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하면 소설 이름을 제목에 적고 싶었습니다만 소설 제목이 "이 세계가 게임이란 사실은 나만이 알고 있다"로 엄청 길어서 그냥 보던 소설로 적었습니다.
최신간인 6권을 오늘 구매해서 끝까지 다 읽은 다음 작가 후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계승 플레이 얘기를 하다가 작가가 스펙트럴 소울즈2라는 게임 얘기를 꺼냈습니다. 보고 깜짝 놀랐는데, 거기에다 그냥 이름만 언급하고 지나간 것도 아니라 한국어판 책 기준으로 5페이지 넘게 언급할만큼 비중이 컸습니다.
사실 저도 스펙트럴 소울즈2를 해본 적은 없지만, 아이디어 팩토리라는 회사 게임이 비슷한 점이 많고, 후속작인 블레이징 소울즈는 정말 열심히 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다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그 전 작품은 커녕 1도 하지 않았는데 2를 샀는지 본인도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지만, 괜찮습니다. 이 회사 게임은 전작을 알면 더 재밌다뿐이지 몰라도 꽤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들이니까요.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몰라도 솔직히 상관없어요.
1과 2의 주인공을 둘 다 맡은 리쿠도 아키라(六道明)에 대한 얘기도 나왔는데 1에서는 본명인 아키라로 활동했지만 2부터는 나이즈(ナイヅ)라는 이름으로 활동합니다. 왜 개명했냐고! 거기에다 나이츠도 아니고 왜 탁점 붙어서 나이즈냐고! 작가가 한 말인데 저도 정말 공감했습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이 게임을 발매했을 때는 나이츠라고 번역했습니다. 왜 그런 거지...
그리고 이 게임에서는 캐릭터에게 스탯을 부여할 수 있는 PP라는 게 있는데, 이게 회차를 반복하면서 쌓입니다. 그리고 이걸 레벨1인 캐릭터한테 주면 소위 괴물을 만들어놓을 수 있죠. 작가도 이게 좋아서 정말 열심히 회차를 돌면서 PP를 쌓은 다음에 신나게 했다고 하네요.
이게 PSP로 완전판 비스무리한 게 나왔는데, 시스템이 좀 바뀌어서 그건 내가 아는 스펙트럴 소울즈가 아니야! 이러면서 안 했다는데, 작가분 선견지명이 대단한 듯. 왜냐하면 일단 이 게임의 PSP판 정식 명칭은 신기환상 스펙트럴 소울즈2 ~언리미티드 사이드~ 인데, 이식하면서 무슨 짓을 했는지 너무 로딩이 길어서 로딩환상, 로딩만은 언리미티드라는 악평을 받았습니다. 게임하다가 로딩이 너무 짜증나서 PSP를 던질 뻔한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었죠. 저도 그 한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치사성 데미지를 받은 적이 카운터 공격을 한다", "같은 맵에 오랫동안 있으면 느닷없이 강한 몬스터가 나온다"라는 사양은 이 소설에도 반영되었다고 하네요. 정확히 설명하자면 이 게임에서는 반격 특성을 가진 몬스터는 물리 공격을 받으면 그 공격까지 포함해서 그때까지 축적된 데미지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데미지를 그 공격한 캐릭터에게 줍니다. 그리고 이계의 문이라는 구역이 있고, 이 게임은 턴제 게임인데, 한 계층에서 200턴 이상 끌면 "무"라는 녀석이 튀어나옵니다. 나중에야 캐릭터 하나로도 때려잡을 수 있는 녀석이지만 초반에 만나면 그야말로 재앙이죠. 저도 뭣도 모르고 플레이하던 시절에 만나서 캐릭터가 전멸당한 적이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건 게임에 등장하는 용어의 공식 번역명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번역자가 알아보지 않고 임의로 번역했다는 겁니다. 사이버프론트 코리아가 번역한 한글판에서는 見切り를 단념으로, 受け流し를 받아넘기기로 번역했습니다만 번역자는 이걸 임의로 간파, 받아흘리기로 번역했습니다. 異界の魂은 이계의 영혼이라고 잘 썼는데 이건 보통 魂이라는 단어를 영혼으로 풀어쓰니까 그런 거 같고... 이게 모자이크 처리된 이름을 각주로 달만한 정성은 있으면서 게임 내 시스템에 관련된 용어의 공식 번역명은 찾아볼 생각은 안 한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또한 게임에서는 보통 AGI로 쓰는 걸로 아는데, 이 게임에서는 AGL이라고 쓰는 능력치가 있습니다. 작가분이 기억을 잘못해서 오타를 낸 건지, 번역자가 잘못 보고 I로 적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뭐 그래도 제가 어느 정도 아는 게임이 상세하게 언급되었다는 게 개인적으로 정말 반가웠습니다. 글이 좀 많이 길어졌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음악 소설 애니 만화 게임 다 좋아하는 듀얼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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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16-11-26 00:20:56
자신이 아는 것이 나오면 정말 반갑게 느껴져요.
특히 그것이 각종 미디어에서 비중있게 언급되면 그런 기분은 몇배로 커지기 마련이예요.
저도 어제 그걸 경험했어요. 채널J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중 일본열도 고속버스한정여행 같은 것이 있는데 가 보았던 도시의 풍경이라든지 고속도로 주변풍경 같은 것이 나오니 말씀하신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일한번역을 보면 참 그런 게 많죠. 탁점을 제대로 안 봐서 있는 게 사라지고 없는 게 붙고...
정말 무성의하게 보여서 번역서를 더욱 불신하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어요.
Dualeast
2016-11-26 06:05:02
잘 만났다!...는 아니고 정말 그렇죠.
특히 전문적으로 번역을 한다는 사람이 그렇게 하면 정말 실망하게 됩니다...
SiteOwner
2016-12-03 23:29:39
뭐랄까, 압축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될까요.
책의 저자와 나 자신에 이렇게 접점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바깥 세상이 자신에 보다 가깝게 다가온? 이런 감각으로 요약가능하겠지요. 전 책이나 음반 같은 미디어를 접하다가 나중에 어떤 사건으로 저자와 없던 접점이 새로이 생긴 적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어떤 음악가를 알게 되었는데 그 음악가의 스승이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인 사례. 그래서 4-5단계 거치면 세계의 누구와도 접점이 생긴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게 됨을 알고 놀랐습니다.
요즘 채널J에서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 라는 이름의 드라마를 잘 보고 있는데, 그 드라마 내의 출판사 교열부의 활동과, 말씀하신 번역서 속의 문제가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습니다.
Dualeast
2016-12-04 07:05:42
케빈 베이컨 게임이 떠오르는 말이군요. 확실히 세상에는 자기는 모르지만 이미 접점이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드라마의 교열부는 꽤 일을 열심히 하나 봐요? 드라마 속이라서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부럽군요. 번역이 제대로 안 된 걸 알게 되면 굉장히 기분이 묘한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