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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의 교사들에 대한 이야기 2

마드리갈, 2017-06-19 21:43:21

조회 수
397

창작물 속의 교사들에 대한 이야기


오늘은 2년 전에 썼던 창작물 속의 교사들에 대한 이야기의 그 속편을 써 볼까 해요.

여러 창작물을 보면서 이런 교사를 만났더라면 인생이 보다 좋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여러 상상을 해 보는 터라, 그 동안에 이전 글에서 다루지 않았던 다른 교사 캐릭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이게 되었어요.



(주의사항)

다음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존재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그 점을 감안해 주시기를 부탁드려요. 포럼에서는 창작물의 스포일러에 대해서 어떠한 규제도 시행하고 있지 않아요.


이번에는 교사의 성격에 대해서 딱히 분류를 하지 않고 써 나가도록 할께요.

홀수번호는 여성, 그리고 짝수번호는 남성.



1. 히라츠카 시즈카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되어 있다)

장신의 미녀이지만 이상하게 결혼과는 인연이 잘 닿지 않는 히라츠카 시즈카는 배경인 소부고교의 국어교사로 봉사부의 고문도 담당하고 있어요. 작품의 주인공 히키가야 하치만은 국어시간에 제출한 과제를 이유로 히라츠카 시즈카에게 제대로 지적을 받게 되고 결국 봉사부에 사실상 가입하게 되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유키노시타 유키노, 유이가하마 유이 등의 다른 학생들과의 접점이 생기게 되어요.

히라츠카 시즈카는 직접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접점을 만들어주고 문제해결이 필요한 상황으로 잘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말한 산파술에 충실한 교사상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2. 쿠사카베 신지로 (하루치카 ~하루타와 치카는 청춘이다~)

대학생 때 전도유망한 신인지휘자로 각광받았으나 모종의 이유로 콩쿠르에 무단불참한 뒤 잠적한 쿠사카베 신지로는 작중에서는 시즈오카현의 시미즈미나미고교의 음악교사이자 취주악부의 고문으로서 등장하고 있어요. 학생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유능하고 성실한 미남 교사인 그는, 고교 입학후 큐트걸을 지망하여 플루트를 배우기로 한 신입부원 여학생인 호무라 치카에게는 물론, 호른 연주에 능한 부원인 동성애자 남학생인 카미죠 하루타에게도 연모의 대상이 되어 있어요. 그 쿠사카베 신지로는 이후 다른 고교의 취주악부 지도에 관여하다 체력부족으로 쓰러지는가 하면, 그의 과거를 아는 언론인의 추적을 받기도 하고 있어요.


3. 미야우치 카즈호 (논논비요리)

아사히가오카 분교의 유일한 교사인 미야우치 카즈호는 미야우치 일가의 장녀로 막내 렌게와는 17세 차이인 24세. 겉보기로는 수업시간에도 늘상 자고 있는 등 불성실하고 게으른 모습이 눈에 많이 띄기도 해요. 대체 어떻게 교사가 되었는지 모를 정도라서 정말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실상은 학년이 모두 다른 분교 학생들을 위해 준비하느라고 잠이 부족한 것이 실정. 게다가 미야우치 일가 내에서는 사실상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는 불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역부족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어요.

논논비요리에서는 아마가미에도 나왔던 성우인 아스미 카나, 신타니 료코, 사토 리나, 나즈카 카오리가 출연하고 있는데, 그 중 아마가미의 우등생 캐릭터인 아야츠지 츠카사의 성우가 바로 미야우치 카즈호와 같은 나즈카 카오리이다 보니 이것이 묘하게 재미있기도 해요.


4. 글렌 레이더스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금기교전)

등장부터가 황당하고 첫인상마저 최악인 글렌 레이더스는 아무리 비상근 강사라 할지라도 도대체 어떻게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에 임용될 수 있었을지조차 의심되는, 그야말로 변변찮다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인물이긴 해요. 게다가 처음 만난 학생인 시스티나 피벨에게는 철저히 경멸당하고, 첫 수업부터 지각에 파행에 아주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는 등 온갖 사고뭉치의 모습은 다 보여요. 하지만 시스티나와의 논쟁을 계기로 교사로서의 그는 엄청나게 달라져요. 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시행착오를 감안하고서도 다방면에서의 연구를 끊임없이 추진하는 그의 모습에 학생들은 그를 인정하게 되어요. 게다가 괴한에게 성폭력을 당할 뻔한 시스티나를, 그리고 왕실 친위대에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 루미아 틴젤을 구해내는 등 능글맞은 첫인상과는 다르게 정의감이 누구에게도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5. 사쿠라 메구미 (학교생활!)

