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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 세계적 브랜드가 별로 없다니?!

마드리갈, 2018-08-23 18:12:57

조회 수
181

방금 어이없는 것을 하나 읽어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어요.

오스트리아에 이렇다 할 세계적 브랜드가 없다니...


문제의 표현은 이거였어요.

에너지 음료 레드불과 크리스털 전문 기업 스와로브스키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떠오르는 세계적 브랜드가 없는 오스트리아가 여전히 부자...(후략)

출처 - [송동훈의 세계 문명 기행] [11] 다 가졌지만 외로웠다 (조선닷컴 2018년 8월 23일)


다른 나라의 사정에 많이 밝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자신의 시각이 남에게도 무비판적으로 수용될 것이라고는 단정하지는 않아야겠죠. 그런데 저 글에서는 경계해야 할 문제점이 바로 드러나네요.



그럼,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좀 알아보도록 하죠.

철도기자재 관련으로는 Plasser & Theurer가 있어요. 발음은 "플라써 운트 토이러" 정도.

이 기업은 철도가 운영되는 국가에서라면 안 보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세계 철도보선장비 시장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고 있어요. 일반 민생용품과는 달리 극한의 신뢰성, 장기간에 걸친 기술지원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업용 장비에서 이렇게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기업은 사실상 살아있는 전설인데, 민생용품 브랜드가 아니라고 없는 취급을 하면 안되죠.


의약품 분야에서는 Gebro가 있어요.

이 기업의 제품 중 특기할 만한 것은 덱시부프로펜(Dexibuprofen)이라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이부프로펜 계통인 이 성분은 1996년 오스트리아의 제약회사 Gebro가 개발해서 전세계 주요 의약품 제조사에서 복제약 라이센스를 얻어서 생산하고 있어요. 체질이 민감한 편이라서 소염진통제 선정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저로서는, 사용해본 것 중에서 가장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아서 정기적으로 또는 부정기적으로 오는 통증의 완화에 이용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전 일찍부터 Gebro라는 브랜드에 대해서도, 오스트리아의 제약공업 관련으로도 일찍부터 알고 있었어요.


항공기 분야에는 Diamond Aircraft, Rotax 등의 브랜드가 있어요.

Diamond Aircraft는 복합소재를 주재료로 한, 날씬하고 혁신적인 스타일의 경비행기를 제조하는 기업으로서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그래서 경비행기 하면 떠오르는 미국의 세스나(Cessna), 파이퍼(Piper), 독일의 그롭(Grob) 등의 전통의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흥 기업으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생산거점은 오스트리아 및 캐나다에 두고 있어서 유럽은 물론 북미에서도 시장을 넓히고 있어요.

Rotax는 생소한 브랜드일지도 모르겠지만, 각종 초경량항공기의 엔진 쪽으로는 세계적인 기업. 1920년에 창업했으니 역사가 결코 얕은 것도아니죠. 게다가 모터사이클 엔진 쪽에서도 의외로 강해서, 독일의 BMW, 이탈리아의 Aprilla 등에 엔진을 납품하고 있기도 해요.


악기 분야에서는 피아노의 명가 Bösendorfer를 빼놓을 수 없어요.

Bösendorfer는 "뵈젠도르퍼" 라고 읽으면 되어요. 오스트리아의 음악가이자 악기제작자인 이그나츠 뵈젠도르퍼(Ignaz Bösendorfer, 1796-1859)가 1828년에 창업한 이 기업은 여전히 피아노의 명문이고, 이 브랜드를 애용한 음악가 중 대표적인 인물로는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빌헬름 박하우스(Wilhelm Backhaus, 1884-1969),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 안드라스 쉬프(András Schiff, 1953년생),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1920-1995) 등의,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대가들이 포진해 있어요. 게다가 뵈젠도르퍼는 현존하는 악기 제조사 중에서 상당히 역사가 긴 편으로, 이것보다 확실히 먼저 창업한 악기 제조사로서 바로 생각나는 것은 호른 등의 각종 금관악기의 명문인 독일 알렉산더(Gebr. Alexander, 1782년 창업) 정도밖에 없네요.


자동차 분야에는 Magna Steyr가 있어요.

마그나 슈타이어는 독자적으로 완성품 자동차를 출시하지는 않지만, 세계 각국의 자동차 구성품을 개발, 제조하여 납품하거나 위탁생산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메르체데스-벤츠의 4륜구동 시스템인 4matic의 개발사이자, 군용차로서 개발했다가 민수용으로도 생산판매중인 G클래스 SUV를 위탁생산하고 있는 기업이자, BMW, 재규어 등의 브랜드의 승용차들도 일부 생산하고 있어요. 그래서 독일이나 영국 등의 브랜드인데 원산지가 오스트리아로 되어 있다면 확실히 이 회사의 생산품인 셈이죠. 


