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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POLITAN] #Pilot3 - Contract

Lester, 2020-09-06 23:50:46

조회 수
172

Contract - 청부




존 휘태커는 쌍안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인데다 비까지 와서 뚜렷하게 보이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존은 계속 쌍안경으로 같은 곳을 응시했다. 몇 분 뒤면 목표물이 스카이 라군 클럽에서 여자들을 데리고 나올 참이었다. 그러나 확신은 없었다. 정보가 맞을 거라고, 그 정보를 준 정보원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이 바닥이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굴러간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몇 다리를 건너서 받는 일은 일말의 믿음이 없으면 절대 해나갈 수 없었다. 기분 나쁜 표현이지만, 모두가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로서 각자의 일을 해내는 것과 같았다. 그 중에서 존은 가장 중심부에 있는 부품이었다. 그런 만큼 존을 속인 사람도, 속이려고 한 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었다. 배신이라는 것은 이 바닥에 있으면, 아니 이 바닥에 없어도 한 번쯤은 겪는 것이니까. 기계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것이야말로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사람임을 증명하는 사실임에 틀림없었다.

"...아, 씨발."

따분하게 쳐다보기만 하다가 이런저런 잡념을 품던 존이 갑자기 이를 악다물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이유없이 터질 것처럼 속에서 끓어오르는 욕지기 때문이었다. 온갖 수라장을 헤쳐나오면서 피비린내와 살육에는 익숙해지다 못해 둔감해진 존이었지만 이 욕지기만큼은 생리적인, 아니 심리적인 현상이라 그런지 버티지 못했다. 결국 존은 쌍안경을 내리고 급히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 그리고 준 돌팔이 의사 선생이 분명히 두 알이라고 일러줬음에도 무작정 몇 알을 입에 털어넣고는 씹어삼켰다. 욕지기가 속에서 가라앉았지만 대신 입가에서는 씁쓸한 맛이, 머릿속에서는 취기가 떠올랐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현장에 구토물이라는 이름의 증거를 남기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후."

존은 심호흡을 하고 다시 쌍안경을 꺼내 스카이 라군 클럽을 바라봤다. 그 곳은 트와일라이트 시티에서 거대하기로 손꼽히는 클럽인 만큼 이렇게 지독한 악천후 속에서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클럽에서 나오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건 장대비가 와서라기보단 천국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몰랐다. 지리한 경계근무가 이어지자, 존은 의뢰를 받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Contract: Hua San Zhai


"후아산... 자이?"

존이 어떻게 읽는 거냐는 의미로 갸우뚱하게 물었지만 프레도 파보리토Fredo Favorito 역시 고개를 으쓱할 뿐이었다.

"몰라, 나도. 원숭이 놈들은 뭔 놈의 이름을 그따구로 짓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지도 지 이름이 이상한 건 아는가 보더라. 통칭 '애쉬Ash'라고 불리고, 자기도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거든."

"이 자식이 어쨌길래?"

"뭐, 흔히 있는 이야기지. 바다 건너 먼 이국의 부잣집 도련님이 여기로 와서 흥청망청 놀다가, 사고 좀 쳤다."

"무슨 사고인데?"

"뻔하잖아? 여자들을 끼고 파티를 하다가 실수로 한 명을 죽여버렸대."

"어이쿠."

"뭘 그래, 이 바닥에선 흔한 일인데. 아, 한 잔만 더."

파보리토는 마침 지나가던 여자 종업원의 쟁반에서 날렵하게 술잔을 가져갔다. 명백히 남의 주문을 가로챈 행위였지만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파보리토는 마피아였고, 이 술집은 마피아의 프론트(front, 범죄조직의 위장기업)였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파보리토가 자기 것과 존의 것까지 두 잔을 뺏어갔음에도 여자 종업원은 다시 술잔을 가지러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도 기사거리가 되지 않은 걸 보니 어지간히 돈 좀 썼나 보네."

"그렇겠지. 그래서 새삼 무섭다니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누가 죽어나가는지 도통 알 수 없으니 말이야."

"이 밑에서 사람을 죽이는 주제에 뭘 새삼스럽게."

"누가 그 녀석들을 잡아오는데 뭘 새삼스럽게."

