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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은 모처럼 자기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자기 집에서 그냥 쉬다가, 운동을 하러 나온 참이다. 물론 평소에 하던 것처럼 러닝용 옷을 입고서, 10분째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가끔씩 길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한두 번씩 돌아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린다.
“이렇게 좀 달려야지 머리 순환도 잘 된단 말이야. 그냥 이대로 끝날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이럴 때 무슨 제보라도 들어오면 귀찮다고...”
하지만 메이링의 바람은 바람으로 그칠 뿐이다. 산책로를 걷는 중, 아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메이링 씨, 잘 있었지?”
누군가 길거리를 걷다가 메이링을 보고 인사한다. 메이링이 아는 얼굴이다. 흰 머리의 이레시아인 남자인데, 메이링 정도의 나이로 보인다. 물론 실제 나이는 훨씬 많지만.
“뭐지, 호렌 씨? 또 무슨 제보할 일 가지고 온 건... 아니겠지?”
“무슨 제보야. 그런 일을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다 그렇게만 보이는 건가?”
메이링은 호렌이라고 불린 그 이레시아인의 말에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아, 아니라고! 나는 단지 운동을 하러 나온 건데, 그러다가 우연히 호렌 씨를 마주쳤을 뿐이라고!”
“잘됐네.”
호렌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그렇게 말한다.
“안 그래도 도와줄 만한 사람이 필요했거든.”
“아니, 도와줄 사람이라니...”
호렌은 메이링의 그 말이 마저 끝나기도 전에 말한다.
“지금 시간이 없다고! 얼른 가 보자!”
“아니, 호렌 씨, 나 아직 말도 안 했는데...”
호렌이 메이링을 잡아끌고, 급히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한다. 메이링은 호렌을 따라 뛰면서도 묻는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급한 건데? 좀 말이나 들어 보자!”
“그러니까, 내가 우리 대신관 집안의 의뢰로 누구를 데려오기로 했는데, 그 사람이 안 오고 있다고. 그게 말하자면, 우리 내부의 일이기는 한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어쨌든 요점은, 누군가를 구해와야 한다는 거잖아.”
“그래, 그래!”
호렌은 그렇게 말하며 메이링을 더 강하게 끌고 간다.

