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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판사직선제가 초래할 것들

마드리갈, 2024-09-14 19:09:43

조회 수
29

삼권분립(三権分立)을 근간으로 하는 현대 민주주의 정치에서는 사법부(司法部)는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된 관료제의 영역으로 남아 있어요. 일각에서는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의 완전동일이 달성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법관도 선거로 선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어요. 게다가 인민재판(人民裁判)이라는 형태로 몇몇 과격한 인물들이 세를 불려 특정인을 마구잡이로 살해하는 일도 횡행했다 보니 아무래도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데...

문제의 법관선출을 정말 실현시킬 국가가 출현했어요.
멕시코에서 판사직선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현재는 상원에서 통과된 상태. 이후에는 하원 통과, 주의회 가결 및 대통령 공포절차가 남아 있는데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은 집권당 모레나(Morena)를 필두로 한 좌파연합이 상원, 하원 및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보니 그대로 통과될 것은 명약관화해요.

여기에 대해서는 언론보도가 2건 있으니 참조를 부탁드릴께요.
Mexico Senate passes reform to allow election of judges, 2024년 9월 11일 Le Monde 기사, 영어

이 판사직선제가 시행되면 대법원과 고등법원은 물론 지방법원까지 멕시코 전체의 모든 법원의 7,000명 내외의 판사가 직선제로 선출됨은 물론 첫 선거가 실시될 2025년 또는 2027년 시점에는 대략 1,600명 정도의 판사가 선출대상이 될 것도 보이고 있어요.

임기종료를 앞둔 안드레스 마누앨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1953년생) 대통령이 추진해 온 이 사법개혁은 여러모로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반대자들이 상원에 난입하여 토의를 저지하는 등의 사태도 발생했어요. 이것을 기화로 삼아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 개혁의 반대자들은 특권상실을 가장 두려워한다. 권력자 및 화이트칼라 범죄를 위해 봉사하는 게 지금의 사법체계니까." 등의 언사로 반대여론을 찍어누르고 판사직선제를 강행하고 있고, 이 개혁이 완성되면 10월 1일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할 당선자이자 오브라도르의 정치적 동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 1962년생)이 그 개혁을 임기중에 달성해 낼 예정에 있어요.

이 판사직선제는 멕시코 국내에서조차 좋은 반향을 이끌지는 못하고 있어요. 앞에서 밝혔듯이 상원 난입사태도 벌어졌는데다 노르마 루시아 피냐 에르난데스(Norma Lucía Piña Hernández, 1960년생) 대법원장 또한 사법부가 마약카르텔 같은 범죄자들의 압력에 더욱 취약하게 될 것임은 물론 이러한 사법부 파괴가 진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는 있지만 모레나 중심의 좌파연합은 아예 그것을 무시하고 체육관에 모여서 표결을 강행해 버렸어요.

국제적인 반응 또한 결코 호의적이지 않아요.
미국의 주멕시코대사 켄 살라자르(Ken Salazar, 1955년생)는 이 사태를 멕시코의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기로 보고 있으며 범죄자들이 정치적으로 의욕이 넘친 미숙한 판사들을 악용할 위험도 높다고 판단하고 있고 경제계에서도 일련의 개혁이 초래한 멕시코 페소화의 급락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심지어 국제 인권단체 중의 하나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조차 예의 개혁을 위험한 제안이자 사법부의 독립을 심각하게 잠식하는데다 인권에 대한 국제기준을 형해화시킨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알려진 정보를 보면 멕시코는 예의 "사법개혁" 을 끝까지 밀어붙일 게 분명해요.
그리고 국토의 상당부분이 마약카르텔 등의 극악무도한 범죄조직에 장악되어 있는데다 미국의 주요 무역국이다 보니 미국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중국 등의 몇몇 국가들이 대미무역의 전초기지로서 악용하고 있는 멕시코의 사정을 볼 때 그렇게 선출된 판사들이 소신있게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기대 자체가 무리로 보이네요. 
멕시코가 그런 길을 강행한 뒤의 결과는 누가 책임질까요? 내탓이오(Mea culpa)를 말할 사람도 나타날 것 같지 않아 보여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4-09-18 22:44:43

영화 시카리오 시리즈의 주역인 알레한드로조차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지방검사를 하다가 아내와 딸이 끔찍하게 살해되면서 복수를 위해 CIA와 불법 결탁하는 배경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멕시코의 사법체계를 비롯한 나라의 구석구석은 엉망진창이라고 하는데, 그 법관이 직선제로 선출된다니 정말 괴악하네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카르텔의 지역 장악이 심각해서 지방정부를 대체할 수준이기도 한데, 그 카르텔이 법관들을 밀어주면 어떤 지옥을 자기들 입맛대로 만들어낼지 상상도 되지 않고요.


설마하니 지방정부가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논리로 독립까지 밀어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아가 그렇게 주먹구구로 독립하고 나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마침 멕시코에 공장을 세워서 미국의 경제제재를 회피하는 중국과 손을 잡을지도 모르고요. 어쩌면 쿠바 미사일 위기를 뛰어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막상 그렇게 (혹시나) 분열된 멕시코가 미국에 합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네요. 이미 트럼프를 비롯해 이민자를 막는 여론도 상당하고(그래서 장벽도 세웠죠), 유권자는 늘어나고 예산은 빠듯해지는 사안을 미국이 받아들일까 싶기도 하거든요. 미국식 사고방식(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노력하라, 그리하면 벌 것이다)이 녹아들지도 의문이기도 하고요.

마드리갈

2024-09-19 00:08:15

현명한 사람은 타인의 실패에서 배우고, 보통 사람은 자신의 실패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실패에서도 못 배운다죠. 최소한 멕시코의 그 "사법개혁" 은 1번째나 2번째는 아닌 게 분명해요. 그리고,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은 당연한데다 특히 좌파연합이 경제관련 소송에서 여론을 선동하여 판사들이 편향된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어서 멕시코의 경제에도 독이 될 건 분명해요. 기업이 투자하면 뺏기거나 뇌물을 바쳐야 하는 식으로 몰려 버리면 그런 나라의 경제는 필연적으로 박살날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말씀하신 쿠바 미사일 위기와는 달리 멕시코는 육상국경을 접하는 나라니까요.


그렇죠. 멕시코가 미국에 합병되기에는 이미 늦었어요. 사실 마지막 기회가 1898년의 미서전쟁이었어요. 그 때 현실세계에서는 멕시코가 관여하지 않았으니 살아남을 수는 있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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