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폴리포닉 월드 포럼의 여러분들은 4월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전 봄에 체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서 활동을 다소 줄이고 있는 편이었어요. 그래도 정신활동만큼은 쉬지 않고 있었기도 해요.
폴리포닉 월드 설정을 위해서 항공기엔진 관련을 조사하다가 몇 가지를 알게 되었어요.
특히, 가스터빈의 효율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해외의 저명한 학자의 논문, 엔진 제작사 등에서 발간한 기술문서, 각 항공사에서 선호하는 기체와 엔진의 경향 등도 읽고 그러다 보니, 어렵기는 해도 나름대로 지적 호기심이 많이 충족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런 건 만족하고 있어요.
알게 된 건 이하의 4가지였어요.
- 터보프롭도 얼마든지 조용하게 만들 수 있다
- 굳이 단거리항공에 제트엔진을 써야 할 필요는 없다
- 로터리엔진은 의외로 경비행기에 적합하다
- 피스톤엔진을 쓴 대형항공기는 의외로 오래 쓰였다
일단 터보프롭 이야기부터 해 볼께요.
터보프롭(Turboprop)이 뭔가 하면, 프로펠러를 돌리는 가스터빈 엔진을 말해요. 자동차에서 많이 쓰이는 피스톤 엔진과는 달리 회전운동만을 하기에 진동도 적고 신뢰성도 아주 높은데다, 중고속대인 시속 400~700km 정도에서 가장 경제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중단거리 여객기나 군용 전술수송기 등에 널리 쓰이고 있어요. 물론 소련의 An-22 초대형수송기, Tu-95 전략폭격기, Tu-114 장거리여객기 등과 같은 대형항공기에서도 사용되고 있기도 하구요.
문제는 이게 엄청나게 시끄럽다는 사실. 특히 이중반전식 프로펠러가 내는 그 소음은 정말 견디기 어려워요.
제트엔진, 특히 오늘날의 주류가 된 터보팬 엔진은 고온 고압의 배기가스가 대형 팬으로 가속된 공기에 둘러쌓여서 배출되는 구조라서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으니 특히나 소음 차이가 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터보프롭은 큰 기체, 특히 여객기에는 그다지 인기가 없어요. 국내 항공사에서는 승객들이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 이 방식의 기체가 급속히 퇴역했어요.
그런데 프로펠러의 형상, 프로펠러 유닛과 엔진을 연결하는 기어박스의 설계방식, 날개의 배치방식 등에 따라서 충분히 소음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연구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특히, 날개가 동체의 아랫부분에 연결되는 저익기 방식을 채택하는 것만으로도 소음은 많이 줄어들지요. 대부분의 제트여객기가 엔진공간의 확보 불리에도 불구하고 저익형상을 채택하는 데에도 이런 고려가 있고, 실제 프로펠러 여객기에서도 록히드 컨스텔레이션(Lockheed Constellation), 빅커스 바이카운트(Vickers Viscount), 브리스톨 브리타니아(Bristol Britannia), 록히드 엘렉트라(Lockheed Electra, P-3C 대잠초계기의 원형), 투폴레프(Tupolev) Tu-114 등의 사례가 있어요.
보통 프로펠러기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높은 소음 및 진동이라는데, 이것이 예의 요소들을 반영한다면 보다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게다가 보다 저렴한 운임을 책정할 수 있어서 중단거리 저밀도 노선에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낙도, 오지 등의 짧고 거친 활주로에 제트기는 너무 비싼 선택지인데다 비용대 효과면에서 상당히 안 좋으니까요.
그리고 로터리엔진 관련.
