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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큰 소리로 말했던 작업자가, 다시 목청을 높여 입을 연다.
“현장 소장이나 책임자 안 계십니까? 여기 한번 와 보십시오!”
자라가 문득 돌아보니,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방 깊숙한 곳에서, 한 작업자가 쭈그리고 앉아 뭔가를 가리키며 관계자가 오기를 있고 그 주위를 다른 작업자들이 둘러싸고 있다. 급히 자라와 도레이가 그쪽으로 가자...
“여기 보시죠.”
그 작업자가 가리키는 방향에, 붉은빛을 내는 뭔가가 문서들과 함께 철제 상자 안에 들어 있다. 자라가 눈길을 주자, 작업자는 조심스럽게 그 철제 상자를 꺼내서 붉은빛을 내는 것을 꺼낸다. 주먹만한 크기, 마치 태양과도 같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것 같은 그것...
“이게 맞습니까?”
작업자는 자신도 믿기지가 않는지 옆에 서 있는 자라와 도레이에게 확인이라도 받으려는 듯 묻는다. 자라가 작업자 옆으로 가서 몇 번 그것을 살피고는...
“예, 맞는 것 같군요. 문헌상의 기록과 99% 일치합니다.”
“자라, 그럼 우리가 찾아낸 건가?”
옆에서 도레이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응, 맞는 것 같은데. 큰 소리 내지 마. 밖에 또 우리를 노리는 누군가가 있을지 모르니까, 입단속 잘 하고!”
자라는 그렇게 도레이에게 주의를 시킨 다음, 다른 테르미니 퍼스트의 크루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찾았어]
[그걸 말이야!]
한편, 일행과 함께 있는 미켈도 메시지를 받고는 발굴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한다. 하지만 그는 애써 태연하게, 아니 능청스럽게 일행을 돌아보며 말한다.
“오, 뭔가 방금 찾아낸 것 같은데요. 저기 한번 보시죠.”
미켈이 가리키는 곳, 방금 작업자들이 태양석을 찾아낸 바로 그곳에서,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유물들을 옮기고 있다. 물론 태양석이 든 상자는 자라가 직접 옮기고 있다.
“보이시죠? 저렇게 유물을 발굴해서, 이제 옮기는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마침 저희가 타이밍이 딱 좋게 와서 망정이지, 지금 같은 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 광경을 보시겠습니까. 여러분 모두 눈에 잘 담아 두시길 바라고, 뜻깊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켈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일행은 사진도 찍고, 때때로 감탄사도 내뱉는다. 니라차의 부모님은 연신 사진을 찍으며, 유물을 옮기는 광경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설명하는 미켈에게 감사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저거, 그런데 무슨 유물을 옮기길래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붙지?”
한쪽에서는 조제와 외제니가 작업자들이 유물을 옮기는 광경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여간 대단한 유물은 아닌 것 같은데...”
“글쎄, 꼭 대단한 유물만 저렇게 사람이 많이 달라붙던가? 그런 건 꼭 아닌 것 같은데...”
“뭐, 네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한편, 현애와 세훈도 그 광경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정확한 상황 파악은 못 했는지 유물을 옮기는 광경을 보는 시선은 아직은 신기함과 호기심에 더욱 가깝다.
“이야- 꽤 정성을 많이 들이나 보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그래, 라니? 왜 의문조야?”
세훈이 묻자 현애가 바로 대답한다.
“그러니까... 저 정도로 하는 건 어느 유물이든 마찬가지 아닌가 하고.”
“그런가...?”
현애는 바로 옆에 있는 미켈을 쿡쿡 찌른다.
“왜 그래?”
“저 유물 혹시 뭔지 알아?”
“저거? 음... 그러니까...”
미켈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조금씩 얼버무린다. 방금 전까지 유창한 입담으로 일행에게 설명을 했던 미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얼른 말해 봐! 숨길 게 뭐가 있어? 나도 어차피 그쪽 사정을 조금은 알고 있잖아?”
“그래. 그러니까...”
미켈은 목소리를 확 줄이고 말한다.
“태양석을 옮기는 중이야. 우리 쪽 인력이 작업을 진행중이지.”
“어...? 그래....”
그 시간, 작업자들 사이에 낀 비토리오와 파라는 귓속말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얼굴에서는 조금 있던 웃음기도 없어졌다.
“지금이 기회예요. 태양석을 이제 우리가 가져갈 차례 아닌가요?”
파라가 비토리오를 보고 급하다는 듯 말한다.
“지금이 아니면 저걸 가져갈 기회도 없을 텐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파라 씨?”
“우리가 저걸 필요로 하는 이상, 어떻게든 확보를 해야...”