메구언니라는 별칭이 인상적인 사쿠라 메구미는 작중 배경인 사립 메구리가오카 학원에 갓 부임한 교사로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살짝 어린아이같은 성격이 있어요. 그리고 학교생활부의 타케야 유키는 사쿠라 메구미를 선생님이 아니라 언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해요.

그런데...

사실 사쿠라 메구미는 이미 죽은 상태. 이미 학교생활부의 부원들이 살고 있는 영역을 제외하면 학교 내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고 좀비화되고 말았어요. 사쿠라 메구미도 이미 죽었고, 타케야 유키가 사쿠라 메구미와 즐겁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사실 망상이예요. 사쿠라 메구미는 좀비들에게 습격받아 죽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을 대피하게 하고, 죽어서 좀비가 된 자신은 스스로를 감금시켜요.


6. 타카하시 테츠오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

흡혈귀, 서큐버스, 듀라한, 유키온나 등의 각종 아인이 인간사회로 편입되어 같이 살고 있는 세계가 특징인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는 그 따뜻한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예요. 그 작품 내의 타카하시 테츠오는 작중 배경인 시바사키 고교의 생물교사로 생긴 모습은 체육교사를 연상케 하는 덩치 큰 근육질 아저씨. 대학 때부터 아인을 만나고 싶어했지만 그 때는 만나지 못하다가 교직생활 도중 교내에서 아인을 4명이나 만나게 되어 한동안 그만두었던 아인 연구를 재개하게 되어요.

아인들과 친하지만 결코 그 감정이 과하지 않은 타카하시 테츠오는 아인들에게 친구같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모범적인 교육자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어요. 학생들의 잘못에는 확실히 야단치고, 자신의 잘못에는 확실히 사과하고, 또한 그의 배려는 아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된 것이예요. 그렇다 보니 더욱 존경스러워요.


7. 카토리 마토 (아만츄!)

작중 배경이 되는 유메가오카 고교의 교사인 카토리 마토는 장신의 건강미녀로, 다이빙부의 고문을 맡고 있어요. 스쿠버다이빙이 취미인 차원을 넘어서 오픈워터 스쿠버 강사 이상의 급으로 보이는 엄청난 실력자이기도 하며, 승부욕이 만만찮으면서도 천진난만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한편 교사로서의 본분에도 충실한 올라운더인 것이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주인공 오오키 후타바가 체력이 그리 좋지 않고 수영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체력훈련과 수영강습에 초점을 맞춰 체계적인 지도를 이끌어나가고 있기도 해요.


8. 사카이 (하루치카 ~하루타와 치카는 청춘이다~)

후지가사키 고교의 취주악부 고문교사인 사카이는 풀네임은 알려져 있지 않고 생긴 모습에 유래한 별명인 고릴라로 불리고 있어요. 그런데 사카이 선생이 담당한 학급에서 도촬사건이 발생하고, 이것의 진상을 알아버린 그가 무기한 자숙에 들어가는 일이 발생해 버려요. 그래서 일시적으로 시미즈미나미고교의 쿠사카베 신지로가 이 학교의 취주악부 지도까지 담당하게 되고, 결국 과로로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해 버려요.

사카이 선생이 갑자기 무기한 자숙에 들어가게 되는 사태는, 후술하는 오오가와라 유카와 깊이 관련되어 있고 한때의 제자로서의 그녀를 지키기 위한 한때의 스승으로서의 고육책인 것이 드러나고 있어요.


