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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년기를 되돌아보면서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지금은 장신 클래스에 확실히 들지만 국민학생 때에는 꼬마로 불려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만큼의 단신 클래스.
그리고 인기가 없는 편이었는데, 그냥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면 그나마 낫지만, 존재감이 의외로 강했고 게다가 이상할 정도로 적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기에 별로 순탄하게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 시기에 나름대로 익혀둔 시각이 좀 있습니다.
대략 이 정도로 요약가능하겠군요.
첫째, 태생적 한계는 극복하지 못한다.
전 국민학교 4학년 1학기 때에 다른 국민학교로 전학갔습니다. 그리고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 5학년 때부터로, 그 이전의 저에 대한 시선을 대표하는 어구는 "전학온 아이" 이것뿐이었습니다. 그나마 5학년 이후로는 그러한 차별적인 시각이 직접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백그라운드의 차이를 이용한 모종의 배제는 확실히 존재했습니다. 어떻게든 그런 것으로 내외 구별을 하는 게 여러모로 참 대단하긴 했습니다.
둘째, 어린이는 최소 어른만큼 영악하다.
어린이도 얼마든지 욕구를 가지고 있고, 그 욕구의 충족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나쁜 생각이나 행동도 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통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라든지 환경이 나빠서라든지 등의 외부적 요인에서 찾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럴까요?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당장 5학년 쯤부터 몇몇 남학생들 사이에 돌았던 이야기인 특정 여학생을 납치해서 성폭행하고 싶다는 발언이나, 몇몇 여학생들 사이에서 나왔던 특정 남학생이 죽거나 장애라도 입었으면 좋겠다는 악담 등을 접하면서, 어린이가 순진무구하다는 가정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알게 되면서 여러모로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상황논리가 상황을 지배한다.
저는 학급의 누구에게도 남학생 대표로 인정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단신인데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가정이 부유하다거나 화술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인기있을 리도 없었고 그러니 당연히 누구도 저를 남학생 대표라고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학과성적 관련으로는 이상하게도 중론으로는 이미 남학생 대표가 되어 있었고, 제 학과성적의 높고 낮음이 남학생들의 자존심 지표이자 여학생들의 적대심 지표가 되어 있는 경우도 자주 있었습니다.
교사들이라고 해서 학생들보다 시각이 월등히 나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저를 바람직하지 못한 학생이라고 공개비난하던 교사도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인기도 없고, 남학생과 여학생 어느 쪽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교사에게는 인신공격을 당하면서도 학생회 일원이 된 이유는 딱 하나 있었습니다. 학과성적과 자료정리 및 편집능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확실히 좋으니까 지명된 것. 저라는 사람은 싫으면서도 제 능력은 학급에 필요하니까 그랬는가 봅니다. 그래서 소속학급이 이 분야에서 교내 최고의 실적을 올리기는 했는데, 저에 대한 감사 인사는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유년기를 보냈다 보니 제 성격이 꽤 냉소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게 생각해야죠. 그 이후에도 여러 위기가 있긴 했지만 위험해지지 않게 상황을 타개할 수는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현재 인기가 높은 건 아니지만, 최소한 꼬마는 벗어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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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샤르베인
2017-09-20 22:38:26
뭐랄까 적어도 어른들로부턴 저정도로 경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보니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깎아내려야했을까요...
SiteOwner
2017-09-20 22:50:51
무슨 원죄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당시 학생이고 교사이고 간에 참 잔인했다는 것은 잘 기억납니다.
확실히 이건 알겠더군요. 어디를 가든간에 이상한 사람은 없다고는 보장못하는 법이고, 그 이상한 사람의 환심을 사기보다는 아예 그들의 소원을 단념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편이 더 낫다는 것. 그때의 국민학교 학생들 상당수가 같은 중학교로 진학했는데, 키가 급격히 커지게 되고, 들어오는 도전을 적극적으로 받아쳐서 제압해 버리니까 뒤에서 욕만 할 뿐 더 이상 전면에는 나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조커
2017-09-20 23:19:07
저정도면 트라우마가 심해도 이상할게 없을텐데....아무래도 사람은 은연중에 자기보다 겉으로는 급이 낮아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불어 살아야겠다 라는 마음보단 우월감을 느끼면서 그 위에서 갑질을 하려는 성향이 있다라는 생각을 무심코 믿게 되어버릴 정도로 치졸한 사람들의 군상극이군요.
그러나 지금은 훌륭하게 사회인으로서 잘 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사이트오너님께서 그렇게 살고 계시다고 굳게 믿고 있고 실제로도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아픈 과거는 잘 털어버리시고 현재를 즐겨주세요 :)
SiteOwner
2017-09-21 00:03:04
덕분에 군생활 중 어떤 미군으로부터의 인종차별은 잘 극복해 낼 수 있었고, 오히려 그 차별을 넘어서 친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이미 같은 내국인들에게도 혹독하게 차별받아봤다 보니 단련이 되었다 할까요. 그렇게 차별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트라우마는 없긴 합니다.
아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한 사람 몫 하는 사회인으로서 매일매일을 후회없이 살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잘 살아야겠죠. 격려의 말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