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성 지하 최심부.
지하수로와 연결돼 하루에 절반 이상은 물이 들어차는 그곳에는 특수한 감옥이 존재한다. 그곳에 갇힌 이는 영지 내의 범죄자 중에서도 최고의 악질뿐. 그런 장소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청아한 노랫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언뜻 듣기에는 변성기 이전의 소년 같기도, 혹은 성인 여성의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아름다운 목소리. 모르는 이가 듣기에는 마음이 치유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미성이건만, 죄수들은 이 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노래를 부르는 이는 그 악질적인 범죄자 중에서도 최악의 살인귀였으니까.
블레어.
밝혀진 것만으로도 세 자릿수에 육박한 희생자를 낸 연쇄살인마. 그리고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존속 살해자에, 시체를 기묘한 형태로 개조한 변태 살인마.
그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 것인지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그 노래가 끝나는 순간, 같은 방에 갇혀 있던 죄수를 다진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그것이 반복된 게 세 번.
처음에는 잔혹한 범죄자들이니 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자던 교도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채고 블레어를 독실에 가두었지만, 죄수들에게 블레어는 이미 교도관보다도 두려운 존재가 된 지 오래. 그렇기에 그 누구도 블레어의 노래를 끊을 사람은 없을 터였는데, 그는 갑자기 노래를 멈추었다.
“흐흥, 왔구나~.”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아무것도 없는 어둠.
하지만 그는 거기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확신이라도 하는 것처럼 웃으며 계속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사라도 하라구~. 우린 각별한 사이잖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
이윽고 아무것도 없던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사람 형태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허공에서 나타난 것처럼 기묘한 모습. 하지만 어둠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자라면 알 수 있으리라. 조금 전까지 그 자리에 쥐가 한 마리 있었다는 사실을.
“오랜만이야~. 그레고르. 아니 이드라의 사도라고 불러줄까~?”
자신을 쓰러뜨린 사도를 바라보며 블레어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
***?????? ***
?
‘생각보다 멀쩡하게 살아 있군.’
나는 나를 향해 싱글싱글 웃어 보이는 블레어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채 일주일도 되기 전에 나는 이골로냑의 사도였던 녀석을 쓰러뜨렸고, 녀석을 사창가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영지 병사들에게 넘겼다. 처음에 영지 병사들은 내가 데리고 온 이 녀석이 범인이란 걸 믿지 못했지만, 에스텔의 보증을 보자 수사를 시작했고, 결국 녀석이 범인이라고 인정했다.
‘믿지 못할 만도 하지.’
겉모습만 봐서 저 녀석은 도저히 살인범이라고 보기 힘드니까.
나는 어둠 속에서 녀석의 모습을 다시 훑어보았다.
블레어의 외형은 솔직히 말하면 퇴폐적인 미녀에 가까웠다. 가슴이 없고 마른 체형이긴 하지만,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태양을 보지 못한 이처럼 새하얀 피부는 마치 흡혈귀처럼 보였고, 두 눈은 금으로 만든 세공품처럼 금빛으로 빛났다. 머리카락은 잿빛이 섞인 금발을 짧게 자른 것이 인상적이다. 아마 외모만 본다면 누구나 미녀라고 인정할 수준.
하지만 이 녀석은 남자다. 적어도 생물학적으로는.
‘사창가의 가짜 딸이라고 했던가…….’
사창가를 자주 찾는 귀족 중에는 평범한 여인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고, 이들 중에는 근친상간을 원하는 이들 역시 존재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귀족인 자신의 딸을 강제로 범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그들은 떠올렸다.
창녀인 딸을 만들면 된다고.
창부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자식을 임신시키고, 그 아이를 범한다.
제법 돈이 되는 일이기에 창부 중 이를 받아들이는 이는 많았고, 그들은 어떻게든 딸을 낳기 위해 연금술사들에게 비약을 샀다. 하나 아무리 뛰어난 비약이라고 해도 아들을 딸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
‘생물학적인 남자지만 체형도 외모도 여성이랑 다를 바 없는 존재.’