9. 히메노 아리스 (무채한의 팬텀월드)

기모노 위에 흰 가운을 입고 있고 하이힐을 신고 있는 독특한 패션이 인상적인 히메노 아리스는 작중 배경인 호세아학원 고등부의 국어교사이면서, 또한 뇌기능 에러 대책실의 고문도 담당하고 있어요. 이 세계는 환상이라고만 여겨졌던 것들이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현실세계 속에 영향력을 주는 실체인 팬텀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는터라, 이 팬텀 문제를 처리하는 조직이 설치되어 있어요. 뇌기능 에러 대책실은 바로 그 조직으로, 팬텀퇴치의 의뢰를 받고 있어요. 그리고 대책실의 부원들은 팬텀을 퇴치할 때마다 보수를 받아요.

그 히메노 아리스의 명대사 중의 하나는, "오늘의 보수는 제로입니다(きょうの報酬はゼロで?す)."


10. 시오타 나기사 (암살교실)

교사로서의 시오타 나기사가 등장하는 것은 살생님 건이 마무리된, 쿠누기가오카 중학교 3학년 E반의 7년 뒤 시점. 아주 조금 성장하여 7년 전보다 1cm 커져 여전히 160cm의 단신인 상태에 있어요. 결국 희망대로 교사가 된 그는 헤어스타일은 숏컷으로 바뀌었지만 목소리는 거의 바뀌지 않은 상태였고, 하필이면 부임한 곳이 불량학생들이 판을 치는 남자고등학교. 하지만 암살테크닉을 이용하여 시오타 나기사는 도전해 오는 불량학생 리더를 제압하고, 이후에 그 불량학생들을 어느 정도 교화하는 데에 성과를 내게 되어요.


11. 모리 시키 (미나미카마쿠라고교 여자자전거부)

미나미카마쿠라고교에 부임하게 된 교사인 모리 시키는 자전거를 상당히 좋아해서 통근도 자전거로 하고 있을 정도예요. 그렇다 보니 복장도 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 있는 체육복에 운동화 차림. 주인공들과의 첫 만남은 지각할까봐 서두르고 있던 마이하루 토모미 및 아키즈키 토모에의 두 여학생에게 길을 물으면서 시작되었어요. 좀 어이없는 행동도 벌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좋은 사람으로, 주인공들이 조직한 자전거부를 정식 부활동으로 승격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작품의 바퀴축이 되는 인물.


12. 사토 사치요 (A채널)

장신, 창백한 모습 등이 인상적인 사토 사치요는 여성적인 이름을 가진 남성 보건교사. 그런데 좀 변태스러운 느낌이 있고, 이상할 정도로 병약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어요. 약을 제때 안 먹으면 쓰러져 버리는 문제가 있는데다, 혼자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데 거의 다 죽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절규하듯이 노래를 하고 있어요.


13. 오오가와라 유카 (하루치카 ~하루타와 치카는 청춘이다~)

오오가와라 유카는 전술한 사카이의 제자이지만 후지가사키 고교의 졸업생은 아닌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어요. 고교 때 불량학생이었던 적이 있었고, 그래서 사카이 선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퇴하고 말아요. 이후 그녀는 직장과 학업을 병행한 뒤에 교생으로서 후지가사키 고교에 돌아오지만 사카이 선생의 담당학급에서 도촬사건이 발생하고, 진상을 추적하던 도중 사카이 선생이 돌연 자택에서 무기한 자숙에 들어가게 되어요. 그 이유는, 도촬 사건에서 제자인 오오가와라 유카의 몸에 남아 있던 문신이 촬영된 것을 알아서였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지켜주지 못한 제자인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어요. 그녀가 후지가사키 고교에 교생으로서 돌아오게 된 것이 그 때의 사카이 선생에게 못다한 보은을 위해서였는데 정작 사카이 선생이 그렇게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이자 자신의 과거에 크게 후회하게 되어요.


14. 키무라 (아즈망가대왕)

키무라 선생은 우중충하게 보이는 인상에 여고생들이 좋아서 교사가 되었다는 등의 여과되지 않은 말도 하는 터라 오해받기도 쉬워 변태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기도 해요. 그런데 그것과는 달리 기본적으로는 성실한 사람으로, 천사같은 부인과 귀여운 딸이 있고 가족관계가 상당히 좋은 점이 알려져 있는데다 여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 기부금, 솔선수범 등 따뜻한 부분이 많아서 인상만이 전부가 아닌 것을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해요.