존이 빈정거렸지만 파보리토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하기야 같은 똥구덩이에서 허덕거리는 처지에 누가 누구를 비웃겠는가. 그나마 존은 자기가 더러운 줄 안다는 점에서 달랐지만, 기묘하게도 이 바닥에서 그런 태도는 약자요 겁쟁이로 취급받았다. 뻔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이 바닥의 생리였으니까. 그렇기에 존도 굳이 그런 태도를 드러내지 않았다. 뻔뻔하게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존은 다시 애쉬의 신상정보가 적힌 서류로 눈길을 돌렸다.

"그래서, 이 녀석을 어떻게 해 달래? 마피아가 일개 짱깨 졸부 도련님한테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 없을 텐데? 피해자의 부모가 부탁했나?"

"아빠일 것 같아, 엄마일 것 같아?"

"...엄마인가? 보통 이런 건은 엄마가 부탁하지 않나?"

"땡, 아빠야. 엄마는 충격으로 몸져눕다가 죽었거든. 그래서 곁에 아무도 남지 않은 아빠가 반쯤 미쳐서 전재산을 걸고 죽여달라 부탁했다는 거야. 우리한테."

파보리토는 TV 드라마의 줄거리를 늘어놓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존은 그것이 100%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

"피해자가 이탈리아인이야?"

"아니, 같은 짱깨야.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돈을 준다니까 들어줬지. 이런 일에서 국적을 따지면 장사 못 하니까."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그래서, 죽이면 되나?"

"죽이래.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가장 싼 방법으로 해결해도 되나?"

존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가장 싸고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그래, 특별히 조건을 걸지는 않았으니까. 지금쯤 고소당하지 않았다고 좋아라 하면서 또 클럽에서 자빠져 있을 거야. 스카이 라쿤 클럽이니까, 더 알려줄 것도 없네. 참, 밖에 비 오니까 우산 챙겨가. 그리고... '안녕히 다녀오세요, 아빠!'"

그새 취기가 오른 파보리토가 낄낄거리며 저질스런 농담을 던졌지만 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술집을 나갔다.


존이 상념에 잠긴 사이 비 내리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릴 정도로 빗방울이 거세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빗방울을 피하기 위해 거리에는 인적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는 사람도 있었지만 꿋꿋이 우산을 들고 갈 길을 가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클럽에서 나오는 목표물인 애쉬를 맞추기엔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다만 우산을 쓰기 전에 쏴야 한다는 큰 문제가 있었다. 우산을 쓰면 머리를 정확히 노리기 힘들어지니 말이다.

"...아직인가."

존은 계속 쌍안경을 들고 있느라 저리기 시작하는 팔에 힘을 주며 투덜거렸다. 돈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그저 이유 없이 끓어오르는 분노와 환멸을 해치울 만한 게 필요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라면 하다못해 공사장에 취직하여 건물을 때려부수는 일을 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존이 터득한 기술은 단 하나, 사람을 죽이는 일이었다. 그것을 인정받고 손을 더럽힌 이상, 존이 나아갈 길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존이 품고 있는 분노와 환멸은 그 길에 점점 녹아들며 괴물이 되어가는, 그걸 알면서도 무언가에 끌려가듯 그 길을 나아가기만 자신에게 향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존이 그 길에서 무작정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미 그 길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상, 그 길 자체가 존을 계속 쫓아오며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유를 들 것도 없이 존이 지금까지 모셔왔던 고용주들이 입막음을 위해 존을 죽이려 들 게 뻔했다. 나중에 그 길에서 벗어날 '길'을 알려준 사람을 불과 몇 달 뒤에 만나긴 했지만, 존은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단정지었기 때문에. 그 순간 존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목표물이 테이블에서 일어섰습니다. 검은 머리에 선글라스입니다."

클럽 안에 들여보낸 감시책이었다. 하지만 파보리토가 새파란 신입을 보내서 그런지 전혀 성에 차지 않았다. 존은 분노를 삭히며 되물었다.

"그리고?"

"네?"

"그래서, 클럽에서 선글라스 낀 동양놈이 나올 때마다 그 놈이 맞냐고 계속 물어보면 되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노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옆에 여자 둘을 끼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보려면 가까이 다가가야-"

"아, 됐어. 그만하면 충분해."

존은 다가가서 명함이라도 주고받을 거냐고 빈정거리려다 참았다.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을 하면 못 알아들으니까 말이다.

"클럽 입구로 나오면 다시 전화줘."

"지금 올라가고 있습니다. 따라갈까요?"

"...그래. 화장실일지도 모르니까."

"화장실은 아닙니다. 지금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좋아."