“의심되는 행동은 하지 맙시다. 일단은 형님에게 이야기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돌아오게 하는 거죠.”
“그래요...”
파라는 얼른 대답하지만, 썩 밝지는 않은 목소리다.
“저도 저 나름대로 저 태양석에 대해 감정이 있는데...”
파라가 뭐라고 하든, 비토리오는 바로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형님?”
“왜 그래, 비토리오?”
“찾았어요... 찾은 것 같아요.”
비토리오가 최대한 조그맣게 목소리를 낮춰 말하자, 전화 너머의 발레리오는 상황 파악을 했는지 잠시 말이 없더니, 곧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알았어. 일단 거기에 요원들을 더 보내도록 하지. 너하고 파라는 지금 뭘 하고 있는데?”
“작업자로 위장해서 현장을 지키고 있어요.”
“그래, 좋아. 태양석을 찾아낸 건 어느 쪽이야?”
“테르미니 퍼스트와 슈뢰딩거 그룹이 서로 경합을 벌였는데, 테르미니 퍼스트가 이겼어요.”
“우리가 그걸 사들여야 해.”
“하지만... 그쪽도 이미 계약한 사항이 있을 텐데요.”
“간단해. 우리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되는 거잖아?”
발레리오는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내가 거기 리더 연락처는 갖고 있으니까 그건 걱정 말라고. 미켈 파울리였지?”
“네... 네.”
한편 발굴 현장 입구. 일행은 발굴 현장을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지, 여전히 사진을 찍고, 미켈에게 여기저기 짚으며 설명을 부탁하기도 한다.
“아직...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에는 다들 많이 아쉬운 걸까요?”
미켈의 말대로다. 시간은 벌써 5시 30분을 넘고 있지만, 일행 중 어느 누구도 배가 고프다는 내색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정말 식사 시간이라도 잊은 듯, 다들 구경에 열심이다. 그러던 중, 미켈이 문득 자라에게서 문자를 받는다.
[여기 한번 와 봐야 할 것 같은데]
[왜?]
미켈이 답장을 보내자 잠시 후...
[태양석 때문에 그래]
“음...”
미켈은 잠시 고민하더니, 자리를 뜨기로 한다.
“사정상 잠시 자리를 비울 테니 여기서 구경하고 계시면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아시겠죠?”
그렇게 말하고서 미켈은 잠시 일행이 있는 자리에서 벗어난다. 잠시 미켈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현애가 그의 뒤를 쫓는다.
“자라!”
자라와 도레이, 그리고 그들과 마주보고 선 작업복과 비슷한 푸른색 복장을 한 의문의 사람들을 본 미켈이 손을 흔들며 외친다.
“나를 찾았던 거야?”
“물론입니다. 테르미니 퍼스트의 리더, 미켈 파울리 씨가 맞으시죠?”
푸른 작업복을 입은 사람 둘 중 한 명이 미켈을 돌아보고 말한다.
“탈라스 컴퍼니에서 나왔습니다. 계약대로, 양도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죠.”
“양도 절차...?”
“그렇습니다. 콘라트 뮐러의 계약서를 그대로 인계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 물건이 나온 것을 확인했으니, 양도 절차를 통해 저희가 이곳에서 태양석을 인계받으려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미켈은 일단은 큰 반응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
“자, 그러면 절차를 시작하실까요?”
푸른 작업복을 입은 사람 한 명이 가져온 가방에서 서류 홀더를 하나 꺼낸다.
“그쪽은 준비가 철저하시군요. 계약서를 그렇게 실물로까지 가져오는 경우는 없을 텐데.”
“아무래도 중요한 거래이니만큼.”
미켈의 말에 푸른 작업복을 입은 사람도 지지 않겠다는 듯 응수한다. 마치 그가 자신의 고용주의 분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기에다가 말투는 은근히 고압적이다. 그들의 앞에 선 미켈이 자신이 아랫사람이 된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저희는 거기에 맞는 금액을 지불할 것입니다. 그러면 모든 절차가 끝난 것 아닙니까?”
“그렇죠...”
막 입을 열려던 미켈의 눈에 뭔가 살짝 빛나는 게 보인다. 푸른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의 허리춤에, 권총이 한 정씩 매어져 있다. 저 권총, 누구를 향하는 총이란 말인가? 설마, 태양석만 가져가고 미켈과 크루들을 쏘아 죽이려는 건 아닌가? 아니, 아니다...
미켈은 다시 생각해 본다. 방금은 그냥 비약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보통 계약하러 온 사람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온 적이 있던가? 예로부터 해 온 인사법인 악수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나타낸다는 건 미켈도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럼 왜 저들은, 계약 당사자도 아닌 고용인들일 텐데, 저렇게 오만방자하게 행동하고 무기까지 가져오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대체?