15. 사토 사키에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

위에서 언급된 타카하시 테츠오의 동료인 수학교사 사토 사키에는 서큐버스. 걸어다니는 최음제라고 불릴 정도로 성적으로 위험한 존재인 서큐버스가 교사가 되었다는 자체가 놀랍기 그지없고, 작중에서도 지역 경찰이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 놓고 있을 정도로 리스크가 큰 존재로 나타나 있어요.

사토 사키에가 자신의 속성이 교육분야 뿐만 아니라 생활전반에도 피해를 안 끼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엄두도 못 낼 정도예요. 미녀지만 입고 다니는 옷은 늘 체육복에, 이성에게 최음을 걸지 않기 위해서 항상 긴장하고 있고, 출근은 첫차로, 퇴근은 막차로 하는데다 타인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 거처도 도시에서 먼 외딴집으로 해 두고 있어요.



일단 이렇게 정리해 보았어요.

나중에 언급할 캐릭터가 더 늘어날 수도 있어서, 다음 회차에 이을지, 아니면 여기에 추가할 지를 검토하고 있음도 밝혀드려요.

(2017년 8월 3일 추가 - 다음 회차에 계속하기로 결정)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15 댓글

앨매리

2017-06-19 23:40:23

글을 읽다보니 해리 포터의 스네이프와 맥고나걸이 떠오르더군요. 스네이프는 마법약 실력은 일류고 릴리를 향한 순애보로 호평을 받는 일이 많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교사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죠. 불우한 어린 시절과 양아치인 마루더즈에게 악질적으로 괴롭힘당한 점, 그리고 짝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으로 인해 인격적으로 미성숙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슬리데린의 학생들을 노골적으로 편애하고 그리핀도르, 특히 해리와 네빌을 향해 대놓고 적의를 드러낸 건 교사이기 이전에 어른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는 그리핀도르의 사감임에도 스네이프처럼 노골적으로 자신이 담당하는 기숙사의 학생들을 편애하는 일 없이 항상 공정하고 엄하게 대하면서도, 사적으로는 학생들을 아껴주는 모습을 보인 맥고나걸과 굉장히 대비되죠. 거기다 덤블도어가 '해리가 볼드모트를 쓰러트린다'는 예언이 있었다고는 해도, 증손자뻘인 해리를 지키기보다 볼드모트를 쓰러트리기 위해 '이용'하려 했다는 점으로 독자들에게 비판받는 점을 보면 맥고나걸의 이상적인 면이 눈에 더욱 띄더라구요.

마드리갈

2017-06-19 23:53:00

해리포터 관련은 모르고 있었는데, 앨매리님 덕분에 해리포터에 나오는 교사상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덕분에 다른 창작물에 대해서도 시각을 넓힐 수 있게 되었어요.


확실히 스네이프는 교사로서는 문제가 있네요. 편애와 적의는 교사로서는 물론이고 확실히 개인 차원에서도 좋지 않아요. 특히 학생 때를 돌아보면 저는 교사로부터의 적의로 인한 피해를 많이 봤다 보니 특히 그 점이 눈에 들어와요. 맥고나걸과는 확실히 대조되네요. 본문의 사쿠라 메구미는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마저 희생했는데, 스네이프는 목적을 위해서 학생을 미끼로 삼았으니...

대왕고래

2017-06-19 23:49:47

메구언니는 학교생활을 안 봤지만 약간 들어서 알고 있죠. 좀비가 되었지만 그 때까지도 학생들을 위했던 멋진 선생... 

키무라 선생은 뭔가 이상한 사람같지만 의외로 모범적인 선생님. 언행만 좀 주의하면 좋으련만...

앨매리님이 언급하신 스네이프같은 경우도 특이한 캐릭터. 선생으로서는 비뚤어져있었고, 과거 볼트모트의 부하였었던 적도 있었으며, 중간에 볼트모트의 밑에 다시 들어가지만... 다시 배신한 것 까지도 사실은 덤블도어의 작전을 위한 거였고, 마지막까지도 결국 영혼을 팔아넘기지 않은 인물이었죠. 앨매리님 말씀대로 선생으로서는 영 꽝인 면이 많지만요...

