-06 21:05:14
특히 미국의 경우는 강역이 넓은 연방국가인데다 개별의 연방주의 제도가 각각 다르다 보니 정말 혼란스럽지요.
19세기의 일이지만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노예제 유지에 대해서 반대하는 자유주, 노예제 지지주가 있었고, 노예제 지지주 중에서도 반드시 모든 주가 남부연방(CSA)에 가입하지 않은 주가 있기도 했어요. 한 나라 안에서 이렇게 제도가 달라서 통합이 이루어지는 데에 대규모의 전쟁을 치루었어야 했을 정도의 진통을 겪었고, 지금도 대전제는 동의하지만 소전제는 여전히 다른 것이 있는 현실은 정말 특이하다고 할 수 있어요.
중앙집권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그것이 미국의 면모가 아닌가 싶어요.
좋은 자료의 소개에 깊이 감사드려요.
SiteOwner
2015-10-04 23:43:14
기원이 다르니까 역시 체계도 다른 법. 요약하자면 그렇습니다.
미국의 경찰은 대분류하면 Federal, State, County, Municipal로 나뉩니다.
Federal이라면 보통 많이 알려진 게 연방수사국인 FBI, 마약단속국인 DEA, 국경경비대인 USBP 같은 조직이 있습니다.
State Police는 글자 그대로 주 전체를 관할권으로 하는 경찰. 그래서 범인이 다른 주로 도주하면 더 이상 추적할 수 없고, FBI 등의 Federal 레벨의 경찰조직에 의존해야 합니다.
County 레벨에서 가장 유명한 경찰조직이 Sheriff. 끝이 둥글게 처리된 육각별 배지로 유명하고 흔히 보안관으로 번역되는 조직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자주 나오는 LAPD, NYPD 등은 Municipal 레벨의 경찰조직입니다.
그나마 Sergeant, Lieutenant, Captain, Major, Colonel 계급은 미 육군의 것과 거의 같으니, 미 육군의 것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 파악하기가 한결 쉬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