사창가의 가짜 딸.
그것이 영지의 병사들이 알아낸 블레어의 실체였다.
“싫다~. 그렇게 뜨겁게 날 훑어보기만 할 거야~?”
내 시선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녀석은 몸을 비비 꼬며 나를 유혹하는 것처럼 포즈를 취해 보였다. 하지만 녀석의 실체를 아는 나로서는 거기에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
‘외형이야 어떻든, 녀석은 최악의 살인귀다.’
나는 평정을 가장하고 녀석에게 내가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뭔데~?”
“너는 권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글쎄~.”
나름대로 무게를 잡고 한 말이건만, 녀석은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나를 향해 고개를 까딱거리기만 할 뿐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야 하나?
“4대 귀족과는 달리 너는 사창가 출신이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인지 사도가 된 이후 다양한 권능을 사용하더군. 그것도 꽤 변태적인 용도로 말이야.”
“헤헤, 칭찬 고마워~.”
“칭찬이 아니야!”
아니 방금 그 말을 어떻게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건데?
“너는 대체 어떻게 권능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
“내 신께서 가르쳐줬어~라고 하면 안 믿겠지?”
“당연하지.”
그건 거짓말이니까.
이곳에 오기 전 나는 혹시나 이드라에게 권능에 대해 질문을 해보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본녀도 그대에게 일러주고 싶으나, 이는 규칙 위반. 그렇기에 그대에게 말해줄 수 없느니라.]’
이 규칙이란 것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드라에게만 적용되진 않을 것이다. 분명 녀석과 계약했던 옛 군주인 이골로냑 역시 같은 규칙에 따라 속박되어 있을 터.
“다시 묻는다. 넌 어떻게 권능에 대해 알아냈지?”
“흐흥~. 정열적이네. 난 그런 게 마음에 들더라~.”
다시 한번 위협하는 어투를 냈지만, 녀석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사도의 힘을 동원하기라도 해야 하나?
힘을 남용하는 건 안 될 일이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힘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도 녀석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빨리 입을 열었다.
“내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말해줄 수 없어~. 하지만 내가 아는 걸 알려줄 수는 있지~.”
“아는 것?”
“그래, 아는 거. 권능을 성장시키는 법, 권능을 다루는 법, 그리고 고유 권능을 얻는 법.”
고유 권능!
녀석도 그걸 아는 건가?
“헤헤, 역시~. 너도 그걸 물어보러 온 거구나.”
“……어떻게 눈치챘지?”
“넌 날 싫어하잖아~. 그래서 그게 아니면 물어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군.”
“그러니까~알려줄 수는 있어. 하지만 공짜는 안 돼.”
뭔가 원하는 거라도 있는 건가?
급한 마음에 바로 거래에 응하고 싶긴 했지만, 내가 아는 녀석의 성격이 내 발목을 잡았다.
일단 제약 정도는 걸어야겠지.
“범죄만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히히.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 그냥 편지 배달이니까~.”
“편지?”
“응, 편지! 내가 알려준 주소로 내 편지를 배달해주기만 하면 돼. 그리 어렵진 않지~?”
“그야 뭐.”
그 정도야 괜찮은가?
이 녀석이 연락하려는 이가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4대 귀족이나 영주 밑의 고위 관료는 아닐 것이다. 그들이 아니라면 이 감옥에 갇힌 녀석을 빼내는 것은 불가능할 터.
‘뭐 별일이야 있겠어?’
“좋아, 받아들이지.”
“히히, 좋아. 그러면 뭐부터 물어볼래?”
계약이 성사된 것이 기쁘기라도 한 건지, 녀석은 폴짝 뛰는 녀석. 그 모습에 살짝 경계심이 풀어지려는 걸 다잡으며 나는 내가 물어봐야 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고유 권능의 정의부터.”
“정의~? 그게 뭐야~?”
“고유 권능이란 게 무엇인지 설명부터 해달라는 거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걸 모를 줄은 몰랐는데.