존은 쌍안경을 내리고 미리 조립해 둔 저격총을 꺼내 창틀에 얹었다. 그리고 헤드셋으로 신참 감시책이 계속 정보를 전해주기를 기다렸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감시책이 낮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지금!"

"쉿."

존은 한마디로 신참 감시책의 입을 막고는 스코프로 클럽 입구를 쳐다봤다. 거센 빗발 너머로 감시책의 말대로 노란 셔츠를 입은 선글라스 동양인이 질색을 하며 우산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존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숨을 멈추자 빗소리가 사라지고 스코프 안의 풍경이 늘어졌다. 이윽고 존은 방아쇠를 당겼다. 총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애쉬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옆에 있던 여자들이 놀라는 게 보였다. 존은 즉시 저격총을 내리고 분해하기 시작했다. 성공했건 실패했건 얼른 자리를 뜨는 게 급선무였다. 그 와중에 신참 감시책은 저격을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는지 넋나간 말투로 떠들어댔다.

"서... 성공하셨습니까?!"

"알 게 뭐야. 너는 괜히 가서 구경하지 말고 화장실에라도 가 있어. 괜히 얼굴 팔리면 너만 고생이니까."

"예, 예에."

감시책이 굽신거리는가 싶더니 곧장 전화가 끊겼다. 정말로 화장실에 간 모양이었다. 존은 바삐 저격총을 분해하다가도 어이가 없어서 손길을 멈추고 피식 웃었다. 저런 것들이 신입이라니 파보리토 녀석도 앞날이 험하겠군.


(추가 에피소드 4화 完)


======================================================

이번에는 레스터가 아닌 존의 입장에서 추가 에피소드를 연재해 봤습니다. 원래는 정규 에피소드를 연재하며 레스터와 존의 버디 플레이(?)를 풀어내려고 했는데, 그 이전에 존이 어떤 사람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해두는 게 저한테도 좋을 것 같아 일단 짧은 내용으로 존의 캐릭터를 살려봤습니다. 존의 능력상 뒷조사가 아닌 액션이 주된 내용이 되었는데, 이마저도 암살이라 크게 액션이 나오진 않았네요. 아마 다음 추가 에피소드에서 존을 다시 다룬다면 좀 더 본격적으로 액션이 나올 것 같습니다. 뭐, 쏘고 부수고 하는 내용밖에 없겠지만요;;;


=======================================================

(2020년 10월 1일 추가)

본 에피소드는 연재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아 파일럿으로 전환시킵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8 댓글

마드리갈

2020-09-15 13:22:28

오랜만에 연재를 재개해 주신 점에 감사드려요.


읽으면서 여러 냄새가 느껴지네요. 목에서 올라오는 묘하게 기분나쁜 냄새와 그것에 지지 않는 역한 의약품 냄새, 우중충한 날씨의 젖은 공기와 지면의 냄새, 그리고 차가운 쇠 냄새 등등...그렇다 보니 경계심이 잔뜩 들지 않는 게 이상하게 여겨져요.

배신이라는 게 역설적으로 인간성을 증명하는 장치가 된다는 것도 기묘하고, 인종차별이고 어쩌고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돈이 최우선이라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범죄를 소재로 한 소설은 이래서 그 특유의 묘미가 있는 것인가 싶네요. 실제상황으로 겪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 후아산자이, 혹시 화산재인가요? 그래서 애쉬라고 불리는 건지...

Lester

2020-09-15 18:52:26

이렇게 밑바닥까지 와서야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도덕과 신뢰 같은 게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나기 때문에 재미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가끔 범죄자들이 의리 운운하는 미화물이라며 비판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의견이 제법 있던데, 저로서는 그것보단 인간성이 없어진 사회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싶네요.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게 나가봤자 쓰는 저도 읽으시는 분들도 기분만 잡치니, 적당한 시점에서 즐겁게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이번 글은 존이 레스터를 만나기 이전의 배경을 드러내다 보니 평소와 굉장히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요.


그나저나 다른 건 다 알겠는데 기분 나쁜 냄새와 역한 의약품 냄새의 비유는 잘 모르겠군요. 무슨 의미이신가요?

마드리갈

2020-09-16 01:08:00

글자 그대로, 존이 약을 복용하는 과정 묘사를 보면서 그렇게 느꼈어요.

요즘에 빈도가 크게 줄긴 했지만, 속이 안 좋아서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에 느껴진 게 존의 행동묘사에도 보여서 그렇게 속에서 올라오는 냄새 및 약병을 열었을 때 풍겨오는 약 냄새가 떠오른 거예요.