한편 그 시간, 미린대역 출구 앞 근처. 민이 그 ‘안’이라고 불린 여자아이의 공격을 일단 피하자, 타냐도 안을 보더니, 좀 아는 듯 얼굴을 유심히 보며 말한다.
“응? 뭐야, 민이 너, 잘 아는 애야?”
“아, 맞아.”
“그러고 보니까 나도 이 애 알 것 같은데.”
타냐가 안이라고 불린 그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더니 말한다.
“바로 그저께였나? 별 이상한 낌새도 없었어. 그냥, 나보고 아이스크림 좀 사 달라고 조르던 녀석이었는데.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큰 조짐도 없었다고. 어제도 길거리에서 만나서 인사 잘 했는데...”
타냐가 그렇게 말하던 때, 이번에는 두 명이 동시에 달려든다. 둘 다, 민이 본 적 있는 얼굴들이다. 유와 라미즈, 타냐 역시, 그 두 명을 금방 알아본다.
민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 명을 보니, 한 명은 검은 후드티를 입고 있는데, 그 위에 나뭇가지나 나뭇잎 같은 것을 두르고 있다. 다른 한 명은 점퍼 안에 있는 흰색의 무늬가 수가 놓인 복장을 보니 이레시아인이다. 민은 대뜸 그 검은 후드티를 입고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두른 남자아이를 보더니 말한다.
“얘, 너 아리엘 맞지? 4학년 C반의.”
하지만 그 아리엘이라고 불린 남자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민을 향해 다시 달려든다. 두 눈은 초점이 없고, 표정도 마치 인형처럼 굳어졌지만 말이다. 민은 아리엘의 후드티 위에 붙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보고 말한다.
“뭐야, 이게 초능력인 건가? 초능력치고는 좀 많이 조악하잖아.”
그렇게 말하려던 민은, 어느새 아리엘의 두 손에 돌 같은 것이 둘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먼 곳에서 보면 마치 돌로 만들어진 장갑을 낀 것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니, 공원의 조경석 조각과 보도블록 파편이다. 그리고 그게 어느새 글러브 모양이 되어 있는데, 손등 부분이 더 단단하게 만들어진 게 제법 모양을 갖췄다. 그리고 아리엘은 그걸 민에게 곧장 다시 휘두른다.
“꽤 센데, 이거?”
주먹이 자신에게 날아들던 걸, 구부러뜨려서 나무 쪽으로 가게 한다. 아리엘이 나무를 때리자, 나무에 주먹의 자국이 또렷이 보인다. 만약 그게 민에게 직격했다면, 막아내기는 해도 아무리 못해도 생채기 정도는 났을 것이다.
“야, 민아! 조심해!”
“뭐야, 레토잖아?”
라미즈의 말에 민이 문득 돌아보니, 아리엘을 상대하느라 신경을 덜 쓰고 있던, 그 ‘레토’라고 불린 이레시아인이 어느새 민에게 달려들고 있다. 민이 급히 그쪽을 보고서, 레토를 떼놓으며 말한다.
“아니, 얘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다들 이래?”
레토는 금세 다시 아리엘과 협공한다. 그런데 민이 보니 3명이 공격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옆을 보니, 웬 그림자가 툭툭 때리려고 하고 있다. 보니 레토의 그림자다. 그냥 툭툭 치는 것 정도가 아니라, 마치 주변이 어두워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팔을 비트는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레토의 그림자가 닿을 때마다 그렇다. 그래도, 그런 것쯤이야 충분히 민에게도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좀, 하려면 제대로 하지 그래.”
그렇게 말하며, 민은 어렵지 않게, 다시 아리엘과 레토를 떼어낸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제껏 크게 행동을 보이지 않던 다른 두 명이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것도, 마치 사전에 협공하기로 약속한 듯, 동시에 달려온다.
“야, 저 애들 막아야겠는데!”
타냐가 그렇게 말하며 그중 한 명을 막아서자, 라미즈 역시 다른 한 명을 막아선다. 그런데, 라미즈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 말한다.
“어, 얘 왜 이래. 이거, 얘, 너 ‘타토’ 맞냐?”
라미즈가 지금 자신의 앞에 선 타토라고 불린, 보라색의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비슷한 옷을 입은 남자아이의 공격을 막아내기는커녕, 족족 뚫려 버리는 상황이다. 거기에다가 뭐가 이렇게 센지, 마치 고무공으로 얻어맞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 타토의 몸 자체가 강탄성의 고무 덩이로 변한 것 같다.“얘 초능력자 맞나 했는데... 뭐 이렇게 세!”
한편 그건 타냐 역시 마찬가지다. 타냐는 앞에 선 분홍색 머리의 남자아이와 두 손을 맞잡고 대치하는 중인데, 타냐가 얼굴을 강하게 찡그린다.
“지금 이게 말이 되나... 어떻게 한 손은 얼음장같이 차가운데, 또 다른 손은 불처럼 뜨거워? 이거, 두 손 다 못 쓰는 거 아닌가...”
타냐가 이를 악물고 고전하는 모습을 걸 보자마자, 민이 재빨리 타냐를 떼어내고 그를 자신 쪽으로 유도한다. 민의 의도대로 그가 민에게 달려들자, 민은 얼굴을 바로 알아본다.
“야, 너... ‘나르’잖아!”