심부름꾼 길드에서 오래 일해봤지만, 이 녀석만큼 욕설도 없이 기운이 빠지게 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선천적으로 나랑 안 맞는 사람이라는 건가?’
녀석이 사도일 때는 살인귀이긴 해도 성격이 저 꼴인 이유는 사도의 힘 때문이 아닐까 했는데, 아무래도 타고나길 저 모양인 것 같다.
‘뭐 일단 듣기나 하자.’
이런 식으로 휘둘린다고 해도 결국 손해 보는 건 나뿐이니까.
“흥~. 그래, 고유 권능이라~. 그걸 설명하려면 사도랑 권능의 정……뭐였더라~? 아무튼 그게 뭔지 알아야 하는데…….”
“정의다. 그리고 사도의 정의라고?
‘그걸 모를 수가 있나?’
당장 내가 사도가 녀석도 사도였다. 그런데 그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뭔가 내가 모르는 숨겨진 내막이라도 있는 것일까?
“흐음~. 우선 권능이란 건 뭘까~?”
“신적 존재가 자신의 힘을 현실에 투영해 기적을 행사하는 것이다. 우리의 마법과 비슷하면서도 다르지.”
“우와~ 어려운 말이다~. 대단해~.”
“장난치지 마라.”
“흐흥. 까칠하긴~. 뭐 어찌 되었든 비슷하긴 비슷해. 신이나 신 비슷한 게 쓰는 특별한 능력이지~. 그럼, 여기서 문제!”
“문제?”
“사도는 신적 존재일까요? 아닐까요?”
글쎄…….
생각해본 적도 없는 문제다.
사도는 과연 신적 존재인가? 아니면 단순히 힘이 강한 범속한 존재인가?
단순히 힘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이 세상에는 사도와 비슷하거나 더 강한 자 역시 존재한다. 마법의 극한에 도달한 대마도사. 그 수명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길고 오랜 시간을 살아온 용. 손짓 한 번으로 도시 하나를 죽음의 땅으로 바꾸는 마왕. 그 외 기타 초월자들까지…….
그렇지만 그들 중 신적 존재로 분류되는 건 극소수.
“……아마 신적 존재이겠지.”
“정답~. 와, 축하해요~! 상으로 뽀뽀!”
“장난치지 말라니까!”
“히잉~. 차가워라~. 그래도 맞춘 건 맞아. 사도는 단순히 강한 녀석이 아니라 신적 존재야~. 물론 진짜 신의 대리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신의 힘을 담아두는 그릇이라는 거지~.”
역시 그랬나…….
혹시나 해서 찍은 답이 사실이라는 것에 기뻐하는 것은 잠시 미뤄둔 채, 나는 녀석이 말을 잇길 기다렸다.
녀석이 사도에 대해 알려준 순간 고유 권능에 대해 떠오른 점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확답이 필요하다.
“고유 권능이란 건 말이지~. 그 사도만의 권능이야~.”
“이해가 가질 않는데. 권능이란 건 원래 그 사도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진짜 신이 알려주는 것은 그저 신력의 활용법밖에 없으니 결국 권능은 본인이 만들어야 할 텐데.
“절반만 정답! 평범한 권능은 조건만 갖추면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거든~.”
“그건……그렇겠군.”
내가 자주 쓰는 포식자 군세는 결국 둔갑술을 익힌 이드라의 사도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 발상을 떠올리는 것과는 별개로 누군가 알려준다면 쓰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고유 권능은 달라~. 그 사도가 열심히 노력해서 받은 자기만의 능력이거든~. 그래서 다음 사도가 안다고 해도 똑같이 쓸 수는 없어~.”
“발동이 빠른 이유는?”
“그냥 권능과는 달리 자기 자신이 이룩한 가능성이니까~. 그러니 본인이 곧 술식인 거지~.”
그렇게 된 거였나…….
확실히 저런 원리라면 평범한 술법보다 더 빠르게 발동하는 것 역시 설명할 수 있다. 애초에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 신력을 가공하는 과정 자체가 필요 없으니, 발동 속도 역시 빠를 수밖에 없으리라.
“그럼 그건 어떻게 얻지?”
