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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그녀석은 초능력자] 29화 - 꿈속에서

시어하트어택, 2020-03-04 19:05:43

조회 수
125

그 큰 방을 돌아다니던 중, 세훈은 또다른 사람이 방 한쪽에 앉아 있는 것을 본다. 방이 어두워서 사람의 형체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그게 사람이라는 건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세훈은 그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본다.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그 사람의 형체가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익숙한 사람의 얼굴...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다. 더 가까이 가 본다. 그 사람과 지척의 거리에 이르자, 그 사람의 얼굴이 드러난다. 리하르트 선배... 다행이다. 어딘지 모르는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그나저나, 리하르트 선배는 어떻게 여기로 들어오게 된 건가? 여기는 분명 내가 꾸는 꿈속일 텐데...
세훈은, 조심스럽게 리하르트에게로 다가가 본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발을 딛는다. 세훈이 리하르트의 앞에 다다랐을 때...
턱-
뭔가가, 갑자기 세훈의 목을 움켜쥔다!
“이... 이건...”
“흐흐흐흐...”
세훈의 목을 쥔 건, 다름아닌, 세훈의 앞에 있는, 리하르트였다!?
“서... 선배... 설마...”
“방심했군, 안 그래?”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떻게 된 거지? 그것보다도... 세훈의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아니, 마치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후려친 듯, 강한 충격이 세훈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세훈이 믿는 선배가 그 놈들의 일원일 줄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본다. 하지만 세훈의 눈앞에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부정한단 말인가! 어두운 방 안에, 횃불에 비친 리하르트의 미소짓는 얼굴은 그렇게 섬뜩할 수가 없다. 세훈이 이제까지 그 어디서 본 얼굴 중에 이보다 더 섬뜩한 얼굴은 없다...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그러나 여기는 꿈속.?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왜, 알려 줄까?”
세훈의 목을 잡아쥐고 있는 리하르트는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지금, 너는 꿈을 꾸고 있지. 아주 곤히 잠들었단 말이지. 마치 20시간 동안 깨어 있다가 지쳐서 쓰러진 사람의 단잠처럼 말이야. 그리고! 네가 경험하는 지금 이 상황, 너는, 나의 능력에 걸려든 것이다.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다.”
이럴 수가... 함정에 걸려들었다. 그러면, 어떻게든 잠에서 깨어야 하는데... 어떻게든...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나? 세훈은 꿈속임에도,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 보고, 혀도 깨물어 본다. 하지만, 빠져나갈 수 없다!
“너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겠지.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것에, 배신감, 당혹감, 그리고 분노를 느끼고 있겠지...”
리하르트의 목소리는 차갑다. 그것보다도, 이상하다. 세훈이 아는 리하르트가 아니다... 말투, 목소리, 표정까지... 모든 면에서! 도대체 이건... 이건...
“그래, 너는 지금 악몽을, 그것도 마치 맨정신과도 같이 또렷하게 꾸고 있는 거다. 그리고 결코 깨어날 수 없다. 누가 흔들어 깨우거나, 아니면 내가 능력을 해제하기 전까지 말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자! 대답해라... 대답해야 풀어 줄 거다...”
세훈의 머리가 점점 아파져 온다. 그리고 팔다리가 점점 저려 온다. 손끝, 발끝부터 마치 전기가 통하는 듯 지릿지릿하더니, 이내 점점 감각이 없어져 간다.
“대답해라! 무슨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는, 네가 더 잘 알 거다!”
“그... 그건...”
“대답하지 않으면, 네게 오는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질 거다!”

한편 그 시간. 주리는 도서관 앞에 가만히 서 있다. 입에는 아이스크림을 문 채로.
“왠지 이상한데... 이상하게 조용하단 말이야...”
문이 살짝 열려 있다. 거기에 손을 대 본다. 뭔가 따뜻한 공기가 느껴진다. 이상하게 포근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문을 연다. 얼굴에, 팔다리에, 온몸에, 따뜻하고 포근한, 마치 어머니의 품 같은 공기가 닿는다. 마치 지금이라도 잠을 자라고 재촉하는 듯한, 그런 느낌의 공기가 말이다.
조심스럽게 발을 딛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땀이 한 방울씩 이마에 맺히는 듯하다.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본다. 사람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하다. 아무리 조용히 해야 하는 도서관이라도 사각사각 책장 넘어가는 소리나 카트 굴러가는 소리, 저벅저벅 걷는 소리 정도는 들리게 마련인데, 그런 소리마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니? 뭔가 예감이 좋지 않다. 창가 쪽으로 가 본다. 학생 여러 명이 고개를 푹 숙이고 등을 벽에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테이블 쪽도 본다. 테이블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머리를 푹 숙인 채 잠들어 있다. 그 순간 주리는 깨닫는다. 한두 명이 잠들어 있다면 모르겠지만, 모두가 잠들어 있다니!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이 도서관은! 그건 그렇고, 이상하다. 왜 주리 혼자 잠들지 않는 것일까? 방 안은 이상하게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렇다면?
주리는 AI폰을 꺼내 *하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하나, 도서관 안에 좀 스캔해 줘.