로터리엔진, 또는 발명자 펠릭스 반켈(Felix Wankel)의 이름을 따서 반켈엔진이라고도 불리는 이 엔진도 상당히 독특한 점이 있어요. 이것 또한 가스터빈처럼 회전운동만 하는 것인데, 가스터빈처럼 내부의 회전날개가 연소가스의 힘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밀착한 삼각형의 로터가 흡입, 압축, 폭발, 배기의 과정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면서 회전운동을 하는 것이라서 차이가 있어요. 작고 가볍고 부품수가 적고 진동이 적으면서 출력이 높긴 하지만, 이 로터리엔진은 연비가 안 좋아서 1973년의 오일쇼크를 시작으로 급속히 쇠퇴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자동차용으로서는 마츠다가 명맥을 이어왔지만 결국 2012년에 생산을 중단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로터리엔진에는 의외로 항공기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상당한 장점이 있어요. 가볍고 중량 대 출력비가 높은 데에서 일단 항공기용 엔진으로서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어요. 게다가 하강할 경우에 엔진이 과냉각되어 버리는 문제인 쇼크 쿨링(shock cooling)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왕복운동을 하는 부분이 없어서 엔진의 회전수가 설계수준보다 높을 경우에의 손상 취약성도 상당히 낮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경비행기나 무인기 등에서의 채용사례가 늘고 있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있어요.
피스톤엔진이 의외로 상당기간 대형항공기에서 쓰인 사례를 알고는 좀 놀랐어요.
6.25 전쟁이 본격적인 제트전투기간의 교전이 시작된 전쟁이고, 월남전에서는 미 해군의 A-1 스카이레이더(Skyraider) 공격기나 S-2 트래커(Tracker) 대잠초계기 등의 피스톤엔진기가 있었지만 이미 주력은 제트기가 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보통 이런 것만 보면 피스톤엔진기는 상당히 일찍 퇴조한 줄로만 알기 쉬운데, 생각 외로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피스톤엔진을 사용했고 의외로 오랜 기간동안 쓰였던 4발 대형항공기에는 대략 이런 게 있어요.
- 록히드 컨스텔레이션 (Lockheed Constellation) - 1943년 취역, 1978년 군용에서 퇴역, 1990년대에 민간항공에서 퇴역
- 캐나데어 노스스타 (Canadair North Star) - 1946년 취역, 1975년 퇴역
- 보잉 C-97 스트라토프레이터 (Stratofreighter) - 1947년 취역, 1978년 퇴역
- 더글라스 DC-6 - 1947년 취역, 2014년에도 소수가 현역
- 더글라스 C-124 글로브마스터 2 (Globemaster II) - 1950년 취역, 1974년 퇴역
- 아브로 섀클턴 (Avro Shackleton), 1951년 취역, 1991년 퇴역
- 더글라스 DC-7 - 1953년 취역, 2014년에도 소수가 현역
- 캐나데어 CP-107 아거스 (Canadair CP-107 Argus) - 1957년 취역, 1982년 퇴역
항공기용 피스톤엔진에 쓰는 연료는 하이옥탄 항공용 가솔린이라서 가스터빈 엔진에서 쓰는 연료인 등유 기반의 항공유를 쓸 수는 없어요. 그래서 이러한 항공기들을 오랜 기간동안 운용했다는 것은, 연료를 보급받을 공항에서 이렇게 다른 종류의 연료를 준비해 두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미가 되어요.
이렇게 항공기엔진 관련을 조사하다가 의외의 것들을 알게 되었어요.
여러분들은 항공기 관련이든, 아니면 다른 관심분야이든, 어떤 의외의 것들을 알게 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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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4-04-17 15:11:45
길고 또 생소한 내용이라서 리플을 쓰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나한테 생소한 것이라면, 일단 한번 정리하면서 이해하자'고 생각했어요.
으음, 제가 제대로 요약한 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단점은 보완되는 것이고, 단점을 갖고 있어도 장점이 뛰어나기에 좋은 경우는 충분히 많다는 것. 그것을 느낄 수 있었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마드리갈
2014-04-17 17:12:04
잘 요약해 주셨어요.
사실 항공기엔진 관련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에 많이 어렵고 그래서 반응하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여러가지 기술이라는 게 어떤 분야에서는 좋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기도 해요. 자동차에서는 된서리를 맞은 로터리 엔진이 바로 그런 것이라는 게 신기했어요.
참고로, 항공기용 가솔린의 수요도 꾸준히 있어요. 피스톤 엔진을 쓰는 경비행기도 많이 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