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드립니다만, 더럽습니다. 좀 더러워요.
일단 완벽히 더럽다고 생각되는 구절(?)은 하얀색 글씨로 가렸습니다만, 가리는 기준을 좀 높게 잡은 바가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난 더러운 게 싫다 이 고래야!!"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살포시 눌러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러니까, 언제 무궁화호를 타고 밤늦게 집에 갈 때였어요.
그런데, 제 뱃속의 대장이 미친듯이 요동을 부리는 겁니다. 빨리 화장실에 가라는 이야기죠.
다행히도 기차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안심하고 변기쪽을 보는 순간...
막혀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니, 물을 아예 안 내린 것 같았어요! (흰색) 왜냐면 내용물이 그대로 보였거든요!
"으악 젠장!!"하고서는, 그냥 대장의 요청따위 무시하고 게임으로 신경을 돌려서 어떻게든 역까지 버텨내었죠.
어떤 사람이 물도 안 내린거야!? 하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물을 안 내린 게 아니라, 내렸는데도 안 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더군요.
제가 1년 전에 화장실에 갔던 적이 있었죠. 무궁화호 화장실이요.
일을 다 보고 나서, 물을 내리고 봤는데,
아니, 막혀버렸어요. 물도 잘 보니까 조금밖에 안 내려와요!
잘 생각해보니 그 변기는 뭐 구멍도 작아서, 내려가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아니, 원래 변기통은 다 그렇게 구멍이 작고 제가 체감상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르겠는데...
그 때는 이런 방법 저런 방법 다 써가면서 어떻게든 내려보냈었죠.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기차 설비가 이거 완전... 엉망이구나.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단지 몇번만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무작정 공포부터 느끼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래도, 막히지 않고 내려가야할 변기통이 쉽게 막혀버리고, 대놓고 그 참상(?)을 사용자들에게 구경시켜준다는 점에서... 여러가지로 충격적이었습니다.
혹시 저만 이런 경험을 겪은 건가 싶어요. 그것도 두번이나, 한번은 제가 직접 경험해서...
다른 사람들도 경험했고, 그 횟수가 빈번하다면... 그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해요.
안 그래도 무궁화호는, 좌석은 좀 편한 거 같지만, 가끔 차 안에서 냄새가 나거나, 차칸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에서 무슨 이상한 매연 냄새가 난다거나 해서 조금 불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화장실마저도 자주 막힌다면 이건... 하아...
식사하시고 나서 이런 더러운 이야기 보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8 댓글
마드리갈
2014-10-18 07:08:26
열차 안에서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
화장실의 상태가 그러면 정말 난감하기 짝이 없어요. 그리고 건물내의 화장실과는 달리 열차내의 것은 움직이고 흔들리는 상황이니 더욱 곤란해요. 혹시나 좋지 않은 상태의 화장실로 인해 여러 불상사를 겪지 않게 아예 외출복으로서는 절대 치렁치렁한 옷을 입지 않는 식으로도 대응하고 있어요. 여성복 중에서는 그런 종류도 꽤 있으니까요.
사실, 국내의 철도사정이라는 게 참 열악하긴 해요. 게다가 현재 운행중인 무궁화호 객차는 굉장히 오래된데다 앞으로 몇년 더 굴리면 폐차해야 할만큼 상태가 좋지 않아서, 신규도입할 때까지 그냥 버티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요. 새로운 차량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이런 상황은 지속될 거예요.
대왕고래
2014-12-01 07:17:58
이쁜 옷을 입지 못하도록, 어찌보면 강제하는 셈이네요. 참 이런이런이에요.
오래되어서 그렇다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뭐 돈 문제도 있고...), 대체 언제까지 이걸 굴릴 작정인지 참...
빠르기만 하지 좁아터진 KTX보다는 차라리 비교적 넓은 무궁화가 낫다는 게 제 견해이지만, 정말 그래도 이건 싫어요.
가끔 냄새도 나고... 간혹 불도 나가고요;;;
SiteOwner
2014-10-18 10:03:46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사실, 현재 운행객차에 지금의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그냥 밖으로 버리는 방식이 흔해서 화장실 문에는 "정차중 사용금지" 표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게 철도환경을 여러모로 오염시켜서 문제가 되고, 열차가 고속화되면서 역류하는 현상도 간혹 일어나다 보니 요즘의 것은 폐쇄형 수세식변기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런데 현행 무궁화호 객차가 워낙 낡은데다 신규차량의 도입까지 늦어지면서 답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사례를 접하니, KTX를 굴린다고 철도선진국 운운하는 게 얼마나 잘못된지가 잘 보입니다. 1435mm의 표준궤, 교류 25kV/60Hz 같은 규격보다도, 매일매일 이용하는 철도의 각 단면이 제대로 된 게 더 중요합니다.
대왕고래
2014-12-01 07:20:02
저렇게 엉성해보이는 녀석도 저랑 나이가 같다는 건가요... 약간 충격이긴 하네요. 뭐 그렇게까지 많이는 아니고요...
예전에는 더 엉성했다는 거네요. 그래도 막히는 일이 없어 다행인건가... 철도가 더러워지는 건 100배는 더 싫지만요.
아무튼 말씀해주신대로, 열차 각각이 더 중요한 게 맞는 거 같아요.
아스타네스
2014-10-23 20:57:55
기차를 타고 돌아다니는지 10여년이 가까이 흘렀습니다만, 기차 화장실은 아무래도 가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기차에 탑승하기 전 미리 볼일(?)을 전부 해결한 다음에 타는 걸 일상화했지요. 그러고 보니, 화장실에 들를 일은 거의 없었네요. 생각해보면 기차도 참 오랫동안 타온 운송수단인데, 위의 댓글들을 읽으면서 정말 변한 것이 없구나 하는 걸 실감했어요.
대왕고래
2014-12-01 07:20:50
전 꼭 열차에서 급해져서 말이죠. 뭐 그것도 가끔이지만요.
참, 저도 아마 10년 지나면서 이리저리 바뀌었을텐데, 기차는 10년이 지나도 참 바뀌지를 않네요. 한결같은 오래됨이에요.
TheRomangOrc
2014-11-14 19:34:44
기차도 그렇지만 오래된 역이나 버스터미널도 매우 열악하거나 비위생적인 경우가 꽤 있더군요.
정말 불쾌해서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곤 해요.
되도록이면 아예 가고 싶지도 않지만 주변에 살고 있다면 어쩔수 없이 사용해야만 할 때도 있죠.
보니까 문득 그러한 제가 보았던 열악한 시설들이 떠오르네요.
대왕고래
2014-12-01 07:25:50
확실히 열악하죠, 고등학생 학교 화장실이 더 나아보일 때도 많아요.
전 집이 그렇게 멀지 않은지라(라고 해도 기차 놓치면 1시간 기다릴 때가 많습니다만...), 대개는 참는 경우가 더 많지만요. 그래서 더더욱 기차 시설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저런 시설은 싫은 게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