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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 줘!”
예담은 뒤에 서 있는 예성을 돌아보며, 조금 많이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나는 그냥, 우리 학교 선배가 뉴스에 나왔길래 궁금해서 보는 것뿐이니까!”
“뭐야, 나는 미린고에 다니는 아이돌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그야 형이 그런 데는 관심이 없으니까 그러는 거 아닌가.”
예담은 약간 볼멘듯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예성은 예담의 그 말은 무시하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코하쿠라는 아이돌에 대해서 찾아본다.
“츠츠지모리 코하쿠... 라프레사 소속... 아주 유명한 건 아닌가 보네.”
“뭐, 당연한 거지. 탑이 되기 위해 저렇게 이리저리 뛰는 것일 테고.”
“그런데, 너희 학교 선배라면서 왜 그렇게 유심히 보냐? 혹시 마음이 은근히 있는 건 아니겠지?”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같은 학교라지만 나는 여태껏 저 선배하고 이야기하거나 해 본 적은 없다고! 나는 그냥, 이 선배가 우리 학교라는 게 신기하기도 했을 뿐이라고!”
“뭐, 이번만 그렇게 믿어 줄게. 그럼, 선배 잘 보고 있어.”
“그런 거 아니라니까!”
예성이 나가고도, 예담은 잠시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답답하다고 생각했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후’ 하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한다. 컴퓨터 옆에 놓인 컵 안에 든 물을 보니, 어느새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하던 참이다.
“좀 마음을 가라앉혀야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예담은 곧장 집을 나서려 한다.
“야! 예담아! 너 또 어디 가냐?”
“에이, 그런 데가 있어. 나 그냥 머리 식히러 나갔다 오는 거니까, 크게 신경은 쓰지 말아 줘!”
그러고서 예담이 집을 나서자, 예성은 잠시 예담이 집을 나선 현관을 돌아보더니, 거실에 나와서 소파에 앉는다.
“그런데 예담이, 정말 괜찮은 건가? 어제 그 이상한 녀석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정말 이상하단 말이지.”
그러면서도, 예성은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깔개를 가져와서 깔더니, 홈트레이닝을 시작한다.
한편, 예담은 집에서 다시 나가는 길에,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면서도, 현관을 나와서 단지를 완전히 나올 때까지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까 차를 그렇게 쫓아다녔던 그 의문의 인물이 계속 자신을 보고 있을지 몰라 불안하다. 조금 전에 냉장고에서 꺼낸 페트병 안의 물이 계속 더워지는 게 손에 전해진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를 나올 때까지, 자신을 의심스럽게 보는 그 어떤 시선도 확인할 수 없었다. 안도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담은 그 어떤 일도 겪지 않은 채, 무사히 아파트 단지를 나선다.
한편, 미린대역 출구 근처 주택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메이링은 자신을 보자 표정이 굳어 버린 아리엘을 포함한 네 명을 보고 말한다. 안이 머뭇머뭇 입을 연다.
“어... 그러니까...”
하지만, 당연히도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는 잘 답하지 못한다. 당연하지만, 모두 그 당시의 일은 기억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민이 나서더니 말한다.
“그러니까, 이 애들, 세뇌당했던 것 같아요!”
“세뇌라니? 누가 그런 짓을 해?”
“그건 모르겠는데요, 여기 영상을 보면 말이죠...”
민이 메이링에게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타냐에게 눈짓을 하자, 타냐가 곧바로 자신이 찍은 그 영상을 보여준다. 찍은 방향이나 각도로 보아서는, 드론을 띄워놓고 찍은 것 같다. 메이링은 그 영상을 보더니 말한다.
“아... 잘 알겠어. 혹시 그 영상, 내게도 좀 보내 줄래? 그리고 누가 이걸 한 건지는, 다들 알아? 이렇게 되기 직전에 누구를 만났을 거 아니니.”
“모르겠어요...”
안과 나르가 나서서 말한다.
“저희는 단지 놀러 가던 길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기억이 없어요.”
“맞아요. 뭔가 잠이 들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고, 깨어나 보니까 여기였다니까요?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래? 정말이니?”
안과 나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메이링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한다.
“그래. 우선은 잘 알겠어. 너희들에게 혹시 내가 따로 연락을 할 수도 있어. 알겠지?”
아리엘과 다른 친구들은 불안하게 메이링을 올려다보며, 입은 떼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얘들아,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나는 무서운 사람 아니니까, 그냥 편하게 말해도 돼! 알겠지?”
메이링이 그렇게 말해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타토가 조금 전보다 더 확실히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친구들도 아리엘을 따라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여기는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으니까, 나는 가 볼게.”
메이링은 민과 친구들과 인사하고는, 바로 다시 그 자리를 벗어나, 아까처럼 달리기를 계속한다. 리듬이 끊겨 버렸다가 다시 뛰려니, 아까 뛰는 것보다 배는 더 숨이 찬다. 그래도 운동을 하려면 이런 것 정도는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아까 그 아이들은 운이 좋다고 봐야 하나?”
막 그렇게 중얼거리는 참에, 누군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저, 변호사님!”
“아니, 타마라, 너는 또 왜 그러는데?”
어느새, 뒤에서 타마라가 메이링 정도의 속도로 뛰고 있다. 메이링은 알 것 같다. 타마라가 뭔가 하려는 말이 있는 것이다. 메이링은 기껏 속도를 내려던 걸 다시 멈추고는 타마라를 돌아보며 말한다.
“후... 왜 그러는데, 또? 나 좀 하던 거 하자.”
“그러니까, 저도 제보할 게 있어서요!”
타마라가 멈춰서자, 메이링은 ‘하’ 하고 크게 숨을 내쉬고 말한다.
“뭔데?”
