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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당시 유행이었던 AFKN 영어청취 학습지를 통해 영어공부를 하던 때에 여러가지를 익힐 수 있었는데, 당시 익혔던 수많은 어휘 중에 아주 인상적인 어휘 하나가 라우지(Lousy)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가 들끓는다는 의미의 이 단어는 "구질구질함", "썩었음", "형편없음" 등을 의미하는 형용사로,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 단어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쓰이는 것을 보고 꽤 놀랐습니다. 

문제의 기사는 이것입니다.

일단 아랍 각국의 군대의 인적규모는 이렇습니다.
출처는 위의 기사이므로 따로 표현하지 않겠습니다.

20240511_MAM966.JPG

여기서 아랍 문화권이 아닌 이란은 군사력 610,000명 규모로, 아랍 각국의 공통의 적성국이니까 따로 언급합니다.
그리고 언급된 아랍 각국의 경우 병력이 많은 순서대로 언급하면 이렇습니다.
  1. 이집트 - 438,000명
  2. 사우디아라비아 - 257,000명
  3. 요르단 - 100,000명
  4. 아랍에미리트 - 63,000명
  5. 오만 - 43,000명
  6. 쿠웨이트 - 18,000명
  7. 카타르 - 16,000명
  8. 바레인 - 8,000명

이렇게 인적규모도 큰데다 거명된 아랍 8개국의 연간 군비는 1200억 달러라고 합니다. 물론 적은 양이 절대로 아닙니다. 아랍 각국들이 사갈시(蛇蝎視)하기만 했지만 이제는 협력관계로 보는 이스라엘의 연간 군비인 274억 달러에 비하면 5배에 육박한데다 우리나라의 483억 달러에 비하면 2.5배에 근접할 정도입니다. 이런데도 그 나라들의 군대가 라우지 아미(Lousy Army), 즉 형편없는 군대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 지적되는 것은 잘못된 투자방향, 각국 군주들의 군대에 대한 불신 및 아랍 내부의 낮은 결속력의 3가지.
무기 구매가 고가의 전투기에만 집중되어 해군력이 미약한 점도 있고 그래서 미국과 영국에 해군력을 의존하는데다 국경지역에서 빈발하는 반군의 준동 같은 저강도분쟁은 맥을 못추는데다 그렇게 도입한 전투기조차도 운용인원도 기자재도 부족합니다. 예의 7개 군주국에서는 군주들이 내부적으로는 군대의 배반을 우려하여 정규군보다는 왕실을 지키는 근위군(近衛軍)을 믿는데다 군사훈련 또한 기대할 수준이 못됩니다. 즉 정규군의 숙련도가 별로라서 무장은 화려하지만 각국 왕실이 우려하는 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정규군이 근위군을 이길 수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러운 수준입니다. 이렇게 자국의 정규군도 못 믿는 각국 군주들이 역내의 다른 나라들을 믿을 확률은 없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도 온전히 자국의 힘으로만 국방을 이루어내는 자주국방(自主国防)을 달성할 수는 없고 지구방위대라고 불리는 미군조차도 모든 기자재를 미국내에서 조달하거나 다른 동맹국의 협력 없이 단독으로만 여러 작전을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랍 각국들은 그 차원을 넘어서, 나라는 달라도 외화내빈(外華内貧)만은 공통적인 라우지 아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은 석유와 가스가 많으니 오일달러가 넘쳐나서 그래도 문제가 없겠지만, 그 상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좀 더 독창적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아랍 각국의 군대는 미군과 소련군의 단점만 골라 모았습니다.
미군의 단점인 고가의 기자재와 소련군의 단점인 비효울과 불신을 겸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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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05-21 22:03:33

돈만 아는 졸부가 돈으로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기세등등하지만 그래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더군요. 산유국들이란 대체로 자수성가가 아니라 하늘에서 자원이 뚝 떨어진 격이니... 물론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나름대로 자산관리를 하겠지만, 그걸 보좌관들이 하지 지도자들이 직접 하는 건 아니기도 하고. 아니면 동산&부동산마냥 급하면 어딘가에 땡처리해서 돈으로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말씀하신 대로 고가의 기자재라면 어딘가에서는 분명 탐을 내긴 할 것 같아서요.

SiteOwner

2024-05-22 20:17:32

비에 대한 비유를 보니 생각나는 것으로 사막지대에 임시로 생기는 하천인 와디(Wadi)가 있습니다. 사막에 폭우가 내릴 때에는 그야말로 미친듯이 내리고 지표가 깎이면서 형성된 와디에 토사가 가득한 물이 넘칩니다. 그렇게 넘치고 나면 남은 것은 크게 손상된 황무지 그 자체. 아랍 각국들은 돈이 많았다고 그렇게 와디의 흐름처럼 소비를 해 왔지만 그게 언제까지나 영원한 것도 아닙니다. 사실 지도자들도 바보는 아니라서 여러모로 대책을 강구하는데,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의 국제교통허브화 개혁이라든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라든지 하는 것도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까지 생각이 미칠지는 결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강박증은 있는데 그것을 해소할 방법이 뭔지는 모르고 돈은 있으니까 우선 쓰고 보자는 심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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