오디오 관련에는 AKG 및 Vienna Acoustics가 있어요.

북미 및 서유럽의 수많은 오디오 기업 중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것은 이 두 회사.

AKG는 각종 헤드폰 관련으로 유명한 기업으로, 보급형부터 음악애호가, 음향전문가 등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고성능 모델까지를 생산하는 기업이죠. 케이온의 아키야마 미오가 애용하는 헤드폰이 이 기업의 제품이어서 한때 AKG K701은 프리미엄이 붙는 등 한때 난리가 나기도 했어요.

비엔나 어쿠스틱스는 스피커 제조사로, 고성능만큼이나 비싼 가격으로도 유명하죠. 가장 작은 북셸프 스피커(Bookshelf Speaker) 세트만 하더라도 일본내 판매가격이 23만엔은 넘고, 국내에서 구하려면 일단 국내 공식총판에 전화문의를 넣어 봐야 할 정도.


총기 관련에서는 GLOCK 및 Steyr Mannlicher.

GLOCK은 권총 분야에서는 굳이 또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혁신적인, 자동권총의 역사를 새로 쓴 브랜드. 플라스틱을 많이 채용하여 경량화된 본체, 저가격, 고품질, 여러 종류의 탄약에 대응된 풍부한 라인업 등으로 각광받아 전세계 경찰관 및 특수부대 요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대거 보급되어 있어요.

Steyr Mannlicher는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상술한 마그나 슈타이어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현재는 마그나 슈타이어와 총기제작사 슈타이어 만리히어는 별개의 기업이 되고 있어요. 이 기업의 대표적인 총기는 오스트리아군의 제식소총인 Steyr AUG.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오스트리아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건 개인차가 있으니 문제삼고 싶지는 않지만, 오스트리아에 이렇다 할 세계적인 브랜드가 없다 운운하는 건 경솔하고 위험해요. 특히, 오스트리아인이나 오스트리아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그러는 건 더욱 좋지 않은데, 여기에 대해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겠죠.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앨매리

2018-08-24 11:14:43

뵈젠도르퍼와 글록이 어느 나라 브랜드인가 싶었는데 오스트리아의 브랜드였군요. 확실히 배우고 갑니다.

브랜드는 아니지만, 그 비엔나 커피가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해당 기사에 약간 실소가 나오기만 하네요.

마드리갈

2018-08-24 13:22:58

세계 유명 브랜드를 만든 국가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기 마련이죠.

게다가 브랜드라는 게 꼭 민생용품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산업용 기자재 방면에도 얼마든지 있는 터라 자신이 모르는 분야라고 해서 없는 것으로 치부해서도 안되겠죠. 저 기사같은 글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엔나 커피는 꽤 재미있는 역사를 지니고 있죠.

과거 유럽 문명권과 오토만 제국의 대립의 최전선이기도 한 비엔나는, 오토만 제국의 군대가 패주하면서 두고 간 커피원두를 불하받은 한 우크라이나인이 그것들을 이용해서 카페를 설립하여 오늘날의 비엔나 커피의 역사를 열었죠. 그렇게 17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비엔나의 커피문화는 18세기 이후에 큰 인기를 얻어서, 비엔나 시내에 여러 카페가 들어서고 유럽 유수의 관광명소로 부각되었어요. 특히 음악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여러 음악가들도 비엔나 커피를 많이 즐겼다고 해요.


비엔나 하니 또 생각나는 게 있네요.

광대한 노면전차 네트워크. 인구 180만의 대도시 비엔나는 노면전차 노선이 215km에 달하는 등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고 있어요. 게다가 노면전차 이외에도 각종 도로, 철도, 항공교통이 발달한데다, 내륙임에도 불구하고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를 통해 독일 및 네덜란드 방면으로, 그리고 도나우강을 통해 동유럽 및 흑해연안 방면으로 선박도 운행되고 있어요.

마키

2018-08-26 00:03:30

글록이 오스트리아제 물건이었군요.

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창작물에서 신물나도록 나오다보니 존재 자체는 익숙하지만 막상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는 크게 흥미가 없다보니...

마드리갈

2018-08-26 00:17:48

그렇죠. 오스트리아의 엔지니어 가스통 글록(Gaston Glock, 1929년생)이 설립한 총기회사 글록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총기의 메이저 브랜드로 등극했어요. 오스트리아의 브랜드가 아주 화려한 존재감을 발휘하지는 않더라도, 탄탄한 기본기 덕분에 의외로 시장장악력이 좋은 경우가 많다 보니 그냥 가볍게 볼 나라가 아니라는 게 이런 데에서 드러나기 마련이예요.


한때는 유럽의 5대 열강이었고, 유럽과 오토만 제국의 세력대결의 최전선이었던 나라의 저력이 이런 데에서 발휘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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