Lester

2020-09-19 20:13:30

흠, 그렇군요. 뭐 존이 실제로 속이 안 좋다기보다는 일종의 PTSD에 대한 거부반응이지만요. 우중충한 이야기라 또 어떻게 풀어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리고 목표물의 이름은 화산재가 맞습니다. 원래는 별도의 이름이 있었는데 그걸 쓰려면 모 게임을 통째로 패러디해야 하는지라, 득보다 실이 클 것 같아 건너뛰었습니다. 미련이 남긴 했습니다만, 어차피 이런 암살 에피소드에서는 목표물의 배경을 낱낱이 풀어놓기도 힘들고, 해당 게임도 패러디하는 캐릭터들은 배경 설정이 거의 전무한지라 의미가 판단하고 포기했네요. 화산재는 원래 주인공 일행의 동료로 설정되어 있었는데(중국계 유쾌한 총잡이), 같은 중국계(정확히는 홍콩)인 키아라가 등장하는 바람에 컨셉이 겹쳐 폐기됐습니다.

SiteOwner

2020-09-18 23:02:58

역시 범죄가 일상화된 세계는 무섭습니다.

인간이 목적일 수도 대상일 수도 있습니다. 즉 총격의 목표이자 목적달성의 수단일 수 있는. 수십년간 쌓아온 인생이 누군가의 한순간의 화풀이로, 또는 누군가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죽는다는 것도 허망하기 짝이 없고, 그냥 내일이 없는 삶이 가득한 이런 세계에서 배신이야말로 인간성이 있다는 증거라는 역설에서 이 가을의 밤이 오싹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사람들 있지요.

이름이 영어식이 아니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거나, 아예 동아시아식 이름 자체를 혐오하거나, 그런 부정적인 감정은 없더라도 신기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서양인들을 많이 만났다 보니 그런 것도 오래전부터 익숙해져 있고, 덕분에 그런 사람들을 영어로 설득하는 데에도 아주 익숙하다고 할까요, 그렇습니다.

프레드 파보리토 같은 사람이 더 막나가면, 외국식 이름 자체를 극도로 혐오하게 됩니다. 이미 군생활 때, 스페인식이나 프랑스식 이름을 굉장히 싫어하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항의를 받기도 했던 것도 봤다 보니...

Lester

2020-09-19 20:19:14

뭐 그렇죠. 그렇기에 창작물이라는 점에, 또한 이 글을 쓰는 제가 치안이 굉장히 좋은 한국에 사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겠죠. 문득 지금까지 레퍼런스로 삼아왔던 GTA 시리즈 같은 액션 범죄 게임들도 현실이라 생각하면 정말 섬짓하긴 하네요.


음... 문제의 이름 부분은 그냥 두 남정네의 무식을 강조하기 위함이지 그런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강조하려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마피아처럼 민족주의 의식이 강한 범죄자들이야 인종차별은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지만요. 그런데 군생활에서 그런 외국계 이름을 싫어해서 항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대체 어쩌다 그런 건가요?

SiteOwner

2020-09-21 20:55:30

보충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미군부대 내에서의 각종 비상 중에는 Bomb threat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울릴 경우에는 무조건 막사에서 다 나와서 지정된 장소로 이동한 뒤에 인원확인을 거칩니다. 군생활 중에도 몇번 그 비상이 있어서 헬리패드에 집결하고 그랬는데, 문제는 중대 1SG, 즉 인사계(First Sergeant)가 중대원 호명을 할 때 라틴식 성씨나 동양계 성씨는 항상 이상하게 부르거나 잘못 부르고, 이름이 뭐 이따위야, 영어식도 아니고 등의 불평을 공공연히 뱉아낸 적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Manuel이라는 이름은 마누엘로 부르지 않고 매뉴얼로 부른다든지 하면서 끝에 "I hate non-Englishi names!" 라고 중얼대는 상황. 그래서 "Stop offending me, First Sarge?" 등등의 항의를 받는 등 충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인사계 상사 자신도 정작 라틴식, 특히 스페인식 성씨였습니다.

Lester

2020-09-25 15:22:17

공습경보...인가 그렇군요. 보통 창작물이면 서로서로 부르기 쉽게 애칭을 지어주고 그럴 텐데 군대라는 특성상 그럴 여유(?)는 없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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