마드리갈

2017-06-20 00:14:08

학교생활을 보면 두 번 놀라게 되어요. 처음에는 그 애니가 학원계 치유물이 아닌 좀비물이라는 것.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학생들을 위하는 사쿠라 메구미의 마음은 비록 좀비가 되어도 꺾이지 않는다는 것.

처음에 아즈망가대왕을 봤을 때는 키무라 선생은 확실히 이상했죠. 보면서 오해가 풀렸지만...


스네이프가 그런 캐릭터였군요. 악당인 것은 아니더라도, 교사로서는 확실히 자질 문제가 있네요.

마키

2017-06-20 01:04:40

어째 3명 다 똑같은 인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윗분들 말씀에 보충하자면 스네이프는 처음 봤을때부터 그가 사망할때까지 해리 포터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릴리와 제임스의 자식으로만 봤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철천지 원수였던 제임스 포터의 아들이기에 적의를 가지고 대했지만, 동시에 사랑하던 릴리 에반스(릴리 포터)의 아들이기에 마지막까지 아무도 모르게 계속 물밑에서 도와주고 있었죠.


오죽하면 그의 학창시절의 기억을 들여다보고 남들이 신물나게 이야기하던 아버지가 실제로는 쓰레기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양아치였다는 사실에 충격먹고는 호그와트 생황 6년 내내 티격태격 싸워온 해리가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그의 처지를 동정하는가 하면 제임스의 친구였던 시리우스 블랙이나 리무스 루핀에게 왜 여태까지 입 다물고 있었냐고 캐묻기까지 할 정도였죠. 


뭐 결과적으로 보자면 스네이프 입장에서 해리의 존재 자체가 사랑하는 사람과 철천지 원수의 자식인 만큼 사실상 애증이라고 봐야겠죠. 물론 그와는 별개로 이 사람을 악역이라고 하기엔 목숨을 걸고 첩자 노릇을 하고 최후까지 애증의 대상이던 해리를 지켜준 만큼 뼛속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과거에 해온 일이나 본편에서의 일이 동정받을만한 수준의 것들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선역과 악역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느낌의 입체적인 캐릭터죠.

마드리갈

2017-06-20 12:47:07

이제 마키님까지 가세하셨으니 똑같은 인물 이야기는 4명이 하게 되었군요!!


확실히 스네이프는 입체적인 인물이네요. 확실히 악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인이라고 간주하기에도 결격사유는 엄연히 존재하고, 최소한 교사로서의 직업윤리에는 투철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나네요. 그런 인물은 여러모로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게 되죠.

콘스탄티노스XI

2017-06-20 18:22:56

개인적으로 창작물에 교사하면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의 철인(니시무라 지로)가 가장 잘떠오르네요. 학생에게 체벌이 잦은걸 제외하면 교사로써 꽤나 제대로 된 인물이죠.

마드리갈

2017-06-21 13:24:16

그래서군요. 이제 확실히 이해가 되네요.

요시이 아키히사와 사카모토 유우지는 정말 답이 없네요. 그냥 어린 학생의 치기어린 장난 정도가 아니라 중범죄의 현행범으로서 체포되어도 할 말이 없는 수준...그런 학생들을 이끌고 간다는 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겠네요.


친절한 설명에 감사드려요!!

콘스탄티노스XI

2017-06-20 21:09:30

음...일단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에서 주인공 콤비인 요시이 아키히사+사카모토 유우지는 사실 퇴학처분당해도 별할말없을 정도의 사고뭉치들입니다.(사소한 기물파손은 물론이고 전교 남학생들을 선동해서 수학여행때 단체로 여자욕탕 엿보기를 시도하며, 학교벽이나 창문등도 부수고 다녔지요(...))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지도하려 하며, '최악'이라 불려도 할말없는 F반 학생들을 어떻게든 지도해 성적향상을 시켜주려 하죠. 사실, 이 '철인'의 진짜배기는 이 대사로 잘드러납니다. 본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대강 '학생과는 언제나 진심을 다해서 대해야 한다!'정도로 기억합니다.

