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미군의 M1 전차)
흔히 전투, 전쟁 등에 사용되는, 대다수가 무한궤도로 이동하며 거대한 차체에 거대한 포탑, 길다란 포신을 장비한 이러한 차량을 의미하는 단어로 흔히 통용되는 것으로 동양에서는 전차(戰車), 서양에서는 탱크(Tank)라는 단어가 가장 흔히 쓰인다고 볼 수 있지요.
전자의 경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싸우는 수레나 차량 등에 모두 통용될 수 있는 단어이고 후자의 경우 이 현대 전차의 개발 배경에서 이 물건이 물 싣고 이동하는 물탱크라는 의미로 지은 Tank Supply에서 유래하였지요.(진짜로 물탱크로 개발한 건 아니고 상대국이었던 독일을 속이기 위한 암호의 일종으로)
물론 초창기 전차는 일종의 육상 전함의 개념으로 개발되었었기 때문에 초기엔 Land ship이란 이름으로 기획을 했었고 나중에 영국에선 30년대 이전까지 War Cart, 미국 등지에선 Combat Car로 동양의 한자어 전차에 해당하는 형식의 이름들로도 표기되었지만 결국 나중에 가서는 모두 탱크로 통용되게 되지요.
하지만 여전히 탱크 외의 다른 표기가 공식적으로 남아있는 곳이 여럿 있지요.
프랑스도 탱크라는 표기가 통용되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Char de combat나 Char de bataille, Char d'assaut 등 마찬가지로 동양의 전차에 해당하는 표기들이 남아서 통용되고 있지요.(프랑스어로 Char는 영단어 Chariot, 즉 고대의 싸우는 수레에 해당하는 표기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스페인 등지의 Carro de combate도 같은 이치이지요.(물론 여기도 탱크에 해당하는 Tanque라는 표기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독일에서 독일어로 전차를 의미하는 Panzer는 사실 전차라는 뜻 이전에는 흉갑이나 투구 등의 갑옷을 의미하는 단어였거든요.
이렇게 된 이유는 독일에서 이러한 개념의 전차를 Panzerkampfwagen(약칭 PzKpfw) 또는 Panzerfahrzeug라고 했는데 이를 직역하면 전자는 장갑전투차, 후자는 장갑차에 해당하는 단어로 실질적으로 전차에 해당하는 표기는 뒤의 Kampfwagen이나 Fahrzeug지만 오히려 뒤의 표기 보다 간략하게 앞의 Panzer로 줄여 부르는 일이 많았고 이 영향으로 현대에도 Panzer라는 단어는 곧 전차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기도 한 것이라고 합니다.(여담이지만 그런 이유에서인지 현대의 주력전차, 영어로 Main Battle Tank에 해당하는 독일어 표기는 Kampfpanzer랍니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면 현대 개념의 전차가 처음 등장한 1차대전 당시 이 전차를 처음 투입한 국가들은 영국, 프랑스, 독일로 모두 서부전선의 주역이었고 서로 다른 표기가 통용되었지만 이 세 나라의 표기가 기준이 되어서 훗날 유럽권에서는 각 국가의 표기에 따라 어디의 영향을 받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위에 스페인의 예시도 있지만 다른 예도 들어보면, 이탈리아의 Carro armato는 직역하면 장갑전차 등으로 부를 수 있는 단어이고 전차의 친척 같은 장갑차는 이곳에서 Autoblindo로 조금 다르게 통용되고 있지요.(이쪽도 직역하면 장갑차가 되긴 합니다. 물론 전차를 의미하는 단어의 장갑과는 용례가 조금 다르지만.) 장갑전차라는 표기를 봐서 아마 독일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정되며 핀란드에서 전차를 의미하는 Panssarivaunu는 앞부분의 Panssari만 봐도 독일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지 짐작할 수 있지요.(실제로 겨울전쟁이나 계속전쟁 당시의 자료들을 보면 독일제 무기나 장비들을 많이 지원받았던 것을 확인할 수도 있고.)
그리고 더 재미있는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탱크는 다 통용된다는 사실. 위의 프랑스도 Tank라는 표현은 통하며 중국 같은 경우 이를 음차한 坦克(한국식으로 읽으면 탄극)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쓰이고 있고 스페인은 이미 언급했으며 핀란드의 경우 Tankk라는 표기가 존재하는 등 공식적으로는 탱크가 아니더라도 탱크라는 표기가 구어로서 통하는 곳도 꽤 되는 편이지요. 한국과 일본의 경우도 공식 표기는 전차지만 탱크라는 표기는 똑같이 통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것은 과거 대영제국이나 미국의 영향력이 굉장히 컸다는 증거일까요?(뭐 미국이야 지금도 쎄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이상 전차의 단어의 유래를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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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SiteOwner
2013-12-22 23:23:49
처음에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가 참 중요한 사례같습니다. 동물의 캥거루, 국가명의 페루 같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그냥 붙여졌는데 이것이 완전히 굳어진 경우도 꽤 있으니까요.
그리고 탱크라는 명칭이 전세계 각지에서 두루 통한다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이런 용어는 그리 흔하지 않은데...
그러고 보니 독일어 표기는 조어력은 좋은데 이어쓰다 보니 길어지고,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는 항상 정관사의 격을 이용하여 어순이 뒤집어지는 방식을 채용하고...이렇게 달라지는 것이 신기합니다.
마드리갈
2013-12-24 19:30:50
만일 Land Ship이라는 용어가 정착되었다면 군사용어가 지금보다는 판타지에 가깝게 만들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다에도, 지상에도 배가 다닌다는 게 되니까요. 1차대전 때는 비행선도 전쟁에 사용되었으니 그야말로 육해공 모두 배가 다니는 세계가 될 뻔 했겠어요.
戦車라는 한자어도 Char라는 프랑스어도, 비록 고대와 현대의 것이 아무런 기술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여전히 현대전의 전차를 칭하는 이름이 된 것은 참 신기해요. 게다가 메르카바(מרכבה)라는 히브리어는 아예 이스라엘의 자체개발전차의 이름이 되어 있구요. 영화 벤허의 전차경주와 애니 걸즈 운트 판처의 전차도를 같이 떠올려보게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