“자, 이제 상자를 한번 열어 보실까요?”
상자에 손을 가져가는 미켈의 손이 조금씩 덜덜 떨린다.
“왜 그렇게 고민하십니까, 계약의 내용대로 충실히 이행하시는 건데, 그렇게 벌벌 떨거나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어느새, 미켈의 양옆에는 푸른 작업복을 입은 사람 두 명이 더 섰다. 돌아보니 그들 역시 미켈의 앞에 선 두 명과 같이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있다. 거기에다가, 미켈을 은근히 깔보는 시선은 미켈의 앞에 선 두 명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은근히 신경 쓰이네, 저 녀석들...’
“숨기시는 거라도 있습니까? 계약의 내용대로 이행하시면 됩니다. 우선 협상 대상은 저희이고, 이제 그 내용에 따라 저희가 온 거잖습니까?”
“그렇죠... 그건.”
미켈이 한번 푸른 작업을 입은 사람들을 보고는 막 떨리는 손으로 철제 상자를 열려는데...
♩♪♬
메시지 도착음이 울린다. 갑자기, 누구에게서 온 메시지인가? 확인해 본다.
[미켈 파울리 씨, 계약서의 내용은 잘 확인했습니다. 기존의 계약자가 제시한 금액의 10배를 드리겠습니다. 일시불로 드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궁금하시면 XXX-XXX-XXXX로 연락 바랍니다. -발레리오]
메시지를 본 미켈의 눈이 강렬하게 흔들린다. 지금 탈라스 컴퍼니와의 계약서의 내용만 해도 충분히 미켈의 입을 벌어지게 할 만한 금액인데, 그 10배를 주겠다니? 그것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일시불로?
그 시점에서, 미켈은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비록 미켈이 아닌 콘라트가 한 것이라도 엄연히 계약서가 있고, 계약은 계약이라지만, 지금 이 자들은 총을 들고 언제든 미켈과 크루들에게 위해를 가할 태세를 갖췄다. 반면에 지금 메시지를 보낸 이 발레리오라는 사람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미켈의 계약 내용을 알 정도면 정보력도 상당한 것 같고, 무엇보다도 10배의 금액을 주겠다니! 그렇다면 답은 금방 나온다. 하지만 지금 거절할 수 있는 명분... 명분을 찾아야 한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9-30 13:51:27
드디어, 문제의 태양석이 발굴되었네요!!
태양석이 든 철제의 상자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성궤를 연상하면 될까요. 그것을 열어서 기록상으로만 전해지던 문제의 태양석을 찾아낸 것은 좋지만, 혹시 그 철제의 상자가 판도라의 상자라면 하는 생각에 갑자기 섬뜩해지기도 하네요.
문제의 탈라스 컴퍼니가 벌써 발빠르게 움직였네요. 이미 고인이 된 콘라트 뮐러가 만들어 둔 계약서를 근거로. 게다가 발레리오는 기존 계약자가 지불할 금액의 10배를 제시하고...참으로 무서운 순간...
시어하트어택
2021-10-03 23:40:14
이 순간을 묘사하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그래도 써놓고 보니 뭔가 2%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나중에 보강하거나 할 때 몇 번 더 고쳐 써 봐야죠.
철제 상자를 열면 뭐가 더 튀어나오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그걸 노리는 손길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아진다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SiteOwner
2021-10-17 15:31:11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발하는 신비의 태양석이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군요.
옛 문헌이 틀리지 않은 게 이렇게 입증되었는데 그 신비의 태양석을 둘러싼 외부환경은 그다지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는 게 역설적이라면 역설적일까요, 그래서 그게 또 씁쓸하게 여겨지고 그렇습니다. 콘라트 뮐러가 생전에 준비했던 계약서를 근거로 합법적인 계약의 형태를 띤 강탈을 시도하는 것에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건가 싶기도 하고 있습니다.
현실세계에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로 대표되는 분쟁광물이 있다면 이 세계에는 태양석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인지, 어느 시대이고 문명이고 이렇게 피를 부르는 신비의 희귀광물이 있는 게 운명인가 싶기도 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10-17 21:23:57
이 순간을 쓰고 싶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쓰고 싶은 파트 중 하나였지만 역시 완벽하지는 못하군요. 언제라도 고쳐 쓸 기회가 되면 다시 써 보고 싶네요.
만약 콘라트가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도 상상을 해 볼만합니다. 과연 순순히 넘겼을까요, 아니면 다른 핑계를 대 가며 자신의 이익을 도모했을까요? 물론 그것은 그에게는 전부 부질없는 일이 되었습니다만...