주리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초조함으로 가득 찬 눈으로 화면을 바라본다. 잠시 후 *하나의 메시지가 AI폰에 뜬다.

도서관 안은 왜?

주리는 다시 메시지를 입력한다.

도서관 안에 온도 좀 스캔해 줘. 미세한 온도 차까지 잡아내 줘.

주리는 메시지를 보내고는, 입에 문 아이스크림을 확인한다. 아이스크림은 상당히 줄어 있다. 빨리 그 공격자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한다. 계속 도서관 안을 뒤진다. 서가 하나하나, 위부터 아래까지. 그야말로 먼지 하나, 티끌 하나까지 샅샅이 뒤진다. 이 정도로 뭔가를 열심히, 아니 처절하게 찾은 적이 있었나? 입에서는 어느새 거칠고 마른 숨이 나온다. 순간, 주리는 뭔가 이상함을 직감한다. 아이스크림이 더 줄었다. 이제 한 입 먹을 양만 남아 있다. 그리고...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져 온다! 빨리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이 도서관을 휘감고 있는 잠에 빠져들고 만다! 주리의 옆, 바닥에 엎드려 누워 있는 여학생... 저 여학생처럼 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아이스크림은 점점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문다. 이제 어떻게든 빨리 찾아내지 않으면, 정말 잠들고 만다! 그 렇게 되기 전에 공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잠시 후, AI폰이 울린다. 주리는 AI폰의 화면을 본다. 도서관에서 푸른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한 곳!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주리는 화면을 자세히 본다. 아무리 봐도 한 곳이다. 그것도, 지금 주리가 있는 바로 그곳!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주리는 화면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때...
휙-
뭔가가 갑자기 주리의 등 뒤로 날아온다! 주리는 순간적으로 몸을 서가로 밀착시켜 그것을 피한다. 주리는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 몽롱해지려는 머릿속을 애써 참아 가며, 서가에 밀착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있었던 것... 있었던 것이 없다. 그게 뭐였지... 그게 뭐였지? 머리를 흔들어 가며 떠올려 보려 한다. 뭔가 이상한데... 이상한데... 이상한데...
퍽-
이번에는 뭔가가 또 강하게 주리의 등을 친다! 그것도... 서가 뒤쪽에서! 강한 충격이 주리의 등 뒤에 밀려온다. 주리는 순간적으로 서가에서 등을 떼서 재빨리 몸을 피한다. 주리는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등을 어루만지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계한다.
“멍청하기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주리의 옆에서! 주리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린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간 거지... 주리는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테이블, 서가, 소파, 그 어디에도...
“역시나!”
목소리가 또 들려온다. 이번에는 주리의 머리 위쪽이다! 위를 올려다본다. 천장... 천장에는 당연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 어디지...
“여기라니까!”