“흐흥~. 알고 싶구나~. 나랑 뜨거운 키스를 해주면 알려줄 수도 있는데~!”
“그냥 간다?”
“히히히. 미안 미안. 그럼 이렇게 된 거 그냥 알려줄 게~. 위업을 쌓으면 돼~.”
위업이라고?
무언가 신을 위해 업적을 쌓으라는 그런 건가?
“방법은 세 가지~! 첫째는 다른 사도를 둘 이상 때려잡기~. 너는 하나 이겼으니 하나만 더 이기면 되겠네~.”
“그건 안 되겠군.”
한 명만 해치우면 된다지만, 사흘 내에 다른 사도를 찾아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당장 시한이 촉박한 이상 이 방법을 택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럼 두 번째~. 사도 상태로 강한 걸 많이 잡으면 돼~.”
“강한 것?”
“괴물이나 군대나 뭐 그런 거 말이야~. 그러면 신을 대신해 대단한 걸 한 거로 여겨지나 봐.”
보어헤스 백작은 이 방법을 택했겠군.
기사에 가까운 소여와는 다르게 용병에 가까운 보어헤스 백작가는 용병에 가까운 존재. 가주인 보어헤스 백작 역시 야만족과의 전쟁에서 수많은 공훈을 세운 이로 알고 있다.
‘아마 사도로 변신해서 적진을 쓸어버린 적도 있었겠지.’
질적으로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양적으로 야만족 군대 수준의 적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 역시 나는 못 하겠군.’
첫 번째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인제 와서 야만족들이 날뛰는 국경 지대로 갈 수도 없고, 괴물을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마지막은?”
“마지막은 있지~. 신의 본체를 직접 찾는 거야!”
“본체라고?”
전에 꿈에서 본 이드라의 모습은 본체가 아니었다는 건가?
“신의 본체는 어마어마하게 대단해서 우리 같은 사람은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다더라구~. 그래서 사도 앞에 나타날 때도 화……뭐였더라? 하여튼 가짜만 보낸다고 했어~!”
“진짜인가요, 이드라 님?”
[사실이노라. 본녀의 본체를 직시한다면 그대 역시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릴 테니.]
그 정도인가?
솔직히 이해는 가질 않았지만, 당사자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 이후 녀석은 한참 동안 어떻게 하면 신의 본체를 만날 수 있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제법 복잡한 의식이기에 외우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미리 준비해 둔 수첩에 적어 두었으니 나중에 보면서 실행하면 될 터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이런 걸 알면서도 너는 고유 권능을 쓰지 못한 거지?”
사도야행에서 우승할 생각이 없었나?
당시에는 위급한 상황 때문에 신경 쓰지도 못했지만, 녀석의 행동은 사도야행의 참가자로서는 부적합하다. 승리를 노리는 것도 힘들뿐더러, 높은 확률로 다른 사도의 타깃이 되기 적합했을 터.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라면 그냥 넘기겠지만, 이 녀석은 사도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잘 알아.’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지?
“히히히. 나에 대해 궁금해졌구나~. 그건 기쁘네~.”
“개소리하지 말고 대답이나 해라.”
“나는 있지~. 사도가 되고서도 딱히 하고 싶은 건 없었거든. 그래서 늘 하던 대로 놀고 있어서. 힘 덕분에 원래보다 더 크게 벌이고 있긴 했지만~.”
“…….”
“그래서 딱히 고유 권능이니 이런 거 받고 싶진 않았거든. 평범한 장난감들 하고 노는 데 그 정도는 필요 없다~. 그런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내게 얼굴을 들이미는 블레어. 그 녀석의 얼굴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붉게 홍조로 물들어 있었다.
“네가 나타난 거야!”
“뭐?”
“너한테 지고 나서 처음에는 화가 났어~. 그래서 죽이고 싶었다~. 그렇게 죽이고 싶고, 가지고 놀고 싶어서, 곁에 두고 싶어서~, 껴안고 싶어서~!”
이게 무슨……!