마드리갈

2017-06-20 18:41:43

그렇군요. 학생에게 체벌이 잦다는 건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교사로서 꽤나 제대로 된 인물이라는 건 어떤 의미에서인가요? 일단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에서는 학급에 따른 차별이 굉장히 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그 이상은 모르니 약간 이해가 가질 않고 있어요.


설명을 부탁드려 볼까 해요.

Papillon

2017-06-23 02:02:51

저번에는 오니즈카라는 좋은 교사의 예시를 들어봤으니 이번에는 역으로 나쁜 교사의 예를 한 번 들어볼까 합니다.

현재 제가 읽고 있는 국내 무협소설 "전생검신"의 등장인물인 이광(엄밀히 말하면 교사보다는 사부나 관장에 가깝겠지만요)이 있겠네요.


작품 자체가 루프물이다보니 회차가 진행될 수록 캐릭터들의 숨겨진 면모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이광은 초기 회차에서도 그리 긍정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아요. 본디 이광은 주인공이 루프를 통해 쌓은 무공을 보고 주인공을 천재로 착각, 제자로 삼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사실은 천고의 둔재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냉대하죠. 여기까지는 기대가 너무 크다보니 실망도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거기다가 주인공은 작중 기준으로 터무니없을 만큼 둔재이기도 하니까요), 이후 주인공이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이후로는 점점 더 소인배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본래 이광, 정확히 말하면 이광의 유파인 뇌신류의 세 무공(검, 권, 창) 중 하나만을 공부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강해졌다고 자부했죠. 하지만 다음 회차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수련법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것도 이광 본인이 직접 지적하는 것을 통해서요. 이광은 주인공의 무공을 평가하며 뇌신류는 본래 검, 권, 창을 모두 익혀야 대성할 수 있는데 하나만 가르치고 나머지는 방치해서 애를 완전히 버려놓았다고 말합니다. 네, 그 이전 생의 이광은 주인공이 무인으로서 망가지도록 키운 것입니다. 


이광이 주인공을 망가지도록 키운 것은 이후도 마찬가지라서 주인공은 다시 한 번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본디 초절정이라는 상위 경지에 이른 무인은 의념이라는 힘을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백웅은 초절정에 올랐음에도 의념이 뭔지 전혀 몰랐거든요. 그래서 반쪽짜리 초절정이나 다름 없었고 이걸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목숨을 건 수련까지 해야만 했습니다. 이광이 주인공에게 의념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자 검마라는 주인공의 새로운 스승은 "이건 나가서 죽으라는 얘기"라고 이광을 악질로 평가합니다.


물론 이광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이 굉장히 수상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애초에 제자르 받아들이지 않거나 비기를 숨긴다면 모를까, 일부러 사람이 망가지도록 기르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은 행위죠. 그래도 만약 주인공이 재능이 있었다면 이광은 주인공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잘 대해줬겠지만 재능조차 없어서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내용도 나오니…….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제자를 일부러 망가지는 길로 이끄는 스승이었던 셈이죠. 특히 이광이 가르치는 것이 학문이 아닌 잘못하면 사람이 죽어나가는 무공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악질이기도 합니다.

Papillon

2017-06-23 22:11:57

엄밀히 말하면 이광은 주인공을 제자로조차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진짜 제자인 극호나 진소청은 주인공이랑은 전혀 다르게 대우했거든요. 초기에는 주인공을 단순한 도구로, 이후에는 주인공을 수상한 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뭐, 그렇다고 해도 악질인 것은 마찬가지인지라 이광의 제자인 진소청이나 이광의 스승인 이청운마저 주인공의 기억을 보고는 이광을 변호하지 못합니다. 대신 이광이 죄를 지은 것은 사실이지만 뇌신류 자체를 증오하지는 말아달라고만 할 뿐이죠.

마드리갈

2017-06-23 20:16:06

사부, 관장 등도 사람을 가르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니 문제될 것은 없을 거예요.