“어제 레이시에 가 봤는데, 진리성회가 또 이상한 짓을 하려는 것 같아서요.”
“그 제보는 엄청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아무튼 보내줘 봐. 나 그럼 간다. 운동을 해야 해서!”
“아... 알겠어요.”
메이링은 타마라와도 헤어지고, 다시 그 자리를 벗어나 운동을 계속한다. 타마라가 다시 그 자리에서 돌아가는데, 누군가가 타마라를 부르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게 보인다.
“야, 타마라! 타마라!”
“아니, 도희야. 거기서 기다리랬잖아?”
‘도희’라고 불린 아까의 그 친구는 잔뜩 열 받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말도 없이 10분이나 넘게 세워 놓으면 어떡하냐!”
“아니, 나는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니라고...”
타마라는 어색하게 웃으며 도희에게 말한다.
“알았으면 빨리 가자!”
한편, 집에서 나온 예담은 아무데나 돌아다녀 보기로 한다. 마침 부모님도 없고, 예성도 굳이 예담을 신경쓸 의사가 없는 만큼, 심적 부담은 어느 정도 덜었다. 그대로 아파트 단지를 나와서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아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같은 반의 동급생 몇 명이다. 순간, 예담은 그 동급생들을 보고서도 섣불리 말을 걸지 못한 채 서성거린다.
“우리 반 애들 맞지... 그런데 왜 다들 저렇게 한군데서 가지 않고 서성이고만 있냐? 사람 불안하게 만드네.”
예담은 슬슬 그 자리를 피해, 다른 산책로로 가려고 한다. 그런데 누군가 뒤에서 예담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예담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고 있다.
“야! 예담이지? 선우예담 맞지?”
“아니, 왜! 나는 또 왜 불러!”
예담이 그리로 가 보니, 한나가 예담에게 또다시 아는 척을 한다. 그것도 마치 다른 사람들이 다 보라고 하는 듯, 손을 과장되게 흔들고 있다. 예담은 ‘역시나’ 하고 말하는 듯 한숨을 지으며 말한다.
“야, 한나, 또 너냐? 사람 좀 그렇게 놀라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슨 너는 그런 데만 취미가 있냐? 며칠 전에 축구 볼 때도 무슨 자기 혼자 치어리더 하는 것처럼 하더니만!”
한나는 예담이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옆에 있는 다른 동급생들도 마찬가지로 웃기만 한다.
“야, 사쿠라, 지젤, 그리고... ‘진’이냐?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
“좀 이해해라. 워낙 활기가 넘치는 애들이라서 말이야.”
진이라고 불린, 예담보다도 키가 큰 남자 동급생이 그렇게 말하자, 예담은 뭐라고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잠시 멍하니 서 있다. 그러다가, 진이 마치 일부러 화제를 돌리기라도 하려는 듯, 공원 한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어? 저기 우리 학교 아니냐?”
“야, 너희들 정말 뭐 단체로 벌칙 게임이라도 했냐? 다들 왜 그래.”
예담이 그렇게 말하다가, 진이 가리킨 그 방향을 보더니,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본다.
“아멜리... 선배님이잖아.”
한편, 아멜리는 아까 후배들과 모임을 하고 나서, 집에 잠깐 들렀다가 다시 잠깐 바람을 쐬러 나온 참이다.
“어, 아멜리잖아?”
누군가 아멜리를 알아보고는 손을 흔든다. 아멜리가 보니, 트레이닝복을 입고, 키가 아멜리보다는 조금 작은 여자다.
“코하쿠냐? 지금 공연하고 돌아오는 길은... 아니겠지?”
“아... 맞아.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 많더라.”
“수업도 그 복장으로 올 거냐?”
“아, 나 수업은 바른생활! 너도 알잖아!”
코하쿠라고 불린 그 동급생이 그렇게 말하지만, 아멜리는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코하쿠의 그 말에 잠시 웃더니, 이윽고 입을 연다.
“혹시 ‘라이너B’라고 라프레사에 아주 유명한 팬 있는데 아냐?”
“뭐? 아멜리, 네가 어떻게 라이너B를 다 알아?”
코하쿠는 아멜리가 그렇게 말하는 게 신기했는지, 주위의 사람들이 기웃기웃 돌아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말한다. 다만, 코하쿠가 모자를 쓰고 있고, 주위가 조금 어두워서 사람들이 코하쿠를 알아본다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 녀석, 유명하다기보다는 악명높은 거라고! 우리 대표님도 그 녀석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기나 해? 그런데 네가 그 녀석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그런데 바로 그때, 아멜리가 몇 명의 후배들을 본 모양이다.
“어, 우리 학교 애들이잖아.”
“그래? 내가 후배들은 자주 안 봐서 말이야-”
아멜리가 말한 후배들이란, 다름 아닌 예담과 한나 일행이다.
“너희들 웬일이냐? 이런 데서 다 만나고.”
“그러게요- 저희가 워낙 에너지가 넘쳐서 말이죠-”
한나는 아멜리 앞에서도 아까 예담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들뜬 표정과 목소리를 하면서 말한다. 그런 한나를 알 수 없다는 듯, 아멜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한다.
“그래,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은 언제 봐도 좋지. 안 그래?”
“어... 저렇게 에너지가 넘쳐도 무대에만 서면 벌벌 떠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코하쿠는 그렇게 운을 떼다가, 예담을 돌아본다.
“너, 나한테 뭐 숨기는 거라도 있니? 나를 보자마자 왜 그래?”
아멜리는 그렇게 말하는 코하쿠의 옆으로 다가가 말한다.
“쉿,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너 또 알아볼라! 말도 좀 조심해서 하라고 했잖아!”
“알아, 안다고, 아멜리!”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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