“그래서 너하고 다시 놀고 싶어진 거야! 계속, 계속! 그래서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
“미친놈…….”
이전부터 그렇다고는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예상 이상으로 미친놈인 모양이다.
녀석에게서 듣고 싶은 걸 모두 들은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저런 녀석이랑 한 시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아.’
“가는 거야~? 히잉, 너무해~.”
내 움직임을 파악했는지 징징거리는 녀석. 그 모습을 보니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 같다.
“다시 볼 일이 없길 바라지.”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서둘러 쥐로 변신해 감옥을 떠났다.
뒤에서 들려오는 ‘다음에 다시 보자~달링~!’이라는 말은 가능한 한 잊도록 하자.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11-15 19:05:09
이골로냑의 사도 블레어의 구체적인 이미지,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네요!! 그래서 상당히 놀랐어요.
뭐랄까, 제가 생각한 블레어는 일단 인간의 이미지는 있되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존재처럼 굉장히 흉악하게 변형된 모습이었는데, 그런 게 아니었네요. 퇴폐적인 미녀에 가까운...
주인공 그레고르가 징징거리는 블레어의 말투를 싫어하는 것이 역시 당연하겠네요. 작중의 그레고르는 물론이고 작품 밖의 독자인 저도, 토할 것 같네요.
연상되는 다른 창작물의 캐릭터를 소개할까 싶네요.
프린세스 커넥트, 통칭 프리코네에 나오는 캐릭터인 카이저 인사이트. 한자표현이 覇瞳皇帝이다 보니 패동황제라는 독음으로도 잘 통하고 있어요. 여성처럼 보이지만 남성이고, 담당 성우인 아오이 쇼타도 남성이라서, 애니인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에서 등장했을 때 스탭롤을 보고 놀랐던 게 여전히 기억에 선명해요. 이 캐릭터 또한 굉장히 포악하죠. 이미 등장한 악행은 유스티아나 사칭이고, 진짜 유스티아나는 방랑생활 도중 유우키와 콧코로를 만나 콧코로에게 페코린느라고 불리게 되어요.
2기 애니 제작이 확정되었으니, 2기 애니에서는 카이저 인사이트의 등장비중이 높아질 것 같아요.
Papillon
2020-11-16 02:48:40
카이저 인사이트로군요. 원작 게임을 해서 어떤 캐릭터인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애니에는 나오질 않지만 원작 게임에서 나온 악행의 이유가 참 기묘한 지라 아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밈으로 통하기도 했죠.?
시프터즈에서 초기 설정과 지금 설정이 크게 달라진 캐릭터가 지금까지 셋이 있는데 오드리, 블레어, 로즈마리입니다. 이 셋의 공통점은 단역인데 비중이 커졌다 정도군요. 다만 외모 설정은 거의 그대로인 다른 캐릭터와는 달리 블레어는 외모 설정도 크게 달라졌는데 최초에는 언급하신 것처럼 흉악하게 뒤틀린 모습. 이후에는 그냥 미녀. 그 이후에는 지금 같은 설정으로 변했습니다.
SiteOwner
2020-12-28 23:21:38
이골로냑의 사도 블레어의 이미지는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군요.
초고도비만에 굉장히 듣기싫은 목소리의 주인공이지만 이상하게도 행동만은 빠른 그런 체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충격적입니다. 동생이 소개한 카이저 인사이트같은, 미녀로 보이는 미형의 존재라는 것에서 더욱 공포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저런 형태의 살인귀가 괴상한 어투를 쓰면서 접근해 오는 건 꿈에 나올까 두렵습니다.
그레고르의 평가가 딱 맞습니다. 미친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표현이 필요없습니다.
Papillon
2020-12-31 23:11:55
괴이한 존재가 이해 불가한 존재인 것도, 미형의 존재가 사실은 속이 뒤틀린 괴물인 것도 각각의 매력이 있지요. 블레어를 설정할 때 사실 고민했었는데, 결국 지금의 이미지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는 최초 설정보다 블레어의 역할이 커져서 그런 것도 있는데 자세한 건 앞으로의 전개로 풀어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