그때, 마침 근처를 지나던 타마라가 다급히 그곳으로 달려들어, 그 세뇌당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민과 친구들의 사이를 가로막고 선다. 그리고 그 순간 타마라와 아리엘의 눈이 마주친다. 타마라는 무언가 심상치 않게 일이 돌아감을 눈치채고는, 그 한가운데 끼어들어 막아서며 말한다.
“일단은 이 상황을 먼저 끝내고 나서 설명을 좀 들어 볼까?”
민도 다른 친구들도 타마라가 아주 익숙한 얼굴은 아니라, 다들 멀뚱거리며 타마라와 다른 세뇌당한 아이들을 번갈아 본다. 곧, 타마라와 눈이 마주친 아리엘이 타마라 쪽으로 달려든다. 여전히 벽돌을 두 손에 두른 채다. 타마라는 알겠다는 듯 말한다.
“조금은 허술해 보이는데, 그래도 초능력이라 무시할 수 없지. 하지만 막아낼 수는 있지!”
다음 순간, 타마라의 팔에 방패 하나가 생겨났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방패다. 수정 생성 능력으로 방패를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그런대로 급조한 것이다.
“수정 덩어리인데 방패라고 하면... 방패가 되려나...”
그래도, 그 방패는 아리엘이 휘두르는 공격을 어느 정도 잘 막아낸다.
“잠깐, 저 사람이 타마라라는 누나가 맞지?”
“아, 맞아. 너도 몇 번 본 적이 있을 텐데.”
민의 그 말에도 유는 모르겠다는 듯 타마라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 와중에도 틈을 노리고 달려오던 안에게 살짝 전기충격을 줘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제법인데.”
“그런 거 아니라니까.”
한편, 타마라는 어느새 달라붙은 레토를 포함해, 아리엘과 레토의 협공을 제법 잘 막아내지만, 금세 힘이 달리는 모양이다. 순간, 타마라는 무언가 이상함을 확인한다. 아리엘을 다시 보니, 어느새 그 타마라가 만들어낸 수정을 가지고서 자신의 몸에 둘러, 갑옷처럼 만들었다. 아까 조잡하게 만든 수트처럼 말이다.
“이거, 밀려 버리겠는데? 거기에다가 이제 한 명이 더 달라붙었잖아?”
어느새 안이 타마라에게 가서 붙어 버렸다. 타마라는 어느새 1대 3의 형세가 되어 버렸고, 다른 두 명은 수정으로 발을 묶어서 둔하게 만들어서 어떻게든 움직임을 저지하고는 있지만, 쉬운 상황은 아니다. 아리엘이 수정을 양손에 둘러서 타마라가 만든 방패에 점점 균열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민과 친구들 역시 타마라에게 가서 쉽게 도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남은 두 명, 그러니까 타토와 나르를 막아내느라, 발이 묶여 있는 것이다. 그나마 민이 힘써주는 덕분에, 그 둘은 점점 힘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새 라미즈와 타냐 역시 힘이 달리는 것 같다.
“얘들 왜 이렇게 세... 우리가 알던 그 애들이 아니었는데!”
“맞아. 무슨 약이라도 먹이거나 한 건... 아니겠지?”
“아니, 세뇌를 한다고 약까지 먹이냐? 무슨 만화에서나 보는 말을 그렇게 해!”
그 중에도, 안은 계속해서 손에 잡힌 나뭇가지를 휘둘러 댄다. 다시 세 명의 협공을 받으려니 민 역시도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는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한편, 타마라는 어떻게든 자신이 만들어낸 수정으로 된 방패를 써서 아리엘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기는 하지만, 점점 방패에 금이 가고 있다. 단순히 소리만 나는 정도가 아니라,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방패 한쪽이 떨어져 버렸다.
“끝까지 해 보겠다는 거지...”
타마라가 그렇게 중얼거리는데, 마치 거기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타마라의 BB가 점점 약해진다. 그리고...
그 방패가 깨져 버린다. 그것도 산산조각으로.
“뭐야, 이거 깨져 버렸잖아!”
하지만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아리엘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막 아리엘의 수정을 두른 주먹이 타마라의 얼굴에 직격하려는 찰나...
“어... 어엇?”
타마라의 몸이 갑자기 순간이동된 듯,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위험했어요!”
“뭐야, 너 예담이 아는 동생 맞지? 지금 뭘 한 거야?”
“그러니까, 저희 도와주러 온 건 고마운데, 위험했다니까요?”
타마라는 되물으려 하지만, 이내 민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게 된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5-01-17 22:44:27

전작에서 등장했던 호렌이 여기서 재등장하네요. 반가운 이름이예요.

그런데 메이링과 호렌이 재회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별로 좋지 않을 듯...

민 일행이 조우한 이상한 상황, 정말 싫네요. 면식 있는 여자아이 안의 표변도 그런데다 아리엘 레토, 타토 및 나르의 폭주는 더욱 이해못할 사안. 타마라가 근처에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면서도 또한 위험했다는 게 여러모로 기이하네요.


갑자기 생각난 건데, 집으로 가는 길이 왜 "귀갓길" 인지 이해할 것 같네요. 귀가라는 행위는 일상다반사의 하나이지만, 신의 가호같은 게 있어서 시종일관 안전한 채로 완료되어야 하는 거라서. 그래서 갓(God)이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네요. 

시어하트어택

2025-01-19 20:32:38

호렌이 여기서 나온 건 아무 의미 없이 나온 건 아니겠죠. 또 어떤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큽니다. 예의 그 다섯 명이 그렇게 민과 친구들을 공격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은 확실히 아니지요.


군생활할 적에, 대대장이 한 말인 '장병들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내가 약속했다'가 떠오릅니다. 한 명은 끝내 그렇게 되지 못했지만요.

SiteOwner

2025-01-17 23:45:42

메이링이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대학생 때 및 군복무 당시의 백인여성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운동복 차림으로 교내를 달리는 백인 여학생들이나 영내를 달린 백인 여성장교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지요. 강인한 체력과 발군의 건강미가 그냥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게 실감났습니다. 메이링에서도 그런 게 느껴져 반갑습니다만, 호렌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달리는 상황의 원인은 반갑지 않습니다.


예의 아이들, 혹시 로건의 추종자가 아닌지...

세뇌되어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건 죽이거나 압도적인 힘으로 멈추게 하지 않는 한은 답이 없으니 그게 무섭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5-01-19 20:36:55

메이링이 운동하는 모습은 매체나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그 광경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니만큼 체력도 기르는 편이 좋긴 하지요.


로건이 해 놓은 일은, 저 아이들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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