이광은 정말 심각하군요. 사람을 차별하는 것도 확실히 문제가 있고, 게다가 제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의도까지...정말 지독하네요. 전편에서 다루었던 암살교실의 아사노 가쿠호는 일부 학생들을 구조적으로 차별하는 시스템을 갖추었고 이것이 이후 문제가 되자 스스로 그 시스템을 철폐하고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라도 했지, 이광은 제자가 잘못되라고 의도하고 밀어붙였으니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짐작이 가질 않네요. 해리포터의 스네이프는 좋은 교사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마냥 악인이라고 볼 수도 없는 점이 있다지만, 이광은 제자를 파멸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 온 악인이네요.

마키

2017-06-24 11:32:59

생각난 김에 하나 더 첨부.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와 페이트 제로의 사이 시점에서 에미야 시로의 아버지 에미야 키리츠구가 궁도부 고문 겸, 영어교사 겸, 검도 유단자 겸 시로의 담임 교사이기도 한 후지무라 타이가에게 어떤 상담을 요구합니다. 내용인 즉 평범한 일반인인 후지무라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마술사니 마술이니 이러한 뒷세계의 내용(=흔히 생각하는 페이트 시리즈 세계관의 중심 설정들)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단지 강해지고 싶고 힘을 원해서 검도부 입단을 요구하는 아이(= 에미야 시로)가 있고, 집에는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방치된 진검(= 이 경우 아마도 마술회로 및 마술 자체)이 있다. 이 경우 이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라고 묻습니다.


이에 타이가는 처음부터 다른 선택지(검을 버린다 따위의)는 없는가, 그저 검도부 주장으로서 그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건지 물어보는거냐고 하면서 '가르친다. 단 가르치기는 하되, 보법도 검을 잡는 방식도 전부 엉터리로, 그냥 무조건 닥치는데로 베는 동작만을 가르친다."고 답하죠. 당연히 키리츠구가 그거 검도 맞냐고 되묻자 대답인즉 "단순히 강함을 목표로 힘을 추구하는 것은 애당초 검도가 추구하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엉터리로 가르치겠다'는거죠. 그렇게 그 애가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어쩌니 그쯤되면 이미 관여할 시점이 아니기에 아웃이니 그 애가 널 믿고 따라와주면 어쩌니 그래도 슬프지만 스승으로서 방법을 고수하겠다느니 문답이 오갑니다.


문답의 마지막에서 그 아이가 너를 믿고 끝까지 우직하게 그 방식을 고수한다면 어쩌냐고 묻자 타이가는 "재미라곤 하나도 없고, 방법도 엉터리인데도 그걸 묵묵히 수행하며 따라와 준다면, 이미 그 시점에서 그 아이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것(= 고유결계 무한의 검제)이기 때문에 도리어 칭찬해줘야 한다. 게다가 그쯤되면 진검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시시한 짓 따위를 할 아이가 아니다."라고 마무리짓는데, 저 문답의 당사자(?)인 에미야 시로나 5차 성배전쟁의 아처는 몰랐지만 타이가의 저 대답이야말로 에미야 시로의 삶의 길, 나아가 그의 존재 자체를 증명하고 인정해주는 대사가 되주죠.


덤으로 페이트 제로 시점에서 후지무라 타이가는 4차 라이더 이스칸다르(알렉산드로스 대왕) 및 웨이버 벨벳과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짧은 대화 속에서 웨이버는 그녀의 장점을 칭찬하면서 교사의 길을 권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아마도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의 길을 택해 페이트 제로의 10년 뒤가 배경인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에서 교사가 된거겠죠. 그리고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사소한 대화, 문답이 훗날 한 소년의 운명을 근본부터 바꾸리라곤 꿈에도 모른 채로...

마드리갈

2017-06-24 15:01:51

페이트 시리즈에 대해서는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런 게 있었군요.

솔직히 읽고 눈을 의심해서 몇 번을 다시 읽었어요.

후지무라 타이가의 방식은 뭐랄까, 일본어 단어인 릿파(立派)라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역설적으로 그 엉터리로 가르치겠다는 것을 잘 따라와 준다면 자신의 유파[派]를 세운[立] 것이고, 그 경지에 도달하면 이미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그런 가르침의 방법도 있다는 것이 놀랍기 그지없어요.


큰 변화의 시작은 정말 작은 데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맞나 봐요.

이번에도 좋은 사례를 하나 더 배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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