주리 머리 뒤쪽... 정수기 위에 발을 딛고 앉은... 그 문제의 목소리의 주인공이 얼굴을 드러냈다! 검은 머리의 여학생... 그것도 조금 전에 주리가 본, 그 쓰러져 있던 여학생이다! 주리는 전에 봤던 사진을 떠올려가며 얼굴을 기억해 낸다... 궈칭칭... 매번 세훈의 뒤에서 킬킬대고 있었던 여학생 2인조 중 하나...
“역시, 바보 같은 건 남자친구 같다니까.”
그 여학생이 낄낄거리며 말한다.
“뭐, 세훈이보다 조금 나은 건 있네.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체온을 낮추고, 그리고 지금 막 잠도 쏟아져 오는 참일 텐데, 그걸 다 참아 가면서 여기까지 온 건 인정해 주지.”
그렇다. 칭칭의 말대로, 주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잠을 갈망하고 있다. 안 그래도 무거운 눈꺼풀은 점점 더 무게가 더해져 오고, 다리에는 힘이 풀리고, 등은 자꾸 기댈 곳을 찾는다. 이 상황, 이 잠만 자고 싶은 상황! 어떻게 해야 여기서 빠져나간단 말인가... 자꾸 눈을 비벼 보지만, 그럴수록 잠은 점점 더 쏟아진다.
“그래, 그래. 너도 이제 곤히 잠들 때가 됐지, 안 그래?”
“......”
“자, 받아라. 잠들 시간이다!”
그 말과 동시에, 칭칭은 정수기 위에서 점프하여, 주리 쪽으로 뛰어내린다. 한 발을 주리에게 향한 채로! 바로 그 순간, 반쯤 감겼던 주리의 눈이 다시 빛나기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 이 순간! 주리가 해야 할 것... 그것은 하나뿐이다! 성공 아니면 실패... 여기 도서관의 사람들 모두를 구하느냐, 아니면 실패하고 잠에 빠져들게 되느냐! 그것뿐이다... 달리 빠져나가거나 할 길은 없다!
주리는 재빨리 칭칭의 아래쪽으로 들어간다. 칭칭은 발이 허공에 닿자 순간 당황하여 얼굴이 붉어진다. 두 손을 위로 뻗어 올려, 칭칭을 잡는다. 그리고... 허리를 뒤로 젖힌다. 무리가 가는 듯하지만, 상관없다. 이대로... 이대로면 된다!
“뭐... 뭐야! 놔! 놓지 못해?”
예상치 못한 주리의 공격에 당황한 칭칭은 발버둥치며 주리를 떼어내려 안간힘을 쓴다. 특히 주리의 손을 손톱자국이 나도록 마구 긁어 댄다. 주리의 손은 긁힌 자국으로 온통 벌게진다. 그러나 주리는 손에 가해져 오는 공격, 그리고 허리에 가해져 오는 무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들을 다 온몸으로 견뎌 내며 칭칭을 땅바닥에 내리꽂는다.
쿵- 하고 바닥이 울린다. 칭칭은 아까 잠든 여학생으로 위장했을 그때처럼, 땅바닥에 쓰러진다. 칭칭을 땅바닥에 내리꽂자마자, 주리는 온몸이 풀려 칭칭의 쓰러진 몸 위로 드러눕는다. 그리고 그 순간, 주리는 깨닫는다. 이제 더 이상 졸리지 않다. 눈꺼풀도 가벼워졌고, 어머니처럼 따뜻했던 그 느낌도 이제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칭칭의 능력이 해제된 것이다!
“휴... 이제 끝난 건가...”
주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칭칭의 수면 능력이 해제되었으니, 이제 다들 잠에서 깨겠지...
“잠깐...”
주리의 귀에 낮은 음의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손을 귀에 대서 들어 본다. 이건... 신음! 도서관 안은 잠에서 깨어나는 여유 넘치는 소리 대신, 고통스러운 신음으로 가득하다.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주리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이 막혀 올 정도의, 그 정도의 신음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칭칭의 능력은 해제됐고, 분명히 잠에서 깨어나야 할 텐데... 무슨 일이지? 왜 다들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거지... 빨리, 한시라도 빨리 알아내야 한다... 주리는 다시 한 번 도서관 안을 뒤진다. 도서관 안의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누군가를 찾아서. 얼마 되지 않아, 주리는 교실 한쪽에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세훈을 발견한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20-03-06 19:30:37

세훈에게도, 주리에게도 끔찍한 순간이 이렇게 다가왔네요.

리하르트의 기분나쁜 웃음소리도 싫지만, 칭칭이 주리의 손을 손톱으로 긁어댄 건...

예전에 고양이에게 손가락을 물렸을 때 상처가 수일간 남아 있었고, 치료 후에도 혹시 부작용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걱정했던 게 다시 떠올라서 고통이 실감나고 있어요.


세계는 넓고, 능력을 이상한 데에 쓰는 사람은 많아요.

SiteOwner

2020-03-07 15:42:07

축구나 농구 등에서 흔히 구사되는 밀착마크로 리하르트는 세훈을, 칭칭은 주리를 공격하는군요.

이런 전술을 짜내서 구사할 정도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봐서 참 부지런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칭찬받을만한 것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지요.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는 충격, 정말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어떻게 보면, 낯선 사람을 보면 도둑으로 여기라는 옛 일본 속담이 결과적으로 옳은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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